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아름다운 꽃밭, 그곳에서

반세련 2015-03-21 4

언제나처럼 화창한 날씨였다. 푸르른 하늘,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들까지.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운 날에 기쁘기보단 오히려 불안감이 엄습했다. 항상 그래왔기에, 기분이 좋다ㅡ 라는 느낌을 받을때면 무언가 일이 터졌었다. 분홍색의 짧은 머리가 햇빛을 받아 옅게나마 빛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랄까.
 
 
 
"오늘 날씨 좋네, 이런 날에는 드라마 녹화한걸 봐야하는데..."
 
 
 
저 혼자 그리 읊조리며 하늘을 응시하였더랜다. 뒤이어 몰려오는 씁쓸한 느낌은 뒤로 감춘채, 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여성에게 다가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출동이라는 단어를 입에담아, 뒤이어 들리는 그 원인마저도. 조심하라며, 그저 무사하라며, 그리 수십번 제게 당부한 그녀에게 알겠다며 여느 때처럼 출동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뛰어나갔다.
 
 
 
"……뭐,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당연할 것이다. 검은 양, 그러니까 제가 이끌던 그 팀은 해산된지 오래니까. 팀의 행동도 아니었다. 어쩔 수 없었던, 어느 날의 이야기이니까. 그 이야기를 꺼내려니 막상 눈앞이 캄캄하다.
 
 
건강을 강조하던 아저씨도
 
게임기를 항상 들고다니며 임무때마다 빨리 끝내자며 모두를 재촉하던 이세하도
 
그런 세하를 보고선 그래그래, 얼른 끝내자라며 답하던 서유리도
 
작다고 할 법한 몸으로 강한 위상력을 뽐내며 적들을 상대하던 미스틸테인도
 
이젠 이 세상에 없으니까. 운좋게 자신만 살아남았다. 그 때는 자신도 사람인 것 같지 않게 살았으며, 항상 그들을 담아두며 죄책감에 시달렸으니. 다시금 그 때를 생각하자면 밀려오는 두통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항상 읊조리던 그 대사도
 
 
 
"목표 확인, 적을 섬멸합니다"
 
 
 
나이프를 손에 쥐며 차원종들을 상대해나가기 시작했다. 날렵한 몸동작, 빠른 대처능력. 18살, 아니 19살의 소녀는 그렇게 성장했다. 정식요원까지 도달해서는 팀을 결성하지도 않았다. 수십번의 권유는 해보았으나, 그 일이 있는 이후, 조금 꺼리기는 했으며, 팀이라는 단어를 들을때면 떠오르는 인물들도 한몫 했으리라.
 
 
 
"내 앞에, 무릎꿇어!"
 
 
 
몸을 붕 띄우고서는 내리꽂았다. 키에엑-! 거리는 차원종의 울부짖음따위 귓가에 담기도 전에 뿌리쳐버렸으니. 어찌보면 증오심일지도 모른다. 내 임무의 정도가 아닌 또 다른 감정.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제 삶을 앗아가버린 그들이었으니까. 가족들을 빼앗고, 제 팀원들, 동료들마저 빼앗아가버린 그들에게 어찌 냉정함을 찾을 수 있을까.
 
앙다문 입술도, 날카롭게 상황을 관찰하고, 판단하게 하는 푸른색의 눈동자도.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변한 것은 상황뿐. 팀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잘 살 수 있냐고 자신을 비판해도 상관없었다.
 
그들에게, 팀원이 죽었는데 어떻게 잘 살 수가 있냐고 오히려 물어볼 수도 있었다. 항상 자신을 몰아세운 결과는 이정도였다. 무너지는 자신을 몰아세워 어떻게든 살아가는 자신을, 그들은 팀을 잃어도 잘 먹고 잘 사는 냉혈한으로 보였으리. 그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읏…."
 
 
 
아뿔사, 많은 생각을 하며 차원종들을 상대해서 그런걸까. 빈틈을 보여버렸다. 그 빈틈을 파고들어 공격하려 드는 차원종을 막아내니, 몰려드는 차원종들. 급히 전자 폭풍을 일으켜 그들을 경직시키고선 빠르게 처치해나갔다. 한시름 놓은채, 차원종들을 상대하다보니 어느새 몇마리 남지 않았다.
 
