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역전의 용사 - 下
아워글라스 2015-03-24 3
두려움과 공포 속에 지옥 같은 현실 속에
어른들도 총을 들고 아이들도 총을 들고
멍하니 꼭두각시처럼 죽은 자들의 전쟁터로 걸어가네
멈출 수 없지 살기 위해서 싸워야 하네
죽도록 싸워야 하지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싸워야 하지 살아남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판단할 권리란 내게 존재하지 않았어
세상은 침묵 속에서 무릎 꿇으라 하지
나를 죽이고 내 꿈을 죽이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듯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게 내 운명인걸
죽도록 싸워야 하지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싸워야 하지 살아남기 위해
나는야 Fighter, Fighter, Fighter
- - -
소년은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문 옆에는 작은 푯말이 붙어 있었다.
-특수요원 : 이세윤.
그의 괴물 같은 몸은 단 며칠의 휴식에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해버렸다. 의무요원들이 도대체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몸이라며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그렇다곤 해도 그가 겪은 일에 비해 괜찮아 보이는 정도이지 여전히 소년의 몰골은 무척이나 참담했다. 남의 병문안을 올 만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거의 온 몸에 붕대를 휘감고, 특히 왼팔과 두 다리에 단단히 깁스를 했다. 얼굴에는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이고, 깁스 사이로 삐져나온 손가락에는 붕대가 단단히 매여 있었다. 굳은살이 박여 울퉁불퉁한 손목에 바늘을 꽂고 링거액이 매달린 대를 지렛대 삼아 소년은 몸을 질질 끌고 왔다.
소년은 노크를 하려다 병실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문틈 사이로 병실 내의 광경이 보였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윤.”
“야, 나한테 이럴 시간에 막내나 좀 챙겨. 걔 어떤 몰골로 돌아왔는지 얘기 못 들었어? 이거 다 네가 고집 부려서야. 나 하나 살리겠다고 말이야. 또다시 이런 짓 할 거면 내가 가서 콱 죽어버릴 거야.”
“나도 생각해서 한 일이야. 막내에겐 나도 미안하지만….”
“A급 차원종이 수십 마리라니. 그 엄청난 숫자를 혼자 처리하다니 막내도 정말 보통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일이 잘 끝났거나 말거나, 네가 그 아이를 내몬 거야, 알아?”
윤의 질책에 지수는 슬쩍 말을 돌리려 했다.
“막내는…. 벌써 그 나이에 그 정도의 힘을 다루다니 앞으론 어떤 클로저가 될지 기대가 돼. 지켜보는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어.”
윤은 지지 않고 빈정거렸다.
“그래서, 사지에 가도록 내버려두셨다?”
“믿었던 거라니까. 그 아이가 해내리라고 믿었던 거야. 막내는 정말 특별한 아이야. 어떤 기대를 가져도 뭐든 척척 해낼 것 같은….”
“내 여왕님이지만 가끔 보고 있으니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사람을 바보같이 믿기만 해서야 전쟁 끝나면 혼자 살기는 하겠어?”
“혼자 안 살 건데.”
“뭐?”
지수가 윤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챈 윤은 에휴, 한숨을 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담쓰담했다.
“알았어, 앞으론 내가 훨씬 더 열심히 할게. 막내가 다치지 않도록. 그러기 위해 강한 위상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그래, 그래야지.”
윤의 곁에 있는 그녀의 표정은 정말로 기뻐보였다. 소년은 멍해진다. 손이 떨렸다. 그렇지만 동시에 희미한 희열을 느낀 것 같았다. 지켜보는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정말 특별한 아이다, 뭐든 척척 해낼 것 같다…. 소년의 뺨은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그녀의 곁은 자신의 자리가 아니었다. 지금 여기서 당장 사라져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형, 빨리 나아요.”
바라면 안 된다. 내 욕심이다. 나는 감히 저 사람을 가질 수 없다.
