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0 】
가람휘 2015-03-08 5
【 0 】검은 고치
“아, 왔구나.”
“유정언니. 보고드릴 게 있어요.”
복구지역에 나타난 차원종을 섬멸하라는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슬비가 유정에게 다급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작전구역에서 고치를 목격했어요.”
“고치라면…?”
“유하나의 때와 비슷한 고치였어요. 다만 느낌이 너무 안 좋아서 부수려고 했는데….”
“부수려고 했는데?”
묘하게 말을 끄는 슬비의 태도에 뭔가를 느낀 유정이 되묻자 슬비가 우물쭈물 답변했다.
“애쉬와 더스트가 나타나서 방해했어요.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본격적으로 공격해온 탓에 부수지 못하고 도망쳐왔어요. 다들 부상이 심해서 치료를 위해 먼저 보냈어요.”
“그래…. 알겠어. 너도 일단 어서 가서 상처를 치료하렴.”
“저는 괜찮아요. 세하랑 제이씨가 지켜줘서…. 저 때문에 세하랑 제이씨가 많이 다쳤고요.”
과연. 아까부터 슬비가 묘하게 기죽은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걱정 마렴. 두 사람은 내가 살필 테니 너는 어서 가서 쉬렴. 너무 자책감 갖지 말고.”
“…네. 알겠어요.”
안절부절 못하는 슬비를 안심시키며 돌려보냈다. 너무 자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슬비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아마 자책감과 함께 강한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그 탓에 무리하다가 다치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고치라….”
확인 된 고치의 종류는 두 가지. 하나는 엠프레스 코쿤이라 이름 붙인, 고치 상태의 우정미 그 자체. 애쉬와 더스트가 사람을 제3 위상력을 지닌 차원종으로 바꾸기 위한 과정.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렇게 만들어진 코쿤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다른 대상을 고치로 만들어 에너지 흡수용 배터리로 사용하던 고치.
어느 쪽이든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그 문제를 더욱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 애쉬와 더스트. 칼바크 턱스는 버렸고, 우정미는 방치했던 그 둘이 이번에는 고치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한다. 그것도 본격적으로 위협을 가하며.
만일 후자라면 이미 완성되었거나 완성 직전의 제3 위상력을 지닌 차원종이 있으며, 그 고치가 중요한 에너지 전달원이라는 것이고, 전자라고 한다면─
“애쉬와 더스트가 직접 나설 정도로 강력한 개체.”
그 자체가 하나의 차원종이 된다고 한다면, 애쉬와 더스트가 직접 나서서 지킬 정도로 중요한, 그리고 강력한 개체라는 뜻이 된다.
어느 쪽이든 문제는 심각하다. 안 그래도 막 용의 군단을 저지하고 아스타로트를 무찌른 직후이건만, 또 다시 거대한 위협이 도래하려 한다.
“일단 보고…해야겠지.”
이런 심각한 사태를 보고해야 한다는 점이 꺼림칙하다. 그 사태 자체를 수긍해야 한다는 점도, 그 사태를 이야기하며 다시 한 번 곱씹어야 한다는 점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듣고 놀라 당황하는 국장님을 상대해**다는 점도.
“부디…모두에게 너무 큰 시련이 주어지지 않기를.”
지금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 기도 뿐이다. 어린 아이들을, 그리고 이미 만신창이인 제이씨를 작전지역에 보낼 때 마다 느끼는 바지만, 오늘만큼이나 무능력한 자신에게 화가 나는 건 처음이었다.
* * *
“들려? 애쉬.”
“그래. 자~알 들려. 당장이라고 고치를 가르고 나올 듯 한 이 소리.”
“쩌적쩌적 하고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소리~.”
본래는 새하얬을, 지금은 새카만 고치를 앞에 두고 애쉬와 더스트가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최강의 군단장이, 역대 최고의 용이 탄생할 때 까지.”
“너~무 기대돼. 아아, 어서 깨어나렴. 진흙처럼 질척질척한 어둠으로,”
“밤하늘처럼 새까만 어둠으로 점철된 그림자.”
애쉬와 더스트가 서로를 끌어안더니 손을 깍지 끼고 엄지와 검지만을 펼쳐 총 모양을 만들어 고치를 향해 내밀며 동시에 말했다.
““이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