이정도면 상대할 수 있어. 그리 생각하며 나이프를 고쳐쥐니, 허공에서 붉은색의 무언가가 소환되어, 누군가가 나왔더랜다.
 
ㅡ최악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애쉬와 더스트. 몸이 말했다 도망쳐**다고. 머리는 답한다. 여기서 도망치면 누군가가 피해를 받을지 모른다고.
 
 
 
"죽은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누나"
 
 
 
애쉬와 더스트. 이를 갈며 일어나려해도,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이제 움직였다가는 진짜 큰일난다며. 그런 제 모습에 오늘은 공격하지 않겠다며, 진정하라는 말에 불신스런 눈빛부터 먼저 보내버렸다
 
 
 
"그걸 어떻게 믿죠? 당신들은 유니온의 적이 아니었던가요?"
 
"우리도 힘 다빠진 클로저를 상대할만큼 얍삽하진 않아"
 
 
 
더스트가 말했다. 맏을 수 밖에 없다. 이몸으로 상대해봤자 이길 가망성은 0.1%도 채 안될테니까.
 
무슨 일로 왔냐고 물으니, 그저 자신들과 같이 가지않겠냐며 답하지 않던가. 같이 가자고? 어째서? 의문이 들었다. 예전의 자신으로서는 단칼에 거절했을 질문인데. 지금은 혹한다. 그럴까ㅡ 라는 생각이 미쳐, 이내 고개를 흔들었더랜다.
 
허나 그들의 권유는 무척이나 달콤했다. 지금의 자신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런지. 그들이 유니온에게 복수를 하지 않겠냐며 물었다.
 
 
 
"복수라고 한다면..?"
 
"검은 양 말이야"
 
 
 
유니온이 사람들을 파견했다면 그들도 죽지는 않았을거라며, 손놓고 지켜보기만한 그들이 밉지 않냐며 말을 덧붙였다. 무슨……, 말도 안되는. 하지만 한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는 더스트. 저 손을 잡으면 영원히 유니온과는 안녕이다. 유정이 언니도, 은이언니도.
 
 
――――――――――그렇지만. 그들을 생각하기에는 자신은 너무나도 위태로웠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어떡해야할까. 멍해지는 정신위로 떠오르는 기억들이란. 밝게 웃는 그들. 그리고 자신. 그들의 추억을 외면하고 저들과 손을 잡으면ㅡ 당연히.
 
 
"……인간만도 못한 존재가 되는거겠지?"
 
 
내가 어떻게 그들을 외면할까. 내 친구들을 외면할 만큼, 나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예전에 말했듯이, 거절할게요."
 
 
그 대답에 움찔거리다 손을 거두는 더스트.
 
 
 
 
 
"그래? …그럼 죽는 수 밖에"
 
 
 
 
죽는다해도 어쩔 수 없다. 저를 관통하는 공격. 입술을 가르고 피가 지면에 흩뿌려졌다.
 
 
아프다. 죽을만큼
 
 
 
 
 
 
――――――――――그래도, 당당히 그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리 생각해버렸다.
 
 
 
 
 
 
 
 
 
 
 
 
 
 
 
 
 
 
 
 
"ㅡ아."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았다. 꽃이 만개한 꽃밭? 알 수 없는 환경에 이상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아까 전까지만해도 건물 투성이었는데.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자신을 감싸는 느낌은 무척이나 포근한.
 
 
 
"――――――――――어딜 가는거야? 대장, 이쪽이라고"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근원을 따라가보니 부스스하게 뜬 흰 머리와 수경에 가까운 샛노란 선글라스. 익숙한 모습이다. 그의 옆에는 평소처럼 게임기에 시선을 떼지 않는 소년과, 어서 오라며 씨익 웃는 소녀. 그리고 손을 흔드는 한 소년까지.
 
 
기쁘다. 미칠만큼 기뻤다. 다시 그들을 만나리라고 꿈에도 몰랐기에. 몸을 틀어, 그들에게 달려나갔다.
 
 
 
 
 
그래, 아름다운 꽃밭ㅡ.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갈게!"
 
 
 
 
그들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무섭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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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 수록 막 쓴 흔적이 나죠? 네, 저 머리 딸렸나봐요. **.. 그래도 추천은 누르고 가줄래요? /찡긋
이왕이면 친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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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언제 로딩이 끝나는지
2024-10-24 22:24:4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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