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의 정체는

덕후나하는캐릭 2015-03-11 10

"어째서 이 몸이...!"


애쉬와 더스트의 힘을 빌려 아스타로트를 처치했다는 사실은 나를 껄끄럽게 했다.

하지만 그런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고 모두를 지킬 수 있다면 그러한 것은 매우 사소한 점에 불과하다.

우리 검은 양 팀은 그렇게 데미플레인에서 탈출해 무사히 G 타워 옥상으로 복귀했다


"언니 잠시 뒤에 보고를 드려도 될까요? 다들 수고했으니까 잠시 저대로 있게 해주고 싶네요. 책임은 제가 질 테니까 부디..."


유정언니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나를 격하게 포옹한다

"어,언니?"


"다행이야 모두 무사히 돌아와서...정말...!"


"네.다녀왔어요, 언니."





그렇게 우리는 잠시간 전사의 휴식을 맛볼 수 있었....

.....

......


........


어? 


"짐의 위광에 도전해보겠느냐!"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눈앞에는 분명히 우리가 죽을힘을 다해 사투를 벌이던 아스타로트 였다.


저...저건!!! 아스타로트?? 어째서...?


"어째서 살아있는 거야!! 넌 죽었잖아!!"


그는 대답이 없다.내 말 따윈 들리지 않는다는 듯. 그저 초점 없는 눈으로 나에게 칼을 겨눌 뿐이었다.

나의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손가락에서 멋대로 레일 캐논이 발사되고

차원의 문을 열어 시내버스를 소환해 아스타로트에게 대항한다.


아스타로트의 발차기가 나의 복부를 가격한다


"쿨러어어억 우웨에에에엑"


나의 복부에서 온갖 위액과 음식물로 섞인 토사물이 데미플레인의 바닥을 더럽힌다.


아니...아스타로트를 다시 상대한다는 것도 상대한다는 거지만..

어째서 나 혼자야...? 다들 어디 간 거야...

그리고 내 몸은...왜...제멋대로 공격하는 거지?


아스타로트가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용의 파도를 날려 보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의 몸이 갈갈이 찢긴다. 이대로..죽는거야?

왜...어째서....

그렇게 나의 눈은 감겼......

.......

.........

입안이 쓰다. 필사적으로 눈을 떠보니 무언가 젤리 같은 형상을 한 빨간색 알약이 나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데...

이게 뭐지...캡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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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 ** 또 죽었네.."


컴퓨터 앞에서 격한 욕설이 들려온다.


"이 ** 해서 데사를 언제 맞춰 구슬도 ** 안 떨구는데"


이슬비의 메인 퀘스트를 끝내고 슬슬 클로저스 게임의 장비를 맞추려는 20살의 청년이 역정을 내며 그의 손은 키보드의 F5키에 가 있다.


"부캡 몇개 안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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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방금 공격으로 나의 사지는 찢어지고 뼈가 박살이 났던 참이다



그런데 왜..내 숨은 붙어 있는 거지...?


빨간 젤리 같은 캡슐이 입에서 녹아내리자마자 나의 몸은 변화를 일으켰다.

빠드득 빠드드드득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뼈가!! 뼈가!!!!"


마치 뭉개진 장난감을 억지로 맞추는 것처럼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뼈들은 내 비명 따윈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내 몸을 다시 인간의 형태로 맞추고 있었다


"기분 나빠!!!!!아파!!!!!내버려둬!!!!!" 

"붙일 필요 없어!!!!!이상한소리나!! 삐그덕 삐그덕!!!!"



......순간의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 끝난 후.


나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재조립되었다

하지만 고통만큼은 생생해....이건 뭐야...왜 내가 이런 꼴이 되어있는 거야...? 


다시 나는 고통스러운 아스타로트와의 전투를 끝내고....

....드디어

......휴식을 취할 수 있...


.......


