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특경대 입대하는 이야기 0
키느님 2015-04-19 0
2021년 - 이세하 성년
"이럴 수가"
두 손이 떨린다.
생각이 새하얗게 정지한다.
이건 내가 원했던 일이다.
그럴 텐데도 실상 이 손으로 체감하니 기분이 말이 아니다.
[입영통지서]
"내가 미쳤지...."
-텅
몸에 힘이 빠진다.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처박는다.
"2일 남았나."
사람은 원래 큰일을 치르기 전에는 깊게 생각해본다고들 한다.
왜 내가 입대를 하지?
-그래도 사람은 구하고 싶으니까
어째서 이렇게 되었지?
-이제는 클로저도 아니니까
해서 어떻게 되지?
-옛 동료도 볼 수 있을 테니까 (졸업 후에는 한 번도 못 봤다.)
"이 심란한 기분 어쩔까"
팔, 다리가 둥실하고 떠있는 느낌이 싫다.
어제까지 하던 게임도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다.
** 최종보스한테 깨지고 다시 도전해야 하는데
산책이라도 잠시 다녀올까 하는 마음에 잠시 집 밖으로 나갔다.
공원은 어느 때와 같이 화사한 낯빛과 지나가는 사람들, 이었어야 했다.
"공습?"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소형 차원문의 등장과 함께 차원종(D급정도)이 허공에서 들이닥쳤다.
차원종은 아직 차원압력에 적응 중인지 신기해서 바라보는 사람들을 지켜보고만 있다.
"이것 봐요! 다들 뭐 해요 대피하시라고요!"
아마 적응이 끝나면 당장 사람들을 향해 공격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 차원종은 옆에 있던 동상의 잔해를 떼어 사람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그 공격을 시점으로 다른 소형문과 함께 공원은 삽시간만에 D급 차원종들로 붐볐다.
이상하다.
소환하고 있는 고위급 놈이 없다.
하지만 흩어지는 사람들을 보고 안심하며 나도 도망가기 시작했다.
벌써 1년 이상이나 지났는데도 손이 떨린다.
몸이 싸우자고 말한다.
외면하며 도망쳤다.
이제 나는 클로저도 아니며 위상력도 안 나와서 저들을 제압할 수 없으니까.
그 후로는 10분 만에 특경대와 강남 일대를 책임지는 부관리관 되는 클로저요원이 와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다고 한다.
"야아~ 곧 훈련병 되실 영웅군!"
그 소리와 어깨에 -턱 하는 감각이 찾아왔다.
"은이누나 안녕하세요"
"역시 시무룩하네"
그야 이제 2일있음....
"하하! 장갑차 운전병이라며? 그럼 격전지로 바로 배치 받겠네? 2달만 있음 다시 보는 건가?"
"으... 그건 그렇고 애들은 잘 지내요?"
"음 제이 아저씨랑 미스틸은 여행, 슬비는 중국으로 파견 유리는 지금 수업중일걸?"
"유리 대학교 갔나 보네요? 이제 완전체 공무원이다! 하고 좋아했었는데 졸업식 때"
거기까지만 하고 더 자세한 건 묻지 않았다.
간단히 상황설명을 하고 돌아가려 했는데, 강남 부책임관 클로저요원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 혹시 이세하님 아니에요?"
"에 맞아요"
내가 맞다니 얼굴에서 존경의 눈빛이 보였다.
"우와 그 교과서 및 교본에도 나오는 대영웅을 실물로 보다니!"
하하. 난감하네
잠시 자리를 옮겨서 천천히 이야기해도 되겠냐며 그녀는 식사를 권했다.
지금 뭐가 배에 들어갈 기분이 아니지만 호의는 받기로 했다.
이 여자는 우리 엄마를 존경해 위상능력자임이 판별되자 바로 유니온에 훈련생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는 와중 수습요원이 되지 못하고 낙심하려 할 때 존경의 대상의 아들이 클로저요원이라는 것을 알고 더 의기를 불태웠다한
다.
들어보니 그때가 한참 강남에서 검은양팀에게 승급심사를 부당한 조건으로 책정했을 때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때 말렉을 때려눕힌 우리 영상도 봤다고 한다.
엄마에게서 원동력을 얻고 나를 롤모델로 삼아 드디어 정식요원으로 승급했다라는 이야기다.
"19세인데 벌써 정식요원이라니 대단하네"
하며 칭찬하니 부끄러운 듯 어버버 하는 모습이 조금 귀엽다.
급하게 화제를 바꾸고 싶어서 생각할 겨를 없이 이야기한 건지, 롤모델이라는 나의 현상황을 확인한 건지 의도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물었다.
"위상력은 이제 안 나오는 거예요? 확실하게?"
표정이 굳은 게 티가 났는지 바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생각하기 싫지만 나는 정확히 1년전 이날 난 클로저를 그만두었다.
유니온 사령본부에서 열렸던 심문회에서는 완전히 인류의 반역자정도를 보는듯한 시선이 아직도 기억난다.
하지만 검은양팀에 있었을 때의 공로와 그 때 내가 했던 행위는 인류의 큰 기여도가 인정되서 이렇게 단순히 퇴역조치로
끝난것이다.
그럼에도 이 몸은 아직 클로저였던 때를 잊지 못하는지, 아니면 옛 동료와 같이 싸우는 그 상황에 매료된 건지
일반인이면서도 차원종과 싸울 수 있게 특경대에 자원입대를 하게 되었다.
"도대체 그 기술이 뭐죠? 그 기술 때문에 영웅임과 동시에 불명예로 퇴역했다고 들었는데"
"기술? 아. 그거?"
"네 베이징이 점거당했을 때 군단장을 2체나 동시에 소멸시켰다는 그거요! 그 주위에는 물리법칙 붕괴현상이 일어나서
영상이 없더라고요"
"별로 그냥 호기심이었을 뿐이고, 얘기해주기 싫어 미안해."
입에 남은 씁쓸함을 물로 털어낸 순간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바보는 차원종의 위상력을 자기 위상력이랑 합친 거야"
"?!"
익숙한 목소리.
바로 뒤를 돌아보니 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