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외전 - 하얀악마 8편

이제나는돌아서겠소 2015-03-04 0

소제목 : 소녀, 목줄이 걸리다.

  천장에 달린 전등은 부서져, 스파크를 내뿜으며 소리를 내고 있었고, 총에 맞아 쓰러진 주인장의 몸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을 빨갛게 적시기 시작하였다. 벽에 걸려있던 액자는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위아래로 덜렁거렸고, 박살 난 라디오에서는 같은 음악 소리만 계속해서 반복해서 들렸다. 하지만 우리 둘 사이에서 나는 소리는 아무것도 없었고, 사람 간의 정적과 그와 반대되는 배경의 괴리만이 있을 뿐이었다.

『…….』

잭슨 아저씨는 내 눈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은 듯 미간을 찡그리다 무언가 제스쳐를 취하려 하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목울대 뒤로 넘겼다. 잭슨 아저씨는 무언가 사연이 많은 눈으로 다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의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뚜루루… 뚜루루… 어, 나야. 이번에 출항 있잖아? 일이 생겨서 취소해야 될 것 같아. …… 아아 물론 대금은 그대로 계좌로 보낼게. 괜히 귀찮게 해서 미안하구만.”

전화를 끝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의 사람들이 하나둘,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가게를 향해 접근하는 것이 들렸다.

“아... 아저씨... 발소리가...”
잭슨아저씨는 알았다는 표정과 함께 나의 손을 잡더니 빠른 걸음으로 가게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차가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 운전석에 앉더니 나에게 타라는 손짓을 보냈다. 조수석에 앉자 차체가 살짝 흔들리는 느낌과 동시에 차가 출발하였다. 차는 다시 우리가 왔던 도로를 돌아갔고, 어느덧 우리가 지났던 터널에 다다랐다. 길고 긴 침묵처럼 기다란 터널 안의 불빛들이 내 망막에 잔상을 남기고 사라져 갔고, 붉은 잔상이 불현듯 나에게 말라붙은 들판에 붙은 들불처럼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연구소에서의 강제적인 살인이 아닌 나의 자발적인 첫 살인이었다. 물론 아저씨를 처음 보는 남자에게 잃을 수는 없었다. 다시 한 번 그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나는 망설임 없이 적을 쏘리라. 하지만 그도 인간이었다. 적어도 그의 부모님의 자식일 것이고, 혹시나 한 가정의 아버지였을 수도 있었다. 무엇인가 협박을 당하여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벌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이런 가정은 무의미하다. 만약에 내가 쏘지 않았으면, 아저씨가 그 총에 쏘였을 터, 아저씨 다음은 나였을 것이다. 나는 완벽하게 일을 해냈다.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잘못되지 않았어.’

이러한 생각을 하며, 다시 바깥을 바라보니 들불처럼 보이던 붉은 잔상들이 이내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시선을 돌리고 싶었으나 왠지 계속 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 새빨간 피 같은 얼룩에서 눈을 돌리면 안될 것 같았다. 눈을 돌리면….

『툭』

운전을 하시던 아저씨가 창밖을 보던 나의 어깨에 한 쪽 손을 가만히 올려다 놓으셨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이후 계속되던 침묵이 깨어졌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라.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너무 깊게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면 너 자신에게 상처만 될 뿐이야.”
“네….”
“아, 그리고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차 안은 다시 침묵으로 휩싸였다. 터널에서 길고 길었던 시간은 침묵이 깨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우리는 악몽 같았던 하지만 끝은 따스했던 터널을 지나 싱그러움이 감도는 거대한 숲을 지나갔다. 그리고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해가 그 모습을 감추려 할 때쯤 우리는 기지에 도착하였다.

“엇! 대장.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어라? 세이? …….”
문을 경호하고 있던 한 아저씨는 나를 보고, 다시 잭슨 아저씨를 보더니 이내 입을 닫았다. 잭슨 아저씨를 바라보니 보통의 잭슨아저씨와는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차에서 내려 잭슨아저씨의 뒤를 따라 거대한 홀에 들어가자 용병단의 시선이 잭슨아저씨와 나에게로 몰려들었다.

