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세.와. 리메이크 5화(상)
최대777글자 2015-04-01 2
“하아... 내가 이 세계로 와서까지 교육의 의무를 충실히 실행해야 하는 것인가...”
오랜만에 교복을 입고 가방을 맨 허시혁이 허공에 중얼거리듯이 불만을 토해냈다. 그가 향하고 있는 장소는 바로 신강고등학
교이다. 그가 어떻게 다른 세계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갈 수 있는것인가, 그건 바로 유니온의 지원 덕분이다.
‘**~! 학교가면 어차피 하는 짓이라고는 멍때리는 것 말고는 없단말야~!!! 쯧, 잠이나 자야겠다.’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바로 그 끝이 패망인 지름길을 걷고있는 허시혁이었다.
‘그보다 어차피 위상능력자들은 승급심사만 통과하면 바로 인생 직빵인데 왜 교육같은걸 지원해주나?’
등교하면서 잠시동안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허시혁은 클로저, 4급 공무원이라는 사람의 학력이 낮으면 유니온의 가치가 떨어
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윗***들을 떠올리고 비겁한 세상이라며 한탄했다(물론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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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서, 네가 이번에 전학오기로 한 시혁이구나?”
“네.”
담임교사로 보이는 사람이 허시혁의 입학허가서를 보고 확인차 허시혁에게 질문했다. 말투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허시혁이 유
니온의 지원에 의해 검정고시조차 치지 않고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약간 불만스러운지 입가는 웃고 있지만 눈에는 웃음이
보이지 않았다.
‘하아... 나도 학교에 오긴 싫으니까 그런 아니꼬운 눈빛은 그만 두시지, 선생.’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말만 하는게 아니라면 좋을텐데...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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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 우리반에 전학오게된 허 시혁 학생이에요. 여러분 모두 친하게 지내세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고개숙여 인사까지 했지만 그 누구도 허시혁에게 반가운 눈빛은 아니었다. 웬 여자애 한 명은 빼고. 이세하
는 엎어져서 자고 있는터라 허시혁이 온지도 모를 것이다. 허시혁은 교사가 가리킨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고 수업을 시작
한지 얼마 되지않아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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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 지긋지긋하고 효율없는 수업이 끝난건가. 그래봤자 이제 1교시 지난 거였지만 말야... 벌써 원래 세계에 있던 친구
들이 그립군. 언제쯤 돌아갈 수 있으려나? 아니, 돌아갈 수는 있으려나?’
일단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쉬는시간에 까지 아이들한테서 불만스러운 눈빛을 받고싶지 않던 허시혁은 잠
시 산책하기로 결정하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허시혁의 행동에 모두들 깜짝 놀랐으나 정작 허시혁은 위상능력자인 덕에 멀쩡
하게 착지할 수 있었고 유유히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어딘가라고 해도 목적지같은건 없었지만.
‘그러고보니 꽃들이 꽤 많네... 이것들을 누가 전부 관리하는 걸까? 아니, 이렇게 넓으면 여러명이서 장소를 나눠 관리하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허시혁은 잠시 그곳에 쭈그려 앉아 꽃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가지각색의 꽃들이 그의 복잡했던 감정들을
안정시켜 주는 듯 했다.
“응? 거기 누구야?”
“어?”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들은 허시혁이 뒤를 돌아봤고 그곳에 있던 물뿌리개를 들고있는 꽤나 선한 인상
의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 혹시 오늘 왔다던 그 전학생이니?”
“그래, 내가 여기에 있으면 불쾌할테니 이만 가줄게.”
“응? 무슨 말이야?”
여자아이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오자 허시혁이 눈을 휘둥그래 뜨며 뒤돌아봤다. 여자아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다들 내가 유니온에 소속되어 있어서 이 학교에 검정고시도 ** 않고 와서 꽤나 불만인 것처럼 보이던데, 위상능력자라는 것
도 불쾌하게 느끼는 것 같고.”
“그래? 어차피 우리 학교가 그렇게 오기 힘든 학교는 아닌데... 그리고 위상능력자면 뭐 어때? 같은 사람인데.”
“....”
“아, 이름이 뭐야?”
“....허시혁.”
“그래? 내 이름은 유하나야.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허시혁은 유하나의 행동이 다른 아이들과 매우 달랐다는점 때문에 그녀가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었고 잠시후에 그녀가 약간
천사같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딩동댕~]
“아, 종 울렸다.”
타이밍나쁘게 울린 종이 둘의 대화를 끊어버렸다. 뭐, 원래 금방 끝날 대화였었지만.
“나 먼저 가볼게~”
손을 흔들며 교실로 돌아가는 유하나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허시혁. 그녀가 시야에서 살아지자 천천히 손을 내렸고 그도 교실
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교실에 돌아가는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유하나의 존재는 지워지지 않았다.
‘...에라, 졸리다.’
그래도 잠은 달아나지 않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책상위에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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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데...’
