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1-

이케아라 2015-03-29 7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최강대국.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탓에 무엇하나 쉽게 통일되지 않으며,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나라인 이 곳에서, 세하가 공항의 홀로 나와 옆에 있는 세린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 영어 되게 잘하시네요."


G타워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오긴 했지만, 역시 입국심사의 덫은 피할 수 없었다.
세하는 항공직원의 복잡한 영어발음때문에 혼란에 빠져있었지만, 오세린 요원이 능숙한 영어실력으로 사정을 설명하고,

유니온의  요원이라는걸 증명하는 신분증을 건네준 덕분에 별다른 문제없이 입국심사에 통과할 수있었다.
세하가 존경스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하자 오세린이 부끄러운듯이 뺨을 긁었다.


"응? 아... 고마워. 나 같은 비 전투원은 승급심사에서 외국어시험을 자주 보거든...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어 헤헤."


오세린의 위상력특성 정신지배능력으로, 직접 무기를 들고 차원종과 전투를 벌이는 검은양팀과는 달리 엘리트요원의

보좌나 업무등을 도와주는것이 주 임무였다. 그러다보니 외국의 지부와 대화할 일이 잦아서 외국어를 많이 익힐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별것 아니라는듯 겸손을 떠는 세린의 말에 세하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난 외국인이랑 1분이상 대화 못하겠던데...'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 영어공부를해도 외국인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있는건 정말 극소수의 학생들뿐이다.
문득 자신의 영어성적이 떠오른 세하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잡념을 떨쳐낸뒤 주위를 둘러봤다.


"...아까부터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것 같은데... 기분탓은 아니겠죠?"


지금 세하와 세린이 있는 곳은 미국의 평범한 공항으로, 약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거나, 일정을 체크하는등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공항에 국가의 특수공무원이라고 할수 있는 유니온의 클로저가 나타났으니 사람들이 놀라는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세하의 모습을 보자마자 꺅꺅거리는 여자들과 세린을 보고 얼굴을 붉히는 청년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검은양팀의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이겠지만 이 두사람의 외모도 한 몫한듯 했다.


"그러게... 아무래도 클로저를 본 사실이 신기한가봐. 일단 난 본부에 연락을 넣을게. 세하 넌 저기 앉아서 기다려줘."


"네. 다녀오세요."


오세린이 통신기를 들고 나가자, 세하는 적당한 곳에 앉은 뒤 이어폰을 끼고 게임기를 꺼냈다.


'으으... 내 50시간...!'


게임 화면을 키자 플레이시간이 왕창 줄어들었다는걸 알 수있었다.
데미플레인에서 아스타로트를 물리치고 강남에 돌와왔을때, 세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게임기를 켜는 것이었다.
그런데 격렬한 전투때문에 게임기 안에 있던 세이브파일이 전부 날아갔고, 세하는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약 30분뒤-



"세하야!!"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게임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는 세하의 곁에, 오세린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시끄러운 게임음악이 고막을 지배해도 그 목소리는 선명하게 닿았나본지 세하는 한쪽 이어폰을 벗은뒤 세린의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린선배? 옆에있는 분은 누구에요?"


세린의 옆에 있는 검은 정장의 남자를 보고 세하가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왼쪽 가슴에 달려있는 유니온의 명찰과 검은색 정장, 그리고 제이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신장을 지닌 거인이 서있었다.
나이는 이제 50대에 들어선듯 곳곳에 잔 주름이 나있었지만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엘리트 보디가드처럼 든든했다.


"아... 이 분은 우리를 유니온 본부로 안내해주실 보디가드야. 이름은 다니엘이라고 하셔. 인사해."


"아.. 안녕하세요... 아니 영어로 말해야하니까. 헤...헬로우?"


어색한 영어발음으로 허둥지둥대는 세하를 보고 세린의 얼굴이 풀어졌다.
그런 어린애다운 모습때문에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다니엘도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악수했다.


