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 부산 전면전 : 2화. 폭풍전야

hyunrang 2015-05-07 2

2화, 폭풍전야

 

끼익- 하는 마찰음과 함께 쉐보레 세단은 UNION 부산지부 본부 건물 앞에 정차했다. 태현과 예희는 차에서 내렸다. 소현은 그들을 내려주고는 건물 지하주차장을 향해 다시 세단을 몰았다. 태현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UNION 관계자, 경찰, 군인들과 본부와 떨어져 있는 조용한 아파트 단지들을 번갈아 비교해 보고는 한숨은 내뱉으며 말했다.

 

"우리는 이렇게 바쁜데 시민들은 아주 천하태평이구만. 위상방어선이 뚫렸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나봐."

"아마도 UNION 측에서 매스컴의 보도를 차단하서 그럴거야."

"왜? 빨리 피난가야 살 텐데?"

"그건 네 누나가 말해 주겠지."

 

예희는 말하며 건물 정문을 가리켰다. 태현은 자동적으로 예희가 가리킨 정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정문을 열고 걸어 나오는 자신의 친누나 한혜원을 발견했다. 혜원은 항상 깔끔하고 단정하게 보이는 검은색 양복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스트레이트 흑발, 태현과 똑같은 회색 눈동자가 특징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여성이다. 성 씨와 흑발, 눈동자 색만 보면 이 여성이 태현과 남매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것들을 제외하면 무엇 하나 닮은 게 없는 남매다.

 

혜원은 오른쪽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긴 후, 예희와 태현에게 따라오라고 말하는 듯한 제스쳐를하면서 말했다.

 

"나 좀 따라올래?"

 

혜원은 태현과 예희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등을 돌려서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예희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고 태현은 입을 찢어질 만큼 하품을 하고 예희의 뒤를 따랐다. 하얀 벽과 하얀 타일로 된 새하얀 복도를 걷고 걸어서 도착한 곳은 갈매기 팀의 브리핑룸이었다. 태현의 기억으로는 이 방은 단 한 번 밖에 쓰인 적이 없었다.

 

8평 짜리 방에 있는 건 사람 3명이 앉을 만한 크기의 소파 두 개와 대형 벽걸이 모니터가 전부이다. 태현과 예희는 스카이블루 색의 소파에 각각 앉았다. 혜원은 소파 사이를 가로질러 모니터 앞에 서서 모니터의 전원을 켜고 클로저 훈련 이후, 첫 번째로 갖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모니터의 검은 화면이 사리지자 나타난 것은 부산 강서구의 지도였다. 이 지도는 혜원이 6 위상억제기가 파손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을 당시 같이 받았던 클립보드에 있던 지도다.

 

혜원이 입을 열려던 찰나, 태현이 든 왼손이 혜원의 브리핑을 막았다. 태현은 왼손을 내리고 자신의 질문을 말했다.

 

"저기 누나, 왜 UNION 측에서 매스컴의 보드를 막은 거야? 그것부터 설명해 줬으면 해."

자신의 브리핑을 끓었지만 혜원은 눈썹 한 번 꿈틀거리지 않고 태현의 질문에 답했다.

"그건 말이야, 만약 보도를 했다면 시내가 어떻게 될 것 같니?"

"음?"

"대혼란이야. 물가는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겠지 시민들은 한시라도 빨리 도시를 빠져나가려고 질서를 깨뜨리며 한꺼번에 부두로 모여들거고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서 범죄의 길에 들어서는 사람들도 틀림없이 나타날 거야. 시정부는 혼란에 빠져 질서를 깨뜨리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할꺼고 말이야."

"으음~ 대혼란을 일으킬 바에는 훈련으로 얼버무리고 덮어버리는 게 낫다?"

"눈치가 빠르네. 네 말대로 시정부와 UNION 측에선 대혼란은 바라는 현상이 아냐. 그러므로 클로저 요원들과 UNION, 부산 시가 이 사건을 빨리 처리해 버린 후, 매스컴에는 간단한 합동 훈련을 했다고 하는 거지. 그러면 시민들은 그 말을 믿고 평소처럼 생활할 테니까."

"그럼, 이 건을 어떻게 조용히 처리할 건데? 부산지부에 있는 클로저라고는 나와 예희 단 둘 뿐인데."

"부산에만 클로저가 있는 건 아니잖아? 신서울지부에서 클로저 두 명을 파견해주겠다고 했어."

"그 외에는?"

 

그 물음에 혜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짧게 답했다.

 

"없어."

혜원에 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태현은 샷건의 개머리판으로 방바닥을 강하게 내려치며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두 명이라고?! 이게 무슨! 고작 네 명의 클로저 요원들로 차원종 대군을 막을 수 있다 생각해? 군의 지원이 있어도 그건 무리가 있다고! 누나, 이 건에 항의는 안 해봤어?"

 

혜원은 관자놀이를 누르고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한숨을 내뱉을 때 어떤 답이 날아올지는 태현도 짐작이 되었다.

