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으로부터..2
아류태극신권 2015-04-11 0
통화를 마친 그녀가 기이한 행동을 보이던 건 오래가지 않았고, 종탑에서 내려와서도 여전히 횡설수설하면서 말을 꺼낸다.
"앨리스, 임무 종료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 애송이를 교육시키면서 임무 하나만 더 하게 되면 전선에서 이탈해도 된다더군.
당연히 편하기만 할 일은 아닐테지만, 휴가를 받은 거다."
"..휴가? 전쟁중에도 휴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앨리스가 하는 말에, 마리는 앨리스에게 달려들며 멱살을 잡았다.
"...너. 머리가 남아있긴 한 거냐? 그 데이비드란 녀석 치료했다가 며칠이나 쓰러져 있던건지 알기나 해?
넌 좀 쉬어야 돼. 이상태로 계속 무리하면 넌 얼마 살지 못해.
이미 한쪽 눈은 거의 실명상태고, 왼팔은 썩어들어가서 의수로 대체한지 오래잖아!!
다친 사람만 생각하지 말고 너도 좀 챙겨!!
난 네가 유니온 때문에 망가져버리게 되면 직접 유니온을 박살내버리려고 할지도 몰라!!"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네 주특기는 치료가 아냐! 방어였다고!
게다가 그건 치료가 아니라 신체를 교체해주는 것에 가까워!
그나마도 내가 도와줘서 활용가능해진 거였어!
몸에 맞지 않는 힘은 사용할때마다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당분간은 좀 쉬란 말이다!"
"...저기. 이 분위기에 이런 말 해서 죄송한데."
점점 살벌해지는 검은 색 가죽 코트를 입은 여성의 행동을 보며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말을 걸어 보았다.
"뭐냐, 애송이."
우와. 분위기 진짜 무서운데.
"당신들은 대체 누구고 전 어찌 되는거죠?"
"....."
...다행이다. 분위기가 바뀌었어.
"그러고보니, 아직 통성명을 하진 않았군."
"..안녕. 내가 앨리스. 유니온의 특수요원 중 하나고, 의무반을 맡고 있어. 그리고 이쪽은.."
"마리다. 본명은 아니지만, 본명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 일단은 유니온의 비공식 특무 요원 중 하나다.
요원 직함이 이상한 건 등급을 매길 수 없어서라더군. 그리고.."
마리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나를 보면서 고민하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팔짱을 낀다.
"앨리스."
"...응? 어..? 왜 갑자기.."
"서지수 그 마녀가 너보고 얘 입양해서 돌보라는군."
..어..잠깐만, 입양? 그러니까 저 사람들이 고아원 출신인 날 입양해서 부모가 되는건가?
"입양?어째서 입양이야? 저 아이도 나이는 어느정도 있는데, 저정도면 입양이라기보단.."
"유니온 상부측에선 이상한 기록이 남는게 싫은 모양이더군.
어설프게 출신 기록을 없애기보단 요원 출신에게 입양시키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 걸테지."
"..저기. 이런 말 할 상황이 아닌 건 아는데..제가 당신들에게 입양되는 거면..?"
"...뭐냐, 애송이?"
마리씨의 눈초리가 따갑다.
장난삼아 꺼내려던 말인데 꺼내면 맞을 듯하고, 그렇다고 안 말하자니 그것도 죽을 것 같으니..
"...두 분 중 어느 분이 어머니고 어느분이 아버지 역할이 되나요?"
..한기가 솟는다. 어..농담인데 이렇게까지 반응ㅇ..
"너, 지친 줄 알고 있었는데, 푹 쉬어서인지 헛소리가 나오는 모양이구나?"
마리씨가 내 머리를 그대로 오른손으로 찍어내리면서 노려본다.
"사실 유니온에서 내려온 공문엔.. 하나의 항목이 더 있지."
"..그거 왠지 불안한데요? 꼭 지루한 종교 행사 피하려고 담장 탈출하려다 걸렸을때 같은 느낌이 드는데.."
"놀기만 좋아할 거 같은 네 녀석의 스승 겸 감독관 역할도 병행하라는 공문이셨다.
그리고 내가 네 과외선생이라 그 말이지."
"..꿀꺽."
그러니까, 저 사람에게 맞으면서 훈련하는게 일상이 되는 거지..?
"...저기, 쓸데없는 질문인 건 알지만-"
"아, 걱정하지 마. 유서는 쓸 필요 없어. 유서를 수리할 사람이 우리가 되니까.
그러니까.."
앨리스 씨, 제발 이 사람 좀 말려줘요..어, 어디 갔어..?
"앨리스는 수업이 끝난 뒤에 쉴 곳을 마련해야 하니 숙박소를 구하러 갔어.
그럼, 특별 수업을 바 로 시 작 해 도 될 까?"
"어..저기..거부권은?"
우득 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리 씨가 주먹으로 고아원 벽을 친 듯한데, 벽은 마치 두부를
젓가락으로 찍었다 뺀 듯 깨끗하게 구멍이 나있다.
"넌 아직도 농담이 나오는 모양이구나. 그럼 첫번째 수업. 위기에서 생존하기."
마리 씨가 내 머리를 누르던 손을 풀더니 등에 매고 있던 대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자, 타임 카운트는 10분."
마리 씨의 등 뒤에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착각이겠지..
"잘-살 아 남 아 봐. 분위기 파악 못하는 꼬맹아."
그렇게 첫 날의 수업은 "비오는 날 먼지나듯 맞는다"가 어떤 것인지 체험하는 것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