"한국말 할줄 압니다. 만나서 반갑군요. 이세하요원."


"저도요. 반가워요 다니엘씨."


한국말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자마자 세하의 얼굴에 긴장감이 사라졌다.
세하는 다니엘과 악수를 마친뒤 질문했다.


"저기... 이제 바로 유니온본부로 가는건가요?"


"아. 이세하요원은 다른 검은양팀원들이 도착할때까지 의료센터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니 본부엔 가지 않을겁니다."


세하가 다른 요원들보다 먼저 미국에 온 이유는 몸에서 날뛰고 있는 위상력을 검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다.
알파퀸의 아들답게 엄청난 잠재력을 내재한 세하의 위상력은 한국에 있는 설비론 정밀 검사를 하는데 무리가 따랐기때문에

이번 호출을 빌미로 위상검진을 받게된 것이다.


"일단 차에 타시죠. 오랜 비행때문에 지치셨을텐데 미리 쉬어두시는게 좋을 겁니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는 정반대니까요."


지금 시각은 오후 1시. 한국은 지금 새벽2시 정도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수마와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하는 새벽에도 게임으로 밤을 지새는 편이라 별다른 졸음이 몰려오진 않았다.


'그래도 자두는 편이 낫겠지?'


"알았어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다니엘씨."


세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공황밖으로 나가 유니온의 의료센터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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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
돈 많은 갑부라면 십중팔구 타고다니는 고급차량의 일종이다.
발 밑에 설치된 냉장고와 고급 스피커,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샹들리에가 작은 VIP룸을 연상케했다.
이런 고급스러운 차에 타보는건 처음이었나 본지 세하가 식은땀을 흘리며 질문했다.


"저기... 제가 이런 차를 타고 가도 되는건가요?"


"예. 유니온본부에서의 명령이라곤 해도 정중히 모셔오는게 예의니까요. 게다가 차원종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당신이라면 이정도 사치는 얼마든지 부려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불안한 표정으로 질문하는 세하를 보고 다니엘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세하는 강남을 구하기 위해 아스타로트와 전투를 벌였던 것이지만, 그와 검은양팀의 공적은 전 세계에 평화를 갖다준 셈이었다.
만약 한국에 차원종의 전초기지가 생긴다면 그 주변국가인 중국과 일본을 덮쳤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동양전체가 차원종에게 습격당했을 테니까.


"맞아 세하야. 너무 그렇게 두리번거리지만 말고 이거 한번 먹어봐. 되게 맛있어!"


오세린이 리무진에 설치되어있는 냉장고를 열어 그 안에 있는 과일을 깍아 주었다.
능숙한 솜씨로 과도를 들어 과일을 깍는 그녀의 모습은 병원에서 연인을 간호해주는 여성처럼 보였다.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사과를 건네는 그녀를 보고 세하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자... 잘먹겠습니다."


맛은 평소에 먹던 과일과 다를바 없었지만 여자가 준 과일을 입으로 받아먹으니 참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세린의 입장에선 귀여운 후배를 챙겨주는 행위에 불과하겠지만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인 세하에겐 여러모로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세하가 부끄러움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흔든뒤, 앞에 있는 다니엘을 마주보며 질문했다.


"저.. 다니엘 아저씨. 유니온본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수 있나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답해드리겠습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직업처럼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다니엘의 얼굴을 보고 세하가 쓴웃음을 지었다.
친절함과 공손한 태도는 좋지만, 세하는 아직 청소년에 불과한 어린애다.
유년기때부터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가르치는 한국인의 특성상 자기 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른이 저자세로 나오면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하는 그런 기분을 애써 억누르며 평범하게 질문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차원종이 대거 출현하기도 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토대비 차원종 출현률이 제일 낮은게 미국이니까요. 차원전쟁이후 D급이상의 차원종은 출현한 적이

없었을 정도입니다."


