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심해

반세련 2015-03-20 2

밀려오는 피로감을 뒤로 감추었다. 기나긴 정적이 가라앉아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으니. 헉헉대는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맴돌다 못해 박힐 지경이었다. 차원종들에 의해 포위당해 도망치지도 못하는 상황. 최악이다ㅡ 라는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한번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가, 제 옆에서 저와 같이 숨을 가다듬는 동료들에게 시선을 보내었다. 관자놀이가 살짝씩 아려오는 것이, 저도 슬슬 한계에 임박했다는 것을 눈치채었다. 그들도 마찬가지인지 미간을 찌푸리지 않았는가.
 
"이번이 마지막 공격이 될 것 같은데?"
 
서유리가 장난스런 말투로 읊조렸다. 정적이 깨지고 차원종이 달려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원종들을 공격하기 바빴으니. 이를 악물고 싸우는 것은 단순한 생존본능은 아니었으리라. 지켜야 한다. 머릿속으로 많은 인물들이 스쳐지나갔다. 유정이 언니부터 시작해서 은이언니, 석봉이. 그외의 모두들. 그들을 떠올리니 절로 입술에 미소가 머금어졌으리.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듯 제각각 각오를 다진 눈빛으로 차원종들을 상대하고 있었으니.
 
'반드시 다시 돌아와야해, 알겠지 슬비야?'
 
'조심해서 다녀오라구, 기다릴테니까.'
 
많은 이들의 걱정담긴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숨은 점점 거칠어져만 가고, 그들은 끝없이 덤벼들고 있었다. ㅡ이길 수 없는걸까? 그런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럴 시간도 없어,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하만해. 그리 생각하다 갑자기 울리는 퍼걱이는 소리에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설마, 설마.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비틀거리는 제이가 시야에 담겼으니. 모두가 얼어붙었다. 시간이 정지되는 듯한 느낌에 비틀거렸다. 허나 그것도 잠시, 뒤이어 들리는 서유리의 목소리에 현실로 이끌리듯 되돌아 왔으니.
 
"ㅡ아저씨!"
 
그 말에 입안에서 피를 토하다 씩 웃으며, 아저씨 아니랬지? 라며 말하는 그였다. 어째서? 그 한마디가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리 멍때리는 사이에, 제게 덤벼드는 차원종은 **도 못한채 멍하니 그만 바라보다, 저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피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 그림자의 흔적을 따라가니 차원종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늦었어. 그 생각을 끝마치니, 저를 감싸듯 그 공격을 대신 맞고선, 쓰러지는 이는ㅡ.
 
"…말도 안돼."
 
거짓말.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바닥에 쓰러지는 이는 다름아닌 이세하였으니ㅡ. 실수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에게 넋놓고 바라볼때부터 제 목숨을 바닥에 던진 꼴이었다. 다시 한번 공격하려 달려드는 차원종을 쓰러뜨리고선 빨리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허공에 버스를 소환해 내리꽂았다. 그것에 몸이 띄워진 차원종들을 버스로 쳐내었으니. 몇몇이 미동없이 쓰러져있었다. 몇몇은 일어나 다시 덤볐다.
 
"이럴 시간이 없어, 늦지 않게 빨리 끝내야해."
 
그 말에 정신차린듯 서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원종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서포트로 나서기엔 턱없이 많은 그들이었기에. 초음속으로 비트를 날려 차원종들을 하나하나씩 쓰러뜨려 나갔다. 빨리 끝내고 그들을 데려가야해. 그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정말 최악이다, 판단미스. 자신에게는 모두를 이끌 자격조차 없었던걸까.
 
"내 앞에 무릎꿇어!"
 
저를 중심으로 차원종들을 띄워올렸다가, 강하게 지면으로 내동댕이쳤다. 캬아악 거리는 이질적인 목소리가 귀를 강타해도 아랑곳않고 그들을 처리해나갈무렵, 몇남지 않은 차원종들이 몸을 사렸다. 이때다, 도망쳐야해. 이세하를 부축해 차원종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서유리가 검을 휘둘러 몇남지 않은 차원종마저 죽여버리더니 제이를 부축해 되돌아갔다.
 
이럴 시간도 없다. 저도 그녀를 뒤따라가, 도착하니, 유정이 언니가 급히 달려왔다. 우리들 상태에 창백해지는 낯빛을 신경쓰지 못한채 얼른 치료해**다고 그녀에게 언성을 높히니, 정신을 차린듯 알았다며 급히 누군가를 불렀다. 그 부름에 달려온 사람들이 둘을 데려갔고. 상황이 일단락 되었다.
 
 
이정도에서 끝났다면, 오히려 해피엔딩일까¿
 
유정이 언니가 조용히 제곁으로 다가와 머뭇거렸다. 무슨 일이에요? 라며 제가 말을 건네니,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고개를 내저었으니. 자신은 그 의미를 알고있었다. 본능적이라고 해야할까ㅡ? 어렴풋이 그렇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허나 그것이 막상 사실로 다가오니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걸까. 죄책감이 무겁게 저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급히 달려나갔다. 그들이 있다는곳으로ㅡ. 창백해진 안색,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세하의 뺨에 손을 대었다.
 
차갑다.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켰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정신이 멀어져갔다. 그렇게 다시 눈뜬 곳은 전혀 다른곳. 밖에 나서니 모두가 침울해져있다. …서유리는? 두리번 거리며 그녀를 찾으니, 유정이 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고갯짓에 답하며 인적이 드문 곳에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리라.
 
그들은 죽었다. 다시금 되새김질하니 가슴한켠이 답답해져간다.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치 앞조차도ㅡ.
 
 
 
 
이게 자신의 미래였더라면,
              차라리 그들을 만나지 않는게 더 나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지금 자신이 서있는 이곳, 이곳은 바로 심해였다. 발버둥쳐도 점점 가라앉기만 하는, 그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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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썼다가 망했네요. 대사가 왜 이리 적은지 하나도 모르겠어..
2024-10-24 22:24:4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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