 

"물론 항의는 해 봤지. 어떻게 네 명으로 대군을 막을 수 있냐고 말이야. 하지만 본부와 시정부 측에서는 이 이상의 클로저 요원들이 참가하게 된다면 일이 커질 수 있을 리스크가 있고 부산 시 주둔 군대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니까 클로저가 네 명으로도 괜찮다나 뭐라나..."

"그러다가 뚫리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면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야?"

"그렇겠지. 차원전쟁을 다 겪으신 분들인데."

"전쟁까지 겪으신 분들이 자만심에 빠져있다니..."

 

이게 다 평화 때문이다. 전쟁 이후 단 한 번도 차원종이 침입하지 않았다는 건 다행인 일이지만, 이 평화가 부산 지도층과 군사력을 녹슬게 한 것이다. 만약 군과 클로저들이 구축한 방어선 마저 붕괴되고 부산 도심으로 차원종이 물밀듯이 쳐들어온다면 지도층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먼저 전장에 뛰어들까? 태현은 그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지도층 사람들은 그런 대절멸의 상황에선 자기먼저 살려고 온갖 비겁한 수단을 동원 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재력. 즉 돈으로 비행기나 배를 매수하는 것일 것이다. 이것이 너무 기본적인 수단이다 보니 그 다음 수단은 생각이 잘 나질 않았다.

 

"언니, 신서울에서 파견 온다던 요원들은 어떤 사람들이예요?"

 

태현이 머리를 싸매며 끔찍한 상상을 하고 있던 것을 예희가 막았다. 끔찍한 상상에서 벗어난 태현은 예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 잠깐만. 지금 화면에 띄울게."

 

혜원은 모니터와 연결된 테블릿 pc를 조작하더니 모니터에 파견 요원 두 명의 정보가 떠올랐다. 태현은 정보에 나온 두 개의 이름은 조용히 읖조렸다.

 

"이세하... 서유리..."

 

아무래도 사진을 보니 자신과 같은 또래 같았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였다. 정보란에 나이를 보니 둘 다 18세. 태현과 예희와 동갑이다. 전투 무기는 이세하라는 소년은 건블레이드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타입. 서유리라는 소녀는 권총과 카타나를 동시에 사용하는 타입이었다. 보아하니 신서울지부의 요원들은 총기류보다는 근접무기의 사용을 선호하는 모양이었다. 총기류를 주무기로 선택한 자신과 예희와는 차이점이 있었다.

 

신서울지부와의 합동작전을 대비해서 표준말을 완벽하게 구사할 때까지 연습할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어차피 표준말 구사는 부산지부 모든 요원이 포함되어 있는 거지만 말이다.

 

혜원은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려 했다. 제일 처음에 보여준 지도를 다시 띄우며 말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갈까. 너희들은 아까 말했던 신서울지부의 클로저 요원들과 팀을 이뤄 군부대들과 연합해 차원종 무리를 섬멸하는 거야. 임무는 이게 끝이니까 간단해."

"간단하긴 하네, 다 쓸어버리면 끝나는 거니까."

"그렇지. 참고로 신서울지부의 요원들의 도착 예정시각은 오전 5시야. 그 전까지는 차원종들이 잠자코 있어줘야 할텐데."

"5시라... 참 빨리도 오네. 지금이 4시니까... 한숨 자야겠다. 좀 잘께 누나."

"그래, 한 시간이라도 자 둬."

 

태현은 소파에 누워서 코트를 이불 삼아 덮고 잠을 청했다. 잠을 억지로 깨워서 불러온 탓인지 태현은 눕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혜원도 야근 때문에 하품이 절로 났다. 그녀는 태현을 지긋히 내려다보는 예희를 보며 말했다.

 

"예희야, 좀 자두지? 전투 때에는 잠도 못 잘 텐데."

"아니예요, 어차피 한 시간도 믓 잘 텐데요. 거기다 현이의 자는 모습은 매일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네. 나도 어릴 때 빼고는 못 봤네. 현이도 정말 많이 컸구나. 땅꼬마였단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8세가 되었으니. 시간 참 빨라~"

"그렇게 말하니까. 언니 꼭 현이 엄마 같아요."

"그래? 하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네... 참, 커피나 한 잔 타다줄까?"

"예, 고마워요."

"뭘, 커피까지고."

 

소현과 예희는 서로 카푸치노 한 모금을 마셨다. 모니터의 화면 보호기로 비춰지는 주택가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로등이 켜져 있는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량이 10대도 되지 않고, 아파트나 주택은 거의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평소와 같은 밤 풍경 그 자체였다.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훈련으로 가장한 방어작전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살육과 혼돈, 비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신서울지부의 클로저들이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에 맞춰 설정해 놨던 태현의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고, 태현은 역시 짜증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힘겹게 일어났다.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대신 비타민 드링크를 마시고 혜원과 예희의 뒤를 따라 건물 옥상의 헬기 착륙장으로 올라갔다. 어둠이 짖게 깔린 헬기 착륙장을 환하게 밝히는 소프트라이트의 빛을 한손으로 가리며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갔다.

 

헬기 착룍장에는 헬기가 아닌 UNION의 소형 수송기가 착륙해 있었다. 이 수송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므로 착륙장의 크기만 된다면 헬기 착륙장에도 착륙할 수 있다.

