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2-
이케아라 2015-04-03 8
처음부터 불안한 기분이 들긴했다.
위상력억제기를 가장 많이 보유했다고해도 그런 억제기의 성능을 무시하고도 남는 거대한 변수가 강남에서 작용했었으니까.
혹시 이곳에서도 차원종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미국에서까지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상은 언제나 자신을 배신하지 않고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크워아아아아아아아아!!!"
A+급차원종 키텐의 포효가 미국의 황량한 도로를 가득매웠다.
강력한 자기장을 몸에 두른 키텐은 A급 차원마수 말렉의 아종으로, S급에는 못미치지만 다른 A급 차원종보다 월등히 강한
위상력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리고 그런 차원종과 조우하게된 세하는 식은땀을 흘리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상대는 A+급 차원종 한마리... 도망을 칠수는 있겠지만 만약 이녀석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이 일대의 차원문이 열려버릴지도 몰라...'
칼바크의 가방이 열리자마자 키텐이 뇌전을 일으키며 소환되긴 했지만 자신들이 탔던 리무진은 부서지지않고 멀쩡한 상태다.
이대로 차를 타고 전속력으로 도망치면 목숨을 건질순 있겠지.
하지만 A급차원종은 그 일대의 위상변곡률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수십개의 차원문을 만들어내는 위험한 괴물이다.
여기서 키텐을 처치하지 않으면 안그래도 클로저가 부족한 미국에 큰 피해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일.
세하는 리무진에 보관되어 있던 건블레이드를 꺼낸뒤 소리쳤다.
"아저씨! 선배! 제가 시간을 끌어볼테니까 여기서 빨리 도망치세요!"
세하의 위상력에 반응한듯 건블레이드의 도신이 파란 불꽃에 휩싸였다.
키텐은 갑자기 차원을 이동하게된 탓에 차원압력에 시달려 움직이지 못했지만, 칼바크의 가방으로 소환된 이상 금방 압력에 적응하고 활개를 칠게 분명하다. 갑자기 전투태세에 들어간 세하를 보고 다니엘과 세린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세하요원! 지금 여기서 전투를 벌이는건 자살행위입니다! 얼른 차에 타세요!"
"세하야!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A급 차원종은 위험해! 얼른 돌아와!"
A급 차원종을 단신으로 쓰러트린 전적이 있는건 차원전쟁 당시의 울프팩팀같은 정예클로저 밖에 없다.
하물며 눈앞의 키텐은 그런 A급 차원종보다 더 격이 높은 A+.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다니엘과 세린의 입장에선 세하의 무모한 행동에 절박한 목소리가 튀어나올 수밖에.
세하도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있나본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진짜로 저 녀석을 쓰러트리겠다는건 아니니까. 단지 아저씨랑 선배가 도망칠시간을 벌겠다는것 뿐이에요. 그러니까 얼른 가세요."
세하도 S급 차원종인 아스타로르를 처치한 실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검은양팀 5명의 협력과 애쉬와 더스트의 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힘으론 A급 차원종을 쓰러트리기 힘들다는걸 충분히 자각하고 있건만 그래도 여기에 남겠다고 말하는 세하의 모습을 보고 다니엘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막 유니온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30분... 아니 20분만 버텨주십시오."
"고마워요. 기왕이면 좀더 서둘러달라고 전해주세요."
세하가 말을 끝내자마자 다니엘이 리무진의 엑셀을 밟았다.
오세린도 할말이 많은 표정을 지었지만 자기가 여기에 남아봤자 발목을 잡을뿐이라고 생각하나본지 분한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철컥.
갑자기 시동하기 시작한 차를 보고 공작원이 오른손에 들고있던 대포를 겨누기 시작하자 세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딜!!"
건블레이드에 집속한 위상력이 파란 레이저처럼 일직선으로 하늘을 향해 발사됐다.
그의 기술중 하나인 '공파탄'이다.
"크윽!!"
아무리 군복으로 무장을 하고있다고 해도 세하의 위상력은 상대방의 방어를 무시하는 일격이다.
갑작스런 공격에 대포를 잃어버린 공작원은 투구안에서 빨갛게 빛나는 안광을 불태운채 분한 듯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크워아아아아아아아아!!!"
공작원이 사라져버리자 홀로 남겨진 키텐은 차원압력의 적응을 끝마쳤나본지 사납게 빛나는 안광과 곳곳에서 일으키는 강한 벼락으로 자신의 분노를 퍼트리고 있었다.
"윽!! 귀청 떨어지겠네..."
세하가 인상을 찌푸리고 어색한 몸짓으로 몸을 풀며 불평했지만 고위 차원종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없는 키텐이 세하의 심정을 알 리가 없다.
"갑자기 우리차원으로 끌려온 네 심정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지금은 얌전히 원래 차원으로 돌아가줘."
세하의 몸에 파란빛이 뿜어져 나왔다.
몸안에 축적되어있는 위상력을 개방해 일시적인 각성상태에 돌입하는 클로저공용스킬 '위상력 개방'.
