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x유리 꼬마와 바보의 사이 上

블랙이세하 2015-03-21 7

*읽기 전에 주의*

-캐릭터 이해성이 부족해서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음

-세계관 붕괴일 수도 있고, 시간 축도 확실하지 않음

-그냥 시간 날때 끄적인 것 뿐임.

-진짜 그게 다임

-그래도 괜찮으면 스압 조심하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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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한 그 눈동자를 기억한다.

---그건 마치 어딘가 이 세상과는 무관한 곳을 바라보는 것과 같아, 이 세상의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는 그런 눈동자였다.

---아마도 그 녀석은 기억도 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눈동자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분명 나는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날의 일을...

---아아, 그렇다. 여기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그 날, 그 눈동자를 봐버린 날, 나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빼앗겼던 것이다.


...

......

............

..................


"...으아?"


꿈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핫.......?!"


기분 탓이 아니었다.

진짜 꿈에서 깨어났던 것이다.

입가에 흘러내릴 뻔했던 침이 그 증거다.

나는 침을 재빨리 닦고 시계를 찾아 발견한 시계의 시간에 경악한다.


"망했다...!"


시간은 저녁 10시를 알리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내가 밖에서 보낼 시간은 절대로 아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그 기억을 되살펴보자면, 아무래도 차원종들을 전부 처치하고 돌아온 다음, 조금만 하고 돌아가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임을 하다가 잠든 것 같다.

그건 그렇다하더라도 너무하네. 아무도 안 깨워준다던가.


"아, 생각해보니 모두 다 나보다 먼저 돌아갔었지? 하하하!"


뻘줌해서 크게 웃어본다.

생각해보니 게임을 시작한 나에게 모두 다 그럼 가볼게, 하고 퇴근하려는 장면이 기억에 있다.

그 때는 분명히 게임에 너무 몰중해서 정신이 없어서 건성으로 대답했었다.

윽, 결국 자업자득인가. 작게 한숨을 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려던 찰나---


"응?"


내 어깨에 덮혀있는 모포를 발견하였다.

내가 잠든 건 불의의 일이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이 모포를 덮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 현재 분명히 모포가 나의 어깨에서 흘러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제서야 주위를 제대로 바라본다. 내가 그 때까지 자고 있었던 책상의 맞은 편에서 자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다.

서유리였다.

거기서 곧바로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이 녀석, 돌아간 거 아니었나?"


적어도 방금 전 내 회상에서는 돌아갔었다.

하지만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평소와는 다른 고요한 숨소리만 돌아온다.

푹 잠든 듯한 그 모습에 나는 머리를 긁적인다.


"...깨울 수 밖에 없겠지."


곤히 잠든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버리고 갈 수도 없다.

시간은 벌써 10시. 아직은 세이프 라인이지만, 그래도 이 이상 시간이 넘어가면 대중교통이 끊긴다.

이 녀석이라면 분명 걸어서라도 집에 가겠지만, 그래서는 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는 깨우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서유리. 야, 일어나."


깨우는 것의 힘조절이라는 걸 잘 모르겠어서 일단 최대한 힘을 주지 않고 흔들어본다.

결과, 반응 없음.


"돌아가자고, 어이."


힘을 더하여 이번에는 조금 세게 흔들어본다.


"음냐음냐... 더는 못 먹겠어..."


결과, 아주 흔한 잠꼬대가 돌아왔다.

나는 관자놀이에 잠시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잠꼬대에 갑작스러운 현기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뭔가 효율적으로 깨우는 방법이 없나 고민하고 있자니 꽤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바로 실험해보기로 하였다.

나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하고는,


"...고기 할인 판매합니다. 오늘, 무려 이 고기가 만원. 그렇습니다. 만원입니..."


억양없이, 그야말로 책을 읽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결과,


"여기 고기 한근 주세요!!"


어이구, 월척이오.

그나저나 방금 더 이상 못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잠꼬대에 의미 부여해도 어쩔수 없긴 하지만...


"...응? 어라?"


눈 앞에 고기가 없다는 걸 확인한 서유리가 졸린 눈을 비빈다.

그러다 예상 외로 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이 딱 맞는다.


"...히히, 우리 세하 같이 생긴 고기네?"


...무서운 잠꼬대였다.

잠이 덜 깬 상태여서 장난끼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정말로 잡아먹힐 것 같은 불안감에 몸을 떤다.


"...잠꼬대하지 말고 정신차려."


떨리는 손가락을 어떻게든 붙잡으며 통하고 머리를 두들기자 숫자 일 자로 졸린 듯한 그 눈동자가 이번에는 동그랗게, 숫자 영 자로 바뀌었다.