『“어? 세이 안가고 남는 거야?”
“와! 세이야~ 잠깐 안 봤지만 보고 싶었어~
“어? 세이네. 대장 무슨 일 있던 거야?』

한 사람이 말을 붙이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시선을 아래로 하면서 묵묵히 걸어가고 있던 잭슨 아저씨가 주위를 둘러보자 웅성거리던 소리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홀을 지나 간부 구역으로 들어간 우리는 잭슨 아저씨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자 담배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였고, 여기저기 어지럽혀져 있는 서류들이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잭슨 아저씨는 책상의자에 풀썩 앉아 이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후우~』

담배 냄새만 가득했던 방이 슬슬 연기로 뒤덮이려고 할 때쯤 다시 길어졌던 침묵이 깨지기 시작했다.

“세이야...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다만… 아니다. 그건 됐고 네가 하고 싶다는 용병일 그렇게 좋은 일이 아니야. 오늘 네가 겪었다시피 언제고 목숨이 위태로운 직업이다. 그리고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원수가 될 수 있는 직업이지. 동료가 언제고 죽어 나갈지 모르며, 의뢰인이 주는 푼돈에 귀중하다면 귀중하고 하찮다면 하찮은 목숨을 거는 직업이지. 단지 우리와 함께 남고 싶어서 헤어짐이 아쉬워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일 수도 있어. 솔직히 난 너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정말로 남을 생각이냐?”

“네, 아저씨.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아저씨들과 같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물론 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남아야 하는 이유는 송박사님의 생사여부와 그리고 송박사님의 딸, 나의 자매를 찾는 일. 그리고 복수 내가 남아야 하는 이유는 같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 외에도 많았다.

아저씨는 확고한 나의 의지를 느낀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뿜어내었다.

“송박사는 네가 이런 곳보다 평온한 곳에서 살길 바랐을 거야. 마지막으로 묻겠어. 세이야 정말로 한국에 안 들어가고, 이곳에 남을 생각이니?”

여러 가지 안배하신 아버지께는 죄송스럽지만 내 답은 오직 하나였다.

“네, 저를 용병단에 받아주세요.”
잭슨아저씨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푼돈에 목숨을 사고파는 더러운 용병일을 시작하게된 것을 환영한다. 뭐 내가 이렇게 얘기하긴 했지만 용병일이라고 무조건 사람을 죽이든가 목숨이 위험하든가 하는 일만 있는 건 아니야. 정보 수집이나, 요인 호위, 물건 호송 등 비교적 안전한 일도 하지. 뭐 어쨌든 너도 용병단에 들어왔으니, 우리 용병단의 수칙에 대해 말해주지.

첫 번째로 일했으면 반드시 그 수당을 받아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의뢰인의 의뢰를 달성했으면, 그 계약된 금액 한 푼도 빠지지 않고 다 받아**다가 제1수칙이지. 뭐 내 밑에 녀석들은 나한테까지도 그 규칙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 에이 나쁜 녀석들.

두 번째로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무리한 의뢰는 받지 마라. 꼭 이걸 못 지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지. ‘너 자신을 알라.’ 뭐, 이 문구가 이 경우에 알맞은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잘 맞는 것 같아.

세 번째로 적이 생각보다 너무 강하면 뒤도 ** 말고 도망쳐라. 용병일은 자신의 몸뚱아리가 곧 자산이다. 

마지막으로 동료들에게 너무 정을 주지 마라. 용병 일이란 게 한 치 앞도 모르는 일이라 동료들이 언제고 좋은 일이던 안좋은 일이던 우리 곁을 떠날 수가 있기에 너무 과도한 정을 주지 않는게 좋아.” 

“네 기억했어요.”
“그래, 다시한번 말하지만 환영한다.”
잭슨아저씨는 두 팔을 벌려 반갑다는 포즈를 취하시더니 빠르게 일어나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자 우리를 엿듣고 있던 제니퍼 언니들이 눈앞에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이 녀석들 나를 또 실망시키는 구나––-!”
 얼굴이 붉어져서 고함을 지르던 잭슨아저씨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세이는 오늘부터 우리 용병단이다. 환영해라 얼간이들아!”
『우와와와와』
『“세이야 환영한다.” “잘왔어.” “이 언니만 믿어.” 』

