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과거관련?] 과거 죽이기

봉숭아꽃 2015-03-22 3



주의사항



- 필자의 상상입니다.

- 공식스토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 제이 정식요원, 복구지대에서 복구를 돕고있다고 가정합니다.

- 가상캐릭터가 한명나옵니다.

- 제이x유정삘이 조금 나올지도..










" 또인가."


" 네, 맞아요."



제이와 김유정은 심각해 보이는 대화를 나누고있었다.


" 요즘 부상을 입거나 죽는 클로저들이 있군. 복구사업이라 드물줄 알았지."


" …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근 좀 특이한 차원종이 하나 나타났나 봐요. 겉으로 보기에는 '크리자리드'인데, 공격은 전혀 다른타입인."




제이는 넥타이가 답답한지 살짝 느슨하게 풀고는 , 지점이 어디냐고 물었다.


"직접 가시게요?"


"우리에게 임무가 하달된거지? 애들을 그런데다 보낼수는 없잖아."


"역시.. 알았어요, 대신 조심하세요. 그 '차원종'은 차원전쟁때도 없었던 새로운 종이래요.

본체는 약하고 공격이 광범위 하거나 특별나게 강한건 아니예요. 다만 …"


김유정은 고민하듯 말꼬리를 흐렸다.

분명 말려도 그는 갈텐데, 그와 상성이 안좋은 타입이라서 비밀리에 위험해도 다른애들에게 맡기려고 한거였는데.


"…… 과거에 잃어버렸던 사람이나, 현재의 소중한 사람의 모습으로 본체가 둔갑하고, 배경도 추억이 담긴 장소로 바뀐다고 … 부상당한 클로저 요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어요. 그러니까 제이씨가 안가길 바랬는데."



- 무엇보다 전쟁을 겪으면서 잃어버린게 많을 그 였다.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속으로는 힘들고 괴로울 그이기에, 그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었다.

분명, 분명 약해질테니까. 분명 상처를 많이 받고 엉망진창이 되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후, 괜찮아. 이런일은 꿈속에서도 많이 겪으니까."

"꿈.. 속에서도요?"
"가끔씩 나오지. 철들고 나서는 쭉 전장에 있었으니까 기억도 전쟁과 관련된 것 밖에 없어.

그런의미에서 가끔 애들이 부럽긴 하지. 그리고 나처럼 안되게 하려는 이유이기도 해."


"……."


"그럼, 다녀오지. 좌표는?"


"… 선우 란씨에게, 말해놨어요. 부디 무사히 돌아와요. 괴로우면 도망치시고요."


"걱정하지 말라니까, 유정씨. 온갖 수라장은 다 겪었는데 그깟 과거에 굴복하지 않아.

그럼, 임무 끝나면 술이나 한잔 마시러 가자고."



겉으로는 이렇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제이의 속은 착잡했다.

'큐브' 에서 차원종이 된 자기 자신을 수십번씩 죽이고 정식요원이 되었다.


죽일때마다 '차원종인 제이'는 비웃고있었다. 마치 '나를 이렇게 죽여도 너의 마음속의 나는 죽지않아. 넌 언젠가 나와 하나가 될거야.'라는 말을 하듯이.


물론 그의 말대로 본래의 이름과 인생을 찾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이루기 위해서 '차원종'이 될 마음은 전혀 없었다.

만약 차원종이 되서 본래의 이름과 인생을 다시 찾는다 해도, 분명 꿈자리는 그의 죽은 동료들이 나오겠지.

그건 자기 손으로 찾아야 의미가 있는 거라고, 제이는 중얼거리며 선우 란에게 향했다.









"후....오, 오늘도 익사이팅하고 서프라이즈 했어."
"음... 조금 더 빠르게 달리고 싶었는데.....아무튼, 권투를 빌어요.. 맨. 난 또 죽어있을게요..."


그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건물 두개 정도를 사이킥 무브로 이동했다.


"여기인가."



하필 또 '여기'였다. 이곳에 오면 떠오르는 한 남자가 있어서 이런 곳에는  오고싶지 않았고,

내심 관할에 이 곳이 안들어가있어서 안심했는데.

