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만약 제저씨가 안경을 벗는다면. -이슬비편: 내가...내가 학부모 면담이라니!-
Maintain 2015-05-10 7
"으...아침인가."
알람시계를 거칠게 눌러 끄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은 대충 선식 한 잔으로 때웠고,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난 평소에 좀 짧게 씻는 편이다. 볼일 보고, 샤워 하고, 이빨까지 닦고 나면 짧을 땐 5분 정도밖에 안 걸릴 때도 있었으니까. 길어야 한 10분 정도였나. 전쟁 때는 1분 1초가 귀했으니까. 그 버릇이 이런 쓰잘데기 없는 데에서조차 남아버린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무려 30분이 넘게 화장실에 있었다. 딱히 변비에 걸렸다던가, 화장실에서 한 번 쓰러졌다던가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수염도 깎고, 몸에 비누칠도 구석구석 하고, 혹시나 씻지 않은 곳이 있지 않나 몇 번이나 확인하느라 그런 것뿐.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정말로,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단 말이냐.
아니,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고작 30대 중반밖에 안 된 아저씨한테, 그런 부탁을 시키는 게 세상에 어딨어. 그 부조리함을 곱씹으며, 나는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유정 씨, 지금 그 말, 진심이야?"
카페에 도착했을 때, 유정 씨는 이미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센스 있게 내게 무설탕 아메리카노까지 준비해 놓고서. 그것도 라지 사이즈로.
돈 좀 굳었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걸 넙죽 받아 마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봤어야 했다. 왜 유정 씨가 갑자기 나한테 이런 걸 사 준 거지, 하고. 평소엔 절대 이럴 여자가 아닌데.
전쟁에서 차원종 놈들의 매복 및 함정도 수 차례 겪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속임수는 이제 쉽게 간파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밑밥에 낚였을 줄이야. 돈의 힘이란 참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부탁이에요, 제이 씨. 제이 씨 말고는, 이걸 부탁할 사람이 없네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유정 씨가 건네준 유인물을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여느 유인물과 다를 바 없는, 그냥 갱지에 인쇄된 평범한 크기의 유인물. 하지만 그 유인물의 출처가 신강고라는 걸 보고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 내용을 보며 아차 싶었다. 쳇, 낚였구나.
"미안해요. 하지만, 정말 이걸 부탁할 사람이 제이 씨밖에 없어서 그러는 점, 부디 이해해 주세요."
"나밖에 없다고? 왜 없어? 나 말고도 대신해 줄 사람 많잖아. 당장 유정 씨도 있고."
"저도 그러고 싶었어요. 하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네요. 아시잖아요? 요즘 제가 얼마나 바쁘게 지내는지."
"..."
그렇게까지 말하니, 할 말 없네. 나와 애들은 그냥 차원종이 나타나는 데 가서 정리만 하고 오면 되니까. 아무래도 요즘 같은 차원종의 출현이 뜸해진 날에는 시간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지.
하지만 유정 씨는 그러지 못하는 모양이다. 요즘 들어 유정 시가 사무실에 오지 못하고 현장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아무래도 관리요원으로서 이것저것 세세하게 기록을 해야 하고 또 정리해야 할 서류들도 많아서 그런 거겠지. 옛날에 데이비드 형이 내 관리요원이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피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한 것도 사실이다. 아마 지금도 억지로 시간을 낸 거겠지.
하지만 이것과 그것은 별개의 문제. 나는 계속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유정 씨도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슬비 그 아이에게도, 저보다는 제이 씨가 대신 가시는 게 더 마음이 놓일 거에요. 저는 그 아이와 제이 씨만큼 친하지는 못하니까."
"뭐...내가 대장하고 친해진 것만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 문제 아닌가?"
유정 씨, 아무래도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아. 내가 괜히 계속 그 부탁을 거절하는 줄 알아?
"뻑하면 쓰러지고 피만 토하는 이런 못미더운 아저씨보다는, 일 잘하고 딱 부러지게 말도 잘 하는 유정 씨가 이런 일에 대해선 대장에게 더 믿음직할 텐데? 그런 날엔, 그런 믿음직한 사람이 가 주는 게 예의 아닌가? 그리고 뭣보다, 유정 씨는 관리요원이잖아. 그 아이의. 관리요원이면 그 정도 일도 해 줄 수 있어야지."
"..."