용병단은 격하게 나를 환영해주었고, 무언가 암울했던 마음이 씻은 듯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자자 오늘은 이만하고 다 들어들 가봐!”
잭슨아저씨의 말에 투덜거리던 제니퍼 언니들은 다들 각자 자기들 방으로 돌아갔고, 나도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아 창문 밖을 바라보니 구름에 살포시 가려져있던 밝은 보름달이 눈 안에 들어왔고, 보름달은 이내 밝고 따뜻한 빛을 대지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또 생기 넘치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왠지 따라가면 바닷속에 끌려들어 갈 것 같은 사이렌 같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매료되어 그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향해가다 보니 절반의 어둠과 절반의 빛이 공존했던 공간은 내가 걷는 곳마다 밝아졌고, 좀 더 목소리에 다가가려고 하다 이내 아저씨들이 생각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타들어 갈 듯한 붉은 빛이 사냥감을 노리던 늑대처럼 나를 덮쳤다.

‘아, 꿈이구나.’
왠지 아직도 붉은 빛이 나를 덮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방 밖에서 제니퍼 언니가 다른 아저씨들과 무언가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나를 보고 깜짝 놀라하시더니 나를 이끌고 어느새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 언니? 무슨 일 있나요?”
“음... 세이야 여자애가 그렇게 부스스하게 다니고 다니면 못써. 자 언니랑 같이 여자애의 몸가짐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

여자아이는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된다든지, 뭐 어떤 화장품이 좋다고 한다든지 그렇다고 임무 중에는 향기가 날 수 있으므로 쓰지 말라고 한다든지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솔직히 절반 정도는 잘 알아듣지 못한 것 같지만, 제니퍼 언니가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그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언니와 함께 로비로 나가니 갑자기 커다란 폭죽소리와 함께 박수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식탁의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은 그 다채로운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으며, 알록달록한 풍선들이 내 눈을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왠지 자주 이용되었을 것 같은 약간은 색이 바랜 커다란 플래카드가 로비 천장에 달려있었다.

『용병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이의 용병단 가입을 축하합니다.”
“와아아아 축하해! 우리 용병단도 **밭에서 해방인가! 제니퍼가 있잖아? 제니퍼 그 성격에 여자였어? 얼굴은 예쁘장하지만.”

“그래? **밭이 싫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 ** 다 따서 버리면 되겠네!”
제니퍼 언니는 무서운 표정을 짓더니 용병단원들을 날카로운 칼을 들고 쫓기 시작했고, 용병단원들은 왠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제니퍼 언니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여기저기 펼쳐진 의자들이 넘어지는 소리, 그리고 제니퍼 언니의 칼이 쌩하고 날아가는 소리 그리고 용병단원들의 죽어가는 소리(?) 등 여러 소리가 로비에서 어우러져 퍼져나갔다. 이 어수선한 상황에 나는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파티는 잭슨아저씨의 축사를 시작으로 진행되었고, 왁**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전에 제니퍼 언니에게 잡혀서 파티장 한쪽 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손들고 벌서는 몇몇 용병 아저씨들에게 애도를 표하자. 하여튼 여러 소란으로 시작한 파티는 술에 잔뜩 취해서 스트립쇼를 벌인 마이클 아저씨와 살벌한 표정으로 그를 뒤쫓는 제니퍼 언니의 추격전이라는 소란으로 막을 내렸다.

용병단에 정식으로 들어가게 된 뒤, 잭슨 아저씨에게는 그의 주특기인 섬광탄을 이용한 전투방법을 그리고 제니퍼 언니에게는 저격수의 마음가짐을 오스워드씨에게는 임무 전 준비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배웠다. 마이클 아저씨는 뭐... 음... 아저씨가 어떻게 여자를 꼬시는지에 대해서 나에게 강연을 하다가 제니퍼 언니한테 쫓겨 다녔다는 것만 알자. 

훈련이 끝날 즈음부터는 의뢰인의 간단한 잔심부름부터 임무를 나가는 아저씨들을 위한 물자 정리, 중요 물건 호송, 의뢰인 경호 등 여러 가지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면서 잭슨 아저씨들로부터 인간관계와 정에 대하여 좀 더 알아가게 되었고, 그 따뜻한 빛은 내 마음속의 어둠을 몰아내고 밝게, 밝게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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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말 : 어... 음... 글 투척... 도주

2024-10-24 22:24:0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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