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영웅의 침묵1
qowpduf 2014-12-16 0
“아빠. 아빠.”
이제 막 아빠를 부를 수 있게 된 어린 딸이 아장아장 걸으며 진언에게 다가온다.
진언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두 팔을 벌려 다가온 딸을 번쩍 안아 올린다. 아내는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며 그런 부녀의 모습에 따스한 미소를 짓는다.
진언은 딸을 안은 체 아내에게 다가가 뒤에 서서 묻는다.
“여보 음식 준비는 잘 되가?”
“그럼, 이거 파전인데 한 번 먹어봐.”
“그럼 어디.”
진언은 입을 아 벌리고 아내는 그 안에 잘 익은 파전을 조금 잘라 넣어준다. 진언은 눈을 감고 오물오물 음식을 씹더니 씩 웃음 짓는다.
“어때?”
“역시, 요리사 음식 솜씨가 어디 가겠어?”
“맛있지?”
“아니 맛없어.”
진언은 장난스럽게 웃는다. 아내는 진언의 등을 찰싹 때린다. 그래도 웃는 진언이 우스운지 따라 웃는다. 딸아이도 웃는 부모를 따라 마냥 티 없는 웃음을 짓는다.
진언 네 가족과 다른 가구 몇몇이 모여 사는 이 작은 산에 둘러싸인 시골 동네는 느긋하던 평소와 달리 오랜만에 활기를 띤다.
매년 가을, 추수가 끝나면 마을에서 작은 축제를 열기 때문인데, 축제라고 해도 가족끼리 모여 각자 만든 음식을 한데 모여 같이 먹는 정도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이것을 축제라고 부르며 참 즐거워한다.
진언은 30살에 동갑인 아내와 결혼을 했다. 본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그였지만 딸이 태어나고 오랜 고민 끝에 가족을 위해 귀농을 결심했다.
처음 내려와 본 시골에서 그는 가족들이 힘들어할까 걱정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금세 시골 생활에 적응 할 수 있었다. 아내와 딸도 참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잘한 선택이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진언은 이 마을을 어느새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자 지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진언의 집, 앞마당에 모이기 시작한다.
그들이 들고 온 음식의 맛있는 향기에 사람들 금세 왁**껄해진다.
해가 뉘엿뉘엿 볏단을 쌓아둔 밭 너머 산으로 모습을 감추자 진언은 마당을 간이 조명으로 밝힌다. 갑작스레 나타난 눈부신 빛에 방향 감을 잃은 벌래 들이 불에 달려들었다가 순식간에 타버린다.
마을 사람들은 넓은 평상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다.
서울과 도시에 나타났다는 괴물들의 이야기. 세계정부가 나섰다는 이야기 능력자들이 활약하는 이야기같은 이야기도 간간히 들리지만 이런 외진 시골마을에선 그냥 먼 나라 이야기였다.
진언과 그의 아내도 한데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운다.
“진언아 이 파전 맛있는데 네가 만든 거냐?”
진언의 친구인 대수가 파전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먹으며 말한다. 진언은 그의 물음에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내 아내가 만들었지.”
“이야, 역시 제수씨 음식 맛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럼, 요리사였는데.”
진언의 아내는 주책없이 잘난척하는 남편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그런데 제수씨는 어디 있냐? 인철이 형 형수도 안보이고?”
진언은 웃으며 대수에게 묻는다. 대수는 파전을 연신 집어 먹으며 말한다.
“응, 아들이 안 깨서 집에 인철이 형 형수하고 같이 있어. 좀 있다 온데.”
그러다 툭하고 파전을 한 조각을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린다.
“아이고! 이 아까운 걸.”
대수가 아까운 듯이 파전을 주워 버리려 하자 어디선가 나타난 대수와 진언의 동네형인 인철이 파전을 슥 주워 먹는다.
“아 형님 그걸 왜 먹어요.”
“뭐 임마,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인철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한다.
“그리고 이 맛있는 음식을 언제나 먹어볼 수 있겠냐. 네가.”
“크크, 제 아내가 요리 솜씨가 없기는 해요.”
진언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대수야 자꾸 그러면 제수씨한테 내 아내가 다 말해버릴 거야.”
“에이 아니야. 제수씨가 설마 그러겠어?”
“다 말해버릴 거예요.”
진언의 아내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 모습에 진언과 대수 인철은 다 같이 웃는다.
그때 집안에서 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딸 일어났나 보네.”
진언의 아내가 일어나 딸에게 가려한다. 진언이 말한다.
“내가 갈까?”
“아니야 내가 갈게.”
“그래 그럼 갔다 와.”
진언의 아내가 집안으로 들어가고 셋은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러다 얼마 후 아내가 너무 늦는다 싶어 진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시만.”
집안으로 가는 진언에게 대수와 인철은 그를 언뜻 바라보더니 이야기 계속한다.
“형님,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차원종이라는 괴물들이 나타났다는 데요?”
“응 그렇다네, 나타난 지는 한참 지났고 지금은 뭐 우상능력잔가 뭔가가 나타나서 다 해치워간데.”
“위상능력자 아니요 형님. 하, 이 산골은 소식이 느려서 큰일이여. 그 괴물들은 신출귀몰하게 나타난다던데 여기 나타나면 어쩔는지.”
“아 나라에서 와 주겠지.”
“나라가 이런 시골이나 신경을 쓰겠어요?”
“것도 그래.”
대수와 인철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진언은 현관문에 다가가 문을 열려고 한다.
그때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온다.