"그리고 또...난 이런 거, 받아본 기억조차도 없어. 하지도 받아**도 못한 거, 솔직히 난 자신이 없어. 오히려 그 아이한테 부담만 될지도 몰라."
"제이 씨..."
"뭐, 일단, 생각은 해 **. 이 유인물은 일단 가져가도록 하겠어. 커피 잘 마셨어 유정 씨. 그럼, 나중에 보자고."
뭐, 사실 한 모금밖에 안 마셨지만. 살짝 아깝긴 해지만.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카페에서 나왔다. 창문 너머로, 낙심한 듯한 유정 씨의 얼굴이 보인다.
그 표정을 보니 조금 심했나 생각도 들지만...뭐, 일부러 마지막은 좀 매몰차게 말했다. 왠지 모르게 말하다 보니 좀 화가 난 것도 있었고, 또 그래야만 확실하게 싫다는 내 의지가 전해질 수 있을 테니까.
"**..."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한 번 더 유인물을 본다.
유정 씨 말에 따르면, 여느 때처럼 슬비가 아침 일찍 나와서 인사를 했더니, 오늘은 하루만 빠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단다.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기에, 유정 씨가 놀라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니, 이 유인물 한 장만 주고는 그대로 집으로 가 버렸다고. 그리고 그 유인물이 바로 이거고.
에휴,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세상에 어느 아이가, 다른 애들은 부모님과 같이 올 학부모 면담이란 데에, 혼자 나오고 싶어하겠냐고. 그리고 미안하지만, 난 그런 데 갈 자격도 못 되는 녀석이고. 담배라도 한 대 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고 대신 사탕을 꺼내 물었다. 입안에서, 사탕이 부서져 내렸다.
"아, 아저씨다!"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 문을 열자, 가방을 싸고 있던 유리가 나를 반겨준다. 나를 보자마자, 아까처럼 볼을 잔뜩 부풀린 채 내게 덤벼온다.
"아저씨 치사해요! 혼자만 놀러 나가고! 계속 사무실에만 있느라 심심해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그래 그래, 미안하다. 자, 이거 먹고 화 풀라고."
이럴 줄 알고,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사 갖고 왔지. 컵라면을 건네주자, 유리의 표정에 화색이 돈다. 단순한 건지, 순수한 건지...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아까보다 인원이 더 적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동생하고 막내는?"
"벌써 집에 갔어요. 아까 아저씨 없을 때 유정 언니가 집에 돌아가라고 연락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가려다가 이렇게 됐네요."
"그래? 그거 아쉽게 됐군. 그럼 이건 우리 둘이 비울 수밖에 없나?"
동생한테 줄 햄버거와 막내에게 줄 떡볶이는, 결국 우리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정확히는 8할은 유리 뱃속으로 들어갔지만.
"근데...쩝쩝, 아저씨. 무슨 고민,우적,이라도, 꿀꺽, 있어요? 우물우물"
그렇게 한창 잘 먹다가, 입안 가득 먹을 걸 넣은 햄스터 같은 모습으로 유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좀 천천히 먹어라, 체한다. 그리고 입안에 음식 있을 땐 말하지 말고."
"헤헤, 죄송해요. 그럼 잠깐만요. ...꿀꺽. 그래서,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에요? 표정이 별로 안 좋으신데."
"고민?...뭐, 별 건 아니야."
내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았나. 대충 넘어가려고, 녹즙을 한 모금 들이켰다. ...오늘따라 좀 쓴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지 말고요. 좀 알려줘요 아저씨. 예? 저 심심하단 말이에요!"
"별 거 아니라니까...네가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문제고."
뭐...내가 계속 이렇게 거부하더라도, 이 녀석 성격상 모르는 건 끝까지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겠지. 하는 수 없나. 녹즙을 마저 비우고, 나는 말을 꺼냈다.
"유리 너희 부모님께선...학부모 면담 때 뭐 어떻게 하시니?"
"에, 면담 때요? 그냥 뭐...담임 선생님하고 이것저것 얘기도 하시고, 제 성적에 화내기도 하시고, 진로 얘기도 하시고...그냥 그랬는데요. 왜요?"
"만약에 말이야, 네가 생판 그런 거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 그런데 갑자기 어떤 아이의 부모님 대신 그런 데 나가야 하는 일이 생겼어. 그럼 넌 어떻게 할 거 같니?"
"뭐, 그냥...선생님이 물으시는 거에 대답 잘 하고 그러지 않을까요? 면담이란 거, 그렇게 막 이상한 거나 심각한 거 묻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그래? 뭐 부모님 직업이나 다른 건 여쭤보시는 거 없니?"
