(날라가서 다시쓰는)장례식

Alvino 2015-05-23 2

 

이제 불에 타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그가 흩뿌려진 강가를 찾았다.

무릎을 꿇고 술을 휙 뿌렸다.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아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알파 퀸, 미안해요.

당신 아들을 이렇게 빨리 보내버려서.

그리고 미안.

이젠 더 이상 말라버려서 눈물을 흘려줄수가 없어.

안타까워해줄수가 없어.

숨을 천천히 골랐다.

술을 병째 들고 마셨다.

망할 유니온.

다 헤진 유니온 마크가 붙어있는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이미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 속에서 그는 웃었다.

그는 늘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 애썼고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일찍 죽어간 동료들이 인류의 멸망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아직까지 살아서 끔찍한 현실에서 끔찍한 아침을 맞이하며 끔찍한 삶과 살아있음을 저주하는 나는 살아있는 것이 맞을까.

차라리 이 모든 것이 지나가는 악몽이라면 좋을텐데.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남은 술은 모두 다 쏟았다.

주머니에서 게임기를 꺼내 쥐었다.

검은 게임기는 여기저기 긁혀 있었다.

말없이 게임기를 강물 속에 던졌다.

풍덩.

그 게임기는 몇 번 파직거리더니 이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제, 안녕.

하늘에 흐르는 잔잔한 바람결에 눈을 감았다.

이 꽃은 내가 너에게 갈 때...그때 줘도 늦지 않을거야.

꽃을 팔 사이에 끼고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 혼자서만 아는 약속을 그에게 하고 등을 돌려 전장으로 향했다.

꽃잎이 한 장, 두 장씩 축축한 바람에 흩날렸다.

귀에 박힐정도로 들어온 차원종들의 괴성이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붕대를 피가 통하지 않을정도로 꽉 묶고서 걸음을 했다.

그를 위해 흘리지 못한 눈물은 피로, 슬픔은 고통으로 대신했다.

한걸음 걸으면, 베고

두걸음 내딛으면, 쏘고

세걸음 재촉하면, 베이고 찔리고

네걸음에 멈추면, 피를 흘린다.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겠다며 비명을 질렀다.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눈을 겨우 굴려 주변을 봤다.

차원종들이 드글거리는 강남은, 지독히도 추했다.

아아, 강남은 옛날의 우리가 함께 했을때의 모습 그대로이기를 바랐는데.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 버석해진 입을 간신히 열었다.

“.............”

유언과도 같은 말을 알아듣지 못할 차원종들에게 남겼다.

빗소리에 잠겨 들리지 않는 마지막 말을.

더 이상 붙잡지 못하는 총과 칼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궈졌다.

붉은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비를 타고 멀리멀리 떠내려갔다.

그 날은 비가 오는 어느 가을 중순.

먹구름이 잔뜩 낀,

그런 오후.

오늘따라 그가 보고 싶었다.

추적하게 피가 등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서있을 힘마저 없어져 피범벅이 된 흙바닥에 쓰러졌다.

눈앞이 가물가물해져갔다.

피곤함이 한꺼번에 쏟아져 버틸수 없었다.

조금, 아주 조금만 자면 안될까.

눈을 뜨고나면 그가 눈앞에서 나를 반겨줄지도 몰라.

이 모든 끔찍한 것들이 모두 덧없는 악몽이길 바라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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