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슬비&세하] 뒤를 돌아보니, 네가 있었다. 上편(수정)

수민혜 2015-04-05 16

[단편][슬비&세하] 뒤를 돌아보니, 네가 있었다. 上편







+ P.s : 허...? 저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베스트에 올라가 있었네요!?


어... 먼저, 베스트에 올라오게 해주신 독자분들, 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 댓글을 달아 재미있게 봐주신 독자분들에게, 모두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편 진행중이니까요... 혹시라도 기다리시는 독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글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번째 베스트에 올라오다니... 놀라면서도, 이런 결실이 맺어질때도 있구나 하면서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하편에서 뵐게요!









자... 의뢰한 소재로 글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소재대로는 못한 것 같아서 굉장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왜 그렇게 됬는지는, 글을 통해서 확인을 해주셨으면 하며... 제대로 소재를 소화해내지 못한 이 못난 글쓴이를 용서해주셨으면 합니다... lllllOTL


그럼, 슬비와 세하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도록 할까요?



이번 편은 특별히, 일러스트가 존재합니다.


이번 편의 일러스트 섭외를 허락해주신 삽테인 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


일러스트의 링크↓

http://closers.nexon.com/ucc/fanart/view.aspx?n4pageno=7&n4articlesn=2889






------------------------------------------------------------------------------











" ...... "

" ...... "


집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뜬금없게도 세하네 집에서 세하와 단 둘이서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는 분인, 차원 전쟁의 영웅이라 칭송받는 알파퀸 서지수 님에게 초대를 받았던 것이다.


현재 우리 검은양 팀은 데미플레인 에서의 전투를 마치고, 이후엔 신서울 복구 작업을 위해 차원종 잔당 대부분을 토벌하여 신서울 지역 대부분은, 나름대로의 평화를 되찾았다. 물론... 그러면서 우리들 역시 몸과 마음 역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던 중에, 알파퀸 님에게서 나를 초대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주셨다. 세하와 함께한 팀의 리더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셨다.


처음 그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많이 당황한 상태로 그 초대를 받아들였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초대를 받아들인 내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부끄러운 모습이 내 자신에게 비춰진 느낌도 들었었다.


뭐... 사실 알파퀸 님을 직접 만나뵐 수 있다는 것만이 끝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서 세하 녀석이 나를 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수상하다고 생각한 나는 세하 녀석을 직접 보고서 얘기를 해봐야할 것 같았기 때문에 초대에 응한 것도 있었다.


그런 결과로 지금까지 오게 됬는데......


" ...... "

" ...... "


약 한시간 정도, 서로 이렇게 흔한 대화 한번 없이 대치만 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 앞에서 게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세하 녀석을 보고서 난 조금 놀라있기도 했다. 적어도 게임하면서 맞이해줄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 ... 이세하? "

" ... "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 놀라고만 있다면 이 상황을 유지할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세하를 불렀다. 그런데 내 부름에 답하지 않는 세하 녀석...


" ... 이세하... "

" ...... "


다시 불렀건만 요지부동... 인 세하 녀석이었다.


" 이세하! "

" 으앗! "


결국, 소리치면서 세하 녀석을 불렀고... 곧 놀란 반응을 보이며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이 보였다.


" 저기, 게임하지 않으면서 손님을 맞이해주는건 고마운데... 계속 이러고 있을거야? 손님한테 뭐라도 대접을 해야할거 아냐? 난 지금 네 어머니에게 초대를 받고 온거라구? "


나는 응당 받아야 할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처럼 세하 녀석을 설교하기 시작했다.