"아야야... 어, 이세하...?"


이제야 나를 제대로 인식한 건가.

그 사실에 진심으로 안도한다. 잡아먹히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다...!


"어, 어어어?! 어째서...!?"


그런 나와는 반대로 그녀는 당황한 듯 소리를 지르며 팔을 이리저리 흔든다.

그러다가 의자로 뒤로 자빠질 뻔하는 걸 재빨리 손을 그녀의 어깨로 뻗어 저지한다.


"실례네. 모처럼 깨운 사람의 얼굴을 보고 소리를 지르다니..."


"어, 얼굴이 가까워!!"


"어쩔 수 없잖아, 네가 쓰러지지 않도록 버티고 있으니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나도 얼굴이 이렇게 가까워지는 것은 예상 외라고.

윽, 의식하니 갑작스럽게 얼굴이 뜨거워진다. 나는 동그란채로 어딘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유리의 눈동자로부터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린다.


"어? 어... 미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여기를 어디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여기, 유니온 안이라고."


"어? 아... 그렇구나. 나 여기서 잠들었구나."


"이제야 정신차렸냐."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겨, 의자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자, 돌아가자. 벌써 밤 10시라고."


"밤 10시?!"


"하나하나 소란스럽네. 시계 봐봐. 10시 맞잖아."


"우왁, 진짜잖아. 빨리 돌아가야겠다."


"그러게. 자, 여기 네 가방."


"쌩큐. 역시 우리 세하! 센스가 좋잖아."


"...별로. 그것보다 빨리 돌아가자고. 이러다가 막차 놓쳐."


"히히. 그것도 그런가."


"아, 그리고 서유리."


"응?"


"침 닦아라."


이 후,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는 서유리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 맞았다.

...불합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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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세하 너는 왜 그렇게 늦게까지 남아있었던 거야?"


지하철을 타고 난 다음, 바로 게임기를 켜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려는 나에게 서유리가 말을 걸어온다.

으윽, 게임하려는데 말을 걸어오다니... 이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분명 게이머들만이 알겠지.


"이것 때문에 그래."


나는 설명하기 귀찮아서 게임기를 들어올려 보였다.

그 행동 하나로 모든 걸 파악한 서유리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 같이 지낸 시간이 길었던 만큼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있나 보다.


"으이구, 하여튼 너도 중증이다. 중증."


"시끄러. 오늘 일은 나도 후회하고 있으니까."


거짓말이나 그 자리에서만의 말이 아니라 진짜로 나도 후회하고 있다.

집에 가서 게임할 걸이라고 말이다. 보다 쾌적한 장소에서 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그러는 너는 왜 늦게까지 남아있었냐? 그것보다, 먼저 돌아간 거 아니었어?"


망설이다가 이어폰을 한 쪽 귀에 꽂았다.

일단 다른 한 쪽은 대화를 위해서 열어두었다.

물론 필요할 때라면 대화중이라도 꽂을 생각이다. 한동안은 잡몹 밖에 없으니 문제 없겠지만.


"아... 뭐, 조금 훈련 하느라고."


"훈련?"


"응. 점점 모두 강해져가니까. 나도 강해져야겠다!! 싶어서 훈련 중이었어."


"흐음..."


그러고보면 모두 다 새로운 기술들을 개척하고 연마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다.

그래도 따로 훈련까지 하다니, 조금 감탄하였다.


"힘들지 않아?"


"...전혀! 히히, 이 정도 쯤은 가볍지!"


...게임기에 눈이 팔려서 그녀의 표정까지는 ** 못했지만, 이게 거짓말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물어본다.


"정말?"


"물론이지. 될 수 있으면 너희들이랑 계속 같이 지내고 싶고 말이야..."


마지막 안 들릴 뻔한 그 작은 목소리에 순간, 그녀를 쳐다볼 뻔 하였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그녀와 눈을 마주하였을 때 내 표정을 제대로 관리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닭살 돋게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렇게 힘을 짜내어 대답하는 게 최선이었다.


"히히. 뭐 어때! ...그래도 뭐, 그러게. 생각해보니 창피한 대사긴하네. 잊어줘."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이다.

그녀는 내 게임기만을 보고 내가 어째서 유니온에 늦게 남아있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건 아까도 말했지만 같이 지낸 시간이 길어서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나 역시 그녀가 말로 하지 않았던 부분도 내 머리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말로 하지 않았지만 나의 심장을 타격한 것을 아마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두려운 것이다.


"아아. 그나저나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


"글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그러게."


유리가 위상력에서 각성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들 중에서 가장 늦게 위상력에 각성한 그녀는 그만큼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들었다.

