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 - 3 -
외국인코스프레 2015-03-15 2
1편 링크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922
2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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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에게로 와서는 해맑게 웃는 소녀. 분명 유리였다. 저 두 명이 왜? 그렇게 시작하자니, 궁금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제이는 여전히 요원복을 입은 채 그대로였지만, 유리는 달랐다. 평소에 입던 캐주얼한 복장은 온데간데없고, 한껏 멋을 낸 듯한 사복에 얼굴엔 기합을 넣은 듯한 화장이 되어 있었다. 앳된 얼굴에 어울리는, 과하지도 않고 어린애 같지도 않은 화장에 의구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는 동안,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던 두 클로저는 함께 자리를 옮겼다.
“제이 아저씨!”
“여, 동생. 왔어?”
유리의 외침에, 미소와 함께 그녀를 돌아보는 제이. 이내 그가 평소와 다른 유리의 모습을 뚫어지게 보더니,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왠지 평소와 달라 보이네, 동생.”
“아, 하하…안 어울리나요?”
제이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유리. 그런 그녀에게 작게 고개를 저어 부정의 뜻을 나타낸 제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한다.
“그럴 리가, 내가 십 년만 젊었어도 고백했겠는 걸?”
“아, 아이 참! 몰라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다른 손으로 태클을 걸듯 제이의 복부에 주먹을 내지르는 유리. 제이의 성격을 생각해볼 때 비록 진심은 아니겠지만, 그 말이 너무 기뻐서, 들떠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런 그녀의 손에 힘이 적잖이 들어갔지만, 여전히 웃으며 말을 잇는 제이였다.
“쿨럭…그래, 우리 귀여운 동생이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지?”
“아, 그게요….”
순간 흠칫한 유리가 침을 꿀꺽 삼킨다. 사실 제이가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은, 유리가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또한 유리가 적당히 만든 구실이었지만, 여기서 일이 더 진행되지 않으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재빨리 다음 구실을 생각해내야 하는 그녀였다. 슬쩍 제이를 보자니,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유리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그게…그러니까…데, 데…”
“데?”
“데, 데이트하자고요!”
저도 모르게 빽 소리를 지른 유리였지만, 곧바로 상황을 알아채고는 굳어진다. 본래 목적이 맞긴 하지만, 이렇게 직구를 던져서야 눈앞의 제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기에 절로 먹먹해지는 유리였다. 이대로 거절하고 집에 가 버리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제이는 아직 대화를 할 여지가 남은 모양이었다.
“데…데이트? 쿨럭…왜 갑자기?”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에 재차 확인하는 제이. 순간 방금 마셨던 건강주스가 목구멍에서 넘어오는 줄 알았지만 겨우 역류시켰다. 제이가 그렇게 이유를 묻자, 이제 될 대로 되라 싶었던 유리가 입에 걸리는 대로 내뱉기 시작한다.
“그, 그게…오늘이 화이트 데이잖아요? 아하하ㅡ근데 세하는 왠지 슬비랑 일이 있는 거 같고, 정미정미는 오늘 바쁜 모양이니 못 만났거든요. 테인이도 피곤해 보여서, 마침 아저씨도 외로워 보이니까 외로운 사람들끼리 같이 식사나 같이 하자는 생각이었거든요. 하하….”
일단은 이래저래 구실을 만들어 뱉었지만, 역시 속이 뻔히 보이는 것 같아 절로 말꼬리가 흐려졌다. 이해를 못 하면 어쩌나? 혹시 자신의 마음을 눈치 채는 건 아닐까? 그럼 어떻게 반응할까? 등의 갈등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에 비례해 유리의 몸도 점점 굳어져 갔다.
한편, 제이는 유리의 말을 전부 이해는 하고 있었다. 그에 여러 의문점이 들었지만, 일단 유리는 필사적인 모양이었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던 그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뭐…그렇군, 외로운 사람들끼리 식사 한 번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아…!”
제이의 말에 곧바로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는 유리. 이내 그녀가 재빨리 제이의 팔을 낚아채고는, 억지로 팔짱을 낀다.
“그럼 결정한 거예요, 아저씨! 제가 잘 아는 맛집이 있으니까 그리로 가요!”