그리고 자신의 위상력을 응축시켜 건블레이드에 집어넣는 '위상집속검'.
두가지의 버프(?)스킬로 무장한 세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키텐에게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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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울의 재해복구본부.
특경대원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각종공사기계의 소음으로 범벅이된 신서울을 총괄하는 곳이자 아직 남아있는 차원종들을 처치하는 클로저들의 보금자리인 곳.
그리고 지금은 이 본부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유정이 검은양팀에게 임무를 하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니온의 S급 클로저가 저희를 호출했고, 이세하는 위상검진을 위해 저희들보다 먼저 미국으로 떠났다는
말이군요?"
검은양팀의 리더인 슬비가 유정의 말을 확인하듯 물었다.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신장이나, 위상력때문에 변질된 머리카락과 눈동자때문에 상당히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군기가 바짝 들어간 진지한 표정때문에 괜히 주눅을 들게하는 소녀였다.
이슬비의 질문에 김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맞아. 그러니까 이틀뒤에 G타워 옥상으로 집결해줘. 필요한 여권이랑 경비등은 그 클로저가 준비했다고 하니까
이동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을거야."
"와아~! 그럼 저희 미국으로 여행가는거에요? 미국햄버거 맛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얏호!"
김유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리가 활기차고 밝은 목소리로 환호했다.
집안사정때문에 가난과 씨름을 해왔던지라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이 어지간히 기쁜가보다.
김유정은 여행이 아니라 임무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려했지만 어차피 서유리가 그런걸 신경쓸 사람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유정씨. 동생의 건강이 안 좋아서 본부에 먼저보냈다면... 세하의 위상력이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라는건가?"
신문지로 각종 보험회사 정보와 건강성분을 조사하고 있던 제이가 질문했다.
전직 울프팩의 요원이자 차원전쟁 생존자인 그는 자신의 건강에 지극한 관심을 보이고있는 나이 미상의 청년(...?)이었는데,
자기 후배인 세하의 건강소식을 듣고 어른의 노파심이 작용했나보다.
진지한 제이의 표정을 보고 김유정이 성실히 대답했다.
"저도 자세힌 모르지만... 세하의 몸속에서 위상력이 계속 변동하고 있는걸 확인 할수 있었어요. 한 번 봐주세요."
김유정이 세하의 위상력을 측정해둔 종이를 건네자, 제이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프를 노려봤다.
"...이거 대단하군."
"우와... 마치 지진계같아요...!"
쓴웃음을 지으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제이의 어깨위에서 한 소년의 미성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소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느다란 몸체. 그리고 그와 정반대되는 스타일의 무기인 랜스를 사용하는 클로저 미스틸테인이다.
그의 말대로 세하의 위상력을 나타내고 있는 그래프는 대지진을 측정하는 지진계처럼 이리저리 복잡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동생의 몸상태가 이정도로 나빴을 줄이야... 이거 나중에 내가 만든 특제 건강차라도 한잔 먹여야겠어."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제이도 이런 그래프는 처음 봤나본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실없는 농담을 흘려대며
실소를 지었다.
"후...저도 걱정이에요. 설마 애쉬와 더스트의 위상력이 세하한테 큰 악영향을 끼칠줄이야..."
"뭐. 그 누님의 아들이니까 금방 털고 일어나겠지.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고 유정씨."
'하지만 유니온의 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는다니... 나도 유정씨한테 걱정하지말라고 말할 처지가 못 되는군.'
겉으로 내뱉는 말과 속으로 생각한 말이 반대되는 신기한 기분을 체험하면서 제이가 쓴 웃음을 지었다.
검은양팀의 멤버들은 모르고 있지만, 제이는 과거 차원전쟁이후 유니온본부의 실험체로 이용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위상력을 흡수하고 병자수준으로 만들어놓은 유니온의 박사들이 세하의 몸을 검진한다고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떨고 말았다.
'제발 얌전히 있어줘. 동생... 네가 어떻게 되면 누님얼굴을 뵐 낯이 없으니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제이의 기도가 검은양팀의 대기실에서 조용히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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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웅!!!
대기가 갈리지는 소리가 세하의 고막을 강타했다.
A+급 차원종인 키텐의 주먹이 세하의 몸 곳곳을 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라...!'
키텐의 공격은 단조로우면서도 민첩했다.
거대한 몸집을 지닌 이상 느릴수밖에 없는게 생물의 특성이지만 세하는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키텐의 공격을, 반사신경을
최대한 발휘해 아슬아슬하게 회피하고 흘려보내는게 고작이었다.
만에하나 제대로 맞기라도하면 치명상을 입는건 불보듯 뻔했고, 이런식으로 공격을 회피해도 몸을 날려버릴것 같은 풍압이 세하의 안면을 강타했다.
물론 공격을 받지 않으면 되는것이지만 이런식으로 장기전을 계속하다간 세하의 집중력이 먼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어쩔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세하는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다.
