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4-

이케아라 2015-04-17 7

G타워 옥상.
복구중인 신서울일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수있는 고층 빌딩이자 유니온의 임시 지부로 사용되고 있는 이 건물의 최상층.
일반 항공기도 쉽게 진열할 수있는 방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이 옥상에서 검은양팀의 요원들이 관리요원 김유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집예정시각까진 약 10분정도 남은상태. 먼저 대기하고있던 이슬비가 옆에있는 제이에게 말을 걸었다.


"흠... 유정언니가 오실때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몇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제이씨."


"오. 똑똑한 리더께서 나한테 질문을 하다니 별일이군. 무슨일이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어 오는 제이의 말을 듣고 슬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부에서 저희들을 호출한 이유는 검은양팀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서라고 했어요. 하지만 전 그게 다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유니온이 검은양팀을 호출하는 진짜 이유가 뭐죠?"


"...짐작가는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의심이 되는건 우리들의 입을 막기위해서가 아닐까싶은데."


"입막음...이라고요?"


당황한 표정을 지은 슬비의 말에 제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우리가 수습요원으로 승격할땐 심사내용을 바꿔서 방해하고, 자기들의 명예를 지키기위해 정식요원심사까지 억지로 치르게한 놈들이 우리의 공로를 얌전히 인정할리가 없지. 표면적으론 우리를 칭찬하고 상을 주기위해서라고 할테지만, 진짜 목적은 유니온본부가 검은양팀에게 가한 부조리한 행위를 입밖으로 내지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일꺼야."


"...유니온의 명예를 지키기위해서 인가요?"


"그렇겠지."


유니온은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최대조직이다. 그런 유니온이 강남을 구한 검은양팀에게 부당한 짓을 저질렀다는게 널리 퍼지기라도하면 식간에 세계적인 화제에 오를것이고 유니온은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것이다.


"과연... 그래서 저희들을 본부로 호출한 것이군요."


슬비가 유니온에대한 경멸의 시선을 보내며 말하자 제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너무 그렇게 섣부르게 판단하진 말자고. 아무리 내가 유니온의 전직 요원이었다곤 해도 100% 정확한 사실을 입에 담은 건 아니니까."


하지만 제이도 유니온에대한 불신이 쌓이고 쌓였기 때문에 자신의 말이 사실일거라고 거의 확신한듯한 말투였다.
두사람이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서유리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에이~ 너무 그렇게 무거운 애기만 하지말고!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오? 유리가 먹을걸 건네주다니 별일이군. 잘먹도록 하지."


유리가 건네준 과자를 건네받은 제이가 바로 손에 담긴 과자를 입안에 털어놓고 몇번 씹은뒤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안색이 싹 바뀌었다.


"허억..! 나도 모르게 과자를 먹었어...! 몸에 안좋은건 끊고 있었는데! 약이... 과자를 먹었을땐 뭔 약을 먹어야되는거지?"


"우웅... 과자먹는데도 약을 찾아야될 정도로 아프세요. 아저씨?"


"우리 막내가 과자의 위험성을 잘 몰라서 그래.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야."


허둥지둥대며 자기의 약상자를 뒤지는 제이의 모습과 그를 보고 어이없어하는 미스틸을 보고 슬비와 유리가 실소를 자아냈다.
이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만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던중 G타워 옥상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김유정이 걸어나왔다.


"아... 다들 모여있었군요. 늦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유리가 너무 들떠서 일찍 나온것 뿐이에요."


"에이~ 슬비도 미국에 가는거에 많이 기대하는 눈치였잖아~ 나보다 30분은 일찍 일어났으면서"


"나...난 원래 일찍 일어나는 편이고 미국에가는건 유니온본부에서의 호출이라 긴장한 것뿐인..."


"호오~ 방금전에 본부호출을 꺼려하지 않았나. 대장? 말이 다른데?"


"으윽!!"


합심해서 슬비를 괴롭히는 유리와 제이를 보고 김유정이 쓴웃음을 지었다.
서유리야 장난기가 넘치는 애니까 그렇다쳐도 어른인 제이가 어린애들 틈에 끼여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그래도 계속 요원들의 대화를 볼수없었던 김유정은 헛기침을 몇번한뒤 브리핑을 시작했다.


"일단 미국으로 가기전에 몇가지 알려드릴게 있으니 잘 들어주세요. G타워에 있는 항공기를 이용해서 미국으로 가는거지만, 착륙하는곳은 일반적인 항공이에요. 그곳에서 입국심사를 마친뒤 공항에 대기해있는 요원을 따라 본부로 갈거니까 이점을 유의해주세요."


"이...입국심사요?! 저 영어는 진짜 못하는데..."


"누나. 괜찮아요! 제가 누나 대신 입국심사를 볼게요."


"와! 그럴수도 있어? 그럼 우리 테인이만 믿을게~!"


유리가 환한표정으로 미스틸을 뒤에서 껴안으며 말하는걸 보고 김유정이 찬물을 끼얹었다.


"유리야? 입국심사를 다른 사람이 대신 보는건 위법행위야. 그리고 검은양팀의 입국심사는 영어로 보는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신경쓰지 마렴."


"아...네..."


추욱하고 어깨를 늘어뜨린 유리와 미스틸을 내버려두고 김유정이 비행기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이제 곧 비행기가 출발할테니까 서두르세요~"


"예! 얼른 가자."


"후... 고소공포증환자한테 비행기는 너무 큰 장애물인데..."


