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COMMANDER 한석봉 (1)

라우리카 2014-12-16 6

 

오후 4시 40분, 학교 수업을 마친 나는 지친 발걸음으로 내가 알바하는 편의점이 있는 구로역으로 향했다.

구로는 위험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로역은 위상력 억제 장치를 단 무인열차가 달리고 있는 덕분에 그닥 위험하진 않다.

그래서 나도 구로역 안에서 편의점 알바같은 걸 할 수 있는거고.

 

"흐아아암......"

편의점 창고에서 빗자루를 꺼내 온 나는 게임 생각을 하며 바닥을 쓸었다.

 

"참자...... 이것도 퀘스트라고 생각하면 참을만 해......"

블레이드&스피릿, 아이언, WAW 등등......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의 계정비를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편의점 알바를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알바는 내 성격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매일같이 든다.

 

"석봉아~!"

그 때, 고개를 푹 떨구고 청소를 하는 나를 부르는 명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서유리."

이 녀석은 나와 같은 반인 여학생으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얼굴은 괜찮은 편이다. (덧붙여서 가슴도 상당히 크다)

거기다 이녀석은 내 친구인 이세하, 그리고 이슬비와 함께 유니온에 소속된 클로저 요원이기도 하다.

 

"석봉아~! 여기서 뭐해~! 가서 떡이나 썰어야지~!"

"떡이나 썰라니..... 그건 한석봉 어머니가 하던 거잖아...... 그보다 너, 한석봉이 뭐하던 사람인지나 알아?"

"응? 떡 만들던 사람이잖아?"

너의 그 무식함에 경례를 표하마. 역시 가슴이 큰 여자는 머리가 나쁘다는 속설은 진실이었나......

 

"...... 한석봉은 서예가였거든?"

"뭐어? 붓 가지고 글씨나 쓰던 사람이 그렇게 유명할 리가 없잖아? 너 바보냐?"

당장 한석봉 선생님께 사과해! 하고 소리쳐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큰 소리를 내면 에너지 소모가 심할 뿐더러 바보는 상대하면 자기만 바보같아진다.

그래서 나는 옆에서 뭐라뭐라 떠들고 있는 서유리를 무시하고 바닥이나 쓸었다.

 

"...... 그런데, 슬비하고 세하는 안 왔어?"

"응? 슬비랑 세하는 유정 언니 명령으로 종례 끝나자마자 강남으로 갔어. 차원종 정리하러."

"그래......?"
이녀석들이 너무 친근해서 무심코 잊고 있었다. 이녀석들은 클로저, 그러니까 차원문이 열리는 곳에 가서 차원종들을 처리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하고있다는 것을.

 

 

지금 신서울은, 나에게는 마치 게임 속 세상처럼 느껴진다.

언제 처음으로 차원문이 열렸는지는 잘 모른다. 그야말로 인류의 존속을 걸고 싸웠다는 차원전쟁도,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솔직히 차원종이라는 것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그런 위험한 것들이 우리와 같은 도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자각이 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게임 속 세상처럼 느껴지는 것이고.

 

-하지만 이녀석들은 다르다. 이녀석들은 매일같이 목숨을 걸고 차원종들과 싸우고 있다. 내가 게임 속 세상이라고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는 세상이, 이녀석들에게 있어서는 현실인 것이다.

 

말 그대로, 나와는 사는 세상이 다른거겠지......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응?"

나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음료수 진열대에서 에너지음료를 한 캔 꺼내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멍청하게 서있는 유리에게 그것을 던졌다.

 

"우왓! 이게 뭐야?"

"...... 받아. 내가 쏘는거야."

"오~! 진짜? 고마워!"

유리는 캔 뚜껑을 따고 안에 든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무심코 피식 웃고 말았다.

 

"키야~~~! 역시 공짜로 먹는건 맛있어~! HP가 차는 기분이 든다!"

"그러냐......"

"응! 근데 왜 갑자기? 평소에는 좀 까칠하더니."

"......그냥. 이거 마시고 열심히 싸우라고."

 

그래. 나는 어차피 위상력도 없는 일반인이다. 마치 게임과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저녀석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존재인거다. 이걸 게임으로 말한다면......

 

저녀석들은 플레이어블 캐릭터, 그리고 나는 NPC인거겠지.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건, 기껏해야 힘내라며 에너지음료를 주는 것 뿐이다.

 

 

위용- 위용- 위용-

 

 

그런데 그때, 플랫폼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나는 빗자루를 품에 안고 잔뜩 움츠려들었다.

"잠깐......! 이거 설마......!"

"뭐야......? 왜 그래......?"

옆에서는 유리가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뜬 채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원문 경보야! 그것도 A급! 석봉아! 얼른 도망쳐!"

 

 

 

 

 

 

 

 

 

-GM형님들...... 정식 오픈때는 슬비x석봉 말고 유리x석봉으로 어떻게 안될까요......?

2024-10-24 22:21:0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