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없다.

쓰위쁘뜨 2015-04-13 6







늘상 게임기를 붙잡고 있던 내게 유일하게 잔소리를 해주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던 내게 툴툴 대면서도 먹어본 적 없는 밥상들을 한가득 차려주던 아이.


임무에 나서면 그 누구보다 차분해지고 냉정한 판단력으로 누구보다 우월한 《완성도》를 지닌 클로저라 불렸고, 옅은 바람에 휘날리던 분홍머리가 참으로 이뻤던 아이.


보기드문 에메랄드 눈동자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아이.


늘상 강한척을 해보이며 약한 내면의 자신을 숨겨왔지만 정말 가끔 아주아주 가끔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만 눈물을 흘리는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이.


전설이라 불리는 어머니와 나를 비교하는 여러 사람들로 인해 생겨난 열등감이란 커다란 폭풍우에 집어 삼켜져 있을 때, 나는 나고 너희 어머니는 너라는 위로같지도 않은 담백한 말로 폭풍우 속을 헤매고 있던 내게 손을 뻗어준 아이.




“ 세하야. ”




─새하얀 얼굴이 피에 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선홍빛 입술에서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내 평생 잊혀지지 않을 만큼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아이.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이.

이제는 아주 가끔 꿈에서 나타나는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아이.

이제는 남은 기억속을 회상시켜야만 간신히 그 고운 목소리를 떠올릴 수 있는 아이.




“ 저기 세하 님, 슬슬 가셔야 됩니다만…. ”




보기좋은 분홍색의 꽃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묘비앞에 무릎을 꿇고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내게 이제 막 정식요원이 되 내 비서로 들어온 세라가 다급한 목소리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를 깨워주었다.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나? 미안하군. ”

“ 아, 괜찮습니다! ” 




세라는 자신보다 더 훨씬 높은 직위에 서있는 미안하다는 내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녀석, 뭘 이리도 딱딱하게 대하는거람.


내가 사람을 잡아먹는것도 아닌데 이런식으로 지레 겁을 먹으면 나도 좀 난감해지는데.


구부정하던 다릴 피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허리가 아파왔다.

이젠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만 해도 허리가 저려오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이 묘비의 주인인 분홍머리 아이와 손을 맞잡고 차원종들을 무찌르기 위해 나서던 그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기나긴 세월이 흘러버렸구나.


새삼 너무 빠른 이 세월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덕분에 잊혀지지 않을꺼라 생각했던 네 목소리가 이젠 어떻게 들려왔었는지 어떤 음색을 지니고 있었는지 조차 기억이 감감해지고 회상만으로는 전부 떠올릴 수 없는 네 얼굴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요즘 밤엔 잠을 설치기도 했다.




“ 그만 갈까? 세라 양. ”

“ 네, 알겠습니다. ”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내며 돌아가잔 말을 꺼내자 굳어있던 세라의 얼굴위로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 올랐다.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너는 달라진 내 모습을 알고 있을까.

스스로 밥도 잘 챙겨먹고, 게임기도 손에 대지도 않는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놀랄까, 기뻐할까 그게 아니면 거짓행세가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까.


이런 쓸데없는 기대감에 부풀어올라 네가 내 눈앞에 떡하니 등장하면 좋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오늘도 내 우둔한 머릿속을 지독하게 차올랐다.


정말 많이 보고싶다 슬비야.


네가 이 세상속에서 존재하던 너와 수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하지 못한 말들이 너무 많다.

뒤늦게 너를 사랑한다고, 보고싶다고, 고마웠다는 말을 매일밤 눈시울을 적시며 홀로 남은 사무실에 앉아 몇번이고 입밖으로 꺼내보아도 정작 이 말을 들어주어야 할 너는 이 세상에 없었다.


희멀건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너의 모습들이 곧 없어져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오늘도 찾아올 시꺼먼 밤이 상당히 길게만 느껴질것만 같았다.


쓸쓸함에 혀를 내두르느랴 입안 가득 고인 침들이 매우 쓰게 느껴졌다.

오늘밤 꿈속에서는 부디 너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슬비.



























































[END]


세하&슬비 커플 참 좋아합니다.

베드한것도 좋아합니다.

해피한것도 좋아합니다.


그러고보니 초창기 UCC대회 우수요원 상품을 받은 이래로 게시판에 글을 써보는건 처음이네요.

오랜만입니다.


:)

아시는 분들이 있으려나













2024-10-24 22:25: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