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팀, 슈트라프바트 - 1

서유리옵빠이 2015-03-09 0

“살인, 특경대원 살해, 파괴 행위, 강도, 약탈, 방화, 위상력 오남용,”

잿빛 벽과 간이침대, 그리고 반쯤 고장 난 스피커 밖에 없는 감방에 또 한 번 목소리가 울린다. 그가 갇혀있는 감방에 지금이 몇 시인지 며칠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저 목소리 밖에 없었다. 기상 시간 6, 취침 시간 10, 그는 이 시간에 맞추어 한 평도 안 되는 독방에서 자고 먹고, 생활했다.

그리고 인류에 대한 반역, 너희들은 인류를 배반한 쓰레기들이다. 검은 양에 대한 이야기를 너희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위대한 팀은 대부분 미성년자였다. 하지만 너희들 같은 쓰레기들과는 달리 인류를 구한다는 위대한 사명을 가지고 차원종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1차 차원 전쟁으로부터 20년 이상, 강남에 헤카톤 테일이 나타난지 2년 이상이 지났다. 헤카톤 테일을 처치한 검은 양이라는 클로저는 인류를 구한 영웅이 되어 지금은 울프팩 팀 보다 더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정신 교육시간에 틀어주는 건 울프팩 아니면 검은 양이었지. 유니온에 다른 팀은 없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간이침대에 누웠다.

죄수 번호 452, 지금은 취침시간이 아니다.”

그의 침대에 전기 충격이 가해졌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벽을 두드렸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방 전체에 전기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박자 늦었다. 그의 방바닥을 타고 전류가 흘렀다. 그는 입에서 거품을 쏟으며 바닥에 엎어졌고 그의 감방으로 특경대원들이 곤봉을 들고 들어왔다.

너희에게는 모두 사형이 선고되어 있다. 하지만 자비롭고 위대한 유니온은 너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의 방을 가득 채운 특경대원들이 그에게 몽둥이질을 퍼부었다. 그는 늘 하던 대로 방바닥에 몸을 말고 그 폭풍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었다.

반역자들이여, 인류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마. 너희들의 그 쓰레기같은 능력을 조금이나마 인류를 위하여 쓸 기회를-”

끼이이이익하는 칠판을 긁는 소리가 스피커 건너편에서 울렸다. 그 기분 나쁜 소리는 특경대원들이 몽둥이질을 끝낼 때까지 계속되었다.

**, A급 정식요원 몇을 요청해서 그 건전지 녀석을 큐브에 넣어라. 내가 말 할 때 까지는 절대로 내보내지 말도록

최고 제한 구역에 있는 난동을 부린건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구타한 특경대원들이 다 나갈 때까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최고 제한 구역, 그곳에는 위상력을 가진 죄수들 밖에 없었다. 전직 요원이었던 사람도 있었고, 갑자기 각성한 위상력으로 난동을 부리다 잡혀온 사람도 있었다. 위상력을 숨기고 도망친 사람들도 그곳에 있었다. 스피커 너머에서 다시 음량을 조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피커 너머에서 몇 번 똑딱이는 소리가 들리고 지긋지긋한 목소리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쓰레기 같은 능력을 인류를 위해 쓰게 해주지. 일반 죄수들은 복구 구역에 투입될 것이고 위상력을 가진 특수 죄수들은 반항적인 차원종들을 절멸하는 작전에 투입 될 것이다. 인류를 위해서 봉사하라. 이상.”

스피커에서 낮은 노이즈가 울리고 목소리가 끝났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가 처음 몽둥이질을 당했을 때는 하루 종일 바닥에 쓰러져 있어야만했으나, 이제는 몇 분만 있으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삐걱거리는 것 같은 몸을 끌고 문 앞에 앉았다. 운이 좋다면 그도 노동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감옥에 있는 죄수들이 바깥 세상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죽어서 시체가 되거나 노동에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밖에 나가는 죄수들은 담배나 술 같은 것을 숨겨 들어와 비싼 값에 팔고는 했고, 그도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다. 그가 있는 감옥에서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기위해서는 그런 밀수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나갈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있고 이 감옥에 있는 모두가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 조금이라도 나갈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건강하게 보여야 했다. ‘식사라고는 묽은 죽밖에 안 나오는데 건강한 사람이 남아있을까?’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문 앞에서 최대한 커보이도록 어깨를 폈다.