 

“정신차려, 현아.”

“으아... 졸려, 졸려...”

 

꾸벅꾸벅 졸면서 걷는 태현을 부축하는 예희. 태현은 아직도 꿈속과 현실 사이를 헤매는 모양이다. 이럴 때마다 태현이 매고 있는 샷건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혜원이었다. 그녀는 그 둘에서 헬기 착륙장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네가 이세하 군, 맞지?”

“......”

 

혜원의 물음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게임기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흑발 소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높은 사람이 말하는데 게임이나 하고 있지만 평소 멘탈이 강한 혜원은 소년의 유니폼에 있는 인식표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세하 맞군. 다음은...”

“예! 서유리 입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원과 같은 길이의 흑발 소녀는 높고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무래도 명랑한 성격의 소녀인 것 같았다.

 

“이세하와 서유리 확인 완료.”

 

혜원은 테블릿 pc에 터치팬으로 체크를 하는 시늉을 한 뒤, 뒤에 있는 태현과 예희를 오른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부산에 온 걸 환영해. 부산지부에 있는 클로저라고는 저 둘뿐이야. 여자애는 천예희, 졸고 있는 남자애는 한태현. 참고로 남자애는 내 동생이지.”

“그렇군요, 남매끼리 UNION에서... 그럼 돈 많이 벌겠네요?”

“뭐, 둘이 먹고 살 정도는 버는 편이지.”

“헤~ 많이 벌겠네요. 참! 어쨋든 언니, 이 일만 다 마치면 푸짐한 보상을 주는 거 맞죠?”

“그렇겠지. 부산이 걸렸으니까. 5개월 동안은 굶어 죽을 걱정이 없을 정도로 큰 보상일 걸,”

“5개월 씩이나요?! 야호~!”

 

혜원과 유리가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예희가 큰소리로 말했다.

 

“현아, 일어나! 아직도 비몽사몽이네! 나 참!”

“어...어... 진짜 너무 졸려... 잠이 필요해...”

“서울지부 애들은 지금 왔는데도 쌩쌩한데. 너는...”

“그건 그 애들이고, 나는 나라고.”

 

태현의 잠과 한창 씨름 중인 예희의 앞에 유리가 다가와 말했다.

 

“저기, 얘도 밤새 게임이라도 했어?”

“아니, 현이는 단지 잠이 많을 뿐이랄까, 특히 밤에. 그나저나 넌 누구니?”

“나는 서유리. 신서울에서 왔어. 그건 그렇고 이 애 깨우는 건 나한테 맡겨.”

“뭐? 현이는 웬만해서는 잘 일어나는데, 괜찮겠어?”

“당연하지. 우리 팀에는 그 애보다 더한 애가 있는 걸. 게임 중독자 이세하 군이라고 있어.”

 

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뒤에 있는 세하를 잠깐 노려보았다. 유리의 시선을 의식한 듯 세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유리는 다시 태현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두 손을 탁탁 털며 태현에게 다가갔다.

 

“아마 단번에 일어날 걸. 잘 봐봐.”

 

유리는 두 팔을 쫙 펄쳤다. 그것을 본 예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뭐지, 무술 동작인가?

 

다음 동작은 그런 예희의 예상을 완전히 산산조각 내는 것이었다.

 

“빨리 일어나라고!”

 

유리의 두 팔이 태현을 감싸는가 싶더니 그대로 태현을 품 안으로 껴안았다. 그순간 반쯤 감겨 있던 태현의 눈이 번쩍 떠쪘으나 핑핑 돌았다. 얼굴은 새빨개져 식은땀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더운건지 갑작스런 허그에 당황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으아아아악! 뭐야! 갑자기!!”

 

태현이 유리의 품 안에서 바둥바둥 거렸다. 그것을 환인한 유리는 그제서야 태현을 해방시켰다. 태현은 착륙장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고 자신을 와락 껴안은 누군가를 올려다 보았다. 태현은 아직도 당황한 듯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했다.

“가, 갑자기 뭐야! 사람을 껴안고! 아이구... 심장이야...”

 

“역시, 이 방법은 직방이라니까. 잠은 다 깼지?”

“그건 둘 째치고 갑자기 껴안는게 어딧냐? 그것도 여자가 말이야!”

“그렇게 소리지르는 것 보니 잠은 다 깼나보네. 좋아, 좋아.”

 

유리는 밝게 웃으며 태현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고는 혜원에게로 걸어갔다. 태현은 일어서며 작게 말했다.

 

“뭐야, 저 여자애?”

 

그 작은 소리라도 들은 듯 태현의 곁에 있던 예희가 말했다.

 

“여자애는 서유리라고 신서울에서 온 클로저래. 덧붙여서 남자애는 이세하. 어차피 알잖아? 한 시간 전에 사진까지 봐 놓고선. 금세 까먹은 거야?”

“그 때는 비몽사몽이여서 말이야. 어쨌든 저 녀석들이랑 잘 해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p.s

주택의 불이 꺼 + 져 있었다를 계속 욕으로 판단하는지 ** 나오네요 그렇기에 부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2024-10-24 22:26:4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