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즘 (上)
시류화 2015-04-14 3
3일 전, 저녁 8시
" 하지만 그 얘들은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
김유정이 벌떡 일어나며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일어나면서 책상을 치는 바람에 빈 찻잔에 접시에서 떨어졌다.
" … 하지만 클로저이기도 하지. "
" 클로저는 어디까지나 차원종을 처리하기 위해서… "
" 검은 양은 어디까지나 유니온의 허가 아래에 창설한 국가차원의 처리부대야. 문제될 것은 없어. "
데이비드는 자신을 계속해서 거스르는 검은 양팀의 관리 요원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유능하지만 귀찮은 여자다. 이 여자의 능력으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지만, 더 이상은 장애물에 불과하다.
" 문제될 게 없다구요? 저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어요. 저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그런 지시를 내릴 생각이 없습니다. "
관리요원의 어투가 상당히 딱딱해졌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 검은 양이라는 아이들에게 정이 든 관리요원은 절대로 찬성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 그래? 어쩔 수 없군. "
말이 끝맺어짐과 동시에 데이비드의 뒤에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트윈테일의 안경녀가 방으로 걸어들어왔다.
뜬금없는 트윈테일의 출현에 어리둥절하는 김유정을 보고서는,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최보나입니다. 전(前) IDG 소속 연구원이며, 오늘 부로 검은 양팀 임시 관리요원으로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
" …… 네? "
김유정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빤히 최보나의 표정을 살폈다.
임시 관리요원은 관리요원이 급작스럽게 공석이 되었을 때, 그 관리요원이 복귀 혹은 새로운 관리요원이 배정되기 전까지…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혔다.
놀라서 급하게 목을 잡고 켁켁거렸다. 하지만 오히려 숨은 더 막혀왔고, 더 이상 몸도 마음대로 가누기가 힘들어진다.
" 유정 씨, 그럼 좀 쉬다 오게. "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유정은 거의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데이비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었고, 의식은 서서히 멀어져만 갔다.
" 얘들…… "
데이비드는 차갑게 바라보더니, 곧 무덤덤하게 휴대전화에 전화번호를 입력할 뿐이었다.
3일 전, 같은 시각.
소녀가 급하게 병원으로 뛰쳐들어왔다.
몇 번이고 사람들과 부딪히고 넘어졌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홰홰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런 소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수술 중 사인이 켜진 수술실 앞이었다.
" 유리야 어떡하니, 네 동생……. "
멍하니 수술실을 바라보는 유리를 누군가가 감싸안았다. 엄마였다.
그렇구나. 동생이구나.
뜬금없이 나타난 차원종의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유리는 엄마를 다독이고는 빛을 새어나오는 수술실을 쳐다보았다.
" 어째서……. 왜…. "
안 그래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누군가가 유리의 오른쪽 어깨를 감쌌다.
그녀의 아빠는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 유리야……. 네 동생은 괜찮을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렴……. "
" 당 … 당, 당연하죠……. 괜찮을거에요…….. "
" 수술비도 잘 해결되었고, 수술 후 치료비도 곧 아빠가 구해올 수 있어……. "
수술비라는 단어에 잠깐 얼굴이 파래졌다.
그리고 해결되었다는 말에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빠의 오른쪽 어깨를 바라보았다.
남들이라면 오른팔이 달려있어야할 자리지만, 아빠는 없었다.
차원전쟁 때 회사 동료들을 지키기 위한 결과였다.
… 물론 회사는 망했고, 관련인물들과 정부는 모르쇠로 보답했지만.
딱히 이걸로 아빠를 창피해한 적은 없지만, 돈을 어떻게…….
" …… 너도 걱정말고 동생이 괜찮기만을 기원하자, 알았지? "
유리는 왠지 모를 서글픈 목소리에 고개만 끄덕였다.
오후 2시
" 안녕들! 들었겠지만 테러로 부상당한 유정 언니를 대신해서 파견된 조사팀장 최보나야. "
" 이슬비 외 4명 집결 완료했습니다. "
최보나는 검은 양팀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 일단 방금 보고한 사람이, 리더 이슬비라고 했지……? "
" 네. "
" 그리고…… 저기서 게임하고 있는 녀석이 백중백 이세하. "
하지만 자기 이름을 부르든 말든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세하는 게임기만을 붙잡고 있었다.
