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따분한 엘리트
rhdrurtnf 2014-12-13 0
문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텅빈 사각의 공간에서 환자복처럼 흰색으로 깔맞춤된 옷을 입은
열살쯤 되어보이는 앳된 소년이 서있었다. 이내 공간은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치이잉… 소리를 내며 형상을 갖추어나가기 시작했다. 부숴진 자동차, 무너진 다리 등등이 일그러지며
나타나더니 이내 사각의 공간은 도시의 한 부분처럼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 이런 건 옆집이 기르는 개도 싫어할 것 같은데… "
소년은 싫다는 듯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대 차원종 대응 능력 테스트, D클래스. 곧 시작합니다.
안내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소년의 발 밑에 흰색의 둔기가 생겨났다. 다른 특징은
없고 순수하게 마치 막대기에 흰색을 치덕치덕 바르면 생긴 듯한, 몰개성한 형태의
무기였다. 소년은' 무기라도 멋진 걸 준다면 조금 의욕이 날텐데… ' 라며 중얼거렸다.
- 대 차원종 대응 능력 테스트의 클리오 조건은 주어진 무기로 차원종들에게 일정 이상의
피해를 입혀 사라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D클래스 테스트는 테스트는 D등급 차원종이 등장하며
피격 시 실제로 통증을 느끼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그래, 알았어. 얼른 시작이나 해줘. "
소년은 받은 흰색의 몽둥이를 어깨에 올리고 귀찮다는 듯 투정부리는 말투로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간이 일그러지며 삼각 머리에 1m정도의 체구를 가진 괴물 세마리가 형상을 갖추어 나타났다.
괴물들은 잇가심을 하며 소년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소년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괴물들에게 도발을 걸었다.
" 귀찮으니 어서 덤벼. "
손을 내밀어 앞뒤로 흔들자, 괴물들이 도발을 받아들였는지 달려들었다.
먼저 선두에 선 괴물이 소년의 머리를 노려 달려들자 소년은 눈을 감은 채로 가볍게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괴물의 공격을 흘린 뒤 괴물의 등을 둔기로 내리쳤다. 순수하게 시각조차 사용하지 않고 육감만으로
차원종에게 대응하고 있었다.
" 우선 한마리. "
" 케에엑! "
괴물은 괴성을 지르며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사라졌다. 그 때, 나머지 괴물 두마리는 소년의 양 옆을 자리잡고
동시에 달려들었다. 소년은 오른쪽 손의 둔기를 휘둘러 괴물 한마리의 얼굴을 강타한 뒤, 한쪽 손으로 괴물의
머리를 짓눌러 제압하고 둔기로 내려찍어 머리를 으깨버렸다.
" 케에에엑! "
" 케엑! 크엑. "
- 대 차원종 대응 능력 테스트, D클래스. 클리어입니다.
다시 공간이 일그러지며 괴물들이 사라지고 이내 만들어진 공간도 다시 소리를 내며 원래의
사각의 공간으로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소년은 가볍게 손을 탈탈 털어내고 문을 나섰다.
타고난 능력자, 천재, 차기 영웅…
소년이 언제나 달고다니는 꼬리표였다. 원하지 않아도 소년은 언제나 그 꼬리표를 달고다녔다.
위상력이 다른 능력자들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발현되었고, 잠재위상력 테스트에서는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했다.
물론 타고난 수치만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다. 알다시피 모든 능력은 증명되어야 했고 소년은 어린 나이에
많은 테스트를 받게 되었다. 놀랍게도 체육,국어,기하학,물리학 대부분의 수업에서 그는 탁월한
성적을 거두었고 특히 체육과 사격에서는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할만한 성적을 보였다.
소년은 ' 그냥 하라는 대로 하니까 되더라. ' 라는 어이없는 말을 내뱉었지만 그의 성적은
언제나 자신이 만든 신기록들을 자기 자신이 깨어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배경에는 「첫번째 차원전쟁」이후 나타난 많은 능력자들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의 위상력을 컨트롤하며 전장을 휩쓸었다는 클로저계의 영웅이 어머니였다.
입이 마르도록 들려오는 칭찬은 그를 오히려 귀찮게 만들었으나 멈출 새를 몰랐고,
자신이 만든 기록을 직접 자기가 깨어나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얼마안가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저 어머니가 시키니까 한다…'라는 것이 이유였다.
" 뭐 재미있는게 없을까…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그저 반복적인 일상에서 그는 이미 지루함을 극한으로 느끼고있었다.
소년은 알다시피 백에 하나 나온다는 엘리트였고, 이미 선배들의 능력조차도 뛰어넘은지
오래였다. 소년의 그런 뛰어난 능력은 동년배 아이들에게는 동경을 넘어서서
분위기를 압도하고 말았고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도 못했다.
배가 고파 먹으러 간 식당의 구석에서 아이들이 모여 웅성웅성거리며 웃고있었다.
평소에 식당에서는 조용히 하는 것이 규칙이었기에 잘 떠들지 않을텐데 왜 떠드는지 궁금해서
소년은 잠시 들여다보았다.
" 이게 새로나온 게임기라고! "
" 이거 엄청나게 비싸지않아? "
" 그래! 엄청나게 비싸다고! "
" 근데 이거 들고있다가 걸리면 큰일나지 않아? "
알다시피 여기는 일단 기반은 학교였으며, 게임기같은 잡다한 물건은 금지였다.