“아, 알았으니 동생. 조금 떨어져서…”
팔에 전해지는 미묘한 감촉에, 일순 얼굴이 붉어졌지만 가까스로 표정관리를 하는 그였다.
그 다음은 그저 평범했다. 유리가 말한 맛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거리를 둘러보며 상점에 들르기도 했고 적당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온 두 명이었다.
본래 제이가 비용을 내려고 했지만, 유리가 한사코 자신이 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일단 더치페이로 타협을 보았다. 분명 식사 한 번 하자는 말뿐이었을 텐데 영화까지 보게 되었고, 그러자니 어느새 밤이 깊어져 있었다.
거리의 사람도 많이 줄어졌기에, 꽤나 한적해져 있었다. 유리는 여전히 제이에게 팔짱을 끼고 있었고, 이미 포기한 상태의 제이는 그러려니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중, 골목 쪽에서 유리가 스스로 팔짱을 풀며 제이의 앞에 섰다. 여전히 생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제이 아저씨, 전 집이 이쪽이거든요. 아저씨는 다른 쪽이었죠?”
“뭐, 그렇긴 한데…괜찮겠어? 바래다 줘도 되는데.”
“에이~괜찮아요, 저도 일단은 클로저라고요?”
그렇게 말하며, 한 팔을 걷어붙이고는 보란 듯이 자세를 잡아 보이는 유리. 그에 미소를 지은 제이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손을 들어 인사한다.
“그럼 조심하도록 해, 동생. 오늘 즐거웠…”
“잠깐만요, 아저씨.”
갑작스레 말문이 막히는 제이. 단순히 유리가 말을 끊어서가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들떠있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기 때문이었다. 그에 의아해하고 있자니, 어느새 유리는 자신이 메고 있던 손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었다. 깔끔하게 포장된 상자였다.
“이건…?”
“헤헤, 오늘 화이트 데이잖아요? 하나 사봤어요!”
다시금 눈웃음을 지으며 상자를 내미는 유리. 일단 그것을 받아든 제이였지만, 그 마음은 편치 않았다.
“고맙긴 한데, 동생. 오늘은 남자가 주는 날이지 않아?”
“에이, 여자가 주는 게 뭐 어때서요. 이럴 땐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된다고요.”
“아니, 동생은 전에 발렌타인 데이 때도 나한테 초콜릿을 줬잖아? 근데 내가 또 받기엔…”
“괜찮으니까!”
한 차례의 외침이, 어두운 밤거리에 퍼져 나갔다. 다시금 말문이 막힌 제이의 앞엔, 여전히 유리가 서 있었다. 하지만 방금과는 달랐다. 양 주먹을 꼭 쥔 채, 계속해서 보여주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그 눈은 떨리고 있었다.
“…괜찮으니까, 그냥 받으시면 된다고요….”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리가 준 상자를 주머니에 넣을 뿐이었다. 감정이 격앙되었는지 시선을 내리깔고 있던 유리가 염려된 제이가, 일단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자는 생각에 그녀에게로 손을 옮길 때였다.
“…해요.”
“응?”
“좋아해요…아저씨.”
제이의 몸이 다시금 굳어졌다. 손을 내뻗은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서 있던 그였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유리는 말을 이어갔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요. 하지만, 진심이란 건 알고 있어요. 좋아해요, 아저씨. 나이 차이는 좀 날지 몰라도…아저씨가 괜찮다면, 전…”
어느새 제이는, 한 손으로 미간을 누른 채 서 있었다. 분명 유리가 오늘 달라 보이긴 했다. 아무리 외로운 사람들끼리 모이니 어쩌니 해도, 꾸밈에 기합이 들어가 있었으며 필요 이상으로 자신에게 살갑게 구는 것에 위화감이 들긴 했다. 설마 싶은 심정이면서도, 유리의 해맑은 모습에 확신하지 못한 채 끌려 다녔던 그였다.
눈앞의 소녀는, 성인도 아닌 이제 고등학생인 여자 아이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그녀는 한 명의 클로저였고, 그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이었다. 그 한 명의 여성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사이가 어색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을 뒤로 하며…자신에게 고백한 것이다.
장난으로 대할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확실히 대답해 주어야만 했다.