"그거야 기록부 보면 다 나와 있으니까요. 뭐,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그런 애는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다른 건 아니고...실은 말이지..."
주머니 속에서 아까 전의 그 유인물을 꺼냈다. 그리고 사정도 대충 설명했다. 이런 일이 있어서 오늘 슬비가 하루 조퇴했다, 유정 씨는 내가 슬비 학부모 면담에 나가 주기를 부탁했지만, 난 거절했다, 이런 식으로.
"슬비가...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안 보였던 거구나..."
"그래, 그랬단다. 그리고 난 거절을 한 거고."
"왜요?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잖아요."
"아까도 말했잖아...난 그런 거 받아본 적도 없다고. 경험없는 초짜가, 그런 데 나갔다간 오히려 부담만 줄 뿐이야."
"...무서우신 거에요?"
"뭐, 부정하지는 못하겠네...실수만 해서 그 아이에게 상처주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으니까. 나 같은 미덥지 못한 어른이 보호자로 나서봐야, 대장에게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차원종들과의 싸움에선 경험이란 게 있으니 그나마 그 경험대로 행동하면 다들 무사하게 대피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다. 내가 검은양의 보호자 역할이 된 것도 그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같은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선, 난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일 뿐이다. 친해지는 법도, 그 관계를 유지하는 법도 잘 모른다. 그런 녀석이, 이미 부모님을 잃었다는 큰 상처를 입은 대장을 위한답시고 어줍잖게 나섰다간, 오히려 더 큰 상처밖에 안 주겠지. 그럴 바에야, 차라리 맨 처음부터 거절해 버리는 게...
"...있죠, 아저씨."
유리가 슬쩍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려놨다. 살짝 놀라서 유리를 보니, 유리가 여느 때와 달리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제가 검도 초짜였을 때요, 저 실수 진짜 많이 했어요. 너무 실수 많이 해서, 집에 가서 펑펑 울었던 적도 많았고, 검도 그만둘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실수하는 게 너무 무서워서요. 하지만 그렇게 계속 실수하고 그거 고치려고 노력하고. 이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턴 점점 더 나아져서 결국 더 이상은 실수 안 하게 됐었어요."
"유리야..."
"사범님이 그랬어요. 실수를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때로는 그 실수가 자기는 물론 다른 사람들한테도 폐를 끼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 실수를 계속 피하려고만 하면 자기는 물론이고 그 폐를 끼친 사람에게 만회할 기회조차 놓치는 법이라고요. 그래서, 전 지금도 실수를 무서워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아저씨도 충분히 그러실 수 있지 않나요? 나이가 몇인데."
"거 녀석...마지막에 나이 얘기는 좀 빼 주지..."
"그리고 있죠, 아저씨는 충분히 잘 해 주실 수 있을 거에요.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 오셨잖아요? 난 믿어요. 그 날에... 이미 아저씨는 한 사람을 충분히 잘 이끌어 주셨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유리는 내게 빙긋 웃어줬다. 거 참 쑥스럽구만. 애한테 이렇게 상담은 물론이고, 충고까지 받다니. 하지만 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거 같긴 하다.
유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녁 놀은 볼 때마다 살짝 기분이 나빠진다. 왠지 피 색깔이 연상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너무 쓸쓸해 보이는 거 같아서 말이다. 아침하고 낮만 해도 그렇게 눈이 부셔서 쳐다보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저렇게 빛을 잃고 땅 밑으로 **가고 있다. 마치...사람 인생 끝나는 거 보는 것 같군. 그런 생각에 말이다.
왠지 감성적이 되서 골목길을 걸어가니, 놀이터가 하나 나왔다. 철봉, 시소, 그네, 정글짐, 모래사장 등이 있는 자그마한 크기의 놀이터. 저런 놀이터는 꽤나 오랜만이군. 옛날에 놀이터 가서 그네 타다가 모래사장에 머리부터 떨어졌던 적이 있지. 철봉에도 꽤나 머리 많이 박아봤고. 다행히 철봉이 휘는 정도에서 끝나긴 했지만, 그때는 제법 아팠어. 하지만 다시 보니 또 기분 새롭네.
좀 주책맞긴 하지만 간만에 철봉에나 좀 매달려 볼까. 애들 보는 눈이야 좀 많긴 하지만. 신경쓰지 말고. 그렇게 생각하며 철봉 쪽으로 다가가려다가,
"어...? 저건..."