"짐의 위광에 도전해보겠느냐"


"싫어..이제 이런 거 싫어...누가 좀 도와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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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도 다 썼네...여까지 해야겠다"


그는 이슬비의 머리 위에 있는 47이라는 숫자를 보고 만족스럽다는 듯 Alt 키와 F4키를 동시에 눌러 게임을 종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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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나는 G 타워 옥상에 있었다.

억지로 움직여지던 몸의 제어가 풀린다. 세하나 유리 제이아저씨 테인이는 보이지 않는다.

주위를 살펴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어서 이 이상 현상을 설명해야되...

누구...?

유정언니한테!!



"언니!!"

"관리요원 김유정이에요"


"저 저...저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아스타로트가 다시 부활했어요!!!! 어떻게 된 거죠?"


"이럴 때일수록 힘내요"


"....언니?"


"관리요원 김유정이에요"


.......

..........

뭐야...이게 뭐야......


유정 언니는 그저 가만히 서서 내가 하는 말에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나에게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아...


"다른 사람..누군가 다른 사람!"


김시환!!


"벌처스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최악의 상황에도요"

"죽지는 마시라고요~ 하하"

그도 그저 같은 말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무슨 소리 하는거야...?


마치.......게임같잖아...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저 란이 언니..아니 선우란의 모습을 한 저 텍스쳐로 다른곳을 이동한다는 부탁을 하자

그녀는 나를 신강고로 옮겨주었고 그곳에 있어서는 안되는 유정언니와 캐롤 등이 있었고...

구로역 강남을 가도 마치 복사해둔 로보트마냥..그 자리에 있어선 안되는 자들이 서 있었다.


내가....인격체가 아니야?....

내가....지금까지 차원종 소탕을 위해 굴렀던 모든것들이 그저 조작된 기억이었나...?

내가...그렇게 게임을 하지말라고 다그쳤던 것조차 그저 설계된 성격이야..?


내가.......세하를 좋아하는 이 감정마저...............


그렇게 나는..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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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재해복구 난이도 미쳤네 한번에 부캡을 몇개씩 쓰는거야..."


티셔츠 안에 손을 넣어 배를 긁적이며 담배를 한대 물어피고는 중얼거린다

"포션값도 만만치 않은데...이거 평캔이 어렵단 말이야.."




꿀럭 꿀럭 우구국


"배가...터질거 같....그만..포션 그만..."


꾸러어어억


찢겨진 살갗은 빨간색 물약을 강제로 섭취하여 불같은 고통을 느끼며 새살이 났고

파란색 물약은 그녀의 바닥난 위상력을 억지로 끌어올려지는게 느껴졌다 


슬비의 배는 이미 포만감을 넘은 폭발감을 느꼈고.

차원종의 칼날이 그녀의 복부에 쑤셔박힌다


"이건.. 내가 생각하던...전투가 아니야.....이렇게 괴로운데......난 왜 내 몸을...죽고싶어도 못 죽고...왜...."


그녀의 입에서는 배에서 미처 다 받지못한 빨간색과 파란색의 약물이 줄줄새고 있었고 코에서는 더러운 진물이 흘러나왔다

자신의 여성스러움따위는 중요하지 않는다는듯 그런 추한 얼굴로 그저 바깥에 대고 들리지 않을 외침을 뱉어냈다.


"이건 내 몸이라고!!!!!!!날 조종하는 너!!!!!!!!! 너!!!!!그만해!!날 내버려둬!!!게임에 접속하지 마!!!!!!!"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그저 메인 퀘스트를 하나하나 깨가며 난이도를 높였고

그녀를 혹사시킬 뿐이었다.


.

.

.

.

.

"아....오늘도 피로도 겨우 다 써가네.."


모니터 밖 청년은 마을 앞에 유저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엔터를 누르고 /춤추기 커맨드를 입력한다


"이거 참 춤 보는 재미라도 없으면 뭔 재미...어?"


문득 이상한 기운을 느낀 그는 마우스 스크롤을 굴려 자신의 캐릭터를 유심하게 본다

"......기분탓인가?"


그러고는 그는 그저 강남 일대 V.HARD의 작전개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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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2:24:2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