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낀 따뜻함 -상편- (부제:유리네 집에 나랑 세하가 초대됬다?!)

비셔니 2015-05-17 2

처음 올려보네요.


캐릭터 설정을 파보다가 슬비는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아잖아요.

고아라는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소중한 느낌을 느껴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 상편부터 올립니다.

하편이 완결이며 나름 감동물입니다? 아마?


하편이 빨리 보고 싶으시면 많은 덧글과 추천 부탁합니다. 최고급 연료가 됩니닼ㅋㅋㅋ


우선 보실때에 알아두실건

1. 세하와 유리는 소꿉친구,

2. 게임시점에서 1년 좀넘는 시간이 지남.

정도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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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보통비도 아니고 폭우다. 문제는 그 폭우를 피하기는 커녕 온몸으로 맞고 있다는 거다. 눈을 잘 뜨지 못할 정도의 폭우를 온몸 맞고 있는 이유는 차원종 처리임무이다. 김유정언니에게 고덕역 인근에 골목길에서 등장할 예정인 소규모 차원종 무리를 대기. 출몰시 소탕하라는 명령을 받고 세하, 유리와 함께 출동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도중. 타이밍 나쁘게도 엄청난 폭우가 내리는 것이다. 비가 올 걸 미리 알았다면 우비라도 가져왔겠지만.... 분명 tv의 일기예보에서 본격적인 폭우는 내일 부터라고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주변에 우산을 팔만한 가게도 없다. 이렇게 운이 안 좋기도 힘들 것이다.


"야, 슬비, 이정도면 끝난 것 같은데? 안보여 이제"


건블레이드의 특유의 열기로 칼날에 닿는 빗물을 전부 기화시키며 치익치익 소리를 내고 있는 세하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기다려, 확인할게."


주변에 남은 차원종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 닫은 가게의 천막으로 들어가 물에 젖어 서로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한 다음. 노트북을 소환해 전원을 켰다. 확실히 확인하지 않으면 주변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몇 번을 봤지만 그 수납능력 부럽단 말이지, 게임기 보관하기 편할 것 같아. 이 요원복 주머니로는 3개가 한계라고"


"맞아 맞아, 크기 무제한에다가 공짜!! 가방이란 느낌이야. 공짜!! 엄청 부럽다니까."


나를 따라 천막에 들어온 세하와 유리가 젖어서 달라붙은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진심으로 부럽다는 말투로 말을 건다. 그렇게 편리하지도 않은데...


"수납할 수 있는 용량도 한계가 있고, 소량이지만 위상력도 계속 소모되니까...딱히 좋은 점만 있는 것도 아니야. 어쨌든 조금만 기다려 금방 확인 할 태니까"


두 명의 말을 받아 주면서 노트북에 설치된 차원종 레이더를 실행한다. 이제 3분정도 기다리면 된다.


"비 엄청 내리네.....여기저기 다 젖어서 게임을 못하잖아."


이 폭우를 맞으면서도 게임생각을 하는 것이 정말 이세하 답다. 이세하정도의 재능이면 게임생각 할 시간에 조금만 훈련해도 엄청난 속도로 능력이 개화할 탠대....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온다......


"세하, 넌 여기서도 게임 생각만 하냐? 폐인! 허잇!"


유리가 오른팔을 세하의 목뒤에 둘러 걸치며 말을 건다.


"내가 게임할 생각을 하지 무슨 생각을 하겠냐, 그보다 완전 젖어서 찝찝해, 축축해, 떨어져 , 빨리"


"우리끼리 뭘 그래~"


유리를 빨리 때어내려는 세하와 안 떨어지려는 듯 헤드락을 거는 유리. 세하가 평상시와는 다르게 약간 허둥지둥 하는 것 같다. 얼굴도 약간 빨간 듯한...... 뭐, 당연할지도. 빗물에 완전히 젖어서 자기 꼴이 말이 아니라는 것을 유리는 모르는 것 같다. 세하가 의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단 남자애니까. 애초에 나도 티를 안내고 있을 뿐 온 몸이 젖은게 엄청나게 신경 쓰인다......

아아. 임무 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엄청 찝찝하기는 하네. 애초에 이 정식요원정장 내구성을 제외하면 움직이는데 그다지 좋진 않으니까. 어서 갈아입고 싶어."


