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즘 (下)

시류화 2015-04-14 4


상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closers&no=506343




오후 6시



" 면목 없습니다, 사장님. "


" 상관없다. 나 역시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


사장이라는 자는 굳어진 얼굴 그대로 정면을 응시했다.


유니온이라면 지극히 당연히 그들을 처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설마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검은 양 팀이 아이들을 죽일 것이라고는 역시 생각하지 못했다.


" 하지만 동료를 잃은 만큼 복수는 해야지……. 모니터링은 되었겠지…? "


" 네, 사살한 요원은 서유리라는 검은 양팀의 정식 요원입니다. "


모니터링한 영상을 사장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들어가자마자 방의 주인인 듯한 외국인에게 뭔가 질문을 한다. 

그리고 몇 번의 문답이 오가고, 소녀는 훨씬 어린 소녀 클로저의 뒤로 간다.


한 편, 외국인 여자가 천천히 동료인 여자아이한테 다가가서 조직의 표식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녀가 어린 클로저의 등을 카타나로 찔렀다. 인간이라면 확실한 치명상이다.


" 저 얘는 글렀겠군. "


그리고 바로 앞으로 돌아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여자의 후두부를 총으로 세게 강타한다.

그리고 남은 세 명에게 한 발씩 심장을 격발한다.

그제서야 카타나를 뽑아내곤 천천히 아이들의 손에서 표식을 찢어낸다.


" 표식이 사라지니 더 이상은 모니터링은 없겠군. 비명을 지른 것 같은데 밖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보니 위상력에 의한 방음이 되어있고…. "


" 유리라는 저 소녀 어떻게 할까요. "


" … 우리 식대로 복수해야지. 준비해서 바로 실행해. "


" …네 ……. "






오후 6시 30분



자신이 입은 정식요원복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이 옷을 받았을 때, 유니온 상위층에 대한 반감도 있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식요원이라는 자체에 대한 것.


이 제복만을 봤을 때는 정말 멋지면서 과분하다고 생각했다.

새 옷을 입은 적이 거의 드물었다. 거의 친척들에게 물려받아 입었고, 요원복을 받았을 때에도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정식요원복은 마치 신데렐라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유리구두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  미안해……. 못난 주인이네……. "


유리는 빈 방의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서서히 시간이 다 되어간다.


방문에서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안경 쓴 남자가 들어왔다.


" 데이비드 지부장님……. "


" 유리 양, 먼저 와 있었군. "


데이비드는 들어오자 마자 반대 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 오늘 정말 잘해주었네. 공항을 완벽히 제압하고, 테러리스트를 제거해준 덕분에 내 위상이 더욱 올라갔어.

 이제 오늘 일을 조금만 포장해서 위로 올리면 B급 요원이 되고, 내 직속부하가 될 수 있을거야."


" 그럼 검은 양은 어떻게 되는건갸요……. "


" 자네가 내 직속 부하 요원으로 검은 양에서 나오게 되면 아마 새로운 멤버가 들어갈 거야. "


데이비드는 잠깐 이야기하다 곧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입을 열었다.


" 아, 궁금한 건 이게 아니겠지. 기존 멤버들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을거야. 내가 장담하지. "


" ……. "


" 아, 그리고 미스틸 요원 역시 괜찮아. 말했잖나. 미스틸은 인간과는 약간 다른 특수한 존재라고. 걱정 말게. "


그제서야 슬픈 표정에서 약간 미소를 짓는 유리였다.


" 그럼 궁금한 점 더 있나? "


유리는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궁금한 것도 없고, 매도 일찍 맞는게 낫다.


" 좋아, 씻고 올테니 얌전히 기다리도록. "










밤 10시 20분



" 쾅! 쾅! 쾅! "


몇 번을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대답은 전혀 없었다.

 

" **! 서유리 문 열어! "


있다면 집에 부모님이 있을 지도 모른다.

밤에 옆집에도 다연히 실례되는 행동이다.

결코 이성적으로 올바른 선택은 아니지만, 세하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유리가 돈만 보고 이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다.


" 문 열라고! "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 끝까지 숨는다, 그거지? "


세하는 건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문을 향해 그대로 위상력을 담아 사격했다.


굉음과 함께 문이 통째로 부서졌다.

공무원 주택이라 나중에 큰일날 것은 뻔하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집 안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 한 명도 없다고? "


세하는 천천히 집을 둘러보다가, 유리의 방으로 의심되는 곳으로 들어갔다.

