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Troth

라이코사루 2014-12-14 1

옛날 옛적에.
하늘에 구멍이 생기며.
그들은 어느 순간 세상에서 나타났습니다.
무한한 힘과. 초월적인 능력. 그리고 파괴본능.
진보의 끝을 달리고 있던 인간의 기술도 그들 앞에선 무력했습니다.
세계는 점점, 부서져갔습니다.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의 눈에는 '그것'들이 이야기책에서나 나오던 '괴물'처럼 보였습니다.
'괴물'의 시선 한번에 가족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괴물'의 포효 한번에 친구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괴물'의 몸짓 한번에 고향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결국 소녀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너무 무섭고 외로운 나머지 소녀는 그 자리에 서서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한 소년이 울고있는 소녀에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왜 울고있는거야?"
"괴물들이 무서워. 흐흑. 엄마랑 아빠랑 친구들... 모두 괴물들이 흑..."
소녀는 너무 운 나머지 퉁퉁 부어버린 눈을 비비며 자신에게 말을 건 소년을 쳐다보았습니다.
헝클어진 머리에 매마른 입술, 남루한 옷차림. 단 한가지를 제외한다면 소년의 모습은 길거리에 나와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통 아이들과 달리.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듯한, 끝이 보이지 않는 소년의 눈에 소녀는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년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소녀에게 속삭이듯이 말했습니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야. 그러니까 무서워 할 필요 없지. 진짜 괴물은 저기에 있어."
그러나 어찌된 영문일까요. 소년이 가르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주변과 다르게 아직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멋진 모양의 건물이 있었습니다.
소녀는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소녀의 기억이 맞다면 저곳은 분명 괴물들을 처치하는 용사님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용사님들을 보고 괴물이라니. 방금 보여준 소년의 행동을 소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소녀가 당황하자 소년이 소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너희 부모님과 친구를 죽인 진짜 괴물을 보고싶어?"
순간적으로 소녀의 눈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은 꺼지지 않는 불처럼 보였습니다.
모든것을 태울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불꽃.
소녀는 소년의 질문에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소녀의 한쪽 손을 잡고 아까의 건물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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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제말 듣고 계세요?"
"어? 으응? 아하하. 미안 미안. 그래 어디까지 말했더라?"
"그러니까, 저희 팀 구성 치고는 임무 범위가 너무 넓은 것 같지 않아요?"
"확실히 아니라고 부정은 못하겠네, 나도 상관한테 계속 컴플레인은 넣고 있지만 과연 어떻게 될지는..."
"그런가요... 그래도 저희들 알아주는 건 언니밖에 없네요. 그럼 정찰 다녀오겠습니다."

애써 명랑한 척을 하며 멀어져가는 슬비의 얼굴은 어딘가 굳어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라고 유정은 생각했다. 아무리 뛰어난 피지컬과 정신력을 가져도 몇날 며칠간 광대한
강남 일대를 일일이 조사하고 다니며 차원종을 격퇴하는것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도 벅찬 일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아이들을 험하게 굴리고 있으니...

"야! 이세하! 게임 작작좀 안해?"
"아아, 뭔 참견이래. 내가 게임을 하던 말던. 니가 내 엄마냐?"

잠시 후 멀리서 세하와 슬비가 다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도 중간에 유리의 중재로 세하와 슬비의 전면전까지 가진 않았지만,
유정은 아이들의 체력이 슬슬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찰을 하러 경계선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유정은 어딘가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아... 이럴려고 한게 아닌데..."

18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니온에서 새롭게 추진된 대 차원종 결전 병기 '클로저' 조기 육성 계획 '검은 양'.
유니온의 사무원이었던 유정은 예정대로라면 유니온의 부장급으로 승진해야 했지만
올해 있던 인사이동에서 '검은 양'계획의 관리요원으로 배정되었다.

"저기 유정씨, 유니온측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잠깐 이쪽으로 와주실래요?"
"아, 은이씨? 네 지금 갈게요."

갑자기 무슨 일인지 은이가 큰 소리로 유정을 불렀다. 유니온측에서 연락?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유니온에서 유정에게 연락할 만한 일이 없었다.
유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은이가 있는 막사로 걸어갔다.

"네, '검은 양'관리요원 김유정 지금 받았습니다."
"오랜만이야 유정.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군."

목소리를 듣고 유정은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현우. 맞아?"
"미안하지만 그 이름은 옛날에 버렸지. 지금은 데이비드. 데이비드 이사라고 부르면 된다."
"이사?"
"그래, 이미 한참 전에 유니온의 이사가 되었지. 프로젝트 '검은 양'의 총 책임자이기도 하고 말이야."

수화기를 든 유정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러면 지금까지 명령을 전달했던 상관이 바로 너라는 거야?"
"유정요원. 호칭과 어투가 부적절한것 같군."
"그렇다면 이사님이 제 상관이라는 뜻이겠군요."
"바로 그렇지. 널 관리요원으로 추천한 것도 바로 나란 말이지."
"...'검은 양'팀의 지원 요청을 묵살한 것도 전부 이사님이 하신 일입니까?"
"물론."

데이비드의 대답을 들은 유정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과거의 과오를 씻자고 약속을 했으면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이제 와서 상관노릇을하는 데이비드의 목소리를 들으니
유정의 바로 목 위까지 욕지거리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 뿐만이 아니라 '검은 양'맴버들의 피로한 모습을 방금 전까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던 유정이었기에, 유정은 데이비드에 대한 감정을 더 이상 추스를 수 없었다. 유정이 크게 한 소리를 하려고 하던 찰나.

"하지만, 일부로 그런 것은 아니야. 내일까지 추가 인원을 한명 배치해주지."
"그것 참 좋군요... 라고 말할 줄 아셨습니까? 이사님 지금 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으신 듯 한데..."
"미안하지만 유정요원. 우리 유니온은 자선사업을 하고 있는게 아니야. 요는 비즈니스라는거지. 알겠나? 처신을 잘 해주길 바라네."

마지막으로 유정은 입술을 꼭 다물며 말했다.

"변했군요... 이사님."
"...세상에 변하지 않는건 없다네. 자네도, 나도, 세상도 말이지. 그럼 이만 끊겠네."

그 말을 끝으로 수화기에선 '뚜-뚜-뚜-'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꺅! 유정씨 진정해요 진정, 릴렉-스. 후-하-후-하."

유정이 수화기를 거칠게 바닥에 내팽게치자 송은이가 화들짝 놀라며. 유정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은이의 호흡법을 몇번 따라하자 유정의 머리도 차차 식어가며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방금 통화한 사람과의 일도 일이었지만, 유정의 머릿속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상관의 말로 이루어 볼때 더 이상 '검은 양'의 지원이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과거의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로 맹세한 유정이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나도 한심했다.
지금까지 맹세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던가.
하지만 유정은 그저 한명의 나약한 인간일 수 밖에 없었다.

"뭐가 괴물이긴 괴물이야..."
"유정씨, 뭐라구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정은 은이에게 연락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막사 밖으로 나왔다.
최근에 다시 시작된 차원문의 흔들림으로 나오기 시작한 차원종때문에 반쯤 파괴된 강남 시내의 모습은 처참했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만이 가득한 지상과 달리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따라 날씨는 이렇게 좋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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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으로 할지 연재로 할지...
2024-10-24 22:20:5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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