철 문 너머에서 간수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운 좋은 죄수 몇 명이 노동인원으로 발탁되는 소리가 들렸다. 간수의 발소리는 그가 있는 감방에 점점 가까워지더니, 곧 지나쳤다. ‘될 줄 알았는데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에 앉았다.

문에 있는 손가락크기만한 창문이 열렸다. 그는 그것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벌떡 일어섰다. 문 앞에 있는 간수가 그를 좋게 봐준다면 그도 노동인원으로 바깥세상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수는 그를 잠시 살펴보더니 그 창문으로 편지 한 통을 넣고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 감옥에서 바깥세상의 누군가가 보내주는 편지는 최고의 오락거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노동인원으로 밖에 나간 일은 적었지만 편지만큼은 남들보다 많이 왔다. 편지가 안오는 죄수들은 그를 보며 자기 방에 장기기증 안내 편지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늘 말하곤 했다.

동생하고 어머니는 잘 지내고 있을까?’ 그는 그렇게 들뜬 생각을 하다가 곧 고개를 떨어뜨렸다. ‘내가 여기 있는데 잘 지내고 있을 리가 없지.’ 그의 아버지가 차원종들 때문에 목숨을 잃은 뒤로 집에 돈을 벌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그는 어린 동생과 늙은 어머니를 위해 무엇이던지 해야 했고 그 때문에 감옥에 오게 되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거의 동시에 아버지가 든 생명보험에서 보험금이 지급된 것이었다. 그 돈 덕분에 그의 동생은 제대로 된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강고등학교, 그가 늘 꿈꾸던 학교였다. 그도 고등학교를 다니기는 했지만 신강고만큼 좋은 학교는 아니었다.

동생은 머리가 좋으니까 대학도 갈 수 있을 거야. 중학교를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녔으니까, 고등학교에서도 받을 수 있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편지 봉투 윗부분을 잡아 뜯었다. ‘교복도 잘 어울릴 거야.’ 그의 어머니가 교복을 입은 동생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했으니, 그가 방금 받은 편지에 같이 들어있을 것이다.

편지 봉투에서는 사진 한 장과 함께 프린트된 편지 몇 장이 나왔다. ‘드디어 어머니가 컴퓨터를 배우셨나보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편지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는 먼저 사진을 보았다. 편지 내용보다는 교복을 입은 동생의 모습이 더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그 사진을 떨어뜨렸다. 그 사진에는 그의 어머니도 있었고, 그의 동생도 있었다. 연기나는 버스, 그 버스를 감싼 불꽃, 도망치는 사람들, 머리만 남은 어머니, 몸만 남은 동생. 사진 뒷면에는 통학 버스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침대 위에 올려 둔 편지를 읽어보았다.

가족의 사망 사실을 전하게 되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당신 가족 중 살아있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고, 당신은 사형수 신분이기 때문에, 지급되었던 구로역 복구구획의 주택은 다시 국가로 귀속됨을 알려드립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 편지에 적혀 있는 것은 이런 저런 사무적인 어투로 포장되어있었을 뿐, 그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말들뿐이었다. 그는 그 편지마저 바닥에 떨어트리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대체 무슨, 이게 무슨,’ 그는 다시 사진을 주워들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정말 어머니인가? 정말로 동생인가?’ 그는 사진을 계속 살펴보다가 사진 한 구석에 희미하게 무언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차원종이었다. 그는 그의 눈으로 차원종을 직접 본적은 없었지만, 정신 교육시간에 TV로 차원종을 본적은 있었다.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고 그의 배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끓어오른 증기가 그의 목을 타고 뇌를 태웠다. ‘여기서 나가**다. 여기서 나가서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 그는 두꺼운 강철 문에 달려들어 그것을 계속 내리쳤다.

내보내 줘! 내보내 달란 말이야! 열라고!”

그는 다시 바닥에 전기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인간이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머리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기 때문일까? 그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는 문을 부숴버릴 기세로 계속 두드렸다.

열어! 열라고!”

특경대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그처럼 난동을 부리는 죄수는 하루에도 몇 명은 있었다. 그들의 끝은 대부분 똑같았다. 특경대원들에게 죽기 직전가지 얻어맞은 다음에 100년짜리 형기가 130년으로 늘어났다. 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는 푹 익은 것처럼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특경대원들은 그의 앞에 서있었다. 그들이 문을 연 것은 아니다. 그 두꺼운 강철문은 구겨진 종이처럼 뜯겨져 나갔다. 떨어져나간 문짝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구르고 그 문짝에 맞아 특경대원 한 명이 쓰러졌다. 그는 밖으로 달려 나갔다. 특경대원들이 곤봉으로 그를 내리쳤으나 곤봉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것 마냥 두 조각으로 부서졌다. 그는 그를 쫒아오는 특경대원들을 무시하고 어디로든 달렸다.