무엇보다 소년은 게임기를 접한 적이 없었다. 학교 기숙사에서 자는 데다
부모님은 소년에게 게임에 관해 전혀 알려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천재다운 바쁜
스케쥴 속에서 접할 시간조차 없었다.
하지만 검은 머리의 소년에게는 그 물건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다. 작은 게임기 속에서
일어나는 멋진 공격과 아이들이 설명하는 주인공들의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 그게 대체 얼마하는 거야? "
소년은 원래 아이들과 말을 잘 섞지않았지만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가격마저 물어보았다.
" 어.. 아, 이건.. 좀 비싸. "
다른 아이들은 소년을 두려워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못했다. 이내 아이들은
소년이 물어보자 눈치를 보더니 모두 흩어져 식당의 줄에 서서 점심을 받았다.
아마 왕따를 당한다면 이런 느낌이리라. 하지만 소년의 마음에 상처를 주진 못했다.
이런 느낌은 이미 일상이었으니까…
처음보는 '게임기'라는 존재를 가지고싶어서 부모님에게 물어보자
부모님에게 들려온 소리는 큰 호통밖에 없었다.
어디서 그런 나쁜 물건에 대해 들어왔냐며 그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물건이라 했다.
하지만 게임의 매혹에 빠져버린 소년에게 그것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잔소리에
불과해져버렸다. 절대 가까이 하지말라며 호언장담하시는 부모님들을 뒤로 한 채
게임기없이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임방'을 물색했다.
근처에는 게임방이 없었던 것 때문에 꽤나 먼 곳에 있는 게임방을 가기 위해
모든 스케쥴을 패스한 채 몰래 빠져나왔다. 그리고 게임방을 가서 펼쳐진 것은
난생 처음보는 천국이었다…
따분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격투게임, 아이들이 하던 스토리가 있는
멋진 액션게임. 무엇보다 소년의 마음을 당긴 것은 건반이 내려오는 속도에
맞춰 악기처럼 버튼을 누르는 게임이었다. 하나같이 평소에 하는 지겨운
테스트와 달리 소년이 해도 어려웠다. 처음 해보는 격한 어려움에 감동했다.
열심히 건반을 눌러나가며 소년은 게임에 빠져들고 말았다.
결국 이 날은 왕창 혼난 날 Best 5 안에 들 정도로 혼나고말았다.
그러나 부모님의 꾸중에도 소년의 게임을 향한 열정의 불을 끄진 못했다.
그 이후에 소년은 단 한번도 자신이 만든 기록을 다시 깬 적이 없었다. 게임빼고…
몇년 후, 소년은 정장을 입은 여성의 앞에 서 있었다. 허나 얼굴에는
짜증과 귀찮음이 뒤섞여 조절이 되지않았다. 여성이 딱 봐도 이 것은 티가 났다.
" 반가워, 내 이름은 김유정이야. 이 곳 신서울지부에서 너를 담당하게 될거란다. "
" 반갑지못하네요. 하, 전 진짜 이 일을 대충할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
소년은 시간이 지나 어느정도 키가 크고 점점 얼굴의 각을 갖추어나갔으나
그 귀찮음만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사라지지 않은게 남아있었다.
여성은 자신만만하게 소년에게 말했다.
" 들었단다. 부모님이 강제로 팀에 집어넣었다면서? 재미있는 일이야. "
"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니라구요… "
소년은 양팔에 힘이 빠진 듯 어깨를 축 내리며 말했다.
그러자 김유정이라 자신을 밝힌 여성은 가방에서 직사각형의 네모난 물건과 칩을 꺼내었다.
" 이게 뭐처럼 보이니? "
소년은 얼굴이 경직되고 이내 감동에 찬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것은…
" 아직 발매되지도 않은 게임기 엑스보이EX와 메가X 시리즈 차기작 메가X9… "
본능적으로 소년은 본능적으로 그것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유정은 주려는 듯이
내밀더니 이내 휙 뒤로 빼어들었다. 소년에는 얼굴에 극한의 희비가 교차했다.
" 난 이걸 공짜로 준다고 한 적 없어. "
" 그,그런… 그건! "
소년의 얼굴이 울 듯 일그러졌다. 절대 놓치기 싫은 세상에 몇 안되는 물건중 하나가 아닌가!
만약 영혼을 팔라고한다면 영혼마저 팔 수 있을듯한 물건이었다.
유정은 말을 끝맺지않고 이어나갔다.
" 난 대신 조건을 걸게. 네가 이 팀에서 아주 열심히 활동할 것. 내가 아는 사람중에
게임관련 종사자가 있어서말이야… 이런건 나올때마다 구해줄 수 있거든? 어때? "
소년에겐 절대 나쁘지않은 조건이었다. 강제로 넣어진 팀에서 조금만 열심히하면…
저것들이 내것이었다! 앞으로 나올 모든 것들도! 소년에는 이미 감격에 찬 얼굴로 게임기와 칩을 받아들며 말했다.
" 물론이죠! 당연하죠! 물론 열심히할게요! 감사합니다! "
소년을 다루는 것에 성공해 만족한 듯 웃으며 유정은 말했다.
" 그럼, 환영할게! 검은양 멤버, 세하야. "
그렇게 세하의 검은양으로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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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복수의 칼날을 갈며 - 이슬비편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B%B3%B5%EC%88%98&n4articlesn=122
첫편을 쓸때는 그냥 이슬비의 과거스토리로 써볼까해서 썼는데
반응이 악평이 있진 않아서 더 써봤습니다.
어떨진 모르겠는데 게임광의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모든 캐릭터 과거편 하나씩 써나가는게 꽤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