" 뭔가 김유정 언니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가진듯한 아저씨가 제이 아저씨 맞으시죠? "
" 일단 핀트가 좀 어긋났지만, 아저씨 아니다. 오빠라고 불러. 제이 씨도 좋고. "
최보나는 제이의 요구를 무시하며 미스틸에게로 눈을 돌렸다.
" 제일 어린 독일인이 미스틸 테인. "
" 우웅……. 왜 저만 짧아요? "
" 입 ** 미스틸. 그리고……. "
마지막으로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를 들여다보았다.
들은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말 수 없고 묵묵해보이는 소녀이다.
' 유리라고 했던가? '
거의 반 죽은 눈을 하고 책상만 바라고 있는 소녀에게 보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 안 좋은 일 있어? "
" 끔…찍해요…. "
안 좋은 일 있었냐는 질문에 끔찍하다는 대답.
뭔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 끔찍하다니…? "
슬비가 걱정이 되어서 그런지 옆에서 같이 물었다.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더니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 아, 그, … 그러니까, 아! 테러리스트들이 정말 … 끔찍하다구…. "
누가 봐도 어색한 말투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오히려 말 꺼내기 더 편해졌다.
" 끔찍한 녀석들이지. 지금까지 수많은 범죄 집단 중 가장 큰 현상금이 내려졌다면서? "
" 생포에 최소 30, 사살과 그 증거인 테러리스트 증표 당 최소 150 이라는데? "
" 사살이 훨씬 비싸다니……. 유니온 놈들 또 뭔가 숨기는게 있군……. "
" 뭐, 아무튼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첫 번째 임무를 내려줄게. "
"네. "
리더가 정자세를 하고 대답한다.
" 탐사에 앞서서 공항에 차원종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있어, 그 녀석들을 처리해줬으면 좋겠어. "
오후 3시
단검 1개가 스캐빈저 전대의 몸을 관통하더니 그 뒤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슬비는 확실히 죽은 것을 보고 픽시드 나이프를 정리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 앉아있던 유리에게 다가갔다.
" 오늘 많이 힘드나 보네. 좀 쉬지 그랬어. "
평소에 안 입던 바지를 입었고, 아침부터 상당히 저기압, 게다가 이 정도의 컨디션 난조라면…….
' 그 날인가 보네. '
물론 유리가 이렇게 민감하면서 바지까지 챙긴 것은 본적이 없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 미안해……. "
" 미안할 것까지는 없고. "
미스틸 역시 유리가 걱정된듯 그녀에게 다가왔다.
" 우웅… 유리 누나, 괜찮아요? "
유리는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 우웅… 그런데 유리 누나 바지 입은 거 처음봐요. 치마가 예쁜데……. "
슬비는 미스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용히 진심을 달아 말했다.
" 입 **, 미스틸. "
" 치마가 예쁘니까, 일상생활할 때 입으려나 **. 어제 저녁에도 임무 쉬는데 정식요원복 입고 있던……. "
세하가 게임을 하면서 대신 대답했다. 그리고 힐끔 유리의 눈치를 보고는 바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기에. 어제 만났는데 무시했다고 저러나?
" 미안, 미안하다구… 아는 척 할 생각은 있었는데 어제 잠깐 길 건너편에서 보여서…….
게다가 게임은 보스방이라서 아는 척할 틈도 없었다구. "
…… 게임 이야기는 뺄 걸 그랬나.
" 그럼 잠깐 본 거지? "
" 어! 당연하지! 아니면 내가 인사를 했겠……. "
" 얘들아, 이야기 중 미안한데. 기척을 찾았다. "
전투 중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며 전투 도중에 주변을 탐색하러 간 제이가 돌아왔다.
제이가 관제탑 쪽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 …저긴데, 서유리, 사이킥 무브할 수 있겠어? "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곳에 있던 사람은 겨우 초등학생, 중학생 정도 되보이는 소년 2명과 소녀 1명이었다.
그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검은 양팀을 바라보았다.
"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너희들 모두 강제로 끌려가서 아무 설명도 없이 가방을 받고 열라는 지시를 받은거지? 그리고 갑자기 차원종이 나타나니깐 당황해서 한쪽에 숨어있던 거고. "
슬비의 말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저, 정말 모르고 그랬어요. 살려주세요……. "
" 괜찮아……. 이제 괜찮아…. "
슬비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어린 아이를 범죄에 사용하다니……. 유니온 못지 않은……. "
" 우웅……. 저는……. "
" 입 **, 미스틸. "
제이의 분노에 미스틸이 끼어들자, 세하가 게임기를 보며 그대로 그의 미스틸의 말을 막았다.