마루에 앉아있던 인철은 바람에 손을 대보며 말한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동시에 이상한 바람에 잠시 멈춰 섰던 진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열려는 순간, 순식간에 마을 곳곳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마을 곳곳에서 들리는 굉음, 마당에 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멀뚱히 폭발한 장소를 바라만 본다. 진언은 불길한 예감에 온몸에 소름을 느끼며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집이 일그러지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
진언은 뒤로 현관문체로 뒤로 튕겨져 나간다. 아주 잠깐 멍하던 진언은 어느 것을 보고 만다.
무너진 집의 현관이었을 돌무더기 틈 사이로 살짝 나와 있는 피투성이의 아내의 손.
진언은 이성을 잃고 그곳에 달려간다.
하지만 그를 대수와 인철은 붙잡고 겁에 질린 눈으로 잔해를 바라본다.
진언은 오열하며 몸을 빼내려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그들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이거 놔!”
“저... ... 저길 봐.”
진언은 붉어진 눈으로 대수가 가리킨 잔해를 바라본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생물들이 무리를 흉기를 든 체 아비규환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진 않지만 흉측하게 생긴 모습 난생처음 보는 위압감에 사람들은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다.
“저게 뭐야.”
인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진언이 둘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그 괴물들에게 달려간다.
“네놈들이!”
진언은 달려들어 괴물의 눈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괴물이 나자빠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 굉음을 낸다. 하지만 나머지 괴물들이 진언에게 달려든다. 진언은 괴물의 발에 채여 뒤로 나자빠진다.
“쿨럭, 으... ... 으.”
진언은 분노한 눈으로 괴물을 노려보다 그만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괴물들은 사람들에게로 달려든다.
피가 사방에 튀고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누구도 이 작은 시골마을에 일어난 비극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단지 자신의 아내가 자식이 부모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체 도망치는 수밖에는 없었다.
대수는 기절한 진언을 업었다. 힘이 좋은 대수는 기절한 진언도 쉽게 업을 수 있었다.
“형, 우선 집으로 가봅시다. 집근처에도 폭발이 있었어요.”
인철은 고개를 끄덕이고 괴물들을 피해 진언의 집을 빠져나와 대수의 집으로 향했다.
둘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만 자신들의 가족이 무사하기 바랄뿐 이었다.
대수의 집에 도착한 둘은 망연한 표정을 지을 수밖엔 없었다.
처참하게 무너진 대수의 집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잔해 위에는 아까와 같은 괴물들이 흥분한 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대수는 무릎을 꿇고 주저 않았다. 잔혹한 현실의 무게에 대수와 인철은 망연해 할 뿐이었다.
그때 잔해 위에서 움직이던 괴물들이 대수와 인철을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괴물들의 흉기는 대수를 내려치려 하지만 둘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흉기가 대수를 내려치려던 순간 누군가가 대수를 가까스로 밀쳐 구해냈다.
“정신 차려!”
진언이었다. 기절했었던 진언이 어느새 깨어나 대수와 인철에게 소리쳤다.
“잘 들어봐! 아이 울음소리야! 잔해에서 나고 있다고!”
그제 서야 대수와 인철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이다. 아이 울음소리야.”
대수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어, 어서 구해야해.”
인철이 서둘러 잔해에 다가가려하자 진언이 그를 붙잡았다.
“주위를 둘러봐. 괴물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어. 이놈들을 처리 하는 게 먼저야.”
진언의 말대로 괴물들은 서서히 셋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 맞아 이놈들을 빨리 처리해야 아이를 구할 수 있어.”
“하지만 어떻게?”대수와 인철의 물음에 진언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내가 유인하겠어. 그 사이에 잔해를 파내서 아이를 구해!”
“하지만 혼자서 어떻게.”
“제발! 서둘러 내 말대로 해 형. 더 이상.”
진언은 잠시 말을 멈췄다. 대수와 진철은 그를 바라보는 수밖엔 없었다.
“더 이상 저놈들이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아.”
진언은 냉정하게 내뱉었지만 그 안에 서린 분노를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눈 앞 에서 가족을 잃은 고통을 그 둘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진언에게 맡긴 체 폐허로 변한 집으로 내달렸다.
괴물들은 순간 내달리는 둘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진언이 큰소리를 지르며 괴물중 하나의 목을 뒤에서 잡아 십자로 졸랐다.
“여기다 이 **들아!”
다행이 괴물들의 주의는 진언에게 끌렸다.
하지만 괴물은 상상이상으로 단단했다. 그리고 힘도 강했다. 괴물이 몸을 이리저리 흔들자 진언은 금세 나동그라졌다.
넘어진 진언에게 괴물들이 달려들었다.
진언을 향해 내려치는 흉기를 몸을 굴러 가까스로 피했다. 흉기가 찍힌 장소는 크게 파여 있었다.
소름이 돋았지만 진언은 그런건 이미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분노만이 가득했다. 몸을 던져 괴물중 하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두 주먹으로 힘껏 내려쳤지만 괴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으윽.”
오히려 내려친 진언의 주먹이 찌그러져있었다. 뼈가 부서진 듯 했다.
그때 뒤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진언은 가까스로 몸을 숙여 피했다. 그리고 그 흉기에 밑에 있던 괴물이 대신 맞았다. 그러자 맞은 괴물이 괴음을 내며 불타듯이 사라졌다.
‘내가 쳤을 때는 아무런 피해도 없더니 어째서?’
하지만 괴물들은 진언이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때 인철이 진언을 불렀다.
“진언아, 구했어! 서둘러 도망치자!”
인철의 품에는 피투성이인 아내와 포대기로 보호된 아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수의 품에는 누구도 안겨있지 않았다.
멍한 표정의 대수에게 진언은 아무 말 않고 뒤로 돌아 둘과 함께 폐허를 지나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을 향해 도망쳤다. 대수는 달리면서도 고개를 자꾸만 돌리며 멀어지는 페허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