"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살아. 게임 중독에서 벗어난 줄 알았더니 이번엔 정신을 출가시키면 어떻게 해? 게임하는 모습이 안보여서 조금 나아진 줄 알았더니, 어떤 의미론 나아지지 않았어. 아주 그냥... "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의 집에 와서 이게 무슨 행패이자 추태인가 싶어서 말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만두게 된 원동력도, 내가 그 말을 했던 것과 동시에 주스 한잔을 내온 세하 녀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 말을 듣고 바로 행동하는 세하 녀석의 추진력에 할말을 잃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 ... 미안. 조금 피곤해서 정신을 놓고 있었거든. 조금만 기다려주라. 나 조금 있으면 잠깨니까. "


무심한 듯 말하면서도 곧 잠을 깨기 위해서 고개를 흔들며 말하는 목소리 톤은 사과하는 듯한 톤이었다.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주스를 한모금 마셨다. 사과 주스였다.


그런데, 내가 이 곳에 오면서 사온 주스와는 조금 목넘김이 다른 주스였다. 그러니까... 과일 그대로를 갈아서 마신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 이거, 혹시 직접 갈아놓은거야? "


그래서 나는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 어. 오늘 아침부터 엄마가 날 깨워서 중요한 손님이 올거라고 하시더라구. 그래서 뭔가 해야하지 않겠냐는 엄마의 말씀에 못이겨서 말야. 과일 많으니까 주스라도 만들어 놓으라고 하셨어. 그런데... 그 손님이 슬비 너일줄은 몰랐네. "


" 그... 그래. "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술술 나오자 나는 조금 당황했다. 평소에는 나랑 있을 때마다 투덜대며 실랑이를 벌이던 녀석이었는데, 어떻게 된건지 오늘은 꽤나 잠잠한 상태다.


그런 순간에 내 배에서 들려온 꼬르륵 소리... 우왓!!!


" ... 너, 밥은? "


내 배에서 나던 소리를 들었는지 녀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이런 망신이...


" 어? 아, 아직... "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제대로 말 못한채 그렇게 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선 잠잠하던 녀석은...


" ... 조금만 기다려. 밥해서 줄게. 나도 아직 밥 안먹었어. "


녀석의 말을 듣고서 나는 조금 놀란 듯한 시선으로 봤다. 잠깐... 그러니까...


" 요리를 하겠다는거야...? "

" 어. 곧 점심 먹을 때이기도 하잖아. 무슨 문제라도 있어? "

" ... 문제라기보다... "


난 조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세하 녀석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이 녀석이 요리를? 이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 믿지는 못하겠지만... 실은 우리 엄마, 요리를 잘 못하셔. 그래서 나 혼자 있을 때마다 혼자서 요리하고 그랬어. 가끔... 이 아니라, 내가 자주 엄마한테 요리해서 밥 차려드리기도 하고. "


그런 내 표정을 봤는지 약간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는 녀석이었다.


" ... 정 믿지 못하겠으면, 도와줄래? 손님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조금 그렇긴 하지만 말야. "


나는 두가지로 인해 두번 놀란 상태였다. 하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그럴싸한 답을 내놓는 것 하나랑... 그런 나한테 녀석이 실례를 무릎쓰고 도움을 청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항상 녀석이랑 얘기하다보면 실랑이를 벌이지 않을 때가 없었다. 서로 굽히려고 들지 않으려는 점 때문이었고, 나도 그렇고 녀석도 그렇고 양보를 모르는 유치한 사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인지 녀석이 먼저 나한테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팀원 중에서 누구라도 이런 상황을 본다면, 어느 누구라도 놀랄법한 상황일 정도였다.


" 네... 네가 원한다면, 도와줄게. 요리는 잘 못하지만... "


난 마지못해 대답하는 사람처럼 대답해버렸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싶었지만...


" 내가 옆에서 같이 할거니까 괜찮을거야. 아, 겉옷은 이리 줘. 옷장에다 걸어놓을게. "


녀석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반응하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녀석의 말에 놀라면서도, 겉옷을 벗어 건네주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아까부터 겉옷 때문에 자리에 있기가 조금 불편했었는데, 그걸 알았는지 녀석이 나한테 그런 요구를 해던 것이다.


" ... 고마워. "


겉옷을 건네주면서 그렇게 말했다.


