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세.와. 리메이크 3화 검은양 합류. 그리고 이세하(상)
최대777글자 2015-03-07 5
3화
reader side 허시혁
“후우...”
오늘은 딱히 햇살이 밝아서 깼다던가 그런 외적인 요소로 인해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저 충분히 자다 일어난 거다.
“쩝...”
여긴 호텔이다. 어제 그 일을 마친 이후로 잘 곳이 없었으니 그 유니온이라는 곳에서 24시간 이 호텔에서 머무를 수 있는 쿠폰을 준 덕에 노숙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것보다 지금 몇시지?”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옆에 있던 전자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정황하게 3시 1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새벽인가? 더 자야지... 어라?”
그리고 옆에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던 PM이라는 두 글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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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어린 구석이 있군. 늦잠을 자고 말야.”
“시끄러워요...”
“뭐, 어제 그렇게 무리를 했는데... 이틀연속으로 잠들지 않은 것부터 다행이군. 늦었지만 오늘부로 자네는 클로저 훈련생으로서 검은양팀 제13번에 합류, 강남의 치안을 담당하게 되었네. 축하하네.”
데이비드가 소소한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앞으로 30분 후에 출발이네. 그 전에 유니폼을 입어보게.”
“유니폼이요?”
“자네가 검은양의 일원임을 증명하게되는 또 하나의 요소이자 전투시 자네의 몸을 보호해줄 중요한 아이템이지. 바깥에 나가보면 준비되어 있을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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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유니폼인가?”
무릎까지 내려와서 몸을 움직일때마다 불규칙하게 펄럭이는 검은색에 긴 코트, 교복처럼 보이는 바지에 와이셔츠와 넥타이, 검은색에 마치 구두처럼 광이나는 운동화.
‘솔직하게 코트는 입고 돌아다니기엔 좀 쪽팔릴 것 같다...’
그래, 거기까진 좋다 쳐. 무엇보다 이 글러브, 위상력을 쓰면 깃털처럼 가벼워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 무게가 그대로 전해진다. 아마 위상력의 컨트롤을 보조하는 기계라던가 뭐라던가...
“아, 시간됐다.”
정확하게 시계가 4시 10분을 가리키자 한 라이더와 오토바이가 저 멀리서 달려오는게 보였는데 그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눈 한번 깜빡였을 뿐인데 어느새 내 앞에 도달해있었다.
“헐 되게 빠르다...”
“네가... 허시혁...?”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여자...? 아니, 가슴이 없는 걸 보니 남자인가. 암튼 오토바이에 타고있던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며 질문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타... 널 위해 뒷자리를 비워놨어...”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것보다 이 오토바이 진짜 멋지네요.”
“헥사부사...”
“네?”
“오토바이가 아니고... 헥사부사...”
“아, 네에...”
짧은 대화를 마치고 뒷자리에 올라타자 그 사람이 오토바... 헥사부사에 시동을 걸었고 그와 동시에 내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뜨얽!!! 뭐야 이 진동... 뭐야 이 엔진음...”
“끼야하하!!!! 지금부터 맘껏 딸려보자구!!! 떨어져도 안 챙길 거니까 각오하고 있어!!!”
“그건 챙겨야죠!! 아니, 것보다 사람이 바뀌었어?!!”
“그럼 출발이다아!!!!!”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으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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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웨엙- 브웨으얽-”
“괜찮아...?‘
‘나 진짜 어제부터 인생이 막 꼬이는구나... 갑자기 다른 세계로 떨어지지 않나... 급조된 테스트 때문에 부상입고 늦잠에 지금은 슈퍼스피드 라이딩.... 나 이제 롤러코스터 타도 안무서워할 자신이 생겼어...’
토를 하면서 어제오늘 있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꽤나 재밌던 것 같기도...? 아니, 무슨 소릴 하는거냐, 나는.
“후아아...”
“여기서부턴 그냥 가면 돼...”
“아,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바이바이...”