그런데도 우리들과 같이 클로저스의 요원으로서 매일 같이 나타나는 차원종들과 싸우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시선과 차별에 저항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나나 슬비, 제이 그리고 테인이에게는 어찌보면 당연하며 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사태이기는 하였다.

하지만 유리는 다르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이런 세계로 던져진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목표로 하던 세계로의 길도 그로 인해서 끊겼다.

새로운 일들이,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녀에게는 너무 많은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건강한 척하면서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통에 멈춰서는 것을 거부하고 그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는다.

반면 우리들은 원래 살아왔던 세계였던만큼 적응할 필요도 없이 계속해서 마이페이스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감수할 고통도 아픔도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레이스 속에서 그녀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그녀는 그저 우리들이랑 같이 있고 싶은 것이다.

어깨를 나란히 하여 같은 길을 걷고 싶은 것이다.

...아아, 정말이지.

바보다.

바보가 따로 없다.

어떻게 이런 바보가 있을 수 있는 거냐.

이 세상은 어떻게 그런 바보를 만들어두고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냐.


"...아아, **."


"응? 왜? 게임이라도 졌어?"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서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게임기 안을 들여다본다.

액정 속에는 냉정함을 잃어버린 탓인지 캐릭터가 죽는 것을 막지 못한 사실이 비춰져 있었다.


"아아, 죽어버렸네. 어쩔 수 없지. 재도전을 누르면..."


"아니, 됐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게임기를 껐다.

그 장면에 서유리는 보란 듯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엥? 뭐라고? 내가 지금 잘못 보고 들은 것 같은데... 세하 네가 게임을 그만두겠다고?"


"별로 게임을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여서 말이야."


"...세상이 멸망하겠구나."


"멸망해버리라지. 이런 세상."


아무래도 좋아졌다.


"으음... 아니, 역시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 게 좋아!"


"...뭐야, 네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잖아."


"그래도 안 돼! 세상이 멸망해버리면 내 가족들이랑 너희를 못 보잖아."


"...윽. 너도 참 부끄러운 말을 잘도 한단 말이야."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린다.

흐, 흥. 부끄러워서 그러는 건 절대로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어째선지 그런 말을 하는 우정미가 생각났다.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우정미가. 응.


"거기다가, 고기도 못 먹잖아!"


"...방금까지의 내 감동 돌려내라, 에효. 뭐, 네가 그러면 그렇지."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금방 웃음이 터져나왔다.

역시 이 녀석, 바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모두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인 것이다.


"...응, 조금 반성."


물론 나 또한 그녀를 동료로서 아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방금처럼 모든 걸 내던지는 것은 좋지 않았다.

자신의 호의에 책임을 가지고 그녀가 슬퍼하는 것 또한 지켜보면서 받아들여**다.

받아들여 괴로워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발버둥치는 것이 분명히 그녀를 아끼는 사람의 임무일 것이다.


"응? 뭐야? 무슨 소리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아, 역시 게임을 안 하니 힘을 잃을 것 같은 걸."


"옷, 역시? 게임 안 하는 널 보니 약간 불안했단 말이지. 뭐랄까,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듯한 그 느낌?"


"위화감?"


"아, 맞아맞아. 그거. 깜빡했다. 히히."


"이건 테인이도 알 단어잖아. 조금은 기억해."


"히히, 그럴 수 있지 뭐! 그나저나 게임기라... 그거 역시 비싸겠지?"


"응? 뭐, 이것만 해도 10만원 정도는 했었지."


"10, 10만원... 으윽, 너무나도 큰 금액에 그만 현기증이..."


"그나저나 갑자기 왜?"


"그게... 사실은 내 남동생도 이제 게임기를 원할 나이다보니 이런 거 하나 사다주는 게 좋을까 싶어서 말이야."


"아아... 그러면 내가 빌려줄까?"


"어? 진짜?!"


"그래. 내가 좋아하는 게임에 한해서 나는 무려 3개씩 가지고 있으니까."


"3, 3개라니, 이 저주할 부르주아 녀석!!"


"부르주아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걸 위해서 이 정도 투자 쯤이야."


"바보다."


"누가 바보냐, 어이. 게임기 안 빌려준다."


것보다 바보에게 바보라고 듣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 마치 내가 왕바보인 것 같잖아.


"뭐어?! 그건 안 돼. 전언철회!"


"좋아. 그렇다면 이 몸이 너에게 게임기를 빌려주도록 하지."


"...히히, 고마워!"


숙였던 고개를 금방 들어올리며 밝은 미소로 대답하는 그녀에게 조금 만족하며, 시선을 게임기로 돌렸다.

하지만 그 시선이 게임기에 꽂혀져 있는 시간은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의 부주의한 말 때문이다.


