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x슬비]Rolling girl

옐리나 2015-03-07 0

[피폐...?해피...?일까요?]
[다소 거북한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츠네 미쿠-롤링걸을 듣다가 썼습니다.]


"복종해보렴"

그 기괴하고 달콤한 목소리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머리를 조아렸다.

"꺄하핫!하란다고 정말 하네?!"

눈을 꾹 감고 그가 키득키득 웃으며 그가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을 떠올렸다.물론 현실은 머리를 쓰다듬은커녕 귀에서 웅하는 소리가 들릴정도의 아픔이었다.

"이기적인 년같으니.겨우 인간하나때문에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어?"
"으....네..네...."

있는 힘껏 걷어차이는 바람에 빠져버린 이 몇개를 뱉어내고 다 뭉개진 발음으로 답했다.

"그래서,바라는게 뭐라고?"
"제이씨를,되살려주세요."

그걸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하겠습니다.
중얼중얼 뒷말을 덧붙이자 억세게 머리채를 휘어잡혀 강제로 일어섰다.

"좋아.네 소원을 들어줄께"



[제이x슬비]Rolling girl



아저씨가 죽은지 넉달이 지났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고,특히 슬비가 그러했다.**를 감싸는 어미곰마냥 아저씨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며칠밤낮을 꼬박 새고,테인이,유리와 나까지 달라붙어 간신히 제압을 하고서야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그의 시신을 매장할 수 있었다.

눈물이 흐른 자국을 따라 벌겋게 피부가 짓무른 소녀의 왼손에서 홀로 빛나는 은색 반지가 참으로 처량했다.

그리고 며칠 뒤,그녀가 사라지고,다시 얼마 뒤 새로운 타입의 차원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다른 것과 섞인 것도 아닌 주제에 우리 차원에서 적응하는 속도도 속도지만,우리를 경악하게 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지만 그 차원종은 지나칠정도로 제이 형을 닮았다.

건들건들 걷는 폼부터 깡마른 몸매,껑충 큰 키에 눈깜짝할새에 가까이 다가와 무시무시한 철권을 퍼붓는 공격스타일.하지만 누군가의 장난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일정시간이 지나면 이 양산형 차원종은 자폭해버렸다.마치 잘못된 답을 지우듯 깔끔한 폭발이었다.

"있지,세하야."
"응."
"요새 게임 안하네."
"....별로."
"......슬비겠지?"

잠든 테인이를 다리에 눕히고 가만가만 쓸어주던 유리가 툭 던지듯 말했다.아직 어린 테인이는 '그' 슬비가 차원종의 편에 서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겠지만.

우리는 아저씨가 슬비에게 보이던 그 헌신적인 사랑을 기억한다.반대로 슬비가 아저씨에게 보내던 절절한 사랑도 기억한다.벚꽃내리던 그 길 위에서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던 그 모습,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그리고,만들고,지우고,또 다시 그리고,만들고,지우고.

"....복제형 차원종의 숙주가 있는 위치를 알아냈어."
"그 임무...우리가 해야만 하는거겠죠."
"그래.잘 아는구나.그 아이의 위치는 과거 용의 궁전이 있던 곳이야.그 정확한 지리를 아는게 우리팀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도저히...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더구나."

누나는 몇번이나 씹어댄건지 너덜거리는 입술을 한번 더 짓씹었다.

"...누나.입술에서 피나요."
"....사진이야.도저히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그래도 그 아이란 것만은 너무 잘 보이더구나."

누나가 건낸 사진은 해상도가 낮았다.하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그 참혹함은 인간으로서 견딜만한 종류가 아니었다.구역질이 몰려왔다.유정이 누나가 이 사진을 보고 얼마나 입술을 물어뜯었었을지,너무나 잘 보여서 차마 임무를 거절할 수 없었다.



우리는 정말 죽을듯이 고생을 하며 나아갔다.중심으로 갈 수록 아저씨는 형태만 비슷한 상태에서 세세한 모양새까지 있는 기괴하기 짝이없는 형태로 진화했고 목소리같은것을 내기도 했다.아마 구역에서 일정거리 이상을 이탈하면 점점 형태를 잃고,그것이 어느정도 이상 진행되면 폭발해버리는 듯 했다.하지만 도저히 그를 아저씨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차원종특유의 날뛰는 체액때문인지,아무리 닮는다고 해봤자 그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괴물로밖에 안보이는 생김새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세하?어떻게 온거야?"

드디어 중심부에 들어선 순간 토악질이 몰려왔다.강렬한 피냄새와 썩은 피냄새가 뒤섞인 것도 그것이었지만,그보다 먼저 그야말로 보는순간 미쳐버릴정도로 구역질이 몰려오게 생겼다는 어떤 신이 생각나는 그녀의 외양때문이었다.억지로 신물을 삼켰다.

"너,여기서 뭘하는거야..."
"음...어떻게 설명하면 알아줄까.나,제이씨를 만들고있어.제이씨를 만들면 돌아갈께."

쇳소리와 높고 가는 본래의 목소리를 뒤섞어 말을 내는 그녀는 온 몸이 너덜거렸다.몸에서 피가 나지 않는 부분이 없었고,몸에 선같은 것이 연결된 길쭉한 가시가 성의없고 빽빽하게 박혀있었다.그것을 기본으로 여러가지,사람으로서 속이 울렁거릴정도의 모습인지라 그녀를 알아본게 사실 더 신기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그녀가 차원종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마약중독자처럼 멍청하게 비대칭인 눈을 꿈뻑이면서도.