세하의 행동과는 별개로 젖어서 찝찝하다는 말에는 진심으로 동의한다. 어서 기숙사로 돌아가서 목욕하고 싶다.


"흠....."


내가 찝찝하다는 말을 한 순간 어느새 세하에게 걸은 헤드락을 풀은 유리가 엄지와 검지로 자기 턱을 잡고 잠깐 골똘히 생각하더니.


"그럼 우리 집에 있다가 갈래? 여기서 가까우니깐. 집 갈 때까지 젖은 채로면 감기 걸리니까 목욕하고 옷 갈아 입고가."

갑작스러운 초대를 했다.


"엑....? 서유리, 너 집 우리 집 근처잖아."


헤드락이 꽤 아팠던 것인지 머리를 감싸고 있던 세하가 놀람 반 의아함 반으로 유리에게 묻는다. 정확한 장소까지 알지는 못하지만 세하와 유리의 집은 꽤나 가깝고 신강고 근처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아~ 사실 오늘 말 할려 했는데 긴급출동 하는 바람에 말 못했거든, 우리 집 이사했어! 2일전에, 어제 딱 정리 다 끝났고."


"어....그런 일 있으면 미리 말을 하라고, 이제 휴대폰도 있으니까 문자라도 하면 되잖아."


"휴대폰이란 거 익숙하지가 않아서 가지고 있다는 걸 까먹는 단 말이지. 하핫"


유리는 요 근래에 휴대폰을 샀다. 집안의 빚을 거의 다 갚아서 여유가 생겨 하나 장만했다고 자랑하면서 검은양팀 전원의 전화번호를 얻어 갔었다. 뭐 전부라고 해도 나와 유정언니, 세하가 전부지만. 테인이는 아직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고 제이아저씨는 귀찮아서 해지해

버렸다고 한다. 그보다 이사했구나 유리네. 


"그걸 잊으면 산 이유가 없잔아........하......뭐 이미 지난일이니 어쩔 수 없고. 예전 그 집 보다는 좋냐?"


"이제 비와도 집에 물 안 들어와! 방도 두 개나 되고!!"


얼굴에서 빛이 나올듯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 어디가!!'라는 tv프로그램에서 봤던 아이들이 자기 장난감을 자랑하는 것 마냥 유리가 세하에게 이사 간 집의 좋은 점을 나열한다. 보는 이까지 흐뭇하게 하는 자랑에 들으면서. 세하는


"그래....잘됐네."


희미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웃으며 유리의 자랑에 맞장구를 친다. 가끔, 아주 가끔 보이는, 주로 유리에게 보이는 세하의 세하답지 않은 미소다. 그 미소의 대상인 유리는 여전히 들뜬 채로 말을 이어간다.


"어쨌든! 여기서 가까우니까 와서 들렀다가. 집들이도 겸해서!"


갑작스러운 유리의 초대. 솔직히 말하면 솔깃한 의견이기는 하지만.....


"그건 역시 실례가....애초에 가서 목욕을 한다고 해도 입을 옷이 없잖아."


이렇게 갑자기 2명의 손님이 들이 닥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이다. 돌아가면서 편의점에서 우산이라도 사면 될 것 이다. 정말 빨리 씻고 싶다면 대중목욕탕이라도 들어가면 되고.


"괜찮아, 괜찮아~ 우리 엄마도 좋아할껄~ 옷은 내꺼 빌려줄게, 세하는 우리 아빠꺼 입어!

체격 비슷하잖아?"


"아니 그래도 역시...."


"이렇게 까지 말하는데 그냥 가지? 솔직히 말하면 나도 얼렁 갈아입고 싶은데. 집도 멀고."


"..........."


유리의 갑작스러운 초대에 세하까지 동의를 표했다. 이렇게 되면 2대1이다. 계속 고집을 부려 반대해도 소용없을 태지.


"그렇다면.... 실례할게."


"실례 아니라니까~"


'삐익~삐익'

때마침 노트북에서 울리는 알람. 주변의 차원종은 전부 소탕한 것 같다.


"그럼 유정언니에게 돌아가지 않고 바로 해산하겠다고 전화할게, 유리네 집에 들렀다 가면 아무리 빨라도 늦은 밤일 것 같으니까."