“...얘! 점심시간이야, 밥 먹어야지!”
“...응?”
허시혁이 잠에서 깨어 고개를 들어올렸고 바로 앞에있던 여자아이와 거의 닿을락말락한 거리에서 눈이 마주쳤다. 잠시동안 상
황파악이 불가능했던 허시혁의 몸이 움직이지 않다가 이내 당황한 듯한 눈빛으로 빠르게 뒤쪽으로 물러섰다.
“뭐, 뭐야!!”
“반응속도 엄청 느리네. 시혁이랬지?”
여자아이의 이름표에 적혀있던 ‘서유리’라는 이름표를 본 허시혁은 분명 검은양팀 목록에 그 이름이 적혀있었던 것을 기억해
내고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아... 뭐야, 그동안 휴가냈던게 너였구나?”
“응. 오늘부터는 다시 출근할 거지만!”
“아, 그러면 다행이고. 그런데 벌써 점심시간이라니? 이제 2교시 끝난게 아니라?”
“무슨 말이야? 너 2, 3, 4교시 내내 잠들어 있었으면서.”
“.....뭣이;;”
“그것보다, 넌 점심 뭐 먹을거야? 급식은 신청했어?”
“아니, 그런거 할 여유따윈 없었고 애초에 난 급식 안먹어. 대충 빵이나 먹어야지... 어라?”
서유리의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의 지갑을 찾던 허시혁은 교복안 어느 주머니에도 자신의 지갑이 들어있지 않은 걸 알아채고
패닉에 빠졌다.
“어라.... 어라라?”
“왜 그래?”
“아차... 생각해보니 이 세계에 떨어질 때 지갑은 없었지...”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밥은 굶어야할 것 같다는 말이야. 에휴...”
“그럼 안돼! 언제나 든든하게 먹어둬야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고!”
허시혁의 말에 큰일날 소리를 하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서유리를 보고 허시혁은 약간 당황한 듯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어떡
하나, 돈이 없는데.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끙... 내가 사주기는 좀 그러니 세하한테 부탁하자!”
“왜 관계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래...”
허시혁의 말을 듣지도 않고 바로 심하게 다크서클이 나 있던 남자애와 게임을 하고있던 세하에게 가서 뭐라뭐라 말하는 서유
리. 예상외로 이세하는 몇 마디 나누더니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별로 거절하지 않고 바로 수락하네?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닌가?’
“가자!”
“어,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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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냐.”
“됐어, 이런일이 한두 번도 아니거든.”
“음... 그래도 미안하니까 월급 받으면 바로 갚을게.”
“그래, 그런데 얘는...?”
허시혁이 아까 이세하와 게임을 하고있던 다크서클이 심하게 내려앉은 남자애를 가리키며 물어보자 이세하가 대답했다.
“아, 내 친구 석봉이야. 한석봉. 보다시피 나보다 심한 게임폐인이고!”
“너 무슨 소개를 애 기분나쁘게 하냐... 암튼, 반갑다.”
“으, 으응...”
허시혁은 거절당할거라고 생각하며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으나 의외로 한석봉은 아무렇지않게 허시혁의 손을 잡고 악수했
다.
“너는 딱히 나한테 불만이 없나보다?”
“뭐... 불만을 느낄 이유야 없으니까...?”
“그래?”
‘아까의 그 불만스러워보였던 눈빛은 그냥 졸린거였구나!’
“얘들아, 도착했어!”
“어, 그런데 우리 이렇게 막 나와도 돼?”
“괜찮아, 괜찮아! 안내라는 명목으로 외출증 끊었으니까!”
‘보통 그걸 명목으로 외출증을 끊어주던가...? 유니온에 소속되어있는 사람의 부탁이니 어쩔 수가 없는건가? 이젠 전부 다 이
런 시점으로 보이게 되는구만... 더러운 세상 같으니라고.’
그러한 생각을 안고 가게안으로 들어가자 어째서인지 되게 화사한 분위기의 카페가 보였다. 무슨 여자애들이나 올법한 그런
카페였다. 한석봉과 이세하는 익숙하다는 듯이 서유리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좁다 야,”
3명이 같이 앉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여자애 옆에 앉는건 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서유리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고 도리
여 그들이 불편하게 보여서 결국 한석봉이 서유리의 옆에 앉기로 하였다.
“무엇을 주문하실 건가요?”
““커ㅍ...””
“샌드위...”
“오늘의 추천메뉴 로맨틱한 소녀를 위한 핑크 파르페 타워 사은품 증정 4개요~!”
...아, 이건 서술자인 나마저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세하와 한석봉, 허시혁이 주문하기도 전에 모두의 메뉴를 통합시켜
버린 서유리가 미소짓고 있었다.
“너 대체...”
“괜찮아, 괜찮아~ 오늘의 메뉴는 30%할인이니까 신경 안써도 돼.”
“지금 따지고 싶은 부분은 그쪽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