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영웅의 침묵

qowpduf 2014-12-16 0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 진언과 대수 인철은 멈춰 설 수밖엔 없었다.

입구에는 이미 사람들의 피로 붉게 얼룩진 괴물들이 마을 사람들의 거칠게 잘려진 시신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있었다.

같이 농사일도 하던 사람이라곤 생각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셋을 덮치는 절망은 생각보다 더 잔혹한 붉은 빛이었다. 그 무자비함에 힘없는 셋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괴물들은 셋을 발견하고 괴음을 내며 서서히 다가왔다.

셋은 뒷걸음질 쳤다. 그때 대수가 말했다.

진언아, 인철이 형 먼저가. 내가 막아볼게.”

진언과 인철은 뒷걸음질을 멈추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만 혼자 두고 어디를 가.”

인철이 형 형은 아직 가족들이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빨리 가.”

인철은 품에 않은 아내와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잘근 씹었다.

미안하다. 대수야.”

인철은 뒷걸음질을 시작했다.

대수야 나도 같이 막을게.”

진언이 말했다.

아니야 너도 가라.”

나도 가족들을 다 잃었어. 살 이유가 없다고!”

진언아. 그냥 가라. 너라도 살아야지.”

살 이유가 없다고!”

그래도 살아! 아직 무거운 돌에 눌려서 빛도 못보고 있는 가족들 찾아서.., ... .”

대수는 말을 멈췄다 어느새 대수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장례라도 치러줘야지. 다 죽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진언아. 나는 너처럼 아내한테 잘해주지도 못해서 사랑한다는 말은커녕 좋아한다. 예쁘다. 란 말도, 꽃 한 송이도 준 적이 없어. 그러다 방금 돌 속에 파묻혀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숨이 멎은 아내한테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아무 대답이 없더라?”

야 임마, 그래도 살아야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난 아내한테 못한 말이 너무 많아서 아내가 더 멀리 가기 전에 따라가서 사랑한다고 말해주련다. 너는 많이 했잖아. 그러니까 이번은 나한테 양보해라. 아내가 보고 싶어 내 아가도 보고 싶어.”

진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대수의 눈을 바라 볼 뿐이었다.

진언아. 내 가족들 장례도 부탁한다.”

진언은 고개를 끄덕이듯 푹 숙이고는 뒷걸음질을 시작했다.

대수는 괴물들에게 달려들어 온몸으로 그들을 막아섰다. 동시에 진언과 인철도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고 얼핏 뒤돌아본 곳에 대수는 팔과 다리가 **짝이 되어서도 괴물들을 붙들고 있었다. 둘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하염없이 달렸다.

 

진언과 인철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숲 속에 더 이상 괴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언은 나무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인철도 아내와 아이를 안고 무너지듯 앉았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 진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인철이 형, 형수랑 애는 어디 다친데 없어요?”

응 기절했을 뿐이야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았다 라.”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침묵. 얼마 뒤 입을 연 것도 진언이었다.

형님. 저 괴물들 정체가 뭘까요?”

그 가끔 TV 주파수 잡힐 때 나왔던 놈들 아닐까? 세계 각지의 도시에 나타났다는.”

차원종이란 거요?”

. 맞아.”

뉴스에 보니까 무슨 능력자들이 거의 다 해치웠다고 하던데.”

그런데 왜 이런 곳에 다시 나타난 거죠?”

우연이라곤 설명할 방법이 없어, .”

우연히 나타난 괴물들에 운 없이 죽어나간 건가.”

진언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인철은 진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닌데

아니에요 형님을 원망하는 것 이 아니에요. 그냥 왜 이렇게 됐나 싶은 거예요.”

너무... ... 너무 하잖아요 이런 건. ... ... .”

진언은 한숨을 쉬고 간간히 괴음이 들려오는 산 아래 마을을 바라봤다.

형님, 내가 서울에 살았으면 귀농을 하지 않았으면 우리 가족들은 살 수 있었을까요. 뉴스에선 강남에 가장 먼저 군이 파견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영웅이라고 불리는 위상능력자? 같은 사람들도.”