비에 맞지 않을려고 유리네 집에 가는 것인데 본부로 귀환하는것은 의미가 없다, 그냥 귀가하는게 나을 것이다.


"응!"


"빨랑빨랑해."


유리와 세하의 대답을 듣고 휴대폰을 켜 유정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수신호의 들리고 난 후 유정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비니? 신호를 보니 차원종은 전부 소탕한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귀환하지 않고 바로 해산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렇게 해도 문제 없을까요?"


"어.........어, 그래, 문제없을 것 같구나. 애초에 내부규칙이라고 해도 지키는 사람도 거의 없

으니까."


"그건 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워낙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유니온의 구조상 확실한 군기가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뭔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하하하........그보다 의외구나."


"네? 뭐가 말이죠?"


이 대화에서 의외성을 느낄만한 소재가 있었나? 아무리 되집어 봐도 없는데...


"흠....슬비 너가 규칙을 어기는 건 흔치 않으니까 말이야,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빡빡할 정도로 지켰잖니? 규칙을 안 지키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의외구나 싶어서....어쨌든 꼭 귀환할 필요 없으니까. 그냥 돌아가도록 하렴. 아, 비 엄청 맞았을 것 같은데 감기 걸리지 않게 몸조리 잘하렴, 두 명한태도 안부 전해주고."


".......네, 고맙습니다. 걱정마세요. 끊을게요. 유정언니. "


생각지도 못한 주제여서 그런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전화를 끊었다. 내가 그렇게 빡빡했던 건가. 부정은 못하겠지만.....


"유정언니가 뭐래? 그냥 돌아가도 된대?"


유리가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로 전화의 결과를 묻는다.


"응, 그냥 돌아가도 된데."


"그럼 얼렁 가자. 유리, 여기서 얼마정도 걸리냐?"


세하가 게임기를 방수케이스에 집어 넣으며 말한다. 어느새 꺼낸 거지......? 그보다 아까 젖어서 못 한다고 하지 않았나?


"흠....아직 정확한 지리는 알지 못하지만... 여기쯤이면......흠......걸어서 대략 6~7분? 뛰어가면 금방일걸?"


"그럼 뛰자. 먼저가면 따라갈게."


"OK!~ 잘 따라오라구?"


상쾌함이 느껴지는 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총알과 같은 속도로 달려가는 유리. 벌써 저 멀리에 어렴풋하게 보인다.


"유리.... 쟤는 자기 위상능력이 '가속'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유리는 검은양팀 중에서 속도로만 보자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탑클래스다. 그 경험 많은 제이 아저씨도 유리의 공격은 막아내기 버거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속도를 이 폭우 속에서 우리가 여유롭게 따라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뭐, 쟤가 저러는 게 한 두번도 아니고, 푸념할 시간에 빨리 쫒아 가자고. 이렇다가 놓친다."


"...그래"


이세하 얘는 이상한대서 차분하다니까. 게임할 때는 온갖 오버를 다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세하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유리를 쫒아갔다.


유리야... 좀만 천천히 가줄래....사이킥 무브는 쓰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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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왔어, 친구들 데리고 왔어."


"유리야...헉....전투상황 말고는 사이킥 무브 쓰지 말라고 했지...헉...."


빗속으로 사라질 것 같던 유리를 겨우겨우 쫒아 유리네 집에 도착한 후. 나도 모르게 불만을 내뱉었다. 너무 빠르잖아.....


“후...”


약간 흐트러진 숨을 고르고 유리의 새집을 둘러보았다. 아까 자랑하던 기세와는 달리 한 눈에 구조가 전부 파악될 정도의 크기다. 현관문과 바로 연결돼 있는 복도 겸 거실겸 주방, 구식 미닫이문이 달린 평범한 방 2개, 화장실로 보이는 방 하나가 집의 전부인 것 같다. 5인 가족이 살기에 적합한 크기와 구조는 결코 아니다.

두리번 거리고 있다보니, 한 여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어?......어, 그래 친구 데려왔니. 세하구나. 그리고....?"


유리의 언니....? 아니 유리에게 형제는 남동생 두명이 전부라고 했다. 그럼 아마도 아주머니겠지. 미인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 날씬한 몸매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이 유리를 닮았다. '유리의 외모는 유전이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하면서도 유리보다는 좀 더 차분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순간적으로 유리의 나이차이가 좀 나는 언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동안. TV에서 동안 이라며 나오는 40대 여자연예인들에게도 전혀 꿇리지 않는 외모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오랜만에 뵙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슬비라고 해요."