일반적인 여자애들 방과 다르게 정말 텅 비었다.


책장이 없어 한쪽에 교과서, 공책이 쌓여있었고, 책상 역시 작은 접이식 책상 뿐이었다.

그리고 방바닥 쪽에서 위상력이 조금 느껴졌다.


그 부분의 방바닥은 의외로 찢어져있었다.

세하는 조심스럽게 그 부분을 드러내고,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 다이어리……? "


이런 것도 쓰는 녀석이었던가. 쓰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표출했나 보다.

유리는 위상력 조절이 부족해서 감정에 따라 위상력 표출을 자주 하곤 했었다.


1쪽을 펼쳤다. 데미플레인에서 아스타로트와 첫 대면했을 때의 기록이다.


- 무섭다. 지금까지 싸우면서 무섭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정말 손 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4명은 어떻게 생각할까?



짧은 두 줄이었다. 세하는 급하게 넘겨 쓰여져 있는 거의 뒷 부분으로 갔다.


- 막내 동생이 테러에 휘말렸다고 한다.

  혹시 나 때문이 아닐까.

  무섭다.

  신서울병원에서 수술 중. 잘 되겠지.

  돈? 모르겠다.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아니야. 진정하자. 다 괜찮을거야.


이렇게 쓰여있고, 아래에 휘갈겨 써져있는 뒤늦게 첨가된 듯한 문장을 보았다.


- 생명 보험? 아빠 무슨 생각이야?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 거짓말로 아빠를 어떻게 어떻게 설득시켰다.

  주변에서 다들 왜 그러는거야.

  유빈이만으로도 힘든데.

  데이비드 지부장님께 전화가 왔다.

  역시 좋은 분이다. 가족 하나 하나 모두 신경 써주신다.


" 테러당한 동생이 유빈이……. "


마찬가지로 아래에 첨가된 문장이 있었다.


 -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 아프다고……? "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슬비였다.


" 여보세요? "


" 이세하, 신서울병원에 차원종이 나타났다는 말이 들어왔어. 서둘러 와줘! "


" 신서울 병원……? 이런 **! "


세하는 급하게 다이어리를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집 밖을 나갔다.

자신의 예감이 맞다면 시간이 없었다.









밤 10시 40분


" 차원종은 어디있어? "


도착하자마자 병실 밖에서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특경대에게 물었다.


" 이상하게 특정 병실인 604호에만 모두 몰려있습니다. "


세하는 사이킥 무브로 도약해서 6층의 창문으로 바로 들어갔다.


이미 환자들은 대피를 했는지, 아무도 없었다.


" 여기는 612호……. "


610… 608… 606… 


" 604호! "


이미 문 앞에는 슬비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 뭐하고 있어! "


" 차원종이 문을 온 몸으로 막고 있어서 열 수가 없어!  그렇다고 함부로 위상력을 쓰면 안의 사람들이……. "


세하는 문의 표지를 보았다.

2인용 병실이다. 한 명은 공석이고 한 명의 이름은……


' 서유빈 '


" 이런 **!! "


불길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다.

일단 이런 말을 만든 사람을 찾아 머리에 발포를 날려주고 싶었다.


" 비켜라 얘들아. "


뒤따라 제이가 달려들어오더니, 옥돌 자기력을 통해 순식간에 문을 뜯어서 당겨옴과 동시에 두 마리의 트룹이 같이 끌려나왔다.


" 아……. "


이미 유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죽은 상태였다. 아마 아이들을 보호하다가…….

침대 위에 누워있던 소년 역시 호흡기가 완전히 떨어져있는 걸로 보아서는….

그리고 드라군 가디언이 첫째 동생으로 보이는 소년을 움켜쥐고 있었다.


" 그만 둬……! "


" 쾅! "


가디언의 방패가소년의 몸을 그대로 창가쪽으로 직격시켰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는 그대로 고꾸라져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 이… 이……. "


세하의 검에 푸른 위상력이 어른거렸다.

평소와 다르게 심하게 일렁이며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 …***야!! "








밤 10시 30분


" 수고했어. 서유리 양. 오늘도 따로 입금해놓겠네. "


침대에 누워 옅은 숨소리만 겨우 내뱉는 소녀를 두고 데이비드는 먼저 방을 나섰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말로는 기분좋다고 했다.

그저 아프기만할 뿐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짓을 해야하는 걸까.


