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2 】
가람휘 2015-03-11 7
[ 1 ] 별빛에 잠겨라(2)
또 한 명의 이세하, 세 번째 용이 손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서 검이 나타나 그 손에 쥐어졌다. 아스타로트를 연상케 하는 모습.
군단장이 그대로 검을 쥔 손을 머리위로 올려 검 끝을 하늘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별빛에.”
그러자 허공에 무수히 많은 기하학적 도형이 생겨나며 도형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수많은 마법진 같은 것이 그려졌다.
“잠겨라.”
하늘로 향했던 검 끝을 검은양에게 향했다. 그러자 하늘에 생겼던 무수한 마법진에 응집된 막대한 위상력이 여러 줄기의 섬광이 되어 쏘아졌다.
폭발. 굉음과 함께 섬광이 쏘아진 지점, 검은양이 모여 있던 곳은 흙먼지가 피어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피어오른 흙먼지가 가라앉기까지는 1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그보다 먼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괜찮아요!?”
“쿨럭!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다…!”
서유리와 제이의 목소리.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걱정 마. 완전 괜찮으니…까!”
“으악! 피 뿜으면서 괜찮다고 하지 마요!”
흙먼지 속, 자신들도 서로 보이지 않을 상황에서 대화가 들려왔다. 조금은 여유로운 듯한 대화. 허나 그 여유는 흙먼지가 가라앉자 곧바로 경악으로 변했다.
“아저씨, 팔이…!”
흙먼지가 가라앉아 온전히 들어난 제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두 팔은 더 이상 인간의 팔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하게 변해 아래로 측 쳐져있었고, 상의는 원래의 형태조차 남지 않았으며 그로인해 들어난 상체는 상처투성이였다. 그 상처들의 깊이도 하나같이 상당했는데, 몇몇 상처에서는 뼈가 겉으로 들어났을 정도.
“꺄하하♪ 어때 대단하지? 엄청 열심히 만들었다고~”
“큐브라고 하던가? 그 기계가 폭주해서 차원종이 된 너희를 만들었다지? 그걸 참고해서 만들었다. 너희가 우리의 분신과 싸우며 사용한 위상력을 모아서 이세하를 본뜬 인형에 집어넣고, 우리의 힘을 불어넣어서 제3위상력을 가진 세 번째 용으로 만들었지.”
큐브를 참고하여 만들었다. 그것도 저 군단장을 만드는 데 사용된 제2위상력은 애쉬와 더스트의 분신과 싸울 때 자신들이 사용했던 위상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애쉬가 말한 이세하를 본뜬 인형이란, 도플갱어나 애쉬와 더스트의 분신과 비슷한 것이리라.
“그럼 우리를 분신과 싸우게 한 이유가…!”
“그야 이걸 위해서지. 너희를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주 없던 건 아니지만. 덕분에 좋은 샘플을 얻었어. 그 중에서 특히 이세하의 순간적인 폭발력은 압권이더군. 과연 그 여자의 아들다워.”
“그리고 만들면서 내 취향대로 신경 좀 썼지.”
더스트가 군단장 이세하를 끌어안으며 사랑스럽다는 듯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필 이세하의 모습을 한 이유가 더스트의 취향 때문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였으나, 곧바로 이어진 군단장의 발언에서 진실을 알게 되었다.
“들러붙지 마라, 암퇘지.”
“암퇘…! 너, 누나에게 무슨 말을…!”
“─멋져♥”
“누나!?”
더스트의 취향이라는 건 이쪽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검은양의 이세하는 떠올렸다. 언젠가, 더스트가 짓밟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짓밟히는 것도 좋다고 했던 것을.
“…검은양. 내 근원이 된 존재에게의 마지막 자비다. 돌아가라. 다음에 마주친다면 죽이겠다.”
“읏…!”
군단장의 발언. 처음이자 마지막 자비로써 이번은 살려준다. 그 말에 발끈한 이세하가 건블레이드를 휘두르려는 자세를 취했으나, 이슬비가 그를 막았다.
“이세하. 지금은 제이씨의 치료가 우선이야. 후퇴하자.”
“**!”
자신과 똑같은, 허나 도플갱어와는 달리 분명하게 독립된 개체를 마주쳤기 때문일까, 이세하는 기분이 언짢은 듯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서유리와 함께 제이를 부축하고 물러났다.
“…이봐, 군단장. 영지를 불러낼 거라면 힘을 보태주지.”
용의 영지. 즉 데미플레인을 불러낸다. 이전에는 비록 시체라고는 하나, 헤카톤케일의 위상력을 수차례 흡수했던 것을 일제히 방출시켜 불러냈었다.
군단장은 군단이 있기에 비로소 군단장이라 불릴 수 있는 것. 용의 영지와 용의 군단을 불러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강력하다 하여도 결국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다.
그렇기에 데미플레인을 불러내는 것을 돕겠다고 말한 애쉬였지만.
“필요 없다.”
군단장은 애쉬의 도움을 사양한 체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의 궤적을 따라 하늘에 선이 그어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그 선을 따라
하늘이 열렸다.
* * *
제이아저씨를 부축하며 돌아가던 도중, 대기가 흔들리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쿠구구궁 하는, 천둥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리며 눈에 보이는 하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하늘에 하나의 선이 그어지는가 싶더니 그 선을 중심으로 하늘이 열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가 싶더니 그 구멍을 중심으로 하늘 전체에 균열이 생기며 깨져나가더니, 하늘과 함께 태양마저 사라졌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멍 뿐.
“저건 설마….”
이러한 현상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이 정도로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이와 비슷한 현상은 분명하게 목격한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때’와 마찬가지로 하늘의 거대한 구멍 너머에서 거대한 ‘대지’가 내려오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신서울의 하늘을 덮었다.
“데미플레인!”
용의 영지. 이전, 아스타로트가 계획하고, 우리가 막던 것을 애쉬와 더스트에게 역이용당해 출현했던 차원종의 대지.
헤카톤케일의 영토였으며, 아스타로트의 영토였고, 이제는 ‘군단장 이세하’의 영토일 대지.
막지 못했다. 힘이 없어서. 무력해서. 아스타로트때와 마찬가지.
이대로 모두 끝인가….
제3위상력을 가진 가짜 나, 군단장 이세하를 무찌르기 위해서는 같은 제3위상력이 필요하다. 허나 이제 애쉬와 더스트의 더움은 바랄 수 없다.
그럼 이제 정말로─
내가 차원종이 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건가.
“이세하!”
사색에 잠겨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이슬비가 소리쳤다.
“돌아가자. 제이씨의 상태가 위급해. 지금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돌아가는 데만 신경 써.”
“…알았어.”
신서울의 하늘을 뒤덮은, 아스타로트 때처럼 일부만 내려온 것이 아니라 전체ㅏ 모두 내려온 용의 영지 데미플레인.
햇빛이 사라진 도시에서 인공적인 전등과 벌써 나타나기 시작한 공기녹화현상의 빛에 의존하여 복구 작업 중인 제해복구지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