" 응? 뭐라고? "


하지만 그런 내 얘기를 못들었는지 다시 한번 되묻는 녀석이었다.


...... 얄미운 녀석...


" 아무것도 아냐! "


나는 조금 토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며 부엌 쪽으로 향했다.








" 슬비, 양파 껍질 까서 씻은 다음에 얇게 좀 썰어줘. "


우리가 정한 메뉴는 양념 불고기였다. 양을 조금 많게 해서 저녁에 오실 어머니도 같이 먹자는 녀석... 세하의 의견에 나도 수긍을 한 것이다.


나는 세하의 말에 답하며 양파를 찾아서 껍질을 깐 이후에 천천히 썰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엌일 자체를 좀처럼 해본적이 없던 나로선 칼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썰어야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줄 모른채로 멈춰있었을 때였다.


" ... 자, 나 봐봐. "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옆에서 나를 부르는 세하의 목소리에,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왼손으로 당근을 잘 지지하고 있었고, 오른손엔 칼을 자연스럽게 잡으며 당근과 칼을 서로 맞대고 있었다.


" 이렇게 왼손으로 식재료를 잘 지지해야 이렇게 칼로 잘 썰어낼 수 있어. "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레 송송 소리를 내며 당근을 얇게 썰어내고 있었다.


당근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왼손을 베이지 않게 잘 조절하며 썰어내는 모습이, 굉장히 익숙해 보였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요리를 도맡아서 하고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내 당근을 다 썰고선 그릇 하나에 담아놓은 다음에 세하가 나를 보더니...


" 그럼, 실습으로. "

" 응? "


그 말과 함께 내 양 어깨를 붙잡고 도마 위에 놓인 반쪽의 양파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 뭐... 뭐하는거야! "


뒤에서 내 양손을 각각 왼손엔 양파를 지지하게 했고, 오른손은 식칼의 손잡이를 잡게 했다.


그 모습이 마치 세하가 나를 뒤에서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때문에 나는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고 있었지만...


" 자, 양파를 썰때는 칼을 이렇게 일자로 세워서... "


녀석은 아랑곳 않고... 뒤이어 설명과 함께 내 오른손을 잡더니 칼을 세하의 말대로 일자로 보이게끔 잡게 했다.


" 수직으로 천천히 얇게 썰면 되. 너무 얇게는 안 썰어도 되고... 이 정도면 되겠다. "


적당한 두께를 잡아서 썰어낸 다음, 리듬을 타면서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얼마 안되서 양파를 다 썰게된 것과 동시에 내 양손을 놓아주는 녀석...


" 자, 이제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반쪽도 썰어줘. 나도 이제 고기 준비할게. "

" 응... "


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심장 떨려죽겠네. 세하 녀석... 이럴 때만 꽤나 적극적이란 말이지?


진짜 얄미운 녀석이야...


" ... 헉. "


잠깐 딴 생각을 하다가 칼로 손가락을 썰어버릴 뻔했다. 순간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가, 곧 진정하고는 양파를 썰어냈다.


- 송송송송...


양파를 다 썰고서 세하 녀석이 재료를 썰고 있는걸 지켜봤다. 요리를 잘 접하지 못했던 내가 봐도 능수능란한 솜씨여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 뭐... 뭐야. 언제 왔어? "


그런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재료의 손질을 그만두고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녀석이었다.


" 방금 전에. 그 것보다... 진짜 요리 잘하는구나? "

" ... 내 말이 그렇게 신빙성이 없었던거야? "

" 원래 자기가 잘한다고 하면 별로 믿겨지지는 않아서. 하지만, 인정할게. "


... 아, 이렇게 말하려고 했던건 아니었는데. 하여간, 이 녀석이랑은 거의 정이 떨어질만큼 싸우기도 했었으니 그러려니 해야했다.


" 허어? 고맙기도 해라. "


그런 내 반응에 그래? 하는 듯한 반응만 건넨 이후에 다시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하는 녀석이었다.