자그마한 몸집에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는 분홍색 머리. 대장이잖아...? 대장이 그네 위에 앉아 있었다. 장난으로 등이나 좀 밀어 줄까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표정을 보는 게 아니었는데. 대장은 그네에 앉아서,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는 한 아이를 보고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그 여자아이는, 옆에서 같이 흙장난을 치고 있는 엄마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보고 있는 대장의 표정은...거기다 평소답지 않게 등까지 잔뜩 굽어 있어서...후, 더 이상 말하기 싫군. 괜히 나까지 우울해지는 기분이야. 그런 표정으로 대장은 그 모녀를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엇고, 모녀가 떠나자 터덜터덜 저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평소에도 작았던 몸집이 훨씬 더 작게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후..."
집에 돌아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생각했다. 아까 유리의 말, 그리고 대장의 그 모습을. 그런 말을 들은 데다가 그런 모습까지 봐 버렸으니...거절하면 나는 나쁜 놈이 되어 버리는 각인가...?
"하하...어쩔 수 없군..."
나는 유정 씨에게 연락했다. 물론 이럴 거면서 왜 거절했냐고 잔소리 한 바가지 듣긴 했지만, 그래도 끝에는 정말 고맙다는 말도 같이 들었다. 슬비한테는 자기가 연락을 할 테니, 준비 단단히 하고 오라는 말과 함께. 정말이지, 나란 녀석은...
하지만 막상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한 가지 갑자기 불만이 들었다. 아니, 내 나이가 아직 30대 중반인데, 그럼 그 나이에 못 되도 40대 후반 아저씨 아줌마들하고 동급이 되어야 한단 말이야...? 이런 싱싱한 나이에...? 날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그나마 참을 수 있지만, 날 아저씨라고 놀리는 것 같은 이 기분은 참기 힘들다고...!
"부조리해...!"
...그 사실을 깨닫고 울분을 토하다가, 결국 피도 같이 토했다는 얘기는 잠시 잊도록 하자.
뭐, 그런 얘기가 있었다는 거다. 내가 평소하곤 다르게 30분 넘게 씻었던 것도, 아침부터 계속 투덜댔던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있었다는 거라고.
그나저나, 나는 또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뭘 입고 가야 하지...?"
생각해 보면, 학부모 면담 때 애들 부모님이 어떤 옷을 입고 오시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학교야 문자 그대로 가뭄에 콩 나듯이 다닌 게 전부였던 데다 그나마도 면담 때는 하루도 빠짐없이 결석이었으니. 경험이 없으니, 뭘 하지도 못하겠군.
몇 분이나 옷장을 뒤적거리다, 결국 정장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말하길, 가장 유행도 안 타고 어느 곳에서나 무난하게 입을 옷은 바로 정장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지. 그 말이 맞기를 바랄 수밖에.
와이셔츠를 걸치고, 항상 차고 다니는 목걸이를 잘 안 보이게 매고, 넥타이를 몇 번의 실수 끝에 맨 후, 마지막으로 바지와 마이를 걸쳤다. 혹시나 해서 한 벌 장만해 놓은 양복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역시 세상 모든 일에는 만약이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라고. 하나 걱정이라면 색깔이 검은색이라는 건데...검은색 양복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장례식이라...뭐, 괜찮지 않을까? 제발 괜찮았음 좋겠다.
"좋아, 그럼...가 볼까."
마지막으로 옷매무새와 머리모양을 한번 더 정리하고, 나는 집을 나섰다. 가면서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제발 큰 실수는 하지 말자.
예, 안녕하세요. 오늘도 글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더워지는 기분이네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쌀쌀하고...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아무튼 본문으로 넘어와서, 이제 드디어 본격적인 이슬비 루트 시작이네요. 지금까지 송은이, 오세린 루트를 거쳐 왔는데, 이번 편은 어떻게 내용을 전개해야 할지, 그저 막막할 따름입니다ㅠ 혹시나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시고 싶으신 분은 제 이름으로 글을 검색해 주세요.
그리고 이제 슬슬 글의 분량을 조금씩 늘려 볼까 합니다. 조금은 두서없어질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글이 좀 짧지 않냐는 분들도 계셔서 말이죠. 매번은 아니더라도, 지금 혹은 좀 더 많은 분량으로 늘여 볼까 생각중입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