"아, 그래도 이상한 게임을 빌려주는 건 안 되니까 말이야."


"...게임에 이상한 게임이 어딨어? 게임은 하나같이 다 좋은 게임이라고."


"으음... 그것도 그런가? 근데 슬비가 네 취향은 이차원일지도 모른다고 했고 정미 또한 그런 여자아이들이랑 사귀는 게임에 네가 빠져들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하니까..."


"자, 잠깐 기다려!"


"우와, 놀래라. 뭐야 갑작스럽게 큰 소리 내고."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잠깐만 기다려 봐.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응? 그러니까 네가 그림 속의 여자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야기..."


이 녀석, 아주 순진한 얼굴을 하고 당당하게도 남의 악담을 늘어놓는구나.


"아니야! 애초에 뭘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에, 그렇지만 넌 주변에 예쁜 여자아이가 많은데도 별로 관심을 안 보이잖아? 우리 슬비도 그렇고 정미정미도 그렇고 얼마나 귀여운데. 히히, 생각하니 뒤로 가서 끌어안아주고 싶다."


"너 발상이 아저씨잖아!"


"야, 실례잖아. 여자애한테 아저씨가 뭐야!"


"아니, 그렇지. 귀여운 것을 끌어안고 싶다는 것은 모두가 생각하는 일이니 아저씨한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어. 응. 미안했어, 아저씨."


제이 아저씨를 떠올려 바로 사과하였다.

그 아저씨도 귀여운 건 좋아하지만 의외로 순진한 부분도 있으니까.


"...지금 그거 나한테 사과한 거야?"


"그래서? 내가 현실의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게 문제라는 거지?"


"윽, 아주 대놓고 화제를 돌리려고 하네."


"관심은 있어. 적어도 그림 속의 여자보다는 현실의 여자한테 더 관심이 있다고. 그저 게임에 관심이 더 많을 뿐이야."


"히히. 너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 그래도 적당히 하라구. 오늘처럼 게임 때문에 이렇게 늦게까지 잠들거나 하면 안 되잖아. 마침 내가 널 발견해서 모포라도 덮어주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넌 내일 아침에 거의 100%로 감기 걸렸을 거야."


"같이 늦게까지 잠들어서 돌아가는 너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은데?"


"으윽... 그걸 들으면 할 말이 없어."


"하하. 그나저나... 역시 너였구나."


"어?"


"내게 모포 덮혀준 거."


모포를 덮혀준 것이 그녀라는 것은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하였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었다.

물어본다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솔직히 조금 창피하였다. 이렇게 먼저 말해주니 겨우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뭐냐, 고마워... 날 걱정해준 거잖아?"


"어?! 그, 그게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


"응?"


"아! 그래. 분명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지 똑같은 행동을 취했을 거야."


"그런가? 응? 근데 생각해보면 그 상황에서는 평범하게 깨우지 않나?"


"에?"


"왜 안 깨운 거야?"


"아, 아니, 왜 안 깨웠더라... 으, 으응~?"


아주 명백하게 이유를 말하기 싫은 듯 하였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것 같아. 오히려 너랑 이렇게 돌아가게 되어서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같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녀의 속마음을 나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힘이 되주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일에만 정신이 집중되어서 동료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진심으로 기쁘다.


"으으...!"


나의 말에 그녀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더니 시선을 피하였다.

당황한 듯 손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설명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말이 안 나오는 듯 입을 뻥긋거리기만 하였다.



"뭐야, 사람이 모처럼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당황해서는."


나의 한 마디에 이상한 신음소리와 함께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바라봐서 그녀의 표정까지는 안 보이지만 귀가 묘하게 빨간 것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고 있자 고개를 이 쪽으로 돌리는 유리와 시선이 맞았다.


"꺄윽...!"


참신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어디가 아픈 건가?

바보는 어디 아프지는 않아서 좋다고 하던데...

그건 거짓말인가.


"야, 괜찮아?"


"어?! 아, 응.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어깨에 손을 올려 물어보는 나에게 그녀는 흠칫하고 놀라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였다.

뭐야,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었지만 더 이상 추궁하는 것도 그렇다.

무엇보다 지금 게임기 화면에는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어서 나는 결국 시선을 돌렸다.


"야, 나 잠시 양쪽 귀에다 이어폰 끼고 게임에 집중할테니까 집 근처 역에 도착할 것 같으면 나한테 이야기해줄래?"


집중을 해야하는 장면이었기에 나는 게임기에 시선을 고정한 다음, 이어폰을 귀에 꼈다.


"응..."


게임에 집중하기 전 마지막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는 그녀를 보았다.

2024-10-24 22:24: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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