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만약 제저씨가 안경을 벗는다면. -송은이편: 2-3장: 좋은 리더의 조건-
Maintain 2015-04-11 7
"-송은이 경정님!"
과연 특경대. 무전 보낸 지 채 1분도 안 된 거 같은데,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는 다르게 저 멀리서 특경대 대원들이 달려오고 있다. 방금 전까지 완전군장하고 연병장 돌고 있었을 녀석들로는 보이지 않는 체력이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원님! 저희 특경대는 체력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습니다!"
유난히 각이 딱 잡힌 대답을 하는 한 특경대 요원. 오호, 신참인가?
"예, 맞아요. 저번 주에 저희 부대에 들어온 녀석이에요. 그나저나 신병! 내가 말한 건 잘 챙겨 왔겠지?"
"예! 그렇습니다, 경정님! 받으십시오!"
FM의 정석을 보여주는 신참은 메고 온 수트케이스를 은이에게 건네줬다. 저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진 대충 상상이 가는군.
"우리 제니퍼~많이 심심했지? 걱정 마. 이 언니가, 곧 재미있게 해줄게~"
한동안 못 만난 자기 애인을 만난 것마냥, 제니퍼 잭슨 3세를 소중하게 꼭 안는 은이 녀석. 군대에서 가르치길, 총을 자기의 애인처럼 다루라고 했었지. 그것만 따지고 보면 은이 녀석도 만만찮은 FM이 분명하다.
"자, 준비 다 됐나? 그럼 가자고."
"예! 그럼 특경대, 전진!"
"""예! 알겠습니다!"""
특경대를 이끌며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은이 녀석. 정말 늠름한 리더 티가 나는군. ...누구하곤 다르게 말이야. 저 밑에서 올라오는 씁쓸함을 다시 삼키며,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시민 여러분! 이제부터 여기는 저희 특경대와 클로저 요원이 정리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한 분도 빠짐없이 대피해 주시고..."
확**를 통해 대피 명령이 퍼져나오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은이의 명령에 따라 특경대원들이 안내해서 잘 빠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남은 특경대원들은 한 데 모여 은이의 지시를 받고 있다.
"1조! 1조는 놀이공원 전 구역을 순찰하면서, 만나는 차원종들을 나와 제이 아저...아니, 제이 요원이 갈 때까지 최대한 저지하도록. 특히 대관람차 밑은 조심해. 거기서 차원종들이 나타났다니까. 2조도 1조와 마찬가지고. 나머지 3조는 지금 대피반 애들을 시민들이 대피를 다 마칠 때까지 도와주고, 다 끝나면 나머지 1,2조를 따라서 차원종 저지를 돕도록. 알겠지?"
"경정님은 어쩌실 겁니까?"
"나? 나는 제이 요원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너희들을 지원하겠어. 제이 요원 혼자서는 차원종들을 다 상대하긴 벅찰 테니까."
"에이, 꼭 그래서만은 아닌 거 같지 말입니다? 조금이라도 요원님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제이 요원하고 같이 붙어 있고 싶어했다고..."
"그럼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시는 겁니까? 원래 강한 부정은 긍정이란 의미도 있지 말입니다?"
"우씨, 이 녀석들이 진짜...너희들! 끝나고 보자! 지옥이 너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알겟어?! 빨리 해산!"
요즘 애들 참 자유롭네. 저렇게 리더한테 장난도 칠 줄 알고. 아니, 은이가 너무 무른 건가? 잔뜩 빨개진 얼굴의 은이를 보며 특경대 녀석들은 '잘 해 보십쇼~'란 말 한 마디를 덧붙이며 사라졌다.
"저 녀석들 진짜...아저씨도 나빠요! 왜 한 마디도 안 해 주신 거에요?"
"내가 왜? 재밌는 구경거리를 망칠 수는 없지. 그리고 오히려 보기도 좋았는걸. ...부하와 리더의 유대감이 말이야."
