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10 】
가람휘 2015-03-24 4
“얘들아!”
“유정 언니!”
전원 뿔뿔이 흩어진 뒤 복귀 명령을 받았기에 돌아오자, 최근 만나지 못했던 유정누나가 돌아와 있었다.
“언니!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거에요~!”
어지간히도 반가웠는지 서유리가 누나에게 안기며 방방 뛰었다.
“잠깐 출장을 갔다가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돌아왔어.”
“저기, 언니! 저 다른 애들이랑 흩어진 뒤에 저랑 똑같이 생긴 차원종을 만났어요! 갑자기 돌아갔지만….”
“뭐? 야, 서유리! 그게 정말이야?”
서유리는 누나에게 자신과 똑같은 차원종을 만났다고 보고했다. 즉, 용과 마찬가지.
“그래. 유리랑 세하는 우리도 보고 모니터로 보고 있었어. 슬비랑 미스틸은 못 봤지만, 아마 비슷했겠지.”
“네. 저도 저랑 똑같은 차원종을 만났어요.”
“저도에요!”
이슬비와 미스틸도 자신과 같은 차원종을 만났다고 한다.
…왜 나만 디마카에리를 만난 거지? 나와 똑같은 차원종이 용이어서인가? 그보다 다른 애들과 같은 차원종이라니? 설마 그들 전부가 용인 건 아니겠지?
“아마 용은 아닐 거야.”
나와 같은 생각을 누나도 한 건지 누나가 우리를 안심시키며 이야기했다.
“일단 S급 차원종은 아니야. 하지만 A+급 차원종보다는 훨씬 강해. 순수하게 가진 힘만 해도 A+급 차원종보다 강한데, 유리쪽을 보니까 전투기술도 수준급이었지. 그 정도면 아마 한 없이 S급에 가깝다고 봐야 할 거야.”
S급은 아니지만, 한없이 S급에 가까운 차원종. S급 차원종은 그 하나만 있어도 걸어다니는 재앙 취급인데, 그에 가까운 개체가 잔뜩 있다니.
“일단 그 쪽도 문제지만, 세하가 만난 차원종 쪽이 더 문제야.”
유정누나가 나를 보며 말 했다.
“세하야. 그 차원종과 싸움이 끝난 직후에 부서진 갑주 안에서 은백색의 갑주를 봤니?”
“네. 봤어요. 안 그래도 조금 신경 쓰였어요. 왜 갑옷 위에 또 갑옷을 입고 있는 건지…. 그러면 확실히 방어력은 높아지겠지만
그만큼 느려지고 움직이기 힘들어질 테니까요. 거기다가 두 개를 입은 상태로도 그리 방어력이 높지도 않았고요.”
내가 바로 전력을 내보였다곤 하지만, 내 공격 몇 번에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방어력이 약했다.
“확인 결과 그 차원동은 디마카에리가 아니라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인 걸로 확인 됐어.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디마카에리처럼 변장을 했던 거지.”
“차원종이 변장!?”
도플갱어처럼 변신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크리자리드처럼 진화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차원종으로 변장해서 적을 속인다. 이것 또한 지능이 높아진 결과이리라.
아니, 잠깐….
“저기, 누나. 그 녀석 디마카에리라기엔 약하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라기에는 강했는데요?”
난 그 디마카에리와 싸운 뒤 예전의 베가본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베가본드는 B+급 차원종. B급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보다 강했다.
“그래. 네가 만난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B+급 차원종인 걸로 확인 됐어.”
“그럴 수가….”
누나의 말에 이슬비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기, 슬비야. 고작 B+급 차원종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일이야?”
이슬비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이해하지 못한 서유리가 이슬비에게 묻자, 이슬비가 말했다.
“B급 차원종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시간이 지나면 A급 차원종인 드라군 블래스터로 진화했었어. 그 말은 B+급 차원종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진화하면 A+급 차원종이 된다는 이야기야. 거기다가…”
A급 차원종인 드라군 블래스터도 상당히 상대하기 힘들었었다. 그런대 그보다 강한 A+급 차원종이 된다고 한다. 거기다 그걸로 끝이 아닌 듯 말꼬리를 늘리는 이슬비.