나는 저분이 나에게 웃어주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나도 아파요. 나도 고통스러워 죽을 것 같아요. 당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어요.
날 봐줘요, 누나, 누나.
남의 여자를 사랑한다. 착한 아이이고 싶지만 속은 이미 그녀를 원하는 마음으로 추악한 욕망으로 더러워져버린 기분이었다. 당신은 내가 착한 아이라고 했지만, 나는 정말 나쁜 아이인 게 아닐까? 당신은 나를 그저 특별하게 생각해주고 아껴주는데, 나는 왜 제멋대로의 감정으로 소중한 팀원을 질투하고 그녀를 원망하고 스스로 괴로워하는가?
소년은 제멋대로 그렇게 생각했다. 저 아름다운 사람을 탓하느니 자신을 죽이고 자신을 망가뜨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는 그런 바보였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특별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 번뇌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자신에게 걸고 있는 기대에 최대한 부응하는 것이었다. 그녀를 사랑할 수 없으니 그것만이 소년이 찾을 수 있는 구원이었다.
어차피 괴물 같은 몸이다. 건강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리 부수고 부수어도 순식간에 되돌아온다. 자신은 할 수 있다. 그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자신이 할 줄 아는 유일한 것, 싸움을 통해 그녀가 자신을 계속 특별하게 여겨준다면 좋을 것 같았다.
소년은 자신의 병실로 돌아왔다. 눈을 감으니 차원종들의 포효로 아비규환이 된 전장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 전장 한가운데 그 괴물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하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가장 빛나는 것을 얻고 싶어 발버둥치며 온갖 추악함을 뒤집어쓰기를 각오하는 괴물의 눈빛이 있었다.
소년은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오늘 밤에는 제대로 잠들지 못할 모양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이제 그를 '역전의 용사'라 부르기 시작했다. 황금빛 위상력을 온몸에 휘감고 그 조그만 몸을 부딪쳐 거의 죽기 직전까지 싸운다는 최강의 투사Fighter. 그리하여 그 어떤 싸움도 최악의 결말을 맞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는 역전의 메이커.
그러나 그는 그 거창한 이름이 싫었다.
왜냐하면 정작 그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만은
역전하지 못하는
얼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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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씨, 박심현 요원도 그렇고 오세린 요원도 그렇고, 당신을 ‘역전의 용사’라고 부르네요.솔직히 처음에는 못미더웠는데 왕년에 엄청났던 모양이네요.”
“허울 좋은 이름일 뿐이야. 난 검은양의 제이라는 쪽이 더 마음에 든다고, 유정 씨.”
“제이 씨의 관리요원인 주제에, 제이 씨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단 건 어쩐지 속상한 일이에요. 이놈의 지긋지긋한 재해 복구만 끝나면 꼭 이것저것 알아보고 말거에요!”
“하하, 찾을 수 있다면 말이지.”
노오란 선글라스 뒤에 스쳐가는 제이의 씁쓸한 표정을 유정은 읽을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제이 씨.”
“응?”
“미안했어요, 무리하게 해서.”
“뭘?”
“아스타로트를 어떻게든 해 보라고 떠민 거요. 그때의 저, 정말로 나빴다고 생각하니까요. 관리요원으로서는 몰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정말 최악이었어요.”
제이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유정 씨. 원래 전장은 어쩔 수 없는 것투성이라고. 유정 씨가 맥주를 많이 마신 날 조금은 살이 찔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야.”
“뭐, 뭐라구요?”
“유정 씨가 그렇게 날 떠밀지 않았더라도, 나는 나갔을 거야. 차원종을 날려버리고 시민을 구하는 게 내 일이니까.”
제이는 마음이 조금 녹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말이야, 미안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유정 씨는 정말 좋은 여자야.”
어쩐지 쓴 맛이 나는 그의 말에 유정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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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의 가사는 누가 부른 노래를 조금 각색해서 가져온거에요
나딕 제저씨 많이 아껴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