"뭐, 저 녀석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건 사실이지만...아, 아무튼 빨리 가요. 차원종 놈들을 박살내자고요."
"알았어, 알았어. 가자고 은이. 무리하진 말고. 건강이 제일이니까."
그렇게 해서 나와 은이는 2인 1조로 차원종들을 없애러 가게 되었다. 항상 녀석하고 작전 나갈 때마다 드는 느낌이었지만, 역시 믿고 쓰는 은이! 라는 느낌이랄까.
은이가 직접적으로 차원종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내가 차원종을 ** 못했다던가 위에서 덮쳐온다던가, 그런 약간은 위험한 상황이 덮쳐올 때마다 제압사격이나 목소리로 알려주는 등 깨알같이 활약해 주었고, 덕분에 무사히 차원종들을 제압해 나갈 수 있었다. 지금도 뒤에서 기습해 오는 차원종을, 은이가 사격으로 시간을 벌어준 덕에 무사히 잡을 수 있었다.
"좋아, 이걸로 대충 마무리 된 건가?"
"그런 거 같네요. 이제 남은 데는 대관람차 쪽인데...거기 간 녀석들, 괜찮으려나..."
"걱정 마십시오 경정님. 저희가 가서 도와주고 있겠습니다."
"아, 그래? 고마워. 그럼 수고 좀 해 줘."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 오시지는 마십시오. 아무리 요원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싶으셔도 말입니다."
"야, 너희들! 너희들 진짜 끝나고 가만 안 둘 거야!"
마지막까지 자기를 놀리고 가는 특경대 녀석들에게, 은이는 얼굴 끝까지 새빨개져서 소리질렀다. 녀석들이 가고 나서야, 나는 아까 못 했던 말을 할 수 있었다.
"휴, 이번엔 조금 위험했군. 고마워 은이."
"그건 다행이지만...아저씨, 아저씨도 너무 그렇게 무리하지 마세요. 큰일날 뻔했잖아요."
"괜찮아. 내가 위험해질 일은 없을 거라고. 은이가 날 지켜줄 텐데 무슨 걱정이야?"
"치, 칭찬해도 소용없거든요?"
"놀리는 거 아니야. 너 같은 리더 밑에 있으니, 특경대 녀석들도 널 믿고 맘놓고 활동할 수 있는 거겠지. 위급할 땐 자기를 지켜줄 수 있는 리더가 있으니 말이야."
"그거야 당연히 그래야죠. 리더 씩이나 돼서 부하 하나 못 지키는 건 이젠 사양이라고요."
아까 전에 했던 얘기가 떠오른 걸까. 갑자기 침울해지는 은이 녀석이었다. ...이봐 은이, 너무 그렇게 침울해하지 마. 말은 못 했지만, 너는 지금도 잘 해내고 있잖아. 하지만 난...
-삑!
"응? 뭐지?"
갑자기 들려오는 무전. 은이의 무전기에서 신호가 잡혔다.
"으...이거 별로 예감이 안 좋은데요."
"그러게 말이야."
...보통 이럴 때 무전이 들려오면, 흐름상 그 다음 컷은 무조건 와장창인데. 아무튼 은이는 무전을 받았다.
"어, 무슨 일이야? -뭐?! 어, 어! 많이 다쳤어?! 의료진 빨리 부르고, 곧 거기로 갈 테니까 그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 그래 알았지? 잘 지키고 있어야 돼?"
-삑!
"왜 그래, 누가 다친 건가?"
"아, 아까 그 신참 아시죠? 그 녀석...경험도 없으면서. 무리하다가 결국 다친 모양이에요. 거기 아직 차원종들도 남아 있는 거 같은데..."
"그래? 그럼 빨리 가 봐야지. 서두르자고."
"그래요. 빨리 가요."
결국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는 못 배기는군. 우리는 그 신참이 다쳤다는 곳-대관람차로 갔다. 유정 씨 말로는 여기서 차원종이 발생했다고 했지. 그것을 방증하듯, 특경대-아까 먼저 출발했던 녀석들이 수세에 몰린 듯 한 곳에 뭉쳐서 차원종들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었다.