이렇게 또 운명은 그를 잡아당겼다.



"저기 있군."



백미터 남짓의 거리에 그 차원종처럼 보이는 크리자리드가 서 있었다.


몸통이 연보라색이고, 배에는 검은색 보석들이 박혀있는 조금 기괴한 모양의 차원종.





"자, 그럼 약시간도 다 되어가니 빨리 끝내볼까."





차원종의 검은색 보석들이 눈알모양으로 바뀌고 제이를 응시하자,

무언가 어질 하면서 배경이 바뀌었다.



당했다, 라고 제이는 생각했다.

환상에 먹혀버린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 '남자'가 나왔다.


붉은빛 머리, 위상력으로 변해버린 푸른 눈동자를 가졌던 그의 선배 요원.

겉모습만 똑같고 안은 가**만 똑같아도 너무 똑같았다.


죽었던 그가 살아온것만 같았다.



"… 배경도 그 당시 그대로 이군."



심지어 배경도 그날의 배경이고, 섬세하게도 당시 주변에 쓰러져있던 동료들이나 민간인들, 차원종의 시체들이나 부상자들로 덮혀있었고 하늘은 차원문이 열린 상태였다.


"안녕, 아, 이제는 '제이'인가?"



태연스럽게 그 '차원종'은 인사를 건냈다.


"그래, 오랜만이야 형."



정적이 흘렀다. 제이는 왜 그 클로저 요원들이 부상을 입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코앞에, 주먹을 날리면 고꾸라지게 할 수 있는 거리지만 왠지 모르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죄책감'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모두를 죽게 만들고 다치게 만들었다는 그 죄책감.


"또 그때 처럼 도망치려는건 아니지? 그때처럼 날 또 죽이려는 것도 아닐거라 믿어."



흥건하게 쏟아지던 붉은 피.

고꾸라지던 전우들과 민간인들의 시체들.


둘이서 그 수라장안에서 살아남으려고 무기와 주먹을 움켜쥐었다.

반드시 살아서 저 차원문을 닫으리라 , 평화를 되찾고 일상으로 돌***라는 일념으로.



"… 너 때문에 내가 죽었어 ……"


눈 앞의 차원종의 목소리는 아니였다.

아마 구출해내지 못했던 수많은 민간인들의 목소리중 하나리라.


수많은 원성들이 제이의 귀를 울렸다.

마치 그의 옆에서 사람들이 직접 귀에다가 소리를 지르는 것 처럼.


너때문이야 너때문이야 너때문이야 너때문이야 너때문이야 너때문이야

 


"괴롭지, 제이? 그게 바로 너의 과거야. 넌 절때 죽을때까지 평온을 찾을 수 없어, 죽을때까지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어.

왜냐면 '우리'가 그렇게 두지 않을거니까. '우리'는 네가 죽을때까지 쫓아다닐거야."



…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건 차원종이 되었어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엎질러진물, 날아가버린 풍선처럼 영영 되잡을 수 없어.

 



"네가 그때 나를 도와줬으면.. 죽지 않았을텐데 그치? 네가 그때 나를 감쌌다면, 죽지 않았을텐데.

나도, 나도 너처럼 평온하게 지낼수 있었을텐데!"


원성이 절규로 변했다.


제이는 '차원종'임을 알고 있지만, 죽일수가 없었다.

늘 자기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늘 자기가 느끼고 있었던 것이

늘 자기가 이렇게 죽고 싶어했던 시나리오가


바로 눈앞에 있는것 같아서.


"…유니온들은 쓰레기야 … 내 시체마저 실험물로 써버렸지. 지금의 나는 내 무덤도 없어, 가족들은 다 나를 영웅으로 기억하겠지만 나는 영웅이 아니더라도 살고 싶었어 … 난, 난 .. 사실 전쟁같은거에 참여하고 싶지도 않았고 도망치고 싶었어."




' 어른들이 무능하니까 아이들이 고생하잖아요. '

' 난 대체 뭐지? 내 인생은 대체 뭐였던 걸까. '




' 괴물, 오지마. 죽어버려.'



