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8 】
가람휘 2015-03-23 7
우리는 큰 임무 직후이기에 또 다시 휴가를 받았다.
요 몇일간 있었던 일을 정리하자면, 우리가 복귀한 다음날부터 데미플레인에서 용의 군단이 지상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상을 거점으로 삼으려고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무작정 파괴만을 자행했다.
하지만 뭔가 그 파괴행위도 그게 목적인 것 같지는 않았다.
용은 우리에게 강해지라고 말 했었다. 그렇다면 설마 지상에 내려온 차원종들은 우리를 단련시키기 위한 훈련대상인가? 파괴행위는 우리를 불러내려는 행위이고?
있을 수 없으며, 있어선 안 될 일이지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전까지처럼 지원 없이 우리들만 싸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지부장님이 바뀜으로 인해서 지원과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당장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다른 클로저들이 지상에 내려온 차원종들을 막고 있었으니까.
일단 적어도 지금까진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도시가 파괴된 탓에 재산피해는 조금 큰 듯하지만.
그리고 이후 평범한 베가본들 사이에서 딱 한 번, 우리를 기겁케 했던 그 이상하리만치 강한 개체가 지상에 나타났었다.
토벌을 위해 출동한 클로저들은 전멸. 그 베가본드는 그대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 그 개체가 검을 두 개 사용한다는 것과 약간의 외향차이, 그리고 막대한 전투력으로 보아 베가본드와는 별개의 개체라 판단하여 디마카에리라는 개체명이 붙었고, A급 차원종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1주일이 흘렀다.
* * *
“곧바로 미안하네만, 작전구역으로 이동해 줘야겠네.”
아직 입원중인 제이아저씨를 제외한 검은양 전원이 모이자, 지부장님은 곧바로 임무를 하달했다.
“지금 여러 구역에서 디마카에리가 나타났네. 확인 된 곳만 10곳이 넘어서 클로저들이 부족할 지경이야.”
“……!”
디마카에리가 10곳 이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바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9곳뿐이었네. 그런대 방금 전 막 한 곳이 더 확인 되었지. 그래서 급하게 그곳으로 파견할 클로저들이 필요하네.”
“문제없습니다. 맡겨 주세요.”
약간의 대화 이후 브리핑을 하고 곧바로 작전구역으로 이동을 개시했다.
* * *
작전구역인, 차원간섭 현상의 녹색 가스로 오염되어버린 시가지에 도착하자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야 이게!?”
눈앞에는 제법 익숙한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언제나처럼 작전구역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파괴활동을 자행하고 있는 십여 체의 차원종들.
다만, 그 언제나의 풍경과 다른 점이 있다면 10여체의 차원종들 전부가 베가본드였다.
“어떻게 하지? 후퇴할까?”
“그래도 베가본드는 디마카에리만큼 강해지진 않았다고 했으니까, 싸워볼만 하지 않을까?”
“나도 싸우는 쪽에 찬성이야. 베가본드 정도라면 이미 익숙해져서 상대하기 어렵지 않아. 그리고 난 그 디마카에리가 얼마나 강한 지도 모르겠고.”
웨폰코어 오의 일섬을 만들기 위해 베가본드만 수백 번은 더 쓰러뜨렸었다. 거기다 이세하는 디마카에리도 마주친 적이 없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좋아. 일단 되는 데 까지는 싸워보자.”
유리와 세하의 대답에 슬비는 미스틸을 바라봤고, 미스틸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표시를 보였기에 전투를 개시했다.
* * *
“다친 사람은 없지?”
전투가 끝나자마자 동료들의 상태를 살폈다.
놀랍다고 할까, 당연하다고 할까. 다들 상처 하나 없었다. 처음에는 베가본드 하나한테도 쩔쩔맸던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10여체의 베가본드를 쓰러트리고 지친 기색 하나 없다. 새삼 우리가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
“그럼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자.”
무너진 건물의 잔해로 가로막힌 길을 사이킥 무브로 뛰어넘으며 그대로 허공을 가르고 날아올랐다.
“다들 착지 준비─”
허공을 가르며 이슬비가 착지구역을 말하던 찰나, 조금 먼 곳에서 한 줄기의 섬광이 날아왔다.
“윽!?”
목표는 이세하.