성실하게 대답하는 슬비의 목소리와 한숨을 푹 쉬며 건강을 걱정하는 제이의 말이 뒤섞이며 G타워 옥상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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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의 총본부는 세계최대의 도시인 뉴욕에 존재하고있다.
수많은 경제,금융,세계시장을 휘어잡고있는 이 대도시에서 차원종과 클로저의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유니온본부가 있어도 이상하진 않을테지. 고층빌딩이 아마존의 나무들처럼 겹겹이 세워져있는 이곳에서도 유독 독보이는 유니온본부빌딩에서, 한 클로저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있었다.


"와우...미국에 차원종이... 그것도 그냥 차원종도 아니고 A+급의 차원마수가 소환됐을줄이야... 이거 한방 제대로 먹었는데?"


검정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루고있는 정식요원복과 팔에 채워진 유니온완장. 그리고 반백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미중년의 남성이 키텐과 이세하의 전투보고서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검은양팀의 이세하요원을 의무실로 옮기던중 반유니온테저조직과 조우. 그들이 소환한 A+급 차원종 키텐과 교전을 벌인 이세하군은 치명상을 입고 죽을 뻔했으나, 때마침 등장한 유니온의 지원병력덕분에 무사히 구조됐고 키텐은 싸움에서 대량의 위상력을 소모했나본지 그대로 차원을 이동해 사라졌다... 이게 전부인가?"


"예. 인공위성에 찍힌 카메라자료까지 참고했으니 그 이상으로 적을 내용은 없었습니다."


남자의 전방에서 고개를 끄덕인 부하가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놀란듯이 말했다.


"와~ S급 차원종을 쓰러트렸다는게 헛소문은 아니었나보네. 환자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키텐을 격퇴하다니... 역시 알파퀸의 아들.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


빈정거리지도, 그렇다고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듯한 미묘한 말투로 중얼거린 남자가 보고서를 책상에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려했다.


"어디가십니까?"


"아. 방금 뉴욕공항에서 연락이 왔어. 검은양팀이 이제 막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고있다고 하더군. 마침 할것도 없으니까 한번 가볼려고."


"...지금 저 서류들을 보고도 할게 없다는 말이 나옵니까?"


부하가 가르킨 곳은 남자가 업무를 보는 책상위였다.
차원종의 출현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할수있는 미국에서 키텐정도나 되는 차원종이 테러조직에 의해 소환되었으니 유니온본부가 바빠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저 남자는 높은 직급에 위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내팽겨둔채 검은양팀을 만나러 가고있다고 말하니 부하직원이 따지고 들수밖에.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 하지않고 자기 할말을 시작했다.


"어허~ 종이에 적힌 글자만을 보고 판단해선 안 되지! 난 내 발로 직접 걷고 내 눈으로 직접 본뒤에 일을 시작할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잘 부탁해~"


뻔뻔한 말투로 그렇게 말한 남자가 밖으로 나가자, 집무실에 홀로 남은 부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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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미국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나라 사이에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수천마일에 달하는 거리를 항공기로 장시간 비행해서 가야될 정도다. 오랜시간동안 비행기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 검은양팀은 약 10시간이 넘는 비행끝에 미국의 공항에 발을 들여놓는데 성공했다.


"This! is! America!"


옛날에 큰 인기를 누렸던 영화의 명대사를 흉내내며 서유리가 크게 소리쳤다.
주변의 항공객들의 목소리에 서유리의 외침은 쉽게 묻혀버렸지만, 애초에 관심을 끌 목적으로 이렇게 소리를 지른게 아니었나본지 유리는 아랑곳 하지않고 자기 기분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와~! 여기가 미국이라니! 해외여행을 온게 이제야 실감나네!"


해맑은 표정으로 순수하게 기뻐하는 유리를 보고 김유정을 포함한 검은양팀 대부분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에 온 이유가 관광이 아니라는걸 몇번이고 주의시켜줬건만 유리는 처음과 변함없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나보다

.

"일단 입국심사랑 유니온본부에 연락을 넣었으니 곧 있으면 본부에서 저희들을 마중할 요원을 보낼거에요."


김유정이 귀에 댔던 무전기를 내려놓은뒤 그렇게 하달했다.
그녀의 말에 제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참나... 먼저 공항에와서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다니. 어지간히 우리가 미운가보군."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이씨. 본부의 직원들이 공항에도 못올정도로 바쁜가보죠. 뭐... 저희를 미워한다는것도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지만요."


김유정도 한숨을 푹 내쉬며 제이의 말에 긍정했다.
유니온본부가 두개의 파벌로 갈라지고 검은양팀을 반대하는 세력이 종종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이런식으로나마 자신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어두운 대화를 들으며 슬비가 질문했다.


"유정언니. 대략 몇분정도 기다려야 되는거죠?"


"글쎄... 방금전의 통화로봐선 30분정도 기다려야될것 같아."


"30분이라... 조금 애매하지만 충분한 시간이네요. 알겠습니다."


"...?"


김유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슬비는 그녀의 행동에 신경쓰지 않고 적당히 앉을 곳을 찾은뒤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조작하더니, 인기드라마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약간 전파가 불안했지만 시청에 문제는 없었나 본지 슬비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화면에 집중했다.


"...마치 세하를 보는것 같군."


"그러게요..."


세하도 시간이 날때마다 핸드폰을 꺼내거나 게임기를 꺼내 게임을 했다.
어느샌가 세하의 나쁜 버릇이 옮아버린 슬비를 바라보며 제이와 유정이 동시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적당히 시간을 보내며 유니온의 마중을 기다리던중...


"웨에에에에에에에엥!!!"


강남에서 그들의 귀를 지겹게 괴롭혀댔던 차원종출현 경보가 공항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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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완전히 주간연재가 다 됐네요 하하;

다음 편은 나름대로 흥미로운 내용으로 적을테니 기대해주시길... (불안불안)


2024-10-24 22:25:4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