"와... 대단하네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위상력 억제기를 보유한 나라다. 게다가 그 성능도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수준이었으니
근 10년여간 미국을 습격한 차원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한다.
그런 미국의 방위능력이 자랑스러웠나본지 다니엘은 뿌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희는 위상력 억제기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발전시키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니온 본부를 지키는 클로저도

100명정도밖에 없지요. 그나마도 거의 다 B급 이하의 요원들이고요."


"네? 그건 좀 위험하지 않나요? 명색이 본부인데 호위병력이 너무 적은건..."


"괜찮습니다. 본부에는 최고급 성능을 지닌 억제기가 빽빽히 설치되어 있으니까요. 차원종은 물로 위상능력자인 클로저들도 본부에서 일하는건 고역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얼마나 많이 설치했으면 클로저들까지 싫어할 정도지...?'


세하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다니엘이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호탕하게 말했다.


"하하하!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강남에서의 일때문에 차원종의 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는것 같은데, 유니온 본부는 차원종의 출현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그러니 편하게 있어주세요."


"네. 알겠어요 아저씨."


다니엘의 말대로 차원종의 출현에관해서 민감하게 반응해봤자 힘만 빠질뿐이다.
지금 시간은 오후 2시. 목적지까진 앞으로 2시간 정도 남은 상태.
한국에서의 시차대로라면 지금이 세하의 수면 시간이다.


"그럼 이만 자볼게요. 시차때문에 그런지 슬슬 졸리네요."


"그렇게 하십시오."


오세린은 세하에게 과일을 먹여준뒤 계속 자고 있는 상황이었다. 살짝 입을 벌린채 눈을 감고 곤히 자고있는 오세린의 모습을 흐믓하고 바라보며 세하도 옆으로 누운뒤 리무진 안에서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했다.
천천히 울리는 바이올린 소리. 머리속을 편안하게 진정시켜주는 피아노소리가 귀에 들어가자, 세하는 몸안의 감각이

서서히 둔해 지며 완전히 잠에....



쿠콰광!!!!



들 뻔했다.



"으아아악!!"


"꺄악!"


갑자기 들려온 엄청난 폭음에, 세하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자고 있던 오세린도 폭탄소리에 놀랐나 본지 일어나자마자 새된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다.


"이게 무슨...!"


다니엘도 폭음에 정신을 차렸나본지 타고있던 리무진을 멈추고 문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도로와 도로 사이를 잇는 넓은 황야다. 주변에 있는건 넓은 대지와 길게 늘어진 도로 뿐.
지나가는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는게 정상인 곳이지만 다니엘과 세하는

정체불명의 검은 군복을 입은채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공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저... 저 사람은!"


세하는 저 공작원을 본 적이 있다.
아스타로트를 쓰러트리고 평화를 되찾은 강남에서, 칼바크의 가방을 훔쳐 강남에 A+급의 차원종. 키텐을 소환한 정체불명의 남자. 김유정이 조사한 바로는 유니온에 적대하는 반유니온 테러조직이라고 했다.

강남에서 키텐을 소환했던 남자가 입었던 옷과 똑같은 군복을 입은 남자가, 오른손엔 대포, 왼손엔 칼바크의 가방을 든채

하늘을 날고 있었다.


"세하야? 저 사람은 누구야? 설마 테러조직에서 온 암살자야?"


오세린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지만 세하는 긴장한 표정으로 땀을 흘린채 공작원의 모습에 집중할 뿐이었다.



달칵.



남자가 아무런 예비동작도 없이 자연스럽게 가방을 열자, 세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선배!! 아저씨!! 도망쳐요!!"


가방이 열리자 허공에서 거대한 차원문이 형성되었다.

갑자기 생성된 차원문에 놀란 다니엘과 오세린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린 순간, 강한 뇌격과 함께 세하가 서 있는 지면이

벼락으로 점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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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슬럼프인가 본지 글이 맛깔나게 써지지가 않네요... 어흑 내 필력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네;

다음편도 최대한 빨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전 세하관련 커플링은 전부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2024-10-24 22:25:0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