처음엔 키텐의 주의를 자기쪽으로 돌린 다음 공격을 최대한 피하면서 시간을 벌 속셈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차원종을 상대로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간 언제 공격을 받을지 모르니 과감하게 행동을 변경한
것이다.
"공파탄!!"
펑!!
세하의 건블레이드에서 파란화염이 발사됐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화염이 키텐의 얼굴에 적중하자 큰 소리가 터지며 그의 몸 곳곳에 화염이 퍼져나갔다.
결전기를 사용하는것도 생각해봤지만 지금은 적을 쓰러트리는것보다 적을 저지하는게 우선이다.
괜히 위상력의 소모가 큰 기술을 사용하다가 전투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본말전도에 지나지 않게 되기때문에 위상력 소모가 적은 공파탄을 사용한 것이다.
"크워아!!!!"
키텐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한손으론 전방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화력이 약한 공파탄이었지만 나름대로 큰 유효타가 된 모양이다.
일시적으로 키텐의 시각을 차단한 세하는 사이킥무브로 도약해 키텐의 머리위로 착지했다.
"흡!!"
세하의 건블레이드가 키텐의 머리위에 내리꽂혔다.
A+급 차원종인 키텐의 방어력은 정예클로저요원도 꿰뚫지 못하는 견고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그리 깊게 박히진 않았지만 세하는 건블레이드가 조금이나마 찔린걸로도 충분했나본지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위상력 집중...!"
세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건블레이드에 담겨져있던 위상력이 점점 그 크기를 불려나가더니 방금전의 공파탄과는
비교할 수없는 거대한 화염이 키텐의 두개골에 작렬했다.
건블레이드에 응축되어있던 위상력이 '영거리 포격'과 '화염분쇄'의 포격을 동시에 출력한 것이다.
콰광!!
"읏!"
세하가 다시 사이킥무브를 사용해 키텐의 머리위에서 뛰어내렸다.
최대한 강한 파워를내서 위상력을 쓰긴했지만 생각보다 공격의 범위와 위력이 컸던 것이다.
"... 이 정도 공격이라면 당분간 움직이지 못하겠지?"
황야의 모래먼지가 키텐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확신할순 없었지만, 자신의 공격을 신체내부에 직접 박아놓았다.
어지간한 A급 차원종이라면 기절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세하가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숨을 돌린 순간, 모래먼지안에서 강한 번개가 내리쳤다.
쿠콰광!!
"으악!!"
세하가 저절로 인상을 찌푸리며 두귀를 막았다.
바로 가까이에서 번개소리를 들은 탓에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런 고통보다도 더 충격적인 광경이 세하의 눈동자에
비춰졌다.
"크르르르르르..."
"머...멀쩡하잖아?!"
세하의 공격을 제대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키텐의 몸엔 생채기는 물론 그을음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A+급의 차원종이라도 방금전 세하의 공격은 A급 차원종을 기절시킬정도의 위력을 발휘했다.
키텐은 A급 차원종보다 한단계 더 높은 차원종이기 때문에 적어도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하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키텐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세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일단 거리를...!"
이렇게 된이상 처음작전대로 회피하면서 시간을 끌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한 세하가 사이킥무브로 회피하려던 순간.
퍼억!!
키텐의 주먹이 세하의 복부를 강타해 저멀리 날려버렸다.
촤아아아아악...!
세하의 몸이 축구공처럼 날아가 땅바닥을 굴렀다.
검은양전용 요원복은 곳곳이 찢어졌고, 찢어진 틈새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복부를 가격당한 탓에 갈비뼈가 부서지고, 머리와 배에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어째서..."
방금전 키텐의 공격도 단조롭고 민첩할 뿐이었다.
아무리 당황한 세하라도 클로저의 반사신경이라면 못피할것도 없었겠지.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하는 속수무책으로 키텐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위상력이... 사라졌어..."
몸에서 흐르는 피와 비명을 지르는 뼈의 고통보다도 자신의 위상력이 소멸했다는것에 더 큰 충격을 느낀 세하는
먹구름으로 가득찬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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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은 조금 시간이 걸렸네요... 죄송합니다;;
이번편은 세하의 전투씬을 표현하느라 애먹었네요. 2편밖에 안됐는데 벌써 세하가 이렇게 큰 위기를 당하게 될줄은
모르셨죠? 하지만 걱정마세요. 아직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중 전개초반 정도밖에 안됐어요.
처음엔 10편정도를 예상했지만 점점 길어질지도... 제 부족한 필력상 확실히 장편이 될것 같습니다 ㅋㅋ
부족한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많이 읽어주세요 +_+
*설명이 부족한것 같아서 적어봅니다만... 세하의 목적은 키텐의 위상력을 최대한 소실시켜서 일대에 생설될 차원문의
수를 줄이는것입니다. 정말로 쓰러트리려는건 아니었어요.
*사실 소설에 집어넣을 삽화를 그리느라 늦었습니다.
근데 타블렛 고장때문에 다 날아간건 안비밀... 어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