인철은 가만히 진언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에서 회사 일을 하다가 아내랑 딸을 위해 귀농을 결정했었어요. 그런데 내 가족은 그들을 위한 내 선택에 희생된 거예요. 전 그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 했어요. 운 이 없고 우연의 일치로 죽은 게 아니라 제가 죽인 거예요. 제가... ... .”

진언은 분에 못 이겨 나무를 주먹으로 쳤다. 그리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대수 부탁이 있었어요. 장례를 치러 달라고요. 그 약속 지켜줘야죠.”

진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인철이 서둘러 일어나 그를 붙잡았다.

아직 마을엔 괴물들이 있어.”

기다릴 순 없어요.”

지금 가서 장례라도 치룰 생각이야.”

진언은 식어버린 슬픈 눈으로 인철을 바라만 볼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군이 오면, 그래 그 위상 능력자라고 하는 영웅들이 오면 그때 내려가자. 지금 가봐야 개죽음이야.‘

? 영웅? 그들이 언제 오는데요. 형님 안 내려가실 거면 막지 말아요.”

진언아, 제발.”

형님 제발... ... 제발 절 그냥 보네주세요. 잡지 말아요.”

진언은 붙잡은 인철의 손을 살며시 놓았다.

인철은 모든 것을 놓은체 죽으러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만 봐야했다. 그리고 산 아래로 내려가 이네 인철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진언은 내려오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의 폐허를 ** 아내와 딸 꺼내 품에 앉았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흐르고 괴물들은 서서히 그에게 다가왔다.

괴물이 흉기로 사정없이 그를 내려쳤지만 진언은 조용히 아내와 딸을 않을 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반항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단지 식어버린 가족을 품에 안은 체 소리 없이 무너져갈 뿐 이었다

그리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 쯤 괴물은 이상하게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진언은 사늘하게 식은 아내와 딸을 품에 앉고 조용히 말했다.

여보 미안해. 내가 내려오자고 하지 않았으면, 딸을 보러 당신을 보내지 않았으면 아니 애초에 당신이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 그러지 않았으면... ... 미안해, 여보.”

그렇게 미안하다는 말을 수 십 번 되 네이던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의무반, 여기 사람이 있어요.”

낯선 목소리였다. 진언은 눈을 떴다 처음 보는 검은 머리의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 ?”

, 정신이 들어요? 이제 안전해요. c급 이하의 차원종들 이니까 빨리 정리될 거예요.”

차원종? 정리?”

그는 자신의 옆을 보았다. 여전히 사방은 피범벅이었고 붙든 아내와 딸은 차가웠다.

난 아직도 안 죽은 건가?”

운이 좋았어요. 좀만 늦었어도 죽었을 거예요. 다른 차원종들도 대부분 산으로 이동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당신을 잠깐 공격하다 그만둔 것 같아요.”

운이 좋았다? 이번엔 운이 좋았어?”

진언은 그녀가 가리킨 산을 바라보았다. 인철을 남겨두고 내려온 산이었다.

웃음도,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진언은 검정 머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갑게 물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그녀는 씨익 웃었다. 유쾌한 목소리였다.

영웅은 원래 늦게 나타나는 법이죠.”

멀리서 군인이 그녀를 불렀다.

알파퀸님! 산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응 금방 갈게.”

일어서서 멀어지는 그녀를 불렀다. 진언은 분노에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이미 죽은 사람에게 영웅은 없어. 넌 영웅이 아니야. 그냥 원망스러운 사람이지.”

? 지금 뭐라고?”

넌 네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나? 네가 서울의 강남부터 시작해서 주요도시를 구하고 하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던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나?”

그게 무슨 소리?”

그녀가 진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진언은 근처에 날카로운 돌을 들어 자신의 배에 난 상처에 내려쳤다. 피가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

, 이봐요 지금 무슨 짓을.”

영웅은 없어. 그래, 너도 가족이 있겠지? 그렇다면 적어도 네가 버리고 온 네 가족들에게 너란 영웅은 없어. 그냥 슬플 뿐이야. 죽어가는 사람은... ... .”

진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돌려 슬픈 눈으로 아내와 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저 멍하니 진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조용히 자리를 떠날 뿐 이었다.

2024-10-24 22:21:0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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