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신부#2
엿먹을래 2015-04-04 0
황제는 재미있다는 듯 한번 웃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귀에 속삭였다. 움찔하긴 했지만 그냥 버티고 있었다.
“내가 만만한가?”
그리곤 나의 입술에 입을 맞대었다. 메이드와 집사. 즉 하녀와 집사는 조심히 빠져나가 문을 살살 닫았다. 그리고 문 밖에서의 소리가 전부 들려왔다.
“저 여우년.”
그 소리를 들은 황제는 자연스럽게 나의 귀를 막으며 키스를 이어갔다. 그의 키스는 거칠었고 빨랐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키스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며 황제를 밀어냈다. 그리고 공중에 칼을 띄워 자신을 보호했다. 나는 식은 땀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되어 그 땀을 손수건으로 닦은 후 황제에게 당당히 말했다. 아니, 경고 했다.
“황제 폐하, 실례를 무릎쓰고 말하겠습니다. 제게 손대지 말아주시죠.”
황제는 재밌다는 듯 키득 비웃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아니 꼬워 보였지만, 아무리 나라도 사살해선 안되는 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살해선 안되는 자들 중 하나가 황제였다. 감히 자신을 건들지 못하는 나를 보며 웃는 황제를 어이없다는 듯 째려보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또 그 모습을 보며 황제는 멈추지 않고 키득거릴 뿐이었다. 황제의 키득거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작고 나약해 보이는 귀여운 여자아이, 하지만 황제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의 뒤에 어떤 흔적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예비 왕녀. 넌 운명이 정해져있어. 내 여자가 되는 운명으로.”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 운명이 뭐가 어째? 운명따윈 없다. 자신의 길을 원하는 곳으로 파갈 뿐. 가끔 장애물을 만난다 해도.
“폐하, 죄송하지만 그렇겐 못하겠네요.”
황제는 아까처럼 웃고있었다. 슬비는 날카롭게 선 눈으로 황제를 째려보고 있었지만 황제는 상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는 슬비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그럼, 이건 어때? 넌 마법으로 검이든 칼이든 써. 대신 난 창으로 덤비지. 그렇게 해서 니가 이긴다면 내 신부가 되지 않게 해주지. 물론 가족도 건드리지 않아줄게. 하지만, 내가 이기면 넌 내 신부가 되야해.”
당연히 내가 이길 것 같지는 않았다.. 황제는 창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꽤나 유명하기 때문이였다. 아니, 나는 황제도 창을 마법으로 다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도 마법을 쓰는 것을 알기에 즉시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만일 지면 내가 매우 경멸하는 황제의 신부가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나는 황제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나는 꼼짝없이 황제의 신부가 되는 것이 더욱 싫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였다. 적어도 덤벼보고 보자.
“좋아요. 대신 폐하도 마법 쓰지 말아주시죠.”
황제는 본인이 창을 다루는 마법을 쓸 수 있다는걸 아는 나에게 놀라거나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알아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 했을 수 있다. 황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그러지.”
그렇게 제의를 받아들이고는 3일 뒤 황궁의 검실 수련장에서로 잡았다. 나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고 침대에 엎어져있었다. 답답했다. 그를 못이길까 두려워 하는 나 때문에.
잠시 내가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그저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을 뿐.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박자가 색다른 걸 보니 세하다. 내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정말 친하다. 난 세하에게만 내 모습을 보여 주니까. 가족에게도 못보여주는 내 우는 모습을.
“.. 들어와-”
세하가 오랜만에 우리 집으로 온거다. 평소에는 가끔 거리에서 마주치면 놀다 헤어지는 것만 있었는데. 좋았다. 기분이.
“이슬비이이이-! 너 뭐야. 왜 황실로 간거야.”
왜 황실로 갔었냐는 세하 모습에 픽 웃었다. 세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애가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잇었다. 하긴,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침대에 얼굴을 파뭍고 있으면서 우울 하던 애가 갑자기 웃으니.
“내가 빌어먹을 황제랑 결혼해야 된다그래서. 거절하러 갔다왔어.”
그래서 라는듯 한 세하의 눈빛에 나는 황실에서 있던 일을 전부 말했다. 세하 또한 내가 겪었던 표정그대로 였다.
“그래도 내가 아는 이슬비라면! 충분히 황제 따위 이길 수 있을거야. 걱정마. 걱정 할 필요없어. 운명따윈 정해져있지않아. 각자가 선택한 길로 갈 뿐이지.”
세하의 장난 섞인 격려와 응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울고 싶은 심정이였는데. 질까봐 두려워서.
“두려움엔 한계가 없어. 너무 두려워마. 깊은 어둠속에 빠지기 전에 내가 끌어 올려줄게.”
역시 세하밖에 없었다. 두려움에는 한계가 없다라. 맞는 말이다. 공포와 두려움과 슬픔에는 한계가 없다. 대신 기쁨과 행복에도 한계가 없다. 그게 사람이니까.
“고마워. 역시 너밖에 없어.”
다른 사람이라면 내가 이런 말을 할줄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세하니까. 내가 친구로서 좋아하는 남사친이니까. 편하게 생각하고.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세하가 나를 재워 주고 간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땐 익숙한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나였다.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짧은 메모와 내가 좋아하는 따듯한 핫초코가 있을 뿐이였다. 메모에는 간단하게 적혀있었다.
[계속 우울해 있지말고 따듯한 핫초코나 먹으면서 쉬고있어. 내가 핫초코 해줬으니까 다음에 나랑 게임 한 판하자. -이세하-]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간단한 메모에도 금방 기분이 업 되게 해줄수 있는 사람은 세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제의를 한 황제에게 진다면? 그 즉시 약혼식이 진행 될 지도 모른다. 나는 당장 드레스를 갈아입었다. 황실로 다시 갈 것이다. 그 제의에서 3일뒤, 아니 이젠 2일뒤지만. 2일뒤가 아닌 당장 내일로 당기자고 하고 싶다. 일단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 될테니 흰 드레스를 입었다. 쇄골 사이에 빨간 루비가 동그란 모양으로 박혀있는 드레스다. 이리아드라는 나라에서는 흰 드레스는 부탁을, 빨간 루비는 간절하다는걸 의미한다. 이 나라에선 결혼식 당시에도 흰 드레스가 아닌 아이보리색 미니 드레스를 입어**다. 이유는 모른다. 나는 곧장 황궁의 성문 앞으로 갔고 기사는 어제 들어갔던 내 얼굴을 기억하는지 금방 문을 열어주었고. 이번엔 뒤에 딸려오는 것들 하나 없이 잘 갔다.
“황제폐하. 이슬비 공녀 폐하를 알현합니다. 간청이 있어 다시 한번 발길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