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첫 만남
베르아에테르넴 2014-12-13 3
나는 클로저 이세하. 검은 양 소속이라구. 뭐, 솔직히 클로저니 검은 양이니 별로 관심은 없지만 말이지. 애초에 내 관심사는 게임 뿐이라고, 게임!
"이세하!게임기 안꺼?"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내 옆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이 조그만 여자애는.......
"집어던지기 전에 빨랑 게임기 끄시지?"
"아, 예예."
분홍색 머리에 남들이 좋아할 만한 아담한 체구의 꽤 귀엽게 생긴 이 녀석은 이래뵈도 우리들 사이에서 리더라고.
이름이.......아, 이슬비. 이슬비라고 했었어.
"정말이지, 작전 중일 때는 작전에 집중하자고~"
나한테 어깨동무하면서 이런 말 하는 녀석은.......
남자라면 다 좋아할 만한 쭉쭉빵빵한 몸매의 소유자 서유리. 총하고 검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모양이야. 아, 그러고보니 이 서유리라는 녀석은 나하고 같은 반이였더라고. 뭐, 워낙에 주위에 관심이 없는 내가 이 녀석따위를 알고 있었을리는 없잖아?
"B급 차원종 출현! 모두 조심해!"
귀에 꽂은 간이 무전기 너머로 우리 팀의 관리 요원 김유정누나의 목소리가 들리는걸. 아무래도 이제는 정말 게임기를 내려놔야 겠네.
"모두 조심해! 앞에 차원종이!"
"네네, 말안해줘도 알거든?"
"너 진짜!"
솔직히 이슬비와는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녀석한테 악감정이 있거나 하는 건 아니야. 아, 그러고보니 내가 이 녀석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는 걸?
*
"강남에 C급 차원종 출현! 일반 경찰이 상대할 만한 녀석이 아닙니다!"
그 날은 강남한복판에서 갑작스럽게 차원종이 나타난 날이었지.
"어째서 평화의 도시 강남에 C급 차원종이?"
"어째서 평화의 도시 강남에 C급 차원종이?"
솔직히 나도 평화의 도시라고 불리는 강남에 차원종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 뭐, 그래도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차원종이라던가, 위상력이라던가 그런 클로저나 유니온에서 사용할 법한 용어들을 엄마를 통해 알고 있었어. 우리 엄마는 1차 차원전쟁을 종결시킨 전 클로저 요원이거든. 뭐, 그 덕분에 나도 원하지 않던 클로저 요원이 된 거지만 말이지.
"시민들을 먼저 대피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곳곳에 차원종들이 있어서 대피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 그래 자기들끼리 얘기하라고~나는 게임 좀 하고 있을 테니까. 솔직히, 어리다고 나한테 기대도 안하고 있는 거잖아? 게다가 엄마 빽으로 들어왔다고 수군대기까지 하는데 누가 일하고 싶겠냐고.
"너, 지금 뭐하는 거지?"
"보면 몰라요?게임하고 있잖아요."
"......."
나는 누가 다그치려는 줄 알고 건성으로 대답했어. 그런데 되짚어 보니 처음 들어 보는, 그것도 또래로 추정되는 똑부러지는 목소리더라고? 그래서 고개를 올려서 쳐다봤지. 그랬더니.......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왠 분홍색머리의 키 작은 여자애가 쭈그려 앉아있는 내 옆에 서서 미간을 찌푸린채 날 노려보고 있더라고.
도대체 누군가 했더니.......
"네가 이세하지? 나는 이슬비. 너와 같은 검은 양에 소속된 클로저야."
아, 그러고 보니 엄마가 나한테 검은 양이니 뭐니 했었는데. 그 얘기인건가. 나야 당연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려 했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고.
"너, 지금 상황이 안좋은 거 모르고 이러는 거니, 알면서도 이러는 거니?"
"당연히 알지."
"알면서도 이러는 거다?"
"어."
옆에서 그 이슬비라는 여자애가 어이없어 하는 게 훤히 보이더라고. 그런 행동이 나한테는 익숙하니까 그것도 무시했지. 그런데 조그만 여자애가 힘은 세더라?
'퍽!'
'퍽!'
"우왁!"
금새 게임기를 뺏긴 채 뒤로 밀려서 엉덩방아를 찧었지 뭐야. 쪽팔리게.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고. 내가 당황한 걸 알아챘는지 이렇게 말하던걸.
"상황 정리되면 다시 돌려줄게. 그럼 된거지?"
그 여자애는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렸어. 하는 수 없지 뭐. 나는 일어나서 엉덩이를 털고 무기를 들었어.
"그러니까, 이 앞에 있는 것들만 처치하면 된다, 이거지?"
그리고 그대로 돌격! 뭐, 결과야 뻔하잖아? 한참 전투를 치르고 나니까 조금 목이 마르더라고 근데 힘들어서 움직이고 싶지는 않더라. 그래서 그냥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지.
"자, 마셔."
얼굴에 차가운 물체가 닿는 걸 느끼고는 화들짝 놀랐지 뭐야. 알고 보니 아까 그 여자애가 내 볼에 물병을 댔더라고.
"아까는 조금 미안했어.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어."
"......."
"그러고보니 너, 차원전쟁을 종결낸 전 클로저 요원의 아들이라더라?"
"풉!!!"
"야!"
"아, 미안."
그 여자애의 말을 듣고는 마시고 있던 물을 뿜어버렸어. 솔직히 그렇게 갑작스럽게 말하면 놀라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너도 나한테 막 기대한다거나 그런거냐?"
그런건 이제 질렸어.
"그렇다면 어쩔건데?"
"기대따위 하지 않는 게 좋을거다. 나는 엄마처럼 대단하지도 않고, 애초에 이런 일 하고 싶짇 않았다고."
"......."
"뭐야, 아무 말도 안하겠다는 거야? 그럼 나 좋을대로 생각한다?"
"나는 너에게 기대같은 거 하지 않아."
"그럼?"
"대단한 건 너희 어머니이셔. 굳이 너와 너희 어머니를 연결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럼?"
"대단한 건 너희 어머니이셔. 굳이 너와 너희 어머니를 연결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
"네가 무슨 말을 들으면서 이 곳에 왔는지 나도 알아."
"......."
"너에게 그런 말을 할 의도는 없어."
"너에게 그런 말을 할 의도는 없어."
"........"
"물론 잠재력 자체는 낮아서 온갖 노력을 해야 하는 나와는 달리 유전적으로 잠재력이 뛰어난 네가 부럽고 조금은 질투되지만."
"그래서?"
"이제부터 잘 지내보자."
그 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었어.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내가 그런 악수 해줄 것 같냐.
"뭐야? 너 진짜!"
"네네"
"이익!"
그래도, 뭔가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