유리네 아주머니와 세하는 이미 구면인 것 같다. 유리와 세하가 알고 지낸지 10년 가까이 되었다고 했으니 구면인 게 더 자연스럽겠지.


"요 근처에서 일 했는데  둘 다 집가는데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젖어서 목욕하고 옷이라도 갈아입고 가게 할려고 데려왔어. 괜찮지 엄마?"


"흠........"


잠시 고민을 하는 유리네 아주머니.


“그래, 그렇게 해.”


다행히도 허락이 떨어졌다. 들어가면 되겠지. 척척하게 젖어서 기분 나쁜 신발을 벋었다. 이제 들어가면 되겠......


"아아, 잠깐 기달려. 닦을 수건을 같다 줄 태니까."


유리네 아주머니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며 거실로 들어 가셨다.


"바보냐, 지금 우리 다 젖었잖아. 들어가면 당연히 방바닥이 젖는다고."

세하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일침을 했다.


“.....잠깐 까먹은 것 뿐이야.”


십년 넘게 기숙사에서 혼자만 살다보니 잊어 버렸다. 평소에는 그냥 들어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방바닥을 닦았으니까. 남의 집에서 그러는 것은 실례겠지.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


"형, 누나 안녕.“


“.......!!!!!!!”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 목소리를 따라가 시선을 아래쪽 이동시켜보니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타났다. 분명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는데?


“우리야, 누나 왔다!!!”


“오랜만. 우리.”


“....안녕.”


익숙한 듯이 인사하는 유리와 세하. 이 아이가 유리의 둘째동생인가.

대략 초3,4쯤으로 보이는 앳된 외모에 아무렇게나 자른 듯한 검정 더벅머리가 묘하게 어울린다.

멍한 표정에 먼 곳을 바라보는듯 하면서도 정면을 직시하는 눈은 어딘가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 해낸다.

내가 아이를 많이 봐본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 아이는 뭔가 특이하다.


“.........”


우리가 고개를 스윽 돌려서 나를 쳐다본다. 나의 존재가 의아한지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꺽고 나를 지그시 쳐다본다.


“.....누구야?”


“누나친구야, 이름은 이슬비.”


“......안녕.”


“그....그래, 안녕.”


깊으면서도 멍한 눈으로 직시하면서 하는 간단한 인사에서 어딘가 위압감이 느껴진다. 정말로 뭐지 이 얘는....?


나에게 인사를 마치고 나서는 더 이상 볼일은 없는지 터벅터벅 방으로 들어간다. 아니..다시 사라진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뭐랄까....정말 특이한 애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진심이다. 특이하다 저 아이는


“뭐 그렇지. 그게 귀엽지만 말이야. 테인이랑은 다른 방향으로 귀여워!”


웃으면서 동생을 귀엽다고 말하는 유리.

테인이도 그렇고 유리는 어린애들은 다 좋아하는 것 같다. 동생의 영향일까.

이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우리가 들어간 방에서 어머니가 수건을 들고 방에서 나오셨다.


“수건으로 대충 닦으렴.”


“응.”


““감사합니다.”“


수건을 받아 방바닥에 물이 많이는 묻지 않을 정도로 머리와 옷 주변을 대충 닦는다. 온 몸이 젖었다는 건 전혀 해결되지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아까보단 나은 느낌이다.


“그래서, 어떻게 씻을 거야? 화장실 하나잖아.”


세하가 손과 방수PSP케이스를 닦으면서 물었다. 아니 몸을 닦으라고.....하.....그냥 신경을 끄자. 그보다 정말 어떻게 들어가야 할까.


“흠...”


화장실은 하나고 씻기 위해 들어가야하는 인원은 3명이다. 세명 다 똑같이 심한 꼴이니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이럴 때에는 당연히 레이디 퍼스트지? 세하 너는 비에 꼴딱 젖은 여자애들을 얼마나 더 놔둘 생각이야?”


씨익 웃으며 놀리는 듯한 어조로 세하에게 말을 거는 아주머니. 그 놀림에 세하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저희한태 비 따위는 별거 아니라고요. 집채만한 괴물이 던지는 자동차에 맞고도 한 두번은 버틸 수 있는 몸 한태 추위나 감기가 레벨 1짜리 잡몹 밖에 더 되요?”