건블레이드를 들어 올려 막았지만, 허공에서 공격을 당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을 턱이 없다. 허공에서 빔을 맞은 이세하가 그대로 밀려나며 착지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으로 떨어졌다.
“요격!?”
차원종이 사이킥 무브로 이동하는 클로저를 요격한 전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 헬기 같은 이동수단이라면 모를까, 사이킥 무브는 워낙 한 순간에 이동하는 기술이다보니 요격이 가능할 리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요격을 당했다. 어떻게? 뻔하다.
“함정!”
함정. 이 모든 게 애초부터 우리를 끌어들여서 한 명씩 요격시킴으로써 떨어트려 놓으려는 함정이었던 것. 그게 아니고서야, 한 순간에 이동하는 사이킥 무브를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거리에서 요격한다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이동 경로부터 시작하여 속도, 목적지를 전부 알고 미리 준비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무슨 차원종이…!”
이번 용의 군단은 위상력이 높아지고 힘이 강해진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지능’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지능이 높고, 인간을 무시하지 않는다. 인간과의 전투를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며 전력을 다해 싸운다.
몇 번이고 하는 생각이지만, 이건 차원종이 아닌 인간과 싸우는 것 같았다.
“꺅!?”
“유리 누나! 슬비 누나!!”
잠깐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리와 미스틸도 쏘아진 빔에 맞아 어디론가 날려졌다.
“앗…!”
말 그대로 눈 깜짝 할 새였다. 정말로 한 순간에 세 사람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나 혼자만이 목적지에 착지 했다.
“이게 무슨…!”
어떻게 하면 좋지? 다시 합류를 해야 하는데? 전화를 걸까? 아니 그보다 다들 무사할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서 와, 이슬비.”
“어, 어째서…!?”
경악했다. 눈이 솥뚜껑만큼 커지고, 턱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입이 벌어진 채 닫히지를 않았다.
나를 기다렸던, 지금 눈앞에서 나를 부른,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 * *
“아야야….”
갑자기 쏘아진 빔에 맞아 날아왔다. 건블레이드로 막긴 했지만, 허공에서 균형을 잡을 수가 없던 탓에 그대로 밀려서 날려진 것.
그나마 다행인 점은 건물 옥상에 떨어졌다는 거다. 위상력과 실드로 몸을 보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높이에서 지상으로 무방비하게 낙하했다면 크게 다쳤으리라.
거기다가 딱딱하긴 하지만,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 같은 것들이 산처럼 쌓여있던 곳 위로 떨어진 덕에, 그것들이 쿠션 역할을 해 주어 몸에 큰 상처는 없었다.
외상이 없던 건 아니지만, 전투가 불가능 할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크게 찢어지거나,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니까.
“그럼 이제 어쩐다…. 전화를 걸어야 하나?”
어떻게 떨어진 동료들과 합류할지를 고민하며 뒤통수를 긁적이던 찰나, 자신을 받아준 콘크리트 파편의 산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인간.”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곳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당황하여 뒤를 돌아보자, 콘크리트 파편의 산 위에는 베가본드─ 아니, 디마카에리가 앉아 있었다.
“왕의 명이시다. 우리와 싸워 힘을 길러라. 왕께서 만족하실 만큼 강해져라, 인간.”
그렇게 말하며 디마카에리는 검을, 두 자루의 도가 아닌 한 자루의 거대한 대검을 이세하에게 겨누었다.
“만약 성장하지 못한다면 여기서 죽는다.”
디마카에리가 아니다. 외모는 거의 일치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확인 된 디마카에리는 모두 두 자루의 도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마카에리는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와 드라군 블래스터처럼 다른 개체보다 강력한 개체라는 이야기리라.
디마카에리가 A급 차원종으로 판명이 되었으니 이 차원종은 그보다 한 단계 위인 A+급 차원종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으리라.
“키텐과 동급인가…. 이거 힘들겠는걸.”
땅에 꽂아 두었던 건블레이드를 뽑아 들었다.
“위상력 집중.”
전투 준비는 마쳤다. 남은 것은 격돌뿐.
* * *
“대체 왜…!?”
혼자만 목적지에 도착한 이슬비는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그 이유인 즉, 눈앞에 있는 존재는 다름 아닌 이슬비 본인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비룡. 용의 뜻을 따르는 자. 이슬비. 나는 용의 뜻에 따라 너를 죽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