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bystander) <3>

푸뉴스 2015-03-01 1

<작가 왈>

분량조절에 실패한 관계로 두 편을 동시에 올립니다.

몇 가지 수상쩍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잘생각하신 겁니다.

근데 오세린 잘 표현했나 걱정임.




***


차원종의 습격으로 인해 파괴된 강남 일대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비록 용의 군단의 패퇴로 인해 대부분의 차원종은 물러갔지만, 남아 있는 차원종들이 수장이 사라짐에 따라 무질서하게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곳까지 공격을 가하는 바람에 엉뚱한 장소에 피해가 가고, 가끔 민간인들까지 말려드는 일까지 발생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특경대와 클로저들은 기물 복구와 차원종 퇴치, 그리고 민간인 구출에 여념이 없었다.


그럼에도 강남 일대 전체를 상대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던지라,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는 요원들까지도 현장에 출동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오세린 역시 현장 요원은 아니었지만 직접 현장에 나서 피해의 복구를 감독하고 휘말려든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지하 방면으로 통하는 문이 갑작스럽게 열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봉 형태의 코어를 그쪽으로 겨누었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봉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문 안에서 나온 이들에게로 다가갔다.


"미, 민간인이신가요? 저는 오세린이라고 해요."


그녀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 후 말을 이었다.


 방금 전에 이 주위에 차원종이 갑작스럽게 출현해서 대피해 있으셨다면 안심하세요. 여기에 출몰한 차원종은 모두 처리했으니까요. 하지만 여긴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이에요. 민간인이시라면 대피소로....... 응?"


그녀의 눈이 이샤에게서 멈추었다.


"당신은 위상능력자시군요. 그 뒤의 분은...... 아무래도 민간인 같네요. 민간인을 구출하고 나오시는 건가요? 그런데 이 주위에선 본 적 없는 분인데...... 소속이 어떻게 되세요?"


"저, 그것보다 급한 일이 있어요!"


세인이 갑작스럽게 이샤의 앞으로 나서더니 말했다. 정말로 다급한 일이 일어난 것 같은 어투였다.


"전 저 건물 안에 숨어 있었는데, 건물 아래층에서 차원종의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렸었어요! 언니는 클로저신가요? 저 아래에 있는 차원종을 없애 주실 수 있는 거죠?"


"그게 정말인가요? 그, 그치만 전 전투능력이 거의 없는데...... 급한 대로 특경대원이라도 내려보내서 확인해 볼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 그건 안 돼요! 문틈으로 흘낏 봤는데, 건물 안에 있는 것치곤 수가 장난 아니었어요! 커다란 놈들도 몇 마리 있었고요. 혹시 여기 소규모로 활동하는 클로저 팀은 없나요?"


"소규모라면...... 잠시만요. 올지는 모르겠지만 연락해 볼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오세린이 전화를 꺼내들어 어딘가의 번호로 전화를 거는 사이 이샤가 세인을 노려보며 그녀에게 몸을 가까이 대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여자애 연기 잘하시네요."


"응? 뭐라고?"


"......관두죠. 근데 저 여자를 인질로 잡아서 불러내라고 협박하는 게 더 간편하지 않나요?"


"고 위험 차원종 경보를 여기 전역에 울려서 전 병력을 움직이게 하기는 귀찮아. 그리고 그냥 혀 깨물고 죽어버리면 어떡해?"


차원종이 그들이 방금 전에 나온 건물 안에 나타났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지만 그 차원종들은 모두 세인이 불러낸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위적으로 차원문을 발생시켜 방금 전 이 일대, 그것도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산발적으로 불러내고는 특경대와 클로저 요원들이 눈에 보이는 차원종을 섬멸할 때까지 건물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건물 안에 있던 남은 차원종들은 그녀가 인위적으로 불러낸 것이었으므로, 그녀의 지시에 따라야 했고 세인은 자연스럽게 숨어 있다가 나온 민간인 행세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쉽사리 흘려넘길 수 없는 이샤의 소속에 대한 질문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건물 안에 차원종이 있다는 다급한 투의 이야기를 꺼내며 그 질문을 얼렁뚱땅 무마시켜 버렸고, 동시에 그녀가 만나기를 원했던 소규모 클로저 팀까지 불러올 명분을 만들었다.