남자라면 당황할 수도 있는 놀림을 여유롭게 받아치는 세하. 그 받아넘김에는 익숙함이 묻어있어 이런 대화가 꽤 많이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보다 집채만한 괴물은......1년 2개월 전쯤의 아스타로트를 말하는 건가. 아....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그래도 기분이 라는게 있는 거야. 아니면 흠~뻑 젖은 여자아이 두명을 계속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음흉하네~ 남자구나. 세하도.”


“여전히 몰아가기는 만랩이 시네요.”


세하를 놀리는게 진심으로 재밌는 듯 아주머니가 계속 세하를 놀린다. 정작 세하는 익숙하다는 듯이 넘긴다.   


“옛날에서 놀리는 재미가 있었는데.... 후, 어쨌든 유지 나오면 유리랑 슬비가 먼저 들어가렴. 그리고 둘이 같이 들어가. 그게 더 빠를 테니까.”


“어...그래도 그건 공평하지가....”


레이디 퍼스트건 뭐건 이렇게 일방적으로 정하는 건 뭔가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꼴딱 젖은건 3명 다 마찬가지니까.


“괜찮아, 게임이라도 하고 있으면 되니까. 대신 초고속으로 하고 나와.”


공평하게 하자는 의견을 피력하려고 했으나 정작 세하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지 게임기를 키며 담담하게 대답한다. 유리네 어머니의 의견에 퉁명스럽게 대꾸하기는 했어도 수긍한 모양이다.

고맙지만 임무 때에도 이렇게 고분고분 말을 따라줬으면 좋겠다. 가끔씩은 내 앞에 무릎 꿇려서라도 따르게 하고 싶다고 생각할 지경이다.

...........정말로


“세하도 저리 말하니까 그냥 먼저 들어가자 유리야~”


나를 껴안으면서 말하는 유리. 축축하다.


“그래, 그러자. 그보다 좀 떨어져 줄래 찝찝해.”


“우리끼리 뭘 그래~.”


“....그래그래.”


뭐 떨어질 리가 없다는 건 경험상으로 이미 알고있다. 인간은 적응하는구나....


덜컥

화장실 문이 열린다. 중학생 초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왔다. 나만한 키에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검정색 체육복을 입고있다. 저 아이가 유지라는 아이인가보다.


"누나 왔.......!!!!"


우리를, 정확히는 비에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껴안고 있는 나와 유리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유리의 동생.


“누나왔다~.”


“유지 오랜만.


“........응”


고개를 숙이고 빠른 발걸음으로 우리가 들어간 방으로 들어간다. 고개를 숙이기 전에 보인 얼굴

은 약간 빨간 것 같았다. 왜 저러는 거지? 어디 아픈가?


“뭐.....이해는 한다.”


세하가 고개를 돌리고 혼잣말로 나지막히 내뱉었다. 뭘 이해한다는 걸까.


“유지도 나왔으니 빨리 들어가서 씻으렴.”


유리네 아주머니가 우리를 재촉한다. 손님을 계속 현관에 세워둔 데다가 현관은 점점 물로 젖고 있다. 재촉 하실 만도 하다.


“가자. 슬비야.”


내 손을 잡은 유리에게 화장실로 이끌린다...나 혼자 걸을 수 있는데...

유리에게 질질 끌려가는 도중 뒤에서 유리에 어머니와 세하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그보다 아저씨는 안 계세요?”


“시간당 보수가 큰일이 있다면서 같다오겠다고 하던데....아까 전화 해보니까 서울은 아니라

고 하더라. 걱정말래.”


“오랜만에 게임이나 같이 할까 했는데.”


"그 아저씨한테 게임하자고 하는 너나, 그걸 또 진심으로 재밌어하면서 받아주는 40대 아저씨나...하하."


세하네 아저씨는 오늘 안 오는 건가. 그보다 세하는 유리네 아저씨랑도 친하구나. 10년 지기의 관계라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에 들어 같다.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은 차마 말을 할 수가 없다.

내 몸이.......유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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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보셨고 다음편이 빨리 보고싶다면 댓글+추천 부탁드립니다

배고파요.... 

2024-10-24 22:27:1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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