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If he...

제노인 2015-04-19 4

사람이 살다 보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때가 있다.


그리고 보통 선택하고 나면 후회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솔직히 뭘 선택해도 후회는 하게 되지만.


그리고 내 선택의 결과가 어땠냐면


"이봐, 이야기 들었나?"


"무슨 이야기?"


"여기 수감되어 있는 녀석 말이야."


"하아, 그 이야기를 어떻게 모르겠어.  차원종과 결탁해서 군단장인지 뭔지가 됐다는......"


회춘하게 되면 이런 쓸데없는 부작용이 생긴다.  듣고 싶지 않은 것까지 들리게 되니까.


귀를 틀어막고 잠을 청하려는데 어디선가 낮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수고가 많네."


"허, 헛, 지부장님......"


지부장이라고?  설마......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네.  면회객이 찾아왔으니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나?"


"하, 하지만 이 녀석은......"


"걱정할 것 없네.  한 때 내 친구였던 녀석이니 적어도 날 죽이지는 않을 걸세."


"정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지부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감시원들을 몰아내고 마이크의 전원을 올렸다.


"오랜만이군."


"형?  형이 여긴 무슨 볼일이야?"


유니온 신서울 지부장 데이비드 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중진담을 나눌 정도로 편한 사이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후우, 간만에 만나는 건데 반응이 까칠하군.  어릴 땐 참 착한 아이였는데 말이지."


"말 돌리지 말고, 왜 왔는지나 말해 봐."


"자네도 들었겠지.  너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네."


"장난치는 실력이 많이 늘었네?"


"지금 이 상황이 장난으로 보여요?"


**,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보게 되니 속이 뒤틀릴 것 같다.


"반가워, 유정 씨."


내 관리요원이었던 사람이자 내가 마음을 두고 있던 여자다.  별로 대면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 형의 사람 속 긁는 솜씨는 정말 일품이다.


"도대체 왜, 왜 그런 거에요?"


"아, 그게 말이지......  큰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해 두지."


정적이 흐른다.  이 여자의 시선이 내 머리를 향해 있는 것을 문득 눈치챘다.


내 죄의 증거.  악마의 상징으로도 불리는 그것을.


"부연설명이 필요하면 해 주지.  유니온의 돌아가는 꼬라지에 진절머리가 났거든.  그래서 냅다 백기 들고 놈들한테 항복한 거야."


"...말아요."


"응?"


"거짓말 하지 말라고요......"


이봐, 부탁이니까 그 다음 이야기는 하지 마.


"당신 눈빛에서 뻔히 보인다고요.  거짓말이라는 거."


아, **.  평소엔 내 부탁 잘 들어주더니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거야......


"알고 있어요.  당신은 아이들을, 그리고 이 세상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혼자 총대를 매려고 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왜 나한테는......"


형이 파르르 떨리는 이 여자의 어깨를 감싼다.


"예전의 날 생각하는 거라면 헛다리도 이런 헛다리가 없는 거야, 유정 씨.  난 내 의지로 차원종이, 군단장이 되기로 한 거니까 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여자가 나를 노려본다.  역효과였나......

"그러세요?  그럼 그 군단인지 뭔지를 당신 손으로 쓸어버린 건 어떻게 설명할 거죠?  여기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건 대체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요?"


그만 해, 유정 씨.


"당신은 언제나, 언제나 그런 식이었죠......"


그 이름으로 날 부르지 마.  그렇게 불릴 자격 없으니까.


"제이 씨......"


내 안의 뭔가가 무너져버렸다.


"미안......"


이 대사는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실수해버렸군.


"......"


다시 정적.


"형."


"왜 그러나."


"오늘 면회는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형이 나를 서글픈 표정으로 쳐다본다.


왜 그래, 그런 표정으로 날 쳐다보면 마음 약해지잖아.


"이만 일어나지, 유정 씨."


형의 부축을 받아 유정 씨가 간신히 일어난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그럴 만도 하다.  가장 신뢰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으니.


"잠깐, 가기 전에 유정 씨에게 할 말이 있어."


이런, 또 말실수를 해버렸다.


"말 하게."


이봐, 지금 결정타라도 날릴 생각이냐.  이쯤에서 그만 둬.


"유정 씨."


"......"


여자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입 다물어, 제이.

"아이들, 부탁할게."


털썩, 그녀가 주저앉는다.


"!!!!!!"


그녀가 울부짖는다.  **, 이제 속이 후련하냐?  사람 하나 붙잡아서 박살내니까 속 시원하냐고 이 쓰레기야.


"시간이 다 되었네.  그만 돌아가지."


마이크가 꺼지고 두 사람의 모습이 멀어졌다.


그 날, 나는 눈물이 말라버릴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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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이가 G타워 스토리에서 애더남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에서 시작한 망상이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에휴, 아련하게 쓴다고 썼는데 필력이 후달려서 재미 없어진 점 죄송합니다 ㅠㅠ



P.S. 제이X유정은 진리입니다.  왜냐고요?  제이X유정 이니까요.

2024-10-24 22:25: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