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COMMANDER 한석봉 (2)
라우리카 2014-12-16 5
1화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255
유리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이후로부터는, 너무도 현실감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마치 하늘색 네온사인을 켜놓은 것 같은 둥그런 원이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TV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차원종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유리는 칠흑으로 빛나는 검을 뽑아들고, 다리에 차고있던 권총에 손을 갖다댔다.
"뭐하고 있어? 얼른 도망가라니까!"
유리는 내 쪽을 돌아보며 다급하게 외쳤지만, 나의 귀에는 이미 모든것이 웅웅거리는 잡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인간은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크게 두가지로 갈라진 유형의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첫번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전력으로 도망치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너무나 큰 공포감에 몸이 굳어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
-불행하게도, 나의 유형은 후자였다.
"어...... 어어......"
빗자루를 끌어안은채로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은 나는 도망치기는 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이야앗~!"
유리는 차원종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검으로 그들을 베어넘기고, 총을 쏴서 쓰러뜨렸다.
"유정 언니!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왜 경보 발령이 이렇게 늦은거에요?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구로역 플랫폼 안에 차원문이?!"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도 지금 조사 중이란 말이야! 이 근방에서 위상력 변화는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구!"
"네에?! 그럼 위상력 변화도 없이 차원문이 열렸다는 거에요?!"
"그래!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차원문이 나타나기 직전, 위상력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했어!"
공포감 때문에 눈앞이 아득해진다. 유리는 자신의 상관으로 보이는 사람과 다급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 김유정 씨겠지, 아마도......
"일단 플랫폼 안에 있는 일반 시민들은 전부 대피시켜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어! 특경대 배치도 곧 끝날테니까, 조금만 혼자 버티고 있어!"
"잠깐만요 유정언니! 지금 여기 석봉이가......"
유리는 무선이 끊어지자, 내가 주저앉아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보아하니 몸이 안 움직여지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일단 나한테 안겨!"
"......"
나에게는 더이상 뭐라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아무 말도 없자, 유리는 한심하게 주저앉아 있는 나를 번쩍 들어올려 안은 후, 출구 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165cm에 44kg. 잘 먹지 않아서 몸무게는 적게 나가는 나이지만, 그래도 여자에게 공주님안기를 당하니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출구 근처에 도착해서 유리는 나를 내려놓았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는 혼자 걸어갈 수 있지? 얼른 도망가!"
"어...... 응?"
아직 정신이 몽롱한 상태이던 나는 힘겹게 일어서서 출구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나에게로 보라색 레이저 같은 것이 날아왔다.
"으아악!"
그게 뭔지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나는 팔로 얼굴을 감싸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천천히 눈을 떴고,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된다.
레이저를 맞은 것은, 내가 아니라 유리였다. 유리는 나를 감싸려다가 배에 레이저를 관통당한 것이었다.
"유리야!"
퍼뜩 정신이 든 나는 쓰러져있는 유리에게로 갔다. 배를 움켜잡고 쓰러져있는 유리의 입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었다.
"으...... 으아...... 어떡하지......"
나는 일단 급한대로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어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유리의 배에 단단히 묶었다.
"바...... 바보야...... 빨리 도망가라니까......"
"아...... 안돼. 치료를 해야......"
"나는 위상력이 있으니까...... 차원종의 공격으로는 여간해선 죽지는 않아...... 하지만 너는 아니잖아......"
유리는 피를 계속 뱉어내면서도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너...... 나를 감싸다가 그렇게 된거잖아......! 근데 어떻게 나 혼자 도망가......!"
나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아니, 사실 정말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거이거...... 오늘은 뜻밖의 수확이 있군."
그때, 마치 목에 가래가 낀 듯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온 얼굴을 검은 붕대로 감싸고 있는 그 남자는, 우리 쪽으로 똑바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 현대판타지 쓰기 진짜 힘들어요.
전개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