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만약 제저씨가 안경을 벗는다면. -오세린편: 에필로그-

Maintain 2015-05-06 5

"으음..."

햇볓에 눈이 부셔서 눈을 떴다. 선배님의 따뜻함을 느끼며 조금 더 이대로 있을까 생각했지만, 일단 일어나야지. 선배님께, 아침을 대접해 드려야 하니까.

그러고 보면, 어제는 참 부끄러운 짓을 했다. 술김이라지만, 왜 난 선배님께 그런 행동을 했던 걸까. 나같은 무능한 후배 주제에 주제넘는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조금은 후회도 된다.

하지만,

"으음..."

생각해 보니, 선배님은 누군가 옆에 있을땐 아무리 깊게 주무시고 계셔도 일어나신다고 하셨지...아마 전쟁 때의 후유증이겠지. 1초에 목숨이 좌우될 정도로 치열한 전쟁이었다니까. 

그런 선배님이, 지금 내가 옆에 일어나 있어도 깨지 않으시고 편안한 표정으로 주무시고 계신다. 나는 옆에 있어도 안심이 되는 존재라는 뜻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조금이라도 선배님께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아야야..."

아랫배가 살짝 아파온다. 어제는 서로 조금 무리했었지. 마지막에 선배님이 허리가 아프셔서 움직이지 못했을 땐 조금 무서웠지만...

아무튼, 이제 요리를 하자. 옷을 입으려다가, 내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꿨던 꿈이 생각난다. 왜 그땐 그런 꿈을 꾼 건지, 처음엔 당황했지만, 막상 그걸 재현할 기회가 오니 조금은 각오가 생긴다. 꿈 속의 나에게 감사해야 하는 걸까? 선배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것도 살짝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 한 번 해 보자.

"어...세린이...일어났어...?"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일어나신 건가?

"일찍 깼네...? 조금 더 자도 되는..."

말문이 막히신 건지, 눈이 둥그렇게 커진 그대로 굳어버리신 선배님.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일어났는데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앞치마만 입고 있다면 나도 아마 같은 반응이었을 것이다.

"서, 선배님...일어...나셨어요...?"

각오는 했지만, 아무래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앞치마가 생각보다 커서 가릴 만한 데는 다 가려지긴 했지만.

"..."

선배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다만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계실 뿐. 그리고...

"선배님도 참..."

어제 그렇게 무리하셧으면서. 바지는 입고 계시지만, 그래도 다 보인다고요?

"으...미안."
"미안해하실 거 없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날...여자로 보고 계시는 걸까? 조금은 기쁘다. 아무튼, 선배님을 조금 진정시켜 드려야겠지?


(이하생략)


"후...미안하네, 세린이. 아침부터 이런 모습이라니..."
"전 괜찮다니까요? 아무튼 선배님이 조금은 나으신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확실히 어제보단 선배님 안색이 좋아진 거 같아서 다행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어제는 서로 살짝 무리했으니까. 

"아, 그렇지. 선배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일단 아침부터 차려 드릴게요."

일단 아침부터 차려 드리자. 아무래도, 너무 속에 부담이 가지 않는 게 좋겠지? 아직 몸이 완전히 나으신 것도 아니니까.

뭘 차려 드릴까, 생각하다가 결국 죽을 차려 드렸다. 냉장고에서 야채와 계란 등을 꺼내서 죽을 끓여 드렸다. 아, 물론 그 전에 옷은 제대로 갈아 입었고.

"어...어떠세요?"

맛이 있어야 할 텐데.

"맛있네. ...솔직히 말해서, 어제 누님 죽보다 훨씬 나은 거 같아..."

다행이다. 맛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하긴, 어제 그 죽은 좀 그랬긴 했지만...선배님은 그렇게 계속 맛있다고 칭찬해 주시면서, 죽을 전부 비워 주셨다.

"어, 선배님...나가시게요?"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오니, 선배님은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계셨다. 청바지에 흰색 와이셔츠, 그리고 그 안에는 검은 티셔츠를 받쳐 입으셨다.

"그래, 몸도 이제 거의 다 나았으니, 애들 한 번 보러 가야지. 아직 실전은 무리겠지만." 
"아, 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 모두에게 인사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어서..."
"그래. 아,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세린이 너네 집부터 가자고. 옷은 갈아입고 가야지."
"아...그러게요."

아무래도 어제하고 옷이 똑같으면 좀 이상하게 생각하긴 하겠지. 18살이면, 알 건 다 아는 나이일 테니까. 응, 그래야겠다.

선배님 말씀대로, 먼저 집에 들려서 옷을 갈아입고 왔다. 제복이 아닌 사복차림으로. 아, 그래도 모자는 챙기는 게 좋겠지? 모자가 없으면 조금은 허전해.

"아...저기, 선배님. 전 좀 있다가 사무실로 갈게요. 같이 들어가는 것도 애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에요."
"음...그런가? 알겠어. 그럼 나 먼저 들어가지. 천천히 오라고."

사무실 앞에서 선배님을 먼저 들여보내고, 나는 근처 빵집에서 아이들이 먹을 빵을 샀다.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는데. 문 앞에 서니, 선배님과 아이들이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후후, 즐거워 보이네. 나도 저기에 잠깐 끼어 볼까. 이제 저 모습을 보는 것도, 아마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까.

선배님, ...존경해요. 정말로. 이제 선배님을 다시 보긴 힘들겟지만...전 계속 선배님을 존경할게요. 그러니까...







"아, 선배님! 새로운 클로저가 온다고 했었는데...그게 선배님이셨군요? 다시 뵙게 되서, 정말 기뻐요."

...플레인게이트에서 선배님을 본 건,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일이었다.




예, 안녕하세요.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세린 루트, 드디어 끝났네요. 생각해 보면 꽤나 다사다난했던 루트였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도통 나지 않아서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네요.  이래저래 꽤나 힘들었습니다.
계속 예고해 드렸던 대로, 다음은 이슬비 루트로 넘어가게 되겠네요. 아직 스토리 구상도 제대로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글을 써 보고 싶습니다. 나름 중요 인물이니.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2024-10-24 22:26: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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