곧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당근을 담았던 그릇에 방금 전까지 썰어놓았던 재료들을 전부 담아놓았다. 거기엔 어느샌가 썰어놓은 고기를 비롯한 각종 채소들도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 자... 이제, 여기에다가... "


그러면서 어느샌가 또 준비한 소스통이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약간 매콤한 맛의 양념이었다. 그 것의 뚜껑을 까더니, 이내 소스통에 있는 양념을 반 이상을 부어놓은 뒤 그대로 닫아버렸다.


" 다 쓰는거 아니었어? "


내가 그렇게 묻자, 찾기 쉬운 수납장에 소스통을 넣으면서 녀석이 말했다.


" 한번에 다 쓰기엔 너무 짜거나 매울 수도 있어. 무엇보다, 이런 양념은 다른 요리에도 많이 쓰이니까 만약을 위해서 남겨놓는거야. "


" 아아... "


나는 괜찮은 정보를 하나 얻은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고 나중에 요리할 때 이 소스만 너무 맹신하면 안되고. 용도에 맞는 조미료가 항상 있는 법이니까. "


이후에 들려온 그 한마디에, 순간 나는 무언가 찔린 사람처럼 몸을 움찔거렸다. 아니... 잠깐? 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여야했지?


" ... 그 얘기는 왜 한거야? "

" 나중에 너 혼자서 시간 날때 요리를 하게될 경우를 말해준거야. 혹시, 찔린거라도? "

" 그, 그런거 없거든!? "


난 다시 한번 토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답했다. 사실... 녀석의 말대로 나 혼자서 가끔 이렇게 요리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은 좀처럼 해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이 녀석한테 그걸 읽힌 것 같아서, 기분이 조금 묘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다가, 녀석은 다시 다른 수납장에서 비닐 장갑같은 것을 하나 꺼내서 오른손에 낀 다음에 그릇에 담긴 재료들을 섞듯이 주물거렸다.


" 이렇게는 왜 하는거야? "


솔직히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난 지금 이렇게 요리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 신선했다. 그래서 녀석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궁금했고, 신기해하면서 유용해보이는 정보들을 귀담아 듣고 싶었다.


... 나중에 혼자서 요리 할때도... 유용하게 쓸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 사실 이걸 바로 넣어서 그대로 볶아도 되긴 해. 하지만 그렇게 하면 고기나 채소에 양념이 잘 먹지를 않아서 약간 맛이 없어지고 그래. 그래서 이렇게 먼저 잘 섞어주면서, 채소랑 고기에 양념이 잘 먹도록 버무리는거지. "


" 아... 그... 렇구나. "


녀석은 그릇 안에 있는 고기와 채소들을 잘 버무리면서 곧 고기와 채소의 색이 서로 같아질 정도로 만들어놓고 있었다.


...... 재미있겠다...


" ...... 한번 해볼래? "


그 때, 녀석이 내가 물끄러미 보고 있는 표정을 발견했는지 그렇게 물어왔다.


" ... 어? 어!? "


그에, 나는 듣지 못할 걸 들어버린 사람처럼 놀라며 반응을 했다.


" 뭘 그렇게 놀라? "

" 아... 아니, 그냥... 그나저나... 뭐라고 했어? "

" 이거 이렇게 섞는거 말야. 한번 해볼래? 이 것도 실습인데. "


실습이라는 말에 잠깐 혹했던 나는 그 말에 해볼래! 라고 곧장 답할뻔했지만 곧바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면... 마치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던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서... 였다.


" 그...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해볼게. "


난 다시 한번, 마지못해 답하는 사람처럼 대답해버렸다. 오늘... 나 왜이래?


" 그래. 자, 여기. "


그러면서 자신이 꼈던 비닐 장갑을 온전히 벗어서 내게 건네주는 녀석. 그걸 받아서 장갑을 낀 나는... 조금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버렸다.


' ... 온기가 아직... 남아있네... '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헉... 잠깐? 내가 무슨 생각을...!