“동생…아니, 유리.”
아마 제이가 동생을 붙이지 않고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미묘하게 달라진 어감에 침을 삼킨 유리가, 가만히 제이의 대답을 기다린다.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던 제이가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일단 이거 받아. 비싼 건 아니지만, 전에 받은 것도 있고 해서 준비했어.”
제이가 내미는 작은 상자를 말없이 받는 유리. 그에 맞추어, 제이의 말이 이어진다.
“그리고…미안해.”
“…….”
“…네가 오늘 무언가 달라 보였음은 이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아직 확신은 없는 것 같아, 함께 했던 것뿐이야. 네가 그렇게 말해준 것은 고맙지만 난…”
“…왜요?”
또 다시 말이 끊겼다. 그에 유리를 마주보자니, 어느새 그녀의 눈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껏 해놓은 화장이 번져갔지만, 양 쪽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울고 있었지만, 울음을 참듯 자신의 옷자락을 꽉 쥐고 있는 유리였다.
“…왜 안 되는 거예요?”
“…그게…”
“…나이 차이 때문이에요?”
“…아니, 그건…”
“사랑에 나이는 상관없잖아요!!”
쿨럭, 하고 헛기침을 해대는 제이. 맛집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줄 알고 한동안 가슴을 졸인 그였다. 일단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정작 틈을 주지 않는 유리였다.
“그런 게 아냐, 그러니까…”
“아니면, 유정 언니 때문이에요?!”
‘왜 얘기가 그리 가는 거지?’
영문을 모른 채 듣고 있자니, 유리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저로는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유정 언니보다 몸매도 좋은데!!”
“아니, 그건…”
아무래도 감정이 고조된 탓인지, 제대로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일단은 유리를 진정시켜야만 대화가 진행된다고 여겼기에, 무언가 멘트를 구상하고 있는 제이였다. 그렇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러블은 끊이지 않았다.
“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거예요, 진짜!!”
갑작스레 들려오는 제 3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한 번 놀라고, 그 주인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라는 제이와 유리였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유, 유정 씨?”
언제, 어디서부터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모습을 드러낸 유정. 평소의 그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도끼눈을 부릅뜬 채로 제이와 유리를 번갈아 노려보는 그녀의 모습은 웬만한 차원종 이상의 패기를 내뿜고 있었다.
“뭐 하는 거예요 제이 씨, 오늘 피곤하다더니만?”
“아, 아니. 그건…”
“설마 유리를 꼬드겨서 지금까지 같이 있던 거예요?!”
“…….”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유리는 아직 고등학생이라고요!! 아청법이 괜히 있는 줄 아세요?! 실망이에요, 제이 씨!!”
계속해서 소리치고 있는 유정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나랑 관계없는데…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을 제어할 수 없어서 마구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무언가 달라지길 바라는 듯이.
제이 또한 죽을 맛이었다. 자신이 나이가 더 많다지만 연애 경험도 없고 여자의 마음 따위는 모르는 그였기에, 유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데 유정까지 이렇게 자신을 몰아세우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냥 드러눕고 기절한 척 할까 싶을 정도의 긴장감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유리는, 그런 두 명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어느새 눈물은 멈춰 있었다. 열심히 제이를 몰아붙이는 유정과, 그런 그녀에게 가만히 극딜을 당하는 제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일지는 몰라도, 유리에겐 다른 의미로 오고 있었다.
‘…아아, 그렇구나.’
무언가, 후련해진 느낌이었다.
“아저씨!”
“응?”
유정의 말들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에, 그제야 유리의 존재를 떠올리고는 시선을 돌리는 제이. 그런 그의 눈에, 자신의 앞으로 바짝 다가선 유리의 모습이 들어왔다.
거짓말처럼, 열심히 소리치고 있던 유정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갑작스런 충격에 온 몸이 굳어져, 석상마냥 한 곳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제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예상치 못한 일에, 아무 말도 못한 채 자신의 목을 감싼 유리의 팔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제이에게서, 자신의 입을 떼어 내는 유리. 크게 숨을 내쉬고는, 제이의 목을 감쌌던 팔을 풀며 물러선다.
“…어….”
“헤헤…첫 키스라고요?”