"왜,차원종이 아닌거지?"
"아...?..음..미안.나 지금 말이 잘 안나온다.아무튼,제이씨가 싫어할 것같아서."

돌아간다한들 살 수 있을까.아니,저 상태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한시간?아니면 두시간?여상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슬비야?!"
"아...유리구나.옆에 테인이도 있네.어서 와."
"아...아아....슬비누나...?아니죠...?"
"미안...모습이 조금...하하.."

무언가 전송이라도 받은듯 몸을 살짝 떨던 그녀는 어딘가로 비실비실 이동하더니 새로운 가시를 꺼내 망설임없이 몸을 찔렀다.아프지도 않은듯 아무렇지도 않게 찰흙같은 살점덩어리를 주워들고 피를 죽죽 흘리면서 주물거리는 모습은 신기하거나 징그러웠지만 그 이전에 손이 움찔거릴만큼 아파보였다.나뿐이 아니었는지 유리가 기어이 총을 떨어트리고 그녀를 말렸다.

"슬,슬비야...뭐하는,뭐하는거야?아프잖,아...슬비야.."
"아...아냐.아프지 않아.더스트님께서 통각을 제거해주셨거든.긴 여정이 될거라면서.처음엔 이래저래 실패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뭐가 좀 보일 것같아."

이교도의 신에게 바치는 기괴한 노래같은 목소리였다.

"좌절도 많이 하고 다치기도 많이 다쳤고..."

너덜거리고 덜렁거리는 손 끝에서 살덩어리는 제가 정말 찰흙이라도 되는 양 무언가 형태를 조금씩 잡고 있었다.

"사실 통각이 없어서 심각함은 잘 모르겠지만,아마 지금의 나라면 제이씨를 만들기도 전에 죽을지도 몰라.같은 생각을 하고있어."

숙련된 솜씨로 눈깜짝할새 예의 '아저씨'를 만든 그녀는 이제 앞이 보이긴 하는것인지 의심스러운 붉고 푸른 눈으로 생긋 웃었다.생명을 얻은 그것은 건들건들한 모양새로 주변을 돌아다녔다.

"와...나 이번에는 정말 잘 만든것같아."

바깥에서 꿀렁거리던 괴물과 사실 다름이 없어보였지만 어쨋든 그것을 꾸역꾸역 쫓아갔다.피같은 것을 여기저기 흩뿌리는 그 몸에 특유의 창백하고 거친 피부를 조금 거친 손길로 덮어씌우고,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희고 빳빳한 실을 한올한올 정성스레 심었다.

"이제...그만해...슬비야...그거 충분하지 않아..?"

애절할정도로 애원하는 유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건지 이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빠른 속도로 머리카락을 심던 그녀는 무엇인지 모를 보랏빛 액체가 가득한 주사기를 제 목에 한대 꽂아넣고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높고 가늘었던 이전의 목소리는 아니었고,사람의 목소리조차 아니었다.이가 몇개 빠진것인지 발음도 어눌하기짝이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우리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너희가...나를 죽이러 온걸 알고있어.하지만,음...보시다시피 나는 아마 곧 죽을거야.쌓인 피로도 피로고..아무리 통각이 없어서 위기감도 없다지만 요새 내가 흘리는 피는 정말 많은걸."

복슬거리는 흰색 머리카락이 완성되자 그녀는 칼을 들어 눈,코,입이 있을 부분을 조각했다.그 와중에도 그녀의 피는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툭툭 동그랗게 떨어지는 피가 꼭 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제발,내가 죽을때까진,제이씨를 만들게 해줘."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목숨을 갉아내고 세상에 악이 되는 그 사랑에 박수라도 쳐주고싶었다.우리의 대장은 미쳐있었고,더이상 고칠 수 없었다.혈청이 들어있던 가방을 밟아 으스러트리고 유리의 총을 주워들어 그녀의 이마를 겨눴다.미스틸이 덜덜떨면서 말리려고 했고,유리는 큰 눈에서 뚝뚝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세하,세하야,세하야 제발!제발 부탁할께.그래,죽을때까지도 필요없어.한번만,한번만 더.."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이었다.
얌전하던 그 괴물이 일어나 총구를 양손으로 틀어쥔 것은.
그래.그것은 아무리 슬비가 온 애정을 쏟아 거의 창조했다고 해도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그게 무엇때문인지,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피부를 덮어씌우고 머리카락을 심고 눈코입을 파내도 그것은 차라리 이전의 괴물들이 더 인간적이라고 느껴질정도의 괴물이었다.

손바닥에 바람구멍이 생긴 괴물은 똑같이 괴물인 슬비를 꼭 안고 나직이 말했다.

"...이제 충분해.대장..."





나중에가서 생각하건대 아마 슬비는 아저씨의 품에 안기는 순간 숨을 멈췄으리라 생각한다.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만신창이인 그녀의 눈에서 참 오랜만에 보는 투명한 액체가 몇방울 흐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아저씨와 함께 흔적도 없이 폭사했으니까.

그녀는 행복했을 것이다.
그래.마치 그녀의 머리카락을 닮은 벚꽃잎이 하늘거리며 내리던 그날,아저씨와 이마를 마주대고 크게 미소하던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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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 공식카페에 올렸던 롤링걸을 조금 더 고쳐서 올립니다!



2024-10-24 22:24:0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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