혐오스럽다. 살기 싫다.

어디론가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다.


하지만 가족들을 있는 한, 그녀의 목숨은 하나가 아니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덩달아 네 사람이 같이 사라지는 거다.


다른 네 명이 아닌, 그녀의 가족 네 명이.



유리는 겨우 몸을 가누어, 한쪽에 내팽개쳐진 휴대전화를 들었다.


부재 중 전화 1건.


수신 메시지 134건.


카카오톡 메시지 2건.



수신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대다수가 회신 번호가 바뀌어서 온 문자였다.

누군지는 뻔하다.


유리는 다른 문자들을 모두 거르고, 9시 근처에 온 첫째 동생, 유원이의 문자를 확인했다.


'누나 유빈이 몸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있대. 모레면 호흡기도 떼도 될거래~ 유빈이도 힘내고 있으니까 유리 누나도 힘내! >< '


언제 우울했냐는 듯,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왔다.


" 그래…. 힘낼게…! "


그리고 10시 14분 근처에 온 두 번째 문자를 확인했다.

미소가 그대로 다시 굳어졌다.


" 차원조미 나타낭ㅅ어 살너쥐 "


오타가 심하게 났지만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 차원종이 나타났어 살려줘…. "


유리는 급하게 부재 중 전화 기록을 살폈다.

유원이였다. 10시 12분.


…! "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 고객님의 전화기가 **있어 음성…. "


유리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신의 정식요원복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 제발…. "



 





밤 11시 10분


송은이는 멍하니 서있는 유리를 바라보았다.

울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미쳐서 웃는 것도 아니였다.


슬퍼보이지도 않았고, 괴로워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쓸쓸해보였다.


" 이렇게 모두들 가버렸…. "


가족들도, 친구들도….


" 서유리, 받아. "


문득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유리는 힐끔 돌아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손에 무엇인가가 툭 떨어졌다.


다이어리였다.


슬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이걸 봐도 지금 네가 무슨 상황에 쳐한지도, 무슨 기분일지도 정확히 모르겠어. 하지만…. "


슬비는 잠깐 눈을 감더니, 다시 눈을 뜨고 유리와 눈을 마주쳤다.


… 아무래도 좋으니까 두 번째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길 바래. 모두들 기다려. "


 슬비는 미소를 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나도 겨우 얻은 두 번째 가족인데, 잃긴 싫어. "


그러곤 사이킥 무브로 순식간에 유리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 왜…. "


밤 중에 안개가 희미하게 맺혀왔다.






다음 날, 0시


불이 꺼진 작은 방, 작은 휴대폰 불빛만이 방을 비추는 것의 전부였다.

휴대폰 빛 아래에서 어둠 속에서 드러난 유일한 것은 다이어리였다.


- 과거에 무리하지 마라. 지금이 제일이다.

- 빨리빨리 돌아와. 헤어질 시간 없다구!

- 미스틸 테인! 준비 됬어요! ( 우웅…. 아팠다구요…! )

- 작전 개시, 유리 탈환합니다.



-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한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슬비와 테인이처럼 어른스럽지 못하나봐.

  음…. 이것도 끝까지 웃어줄 것 같은 너희들에게 테러일까?

  어쩌면 그 날 이후로 정말로 테러리즘에 빠진 것은 나일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사랑하는 내 두 번째 가족! ♡

  세하는 게임 좀 줄이고!

  슬비는 조금만 긴장 풀어봐~ 멋진 것도 좋지만, 귀여운 것도 좋다구~

  음, 제이 아저씨, 알았어요! ㅡ ㅡ오빠는 건강 잘 챙겨요!

  테인이는 찌른 거 미안하구~ 좀 더 남자다워져봐!

  우리 검은 양 가족 모두 대박~ 사랑하는 거 알지? ♡

  그러니까



  행복해야 돼~ ♥





핸드폰 불빛 위로 검은 그림자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테러리즘의 끝에 남은, 다이어리의 하트와 다르게 싸늘한 소녀의 시계추였다.


시계추는 계속 움직일 것이다. 누군가가 발견해서 테러리즘으로 넘쳤던 모든 것을 종결지어줄 때까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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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클갤에서는 완결낸 소설에다가, 어차피 흔한 저퀄의 팬소설이다 보니 상/하편 괜히 끌어서 올리기 뭣해서 한꺼번에 올렸습니다.

 

2024-10-24 22:25: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