어안이 벙벙해진 채, 마치 지능이 감퇴한 듯 말을 잇지 못하는 제이와 유정. 그런 그들을 번갈아 보며, 다시금 예의 밝은 미소를 보이는 유리였다.
“지금은 이걸로 만족할게요. 하지만 아저씨, 2년 정도만 기다려주세요. 그럼 저도 성인이고, 괜찮겠죠? 물론, 그 전에 아저씨가 절 돌아보게 만들 테지만요!”
이내 유정을 돌아보고는, 씨익, 하고 웃어 보인다. 어느새 그녀는, 평소와 같이 검은양팀의 일원인 서유리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 가 볼게요, 아저씨, 언니! 다음에 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는 유리. 한동안 그런 유리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던 두 명은, 그녀가 사라지자 그제야 서로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넋나간 듯한 제이와, 상황을 깨닫고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는 유정. 그녀가 제이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뭐, 뭐, 뭐…뭐예요, 제이 씨!”
“…아…아니, 나도….”
유정의 외침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제이. 간만에 맛보는 신선한 충격에,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째선지 해명도 하지 못하는 그 모습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아, 거세게 몸을 돌리는 유정이었다.
“몰라요, 정말!”
“…잠깐, 유정 씨?”
“뭐예요?!”
막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제이의 부름에 매몰차게 돌아보는 유정. 그런 그녀의 시선 안에, 제이의 팔이 들어왔다. 또, 그 손에 들려진 상자가 들어왔다. 그에 슬쩍 제이의 얼굴을 보자니,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여는 그였다.
“…전에 초콜릿 고마웠어, 일단은 화이트 데이이기도 하니까 준비했는데 말이지.”
“…….”
일순 굳어진 유정이었지만, 이내 제이의 초콜릿을 받아든다.
“…고마워요.”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군.”
“…이제 가 볼게요, 다음에 봐요.”
시선을 피한 채, 다시금 돌아서는 유정. 무언가 아쉬웠지만,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힘차게 한 걸음을 내딛는 유정을 보낼 생각이 없었는지, 다시금 그녀를 불러세우는 제이였다.
“…유정 씨.”
“또 뭐예요?”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제이를 돌아보는 유정이었지만, 이내 말문이 막힌다. 어느새 제이는 다시금 평소와 같이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언제나 친절하고, 넉살 좋으며, 능청스러운 그였지만, 할 때는 하는 그였기에 그 같은 표정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이내 그가 자신의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말을 잇는다.
“…유정 씨, 유리에 대한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 난…좀 더 성숙한 쪽이 취향이니 말이야.”
제이의 말에 눈을 똥그랗게 뜬 유정이, 자신이 잘 못 들었다는 듯 재차 확인한다.
“…네?”
“물론 몸매 얘기는 아니야.”
“누가 뭐래요?!”
진지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다니,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다시금 발끈한 유정이, 받았던 상자를 저 목석같은 얼굴에 던져 버릴까 싶었지만 가까스로 억누르고는 돌아선다. 작게 한숨을 쉰 그녀가, 뒤도 안 보고 말한다.
“…갈게요. 집은 이 근처이니, 배웅은 필요 없어요.”
“…아아, 조심해서 돌아가도록 해.”
그 말엔 대답하지 않은 채, 유정의 모습은 골목 뒤편으로 사라졌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제이는, 이내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유정은 별 다른 낌새를 눈치 채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아직도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입술을 어루만지며, 묵묵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어렵구만.”
또각또각, 하고 밤거리에 힐 소리가 퍼져 나갔다. 어쩐지 진이 빠진 유정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집에 도착하기 위해 걸음을 놀리고 있었다. 금일의 피로와 함께 찝찝함은 보너스로 얹혀져, 집에 돌아가면 냉장고에 넣어둔 캔 맥주를 따야지, 하고 생각했다.
‘…정말, 뭐니 이게.’
아직까지 유리가 제이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것보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그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제이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어이없는 것은, 그런 제이에게 화를 낸 자신이었다.
자신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일까? 무슨 자격이 있어서? 자신은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본인의 심정조차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내뱉었던 자신이 싫었다.
한동안 고민해야 할 것 같은 의문을 품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는 유정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제이에게 받은 상자가 꼭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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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서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