" 것보다 이제 어떻게 할꺼야. 이 얘들. "
유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일단 데려가서 보고해야지. 그게 최선… "
슬비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아니. 난 반대야, 리더. 저 아이들 오른손 표식을 봐. "
위상력으로 그려진 테러리스트들의 문장이었다.
" 저걸 달고 있는 한, 유니온은 아이들에게 무슨 처분을 할 지 종잡을 수가 없어. "
" 그렇다고 그냥 풀어주는 것도 위험……. "
" 우웅… 캐롤리엘 누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요? "
" 입 닥……. 음 ……. 생각해보니 그게 최선 아니야? "
세하가 처음으로 게임에서 눈을 떼고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 더 나은 방법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아. "
" 정해진거지? 그럼 서두르지. 이 놈의 유니온 상대로는 속전속결이 답이니까. "
오후 3시 20분
" Oh~ Closers. 무슨 일인가요? 꼬마 손님들도 함께네요. "
슬비는 캐롤리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캐롤리엘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Yes, 어렵지는 않아요. 하지만 시간이 꽤 걸릴거에요. 한 명당 20분에서 30분 정도 걸릴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위상력을 지우기 위해서는 약물 뿐만 아니라 위상능력자의 힘도 필요해요. 한 두 명 정도……."
" 그럼 한 명은 컨디션이 안 좋은 유리로 하자. 지금 전투가 무난한 사람은 망을 보면서 지켜야 하니까. "
유리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우웅… 제가 할게요. 제가 가장 중요한 안도 지킬게요. "
"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
" Closer 4명이 지켜준다니 든든하네요. 그럼 서두를게요. "
캐롤리엘은 미스틸과 유리, 그리고 세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 그럼 내가 문 앞을 지킬테니까. 세하와 제이 씨께서는 건물 밖에서 봐주세요. "
오후 6시
" 길어야 1시간 30분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
벌써 유리가 위상력 전달 완료했다고 나온지도 2시간하고도 20분이 더 지났다.
생각해보면 너무 조용하긴 하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아무런 소리가 안 났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 거기도 한데.
" 밑져야 본전이니, 확인해볼까? "
임무는 이 자리를 시키는 거지만, 임무 중 이상이 발생하면, 그것을 수정할 필요도 있다.
슬비는 노크를 하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확 느껴지는 피비린내.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자상을 입은 미스틸이었다.
" 뭐, 뭐야……! "
아무 생각 없이 비명을 지를뻔했다. 하지만 곧잘 참아내고 천천히 상황을 살폈다.
자상을 입은 미스틸이 문 근처에 앉아있었고, 캐롤리엘은 상처는 없었지만 기절해있었다.
그리고 세 아이들은 모두 정확히 심장이 궤뚫린 채로 죽어있었다. 그리고 모두 오른손의 손등의 살점이 없었다.
나오려는 구역질을 간신히 참고, 문을 닫은 후에 회복 앰플을 꺼내들어, 미스틸의 입에 강제로 먹였다.
" 강제로 먹여서 미안한데, 일단은 살아야해……. "
" 우웅…… 웅……. 우……. "
약한 신음을 내며 천천히 입을 벙긋벙긋하는 미스틸을 보고선, 슬비는 회복 앰플을 하나 더 꺼냈다.
" 정신 차려, 미스틸…. "
" 우… 아……. 아… 아아아아아악!! "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소년.
" 미스틸, 진정해! 이제 괜찮아! 제발……. "
" 아… 스.. 슬비 누나……. 무서워요……. 저……. "
" 이제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이……. "
미스틸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슬비를 멍하니 한 번 쳐다보더니 입을 천천히 열었다.
" 유…… 유리 누나…. …유리 누나가……. "
1시간 전, 오후 5시
" 수고했어. 진짜라는 것도 확인 완료되었고, 포상금도 들어갔을거야. "
유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어때…? 사람 죽이는 것 생각보다 쉽지? "
" … 네……. "
"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
보나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고, 유리는 달아나듯이 빠져나왔다.
다행히 아직 동료들은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 어린이 3명 목숨값, 더하기, 동료상실값, 더하기, 내 양심값, 은 450에 유니온의 신뢰……. "
유리는 허탈하게 웃었다.
" 역시 나는 멍청해. 내가 완전 손해본 거네. "
시간을 한 번 보곤, 서둘러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는 그녀였다.
동료들과 마주칠 낯짝도 없었고, 약속 시간도 촉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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