"아, 경정님! 요원님! 여깁니다!"
그들 중 한 명이, 우리를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그래, 아직 잘 버티고 있네! 다쳣다는 녀석은 어딨어?"
"여기 있습니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지만, 전투를 하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다쳤다는 신참은 나무에 기대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여기저기 상처를 입긴 했지만, 다행이 치명상은 면한 거 같다. 우리는 신참에게 다가가 상태를 물어보기로 했다.
"괜찮아?! 많이 다쳤어?"
"이봐, 괜찮나?"
"으, 죄송합니다, 경정님, 요원님... 차원종 놈들을 막으려다..."
"죄송한 건 알아? 으이구. 그렇게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됐는데..."
"뭐, 누구나 처음엔 다 그렇게 다치면서 크는 법이니까. 죽지 않아서 다행이군. 그래. 그대로 가만히 푹 쉬고 있으라고. 움직이지 말고."
"하지만...아직 차원종이 남아 있는데..."
"걱정 말라고. 거기는 이 형님과 송은이 경정이 막을 테니까. ...그나저나..."
지금 보니 이 녀석, 피가 나고 있잖아. 지혈은 어느 정도 해 놓은 거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던 모양이다. 조금 더 지혈을 해야겠는데, 문제는 마땅한 천이...아, 하나 좋은 게 있긴 하군.
"...어쩔 수 없군..."
나는 입고 있던 셔츠 팔 한 쪽을 찢어냈다. 면이 많이 섞여 있으니, 적어도 지혈은 가능하겠지.
"가, 감사합니다, 요원님..."
"그래, 나중에 갚으라고. 그건 그렇고, 다른 대원들 중에 다친 사람은 없나?"
"어, 없습니다. 하지만 차원종들이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이렇게 다쳐 있는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너무 그렇게 자책할 거 없어. 그건 이쪽이 알아서 해결해 줄 테니까. 이봐, 은이."
"알고 있어요. 차원종 놈들...후회하게 해주겠어."
자기 부하를 이렇게 다치게 한 것에 대한 분노겠지. 은이의 표정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좋은 얼굴이야. 그렇게 자기 부하가 다쳤으면 화내는 건 좋은 리더의 덕목이지. 바람직한 자세라고."
그래... 좋은 리더가 되려면, 그 정도야 당연하지.
"아까도 말했죠? 다른 건 몰라도, 제 부하를 다치게 하는 건 제가 용서 못 해요. 그런 건, 너무 많이 겪어서 이젠 다시 겪기 싫으니까... 제 부하들은, 제가 어떻게든 지킬 거라고요."
"""...경정님..."""
다들 숙연해지는 분위기. 하지만 미안한데...
"분위기 깨긴 싫지만...숙연해지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될까? 녀석들이 오고 있어."
자기들을 무시하는 게 화가 난 걸까. 차원종 녀석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이쪽으로 오고 있다.
"특경대, 출동!"
"차원종 놈들의 머리를 날려버리겠습니다!"
"실수로, 요원님을 쏘더라도 봐주십시오!"
마지막 말이 심히 거슬리긴 하다만, 다들 기합은 제대로 들어간 거 같군.
"좋아. 그럼 다시 가 보자고. 모두들, 너무 무리하진 마. 건강이 제일이다."
나는 코어를 다시 제대로 끼면서 말했고, 은이와 특경대들도 총을 다시 장전하며 결의를 다진 얼굴로 녀석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안녕하세요. 하루 걸러서 다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에구, 죄송합니다. 분량 조절에 실패했네요ㅠ 원래는 에필로그까지 같이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결국 에필로그는 다음 편에 쓰기로 했답니다....그래도 2편은 여기서 확실히 끝낼게요.
다음에 3편 겸 에필로그도 많은 기대 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