일반 D구역에서 탈주 발생! 반복한다! D구역에서 탈주 발생! 총기 사용을 허가한다!”

그는 출구를 찾으면서 부술 수 있는 것은 전부 부쉈다. 얇은 벽도 부쉈고 다른 죄수들이 있는 독방문도 부쉈다. 죄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감방 밖으로 나오더니 곧 그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 뛰었다. 그는 단지 밖으로 나가 가족을 만나고 싶었다.

폭동발생! 일반 구역에 위상 능력자가 있다! 본부에 지원을 요청 해!”

D, C, A, B 그리고 다시 D, 그는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구역을 전부 돌아다녔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치지 않았다. 뭔가를 부수면 부술수록 뱃속에 무언가 쌓이는 것 같았고, 그 무언가를 계속 태워서 그는 계속 움직였다. 하나의 증기기관차가 된 것 같았다. 그의 앞에 특경대원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중 한명은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특경대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총성이 울리고 검은 연기가 총신에서 빠져나왔다. 그 총에서 발사된 총알 중 하나는 그의 눈가를 스치고, 다른 하나는 그의 배에 맞았다. 더 이상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총을 든 특경대원은 당황한 얼굴로 탄피가 낀 권총을 두드리다가 그를 향해 달려오는 괴물을 보고 발사되지 않는 총의 방아쇠를 계속 당겼다. 그는 그 특경대원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찢어진 눈가에서 흘러나온 피 인지, 그가 들이 받은 특경대원의 피 인지 모를 피가 눈에 튀었다. 그는 눈을 감고 계속 달렸다. 그는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울리던 그의 발소리가 철판을 밟는 소리로 바뀌었다. 어딘지는 몰라도 그가 있던 일반 죄수 구역에서 나온 것이 확실했다. 감긴 그의 눈 위에 빛이 비췄다. ‘저기가 출구인가? 어머니, 아들이 갑니다. 동생아, 오빠가 간다.’ 그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흘렀다.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앞으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 명뿐이었다. 그는 유죄를 받고 잡혀온 잡범에 불과했고, 그의 몸에는 총알도 박혀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몸은 살면서 다시는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그는 그의 앞에 있는 게 무엇이던지 치어버리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 때문에 좌절해야 했지만, 지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앞에서 **!”

그는 그렇게 외치며 다시 앞으로 달렸다. 하지만 그를 향해 걸어오던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출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앞을 막는 건 박살낸다. 멈추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밖에 없었다. 그는 계속 달렸다.

무릎 꿇어.”

특경대원들의 곤봉도 그를 멈추지는 못했고, 권총탄도 그를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 날카로운 한마디에 무너졌다. 무엇도 멈추지 못했던 그의 몸이 하늘로 날았다. 그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하자 그는 곧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높지는 않았다. 그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봐야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온 몸과 뼈가 접히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무거운 무언가가 그의 등을 짓누르는 것 같았고, 배는 자석이라도 된 것 마냥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었다. 그의 갈비뼈에서 끽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 빠각하는 나며 부러졌다. 성냥이 꺼지는 것처럼 그의 의식이 까맣게 **갔다.

제압 완료, 목표 완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요원님의 실력을 제 눈으로 직접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조금만 늦게 오셨어도 저 쓰레기가 최고 제한 구역으로 들어갈 뻔 했습니다.”

그가 스피커 너머에서만 듣던 지긋지긋한 목소리였다. ‘어머니, 동생아. 미안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의식을 잃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눈앞에 보인 것은 시커멓게 칠해진 아무것도 없는 방과 그 앞에 앉아있는 한 남자였다. 나이는 적어도 40은 되어보였고, 좌우로 찢어진 눈매가 그가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는 머그잔을 들어 무언가 마시고는 말했다.

내 이름은 안은기라고 한다. 이 교도소의 소장이며, 앞으로 네 남은 인생은 내 손안에 있다. 내가 죽으라고 하면 넌 죽고, 내가 살라고 하면 너는 산다.” 그는 잔을 옆에 내려놓더니 서류뭉치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 읊었다.

이한응, 죄수 번호 452, 예전 구로역 출신이군, 전과는 거주지 무단 이동 3, 불법 거주지 건설 2, 절도 23, 강도 2, 그리고 약탈 7, 그리고 특경대원 폭행, 쓰레기 같은 놈, 너 같은 놈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나아지지 못하는 거다.”