" 어...? 이슬비. 왜 그래? 얼굴이 빨개졌는데? "

" 어...? 어!? 아, 아무것도 아냐! "


난 소스라치게 놀란 사람처럼 반응해버렸다.


분명 이대로라면 왜 이렇게 과민 반응하는거냐며 되물어올 것이 뻔한 상황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넘겨야하나 고민하는 것 때문에 내 머리 속에선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 그래? 그럼 일단 한번 해봐. "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넘긴 듯 나한테 재료를 섞어보라며 말하는 녀석...


아... 이 녀석, 진짜 모르는건지 모르는 척하는건지... 정말 얄미운 녀석이다. 그저 속으로만 속삭인 다음에 녀석의 말대로 재료들을 손으로 만지면서 섞기 시작했다.


첫 느낌은... 굉장히 차가워서 놀랐다. 원래 이렇게 차가웠나? 싶을 정도로 차가웠지만, 이내 주물 거리면서 섞어가니까 익숙해지면서 점차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 오, 좋아. 꼼꼼하게 잘 버무리는데? "

" 그... 그래? "


녀석은 약간의 감탄사를 더해서 나를 띄워주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던 나도 신이 났는지 버무리는 일 같은 사소한 일도 재미있다고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 실제로... 재미있긴 했지만 말이다.










" 맛있어... "


갖가지 반찬들과 함께 식사 준비를 마친 우리는 메인 요리인 불고기를 하는 중에 해놓은 밥을 떠서 공기에 담았다.


그리고나서 시작한 식사. 그러니까... 이 말은 내가 먹으면서 했던 말이었다.


" 조금 급조해서 차리긴 했지만... 맛은 괜찮은거야? "

" 응. 눈으로 봐도 그렇고, 맛도 괜찮아. 잘 먹을게. "


내가 그렇게 말하자, 녀석은 입을 기분 좋게 휘면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괜찮다니 다행이네. 먹자. "


그렇게 녀석과 나의 점심 식사가 시작됬다.


비록 별다른 양념 없이 시중에서 파는 양념으로 버무린 불고기 였지만... 항상 식사 시간때만 되면 밖에서 사먹는 버릇이 있었다보니, 이렇게 집에서 직접 해먹는 밥은 신선했고... 또한 맛있었다.


물론... 누군가와 같이 먹는다는 것 자체로도 나로선 신기한 일이었다.


항상 혼자서 식사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배제한 채로 살아왔던 나였으니까.


그런데, 검은양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내게 지금의 동료가 생겼고... 그 동료들과 함께 싸워오면서 신뢰를 쌓고... 위험한 임무를 안고 모두가 함께 그 시련을 헤쳐온 결과, 지금의 동료들과... 내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되찾은 평화와 평온한 일상... 이었지만, 실은 그 이후로부터 나는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라는 고민으로 말이다.


오직 차원종들을 향한 복수심으로 인해 앞만 보고 달려온 나... 그리고 지금은 그 것을 완전히 이룬 것은 아니지만, 실상으론 내 목적을 달성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내 앞에... 이제 다른 미래가 있는걸까? 지금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 달려온 내게,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걸까?


" ...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

" ... 응? "


내가 그렇게 말 없는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녀석이 내게 말을 걸었다.


" 무슨... 말이야? "


그 물음에 다시 묻고 싶다는 듯이,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 ... 이제는, 네 마음의 짐을 덜어내도 되지 않겠냐구. "

" ...! "


난, 녀석의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숟가락을 놓칠 뻔했다.


마른 침을 삼키고, 녀석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눈빛엔,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듯 보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걱정하는 눈빛이 담겨있었다.