물론 건물 안에 남아 있던 차원종들은 이후 클로저에 의해 섬멸되어 버리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 차원종들은 장기말의 가치조차 없는 존재에 불과했다.


"네, 감사합니다. 네, 네."


오세린은 전화를 끊고 세인에게 말했다.


"김유정 관리요원님이 곧 건물 안의 차원종 섬멸을 위해 검은양 팀을 보내겠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제보 감사하다고도 전해 달라고 하시네요. 아 그렇지. 저도 감사 인사를 드려야죠. 제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이더를 통해서 어느 정도 차원종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지하나 건물 안은 레이더로 차원종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거든요."


오세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튼 이제 곧 클로저들이 올 테니 대피소로 대피해 주세요. 에, 그리고......"


"이샤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아, 이쪽은 세인."


"아, 네. 이샤 씨. 잘은 모르겠지만 이샤 씨도 클로저시죠? 혹시 괜찮으시다면 조금 있다가 저 건물 안의 차원종들을 섬멸하는 걸 도와 주실 수 있으세요?"


이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세인 양은 민간인 대피소로 이동해 주세요. 죄송하지만 제가 안내해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저기 있는 특경대 대원님께 부탁드리면 안내해 주실 거에요."


"에, 저기......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될까요?"


"안 돼요. 차원종들은 위험하다고요. 세인 양도 직접 봤으니 알겠지만, 클로저들이 아니면 차원종을 상대하긴 어려워요."


"지금 클로저 팀이 오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오히려 대피소로 가는 것보다 이쪽이 더 안전한 거 아닌가요? 그, 그리고......"


세인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고, 오세린의 뒤에 서 있던 이샤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더 이상 **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구역질을 참고 있는 것인지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사실 클로저 팀이라는 걸 보고 싶기도 하고......."


정말 수줍고 순수한 여자아이처럼 보이는 모습과 말투에 이샤는 거의 기절할 듯한 표정이었지만 세인은 꿋꿋했다. 오세린은 그녀의 이 말에는 난감한 듯 웃었지만, 최소한 언제 차원종이 출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민간인 대피소로 향하는 것보다 클로저들과 함께 있는 편이 더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듯 보였다.


"네. 알겠어요. 하지만 클로저 팀이 차원종을 섬멸한 다음에는 같이 대피소로 가는 거에요?"


"네, 물론이죠!"


이샤는 슬슬 못 참겠다는 표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고통은 다행히 이 시점에서 끝날 수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몇 명의 인원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단번에 즉사할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그들은 완벽한 착지를 보여주었고,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았다는 듯 천천히 일어섰다.


"허, 허리가......"


약 한 명을 제외하고.


그는 허리를 매만지며 얼굴을 찌푸렸지만 가장 먼저 오세린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차원종이 있다고 제보된 곳이 여기라고 들었는데."


"네. 건물 안에 차원종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빨리 오셨네요, 제이 선배님?"


"후, 유정 씨가 닦달을 해서 말이지. 약 먹고 바로 튀어오는 길이야. 그런데 그쪽은 못 보던 얼굴이군. 새로 배정된 클로저인가? .......응?"


갑작스럽게 제이라 불린 남자가 오세린의 팔을 잡아채 뒤쪽으로 내던져 버렸다.


"꺅! 서, 선배님! 왜......."


"아저씨, 왜 그러는......"


"조용히 해 봐."


살벌한 어투에 모두가 움찔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와, 못 본 새 아저씨가 다 됐구나?"


"......너 누구야."


"어라, 이거 섭섭한걸. 내 이름 기억하잖아? ......지금은 제이라고 했었나?"


제이는 그 말을 무시하고 질문을 던졌다.


"난 분명 너랑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을 알고 있어. 그치만 그건 차원전쟁 때 일이야. 보통 사람이 거의 20년 동안 그때와 비교해서 전혀 변하지 않을 리 없지, 네녀석은 누구지?"


그가 주먹을 들어올렸다.


"아, 진짜 분위기 못 읽는 아저씨네. 좀 더 놀고 싶었단 말야.......내가 누구냐고?"


툴툴거리면서 바닥을 발로 툭툭 차는 그녀의 모습은 평범한 여자아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말꼬리를 흐린 이후의 그녀에게서는 그런 느낌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사람들은 공기가 약간 차가워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뻔하잖아? 너희들의 적이야."

2024-10-24 22:24:0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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