그는 팔을 움직여보았다. 그의 팔에는 굵고 무거운 족쇄가 달려있었고 그의 목에도 무거운 족쇄가 달려있었다.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내가 손뼉 한 번만 쳐도 네 머리통이 날아갈 태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들고 있던 종이를 넘겼다. 그는 얼굴을 찡그러더니 그 종이를 그에게 보여줬다. 그 종이에는 그가 보았던 사진이 붙어있었다.

이 사진은 어느 신문에도 나온 적이 없다. 너는 누구에게서 이 편지를 받았지? 정직하게 대답해라. 네가 무슨 거짓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알아 낼 수 있다.”

어머니, 동생아..” 그는 그 사진을 보고 뱃속에서 목소리를 짜냈다. 오늘 아침 일어날 때만 해도 자신의 가족이 저렇게 될 거라는 걸 그는 알지 못했다.

오늘 너에게 온 편지는 단 한통도 없었다. 누군가 교도소에 잠입해서 네 독방에 이 사진을 넣고 간 것이다. 다시 물어보겠다. 누가, , 사진을, 보냈나.”

동생아..” 그는 더 이상 그 사진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떨어트렸다. “어머니..” 그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났다. 그 앞에 있는 안은기는 얼굴을 구기더니 옆에 놓여있는 마이크에 말했다.

들여보내.”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갔다. 이한응은 방을 둘러보았다. 그가 앉아있던 의자와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빈 머그컵, 마이크, 그리고 바닥에 놓인 서류들, 그것들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떨어트렸을 때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구수한 냄새가 그의 코를 간질였다.

난폭한 인상의 남자가 무언가가 가득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내용물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설렁탕이었다. 그가 포장을 벗기자 구수한 설렁탕 냄새가 방 한가득 퍼졌고, 깍두기를 꺼내자 그 아삭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한응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식욕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다. 남자는 밥과 깍두기를 설렁탕에 말아 그의 앞에서 먹었다. 설렁탕이 반쯤 남았을 때 그가 물었다.

먹고 싶냐?”

이한응은 고개를 끄덕였다. 3일을 굶었을 때처럼 너무나 배가 고팠다. 따듯한 설렁탕 한 그릇만 먹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숟가락을 내려놓고 설렁탕 그릇을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러면 먹게 해 줘야지.”

이한응은 먼저 그 냄새를 맡았다. 고기와 사골냄새, 몇 년 동안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였다. 남자는 그를 보고 씩 웃더니 남은 손으로 그의 뺨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는 이한응의 코에 그 설렁탕을 들이 부었다.

쿠훕, 커욱, 푸우, 쿨룩쿨룩

그는 그의 속에 들어간 설렁탕을 전부 뱉어냈다. 코에서 밥풀이 나오고 입에서는 깍두기 국물이 섞인 침이 나왔다. 남자는 만족한 듯이 웃더니 그의 뺨을 붙잡고 그의 귓가에 말했다.

바른 대로 말 안하면 한 그릇 더 먹게 될 거다.”

그는 빈 설렁탕 그릇을 바닥에 던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는 것과 동시에 안은기가 들어왔다. 그는 빈 설렁탕 그릇을 발로 차 저 멀리 구석으로 보내고는 의자에 앉았다.

누가 편지를 보냈나.”

쿨럭, 후우,” 이한응은 숨을 되찾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모릅니다.” 이한응이 그렇게 말하자 안은기는 얼굴을 찡그렸다.

내용은 둘째 치고 말이 짧아. 설렁탕 한 그릇 더 준비하-”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어머니나 동생이 아니면 저한테 편지를 보낼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안은기의 귀에 달린 이어폰에서 그런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거짓말 탐지기라도 쓰는 건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설렁탕을 토해냈다.

위상력을 사용하더군, 이 서류에 너는 위상능력자가 아니라고 쓰여 있다. 어떻게 한 거지?”

?”

어떻게 탐지기를 속였냐고 묻고 있는 거다. 이 멍청한 녀석아. 너는 측정기를 속이고 이 감옥에 들어와 폭동을 일으켰다. 누가 시켰지? 어떤 배신자가 이걸 시켰냐는 말이다.”

모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너는 위상력을 사용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늘이 주신 선물을 인류를 배신하는데 쓰고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나 한태 위상력이 있었으면 이렇게 안 살았습니다! 가게에서 먹을 걸 도둑질하고, 빈집에서 물건을 훔치고! 누가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삽니까? 위상력이 있었으면 요원이 돼서 떳떳하게 살았겠죠!”