선우 란이라는 사람과 짧게 작별인사를 하고 강남 GGV를 향해 걸어갔다. 잠시 그렇게 걷다보니 내 코트의 오른쪽 어깨부분에 그려져있는 검은양의 마스코트와 똑같이 생긴 마스코트가 같은 위치에 그려져있는 겉옷을 입고 게임기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던 남자애와 서류를 읽고있는 관리요원같은 여자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검은양팀에 합류하게된 허 시혁입니다.”
“아, 네가 시혁이구나. 반가워, 검은양팀의 관리요원을 맡고있는 김 유정이라고 해.”
자신을 김유정이라고 밝힌 관리요원이 악수를 위해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에 응답하여 손을 잡고 위 아래로 한번 흔들었다.
“으아!! 큰일났다 큰일!!”
“어?! 뭐, 뭐야!”
갑자기 열심히 게임하던 남자애가 다급하게 말하자 나도 당황하며 반응했다.
“폭탄, 폭타아안!!”
“어디!!!!”
“아아, 게임오버....”
“엥?”
그와 동시에 남자애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게임기의 화면엔 ‘GAME OVER’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게임 얘기였냐...”
“후우... 아, 넌 그때...!”
드디어 날 보고 반응하는건가, 그러고보니 얘도 그때 거기에 있었지?
“난 허시혁, 앞으로 잘 부탁한다.”
“난 이세하. 잘 부탁해.”
“저기요, 근데... 원래 검은양팀이 한명으로 이루어진 거였어요?”
난 검은양팀이라는 단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세하라는 남자애 한명만 있는 이 어리둥절한 상황에 궁금증을 느껴 김유정 관리요원님께 질문했다.
“아, 그게... 한명은 병결(J), 한명은 정기검진(미스틸), 한명은 과로로인한 휴가(이슬비), 마지막 한명은... 생리휴가 때문에...”
“아하... 다들 사정이 있었군요.”
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임무도 없으니까 세하야, 시혁이에게 이 주변을 좀 안내해주지 않겠니?”
“귀찮은데... 뭐, 알겠어요.”
이세하는 싫은 듯 살짝 튕기더니 그냥 일어났다. 이거 그 츤데레... 아닌가? 아니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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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누나, 안녕하세요.”
“안녕, 세하야. 그런데 옆에 걘... 아! 지난번에 그!”
“으앗, 당신 그 때 나한테 다짜고짜 수갑을 채웠던 사람이잖아!”
이 특경대가 알고보면 내 고생의 원인이라고!
“하하, 미안미안. 그래고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어.”
“으음...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찾았다! 송은이 경정님!!”
“으익! 얘들아 난 이만 가볼게!!”
멀리서 누군가가 이리로 달려오자 송은이 경정은 바로 도망쳐버렸다.
“하아- 하아- 놓쳤나, 이건 상사인지 원수인지...”
“채민우 경감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이세하 요원. 옆에 그 분은...?”
“아, 이번에 검은양에 새로 합류하게된 허시혁입니다.”
“그렇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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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할게, 얘네들은 포랑 앨런. 각각 강화와 튜닝, 제작과 분해를 맡고있어.”
“헤에~ 어쩐지 무기 파괴자같이 생겼더라니.”
“그 말 대로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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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돌아다니다보니 슬슬 허기가 지는데...”
“마침 딱 타이밍 좋게 그 상황을 해결해줄 곳에 가던 참이었어.”
“오?”
그렇게 걸음이 멈췄을 때 앞에는 웬 포장마차가 있었다. 이세하가 그 안에 들어가자 나도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포장마차 여우네에 어서오세요~”
“누나, 여기 라면 두 그릇이요.”
“그래, 어라? 그런데 옆에 걔는 누구니?”
“이번에 검은양팀에 새로 합류하게된 허시혁이라고 합니다.”
“어머, 그렇구나! 그럼 오늘은 환영인사로 공짜로 쏘도록 할까~!”
“오오, 감사합니다!”
“자, 여기.”
“어...? 빨라...?”
말끝나기 무섭게 내 앞에 놓여진 라면을 보고 나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내게 거대한 충격을 주었다.
“냠... 으아닛?! 어느새 이게 내 입으로! 게다가 너무 맛있어서 젓가락질이 멈추질 않아!!”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무시무시한 편린을 맛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계속 젓가락질을 하며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