" 지금이야 이렇게 평온하지만, 언제 차원종이 다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몰라. 하지만, 그 이전까진 이 온전한 일상은 계속될거야. 그 때가 오기 전까지만이라도... 조금은 그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면 안되겠냐는 얘기야. "


" ... "


" 이런 말을 하기엔 좀 그렇지만, 넌 너무 뒤를 안봐. 너무 앞으로만 가도 남아있는 것은 없는데도 말야. 그러니까... 난... 우리는, 네가 조금만 뒤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싶었어. "


그러면서... 녀석은 기분 좋은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 우리한테... 아니, 적어도 나한테 만이라도 그 짐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

" ...... "


그리고 그 미소는... 지금껏 녀석에게서 못봤던... 아니,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부모님... 에게서만 보였던... 그런 따뜻한 미소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예전엔 그 미소를 떠올릴 때면... 눈물이 났었는데, 지금은 그 눈물이 나오지가 않았다. 오히려... 심장이 두근거렸고... 입꼬리가 간지러웠다.


난... 지금 기뻐하고 있는건가...?


" ... 고마워. "


인정하긴 싫지만... 그 얘기에, 난 기뻐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소를 지어... 그렇게 답해주었다.


" 하지만, 너한테 그런 말은 어울리지 않아. 넌 나랑 있을 땐 투닥 거리는게 어울리니까. "


그래도, 녀석에게는 어울리진 않았다. 아니, 어울려도 안 어울린다고 잡아 떼야했다.


" 뭐야? 기껏 걱정해서 해준 말이었는데,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

" 이세하... 내 걱정보단 네 걱정부터 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

" 야, 이슬... 악! 역시 걱정해주는게 아니었어! "


잡아떼지 않고 인정해버리면... 위험하니까 말이다.


녀석은 알까...? 자신이 얼마나 상대방한테 힘이 되는 말을 해줬는가를 말이다.




.





.





.






" ... 으음... "


아... 깜빡 잠이 들어버렸나보다. 점심을 먹고 난 이후에, 세하 녀석이 뒷 정리를 하는 동안 집안이라도 둘러보라고 했었지...


그래서 방을 둘러보다가, 녀석의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그러고는 둘러보다가, 잠깐 지쳐서 침대에 누워만 있겠다는게... 잠이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 실례를 저질렀다. 라고 생각하고 일어난 순간...


" 음... 이정도 레벨을 찍었을 때 스탯을 어디에 분배를 해야 더 효율적이게 강해지더라...? "


...... 나는, 말 없이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곳엔...






↑위 그림의 출처 및 링크!

http://closers.nexon.com/ucc/fanart/view.aspx?n4pageno=7&n4articlesn=2889

(글의 스토리 상, 아직 해가 떠있습니다! 이 링크에 가시면 밝은 배경이 있는데 그걸 참고하고 봐주시면 되요!)






상반신에 와이셔츠만 걸친채... 앞을 채우지 않은채로 의자에 앉아서 게임기를 붙잡고 고민에 휩싸인 녀석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 꺄아아아아악!!!!!! "


그리고 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비명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







어... 죄송합니다!


요청하셨던 세하의 소심함을 표현하지는 못했습니다 ㅠㅠ...


글을 쓰면서 내내 고민했었습니다.



소심... 소심... 소심!?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ㅁㄴㅇㅀㅁㄴㅇㅁㄴㄻㄴㅇ



...... 아무리 떠올려도 세하한테 소심을 부여하기가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최대한 해보려고 했는데... 이런 글이 나와버렸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 그래도 잘 봐주실거죠!? 그...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이번 글은 정말로, 하편에서 끝날 예정입니다.


그 하편에선, 조금 더 적극적인 슬비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 아마도요... lllllllOTL




그럼, 하편들고 다시 오겠습니다! 하편에서 뵈요!


그리고... 소재를 주신 분에게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ㅠㅠ





P.s : 오늘 하루종일 바빠서 이제서야 수정을 하게되었습니다.


추가된 부분도 있으니, 다시 보는 재미도 있을거에요! 아... 아마도!




+ 하편도 나왔습니다! 그렇게 되었으니, 하편 링크를 띄워봅니다 : )


링크! ↓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2339



2024-10-24 22:25: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