이한응은 그렇게 외쳤다. 안은기는 그의 말을 듣고 눈을 굴리더니 숨을 깊게 쉬었다. 그리고는 진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그 강철 문을 부쉈지? 말해라.”

,” 이한응은 잠깐 말을 끊었다. 동생과 어머니의 얼굴이 계속 생각했다. “그 사진을 보고 머리에 피가 쏠렸습니다. 그리고 문을 계속 두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문이 떨어져나갔습니다.”

안은기는 그의 말을 듣더니 귀에 있는 이어폰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심리 상태에 변동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그의 이어폰에서 그런 소리가 세어 나왔다. 그는 마이크에 입을 대더니 말했다.

말이 되나? 감방에서 위상력이라도 각성한 건가?”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머그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엎어진 설렁탕 그릇 옆으로 굴러갔다.

세상에 범죄자가 위상력에 각성하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였다. “이건 불공평해.”

그는 바닥에 있는 서류뭉치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봐라. 그리고 읽어라.”

나는 D등급으로써, 앞으로 남은 모든 인생을 인류를 위해서 봉사하는데 쓰겠다고 맹세합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인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위상력을 사용하겠습니다.’

서약서였다. 이한응이 고개를 들자 안은기가 팬을 그 종이 위에 올려놓았다.

위상력은 구현력, 방출력, 잠재력, 활용력, 신체능력에 각각 A부터 C까지 등급을 매기고 그것을 종합해서 전체 등급을 책정한다. 하지만 너희들은 등급을 매길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이지. 그 쓰레기 같은 위상력을 인류를 위해 쓸 기회를 주겠다.”

서명을 안 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에게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인류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하루 3끼라도 보장해줬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종이에 서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아는 인류는 그들 옆에서 누가 죽어가던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인류를 위해 사는 걸 포기하겠다고?” 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하긴,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사회에 풀어놓는 것보다는 실험실에 보내서 실험체로 쓰는 게 이 사회에 더 도움이 되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종이를 자기 쪽으로 가져가다가 테이블 위에 쌓인 종이더미를 쳤다. 종이가 바닥에 떨어졌고 이한응은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그가 받았던 사진이었다. 불탄 버스 옆에 어머니와 동생의 시체가 뒹굴고 있고, 그 너머에 흐릿하게 차원종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뱃속에 그를 머리를 태웠던 무언가가 가득 차는 것이 느껴졌다.

서명하면 차원종 놈들을 전부 죽여 버릴 수 있는 겁니까?”

안은기는 그의 말에 다시 테이블에 종이와 팬을 다시 내려놓더니 그를 비웃으며 대답했다.

전부? 그 위대한 검은양 요원님들도 차원종을 절멸하지는 못하셨다. 그런데 너 같은 범죄자가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나?”

위상력이 있으면 차원종을 죽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너 같은 D급은 C급 차원종하나 물어뜯고 죽는 게 고작이겠지만 A급 정도 되는 요원님들이라면 몇 십 마리고, 몇 백 마리고 쓸어버리실 수 있다.”

하겠습니다. 하게 해주십쇼.” 이한응이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내미는 것과 동시에 안은기가 팬을 내밀었다. 그는 팬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여기에 서명하면 네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 전과도 사라지고, 이름도 사라진다. 여기에 서명하는 순간 너는 슈트라프바트 팀의 일원이다.”

이한응의 손을 묶고 있던 족쇄가 무거운 소리를 내며 풀렸다. 그는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팬을 들어 종이에 서명했다. 안은기는 잉크도 마르지 않은 종이를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일어섰다.

이걸로 다섯 명이 완성됐다. 죄수번호 452번 이한응, 이제 코드네임으로 불리게 될 거다.”

이한응은 바닥에 떨어진 종이에서 사진을 때어내 손에 쥐었다. ‘어머니, 아버지, 꼭 원수를 갚겠습니다. 동생아. 내가 꼭 그 차원종을 찾아서 네가 당한 만큼 되돌려줄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네 코드네임은 글래디에이터다. 검투사라, 딱 너 같은 범죄자에게 어울리는 코드네임이군, 죽을 때까지 인류를 위해 싸워라. 그리고 인류를 위해 죽어라. 이상.”

그는 그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이한응은 그가 나갈 때까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방안에 울리고 그가 쥔 사진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2024-10-24 22:24:1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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