"… 그러게, 형. 왜 나는, 살아야 하는걸까."


생각해보면 아득바득 버텨왔다. 이제는 좀 쉬고 싶었다.





" 제이씨! "

순간 무전기의 소음이 울리더니, 김유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차원종은 가짜예요. 죽은 전우가 아니라고요! 모두 환상에 불과한거예요. 만약, 만약 그 환상을 죽이기 힘들다면, 제발 도망쳐요.
제이씨는 충분히 힘냈어요, 이만큼 과거를 돌아본것 만으로도 장한거예요. 다른 작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무리하지말고 힘들면 도망쳐요."


"…… 하지만 유정씨, 어쩌면 내가 바라던 죽음이 이런걸지도 몰라. 내 죄에 속죄하는게 이런걸지도 몰라.
내 죄에 속죄를 하는건.. 그나마 할수 있는건 죽은 전우의 손에 죽는게 아닐까?"

제이는 망연자실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래, 내가 죽여줄게. 네가 나를 죽게 만든 것 처럼, 나도 널 죽여줄게."


차원종은 차원종 특유의 칼날같은 팔을 꺼냈다.
그리고 제이의 목에 겨누었다.

"이렇게, 끝나니까 좋지? 제이."



" … 제이씨, 내 말 잘 들어요. 그건 단지 '차원종'이예요. 제이씨의 죽은 전우도 뭣도 아니예요.
지금 죽으면 검은양팀의 아이들은 어떡할거죠? 아까 그러셨잖아요, '자신처럼 되게 두지 않겠다고.' 그 애들을 지켜주기로 하셨잖아요.


제이씨는, 충분히 괴로워 했잖아요. 저번에도 전우들 때문에 차원종이 되는걸 포기하고, 차원종이 되라는 큐브 속 제이씨의 말도 일언지하에 거절했잖아요. 꼭 죽어서야.. 평온을 되찾는건 아니잖아요? 살면서 평온을 찾을 수 있는거예요. 과거는 과거, 엎질러져서 되담을 수 도 없어요. 언제까지 죄책감에 목매달아서 허우적 거릴 필요는 더더욱 없다 생각해요. 누구나 한번 이상쯤은 후회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렇고 제이씨도 그렇고, 거의 누구나 그럴거예요. '이때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그런거 하나 없는 인생은 덧없고 시시한 인생이잖아요, 안그래요?

제이씨는 그깟 차원종의 연극에 속아서 죽을 생각인가요? 지킬게 아직 잔뜩 남아있는데?"



두 눈이 번쩍 트였다.


그랬었다, 아직 자신은 쓰러지면 안되었다.
아이들에게 평온한 일상들 돌려주어야 한다, 더이상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생겨나면 안되었다.
이런 과거를 가진 세대는 자기세대면 넘친다고, 충분하다고 늘생각했다.


'차원종'을 오른손 주먹으로 힘껏 쳤다.


"뭐, 뭐야? 너, 나한테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거야? 너때문에 난, 난!"



"쫑알쫑알 시끄러운 놈이군. 무엇보다 연극의 주제가 잘못되었어. 나는 이런 우중충한 연극보다 신파극이라던가 로맨스가 좋다고."

"무슨 헛소리… "

" 연기도 못하는 배우의 연기는 보고싶지않아. 그 형은 마지막까지 신서울을 부탁한다고, 사람들을 부탁한다고 날 지키고 죽었어.
나에게 쏟아져 오는 공격을 맞고 대신 죽었지. 그래, 그랬었어. 아마 지금 너에게 죽으면 그 형은 유령이 되어서도 날 때릴거야."

"…다 잡은 고기였는데."


제이는 분노가 치밀었다.

과거 자신의 무능함, 전우를 죽게만든 분노인지
아니면 숭고하게 죽어간 전우를 따라한 차원종에 대한 분노인지 이제는 겉잡을 수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연극은 그만하고 난투극을 벌여보자."

제이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2024-10-24 22:24: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