이슬비가 차마 뒷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유정 누나가 대신 말을 이었다.
“이번 용의 군단은 하나 같이 이전보다 한 단계 높은 힘을 가지고 있어. B+급이던 베가본드가 A급 차원종인 디마카에리가 된 게 대표적이지. 즉,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B+급인 상태로 진화해서 A+급 차원종이 되고, 용의 힘으로 그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종이 된다는 거야.”
“A+급 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종이라면….”
“S급 차원종.”
유정 누나의 말에 얼추 이해가 된 건지 유리가 얼굴에 그늘을 지며 아니기를 바라는 듯, 내게 대답을 바라는 눈으로 바라봤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진실뿐이었다.
이대로라면 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S급 차원종이 되어버린다.
그러고 보니 김가면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아주 낮은 확률로 S급 차원종이 되기도 한다고 했었다. 아스타로트가 그러했고, 헤카톤케일이 그랬으리라.
그리고, 이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도 마찬가지로.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를 양산하지는 못하는 모양인지 그 외에 다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나 드라군 블래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양산이 가능하다면, S급 차원종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둥지에서 양산이 불가능 한 모양이기에,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하아…. 용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절망스러운데, S급에 가까운 차원종 여럿과 S급이 될 가능성이 있는 차원종까지 나타나다니. 이와 비교하면 아스타로트 때는 절망 축에도 끼지 못했었구나.”
차원 전쟁 당시, 가장 안전한 장소라 여겨지다가 헤카톤케일의 등장에 의해 사흘만에 지옥이 되어 버린 서유럽의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지. 적어도 용의 군단은 민간인을 죽일 생각은 없는 모양이야. 민간인이 있는 건물은 공격하지 않거나,공격한 건물에 민간인이 있으면 그 곳만 안전하게 놔두고, 심지어 무너지는 건물에 깔릴 뻔한 민간인을 차원종이 구조하기까지 했었다는구나.”
“그게 무슨…!”
차원종이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구조하기까지 한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런 전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그보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않나.
“내 생각에는 아마 용의 명령인 것 같아. 용이 세하에게 강해지라고 했다며? 괜히 사람들을 공격했다가 너희가 다급해져서 자신에게 오는 게 싫은 모양이지.”
…확실히.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용은 내게 강해지라고 했었다. 충분히 강해진 뒤에 다시 찾아오라고. 그걸 조건으로 신서울로 낙하시키던 데미플레인까지 멈췄었다.
용이 정말 강해진 나와 싸우고 싶은 거라면, 충분히 강해지지 않은 내가 자신을 찾아오게 될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용이 정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됐든 우리에게는 잘 된 일이야. 일단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하자.”
그렇게 말 한 뒤 유정누나가 당장 급한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진화하기 전에 찾아내서 막아야 해. 그리고 너희와 똑같이 생긴 차원종─ 비룡들을 막아야겠지.그 뒤에 데미플레인을 막고, 용을 쓰러트린다. 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야 없겠지. 그래도 비장의 수단이 있으니 일단 기다리자꾸나.”
“비장의 수단? 뭔가 단시간에 강해질 방법이 있는 거에요? 바깥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방이라던가?”
비장의 수단이라는 누나의 말에 서유리가 눈을 빛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니. 아스타로트의 시체로 만든 무기야. 무기 자체에 제1 위상력과 합쳐질 수 있는 제2 위상력이 가득 차 있어서 클로저가 사용하면 제3 위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웨폰코어.”
“아…!”
아스타로트의 시체. 우리가 회수했던 것을 이탈리아지부에서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걸 제3 위상력을 뚫을 수 있는 무기로 만들어낸 건가.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말 그대로 강해지는 일 뿐이다.
“일단 차원종들이 물러났다고 하니 오늘은 이만 쉬어도 되겠구나. 다시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지부장님이 오늘은 퇴근해도 좋다고 하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