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많은 관심에 부끄러워 부들거리며 쓰는 세하가 햄스터가 되었을뿐인..?

chizru 2015-02-28 5

아, 게임하고 싶다...

 

이대로 가면 게임을 하지 못해 죽게된 고등학생이라고 뉴스 기사에 실리고 말거야..

 

 

그런 자잘한 생각을 하며 햄스터로 변한 나는

 

내가 애용하던 게임기의 옆에 엎어져 애처로운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아무거나 막 주워먹지 말 걸...'

 

 

이미 지나버린 일에 대해 미련을 품으며 햄스터의 털로 인해 더워지는 몸을 차가운 책상에 살며시 식혔다.

 

딱 적당한 습기, 적당한 온도.

 

 

'이대로 잠이 쏟아질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으려는 찰나에 저 멀리 정수기 앞에 서있던 유정누나가 어느 틈엔가 내 앞으로 다가와 물이 담긴 작은 병뚜껑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캐롤이 그러는데 갑자기 사람에서 햄스터가 되면 온도에 적응을 못해서 쉽게 피로해 질 수 있으니 잘 돌봐주라고 하더구나."

 

"찍-찍-..."

 

 

'고마워요.'

 

 

나는 햄스터만의 언어로 그렇게 대답하며 힘겹게 짧은 다리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유정누나가 떠온 물이 담긴 병뚜껑으로 향했다.

 

물을 먹기 위해 병뚜껑을 짧은 팔로 힘겹게 끌어당기자, 시원함이 몸에 전해졌다.

 

나는 잠시동안 그 시원함을 느끼다 이내 갈증이 밀려와 물을 먹기 위해 얼굴을 물에 들이밀었다.

 

 

'시원하다.'

 

 

애써 코로 들어가는 물을 무시한 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물통을 껴안은 채 시원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음성이 들렸다.

 

 

"아, 덥다!! 요즘 날씨 너무 확확 바뀌는 것 같아요!!"

 

 

이, 이 목소리는...!

 

 

"유정언니, 이슬비 외 한 명, 지금 막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아, 둘 다 수고 많았어. 보급품을 지급해 줄테니 잠시만 기다리렴."

"아, 맞다! 유정언니! 저 시원한 물 좀 부탁해요!"

 

"서유리, 유정언니에게 그런 일을 시키면 어떡해."

 

"괜찮아, 슬비야. 너희가 힘들게 임무를 하는데 이정도라도 해줘야지.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렴."

 

"네!!....응?"

 

 

윽, 눈 마주쳤다.

 

방근 전까지 나는 물통을 끌어 안은 채, 그동안 유정누나와 그 두 사람이 대화나누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대화가 끝나자 마자 서유리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는 대참사가 이루어 질 줄이야!

 

 

"와, 햄스터다!!"

 

 

쿵-쿵-쿵-쿵-

 

안 돼!! 제발 오지마!!

 

그래, 도망! 도망을 치는거다!

 

 

거기까지 생각을 끝마친 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껴안고 있던 시원한 물통을 내팽겨친 후, 서둘러 책상 밖으로 도망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햄스터의 달리기가 사람의 발걸음보다 빠를리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재빠르게 움직이려고 했던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는 '훗, 이미 망했어...'라는 표정과 함께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귀엽게 생겼어!! 슬비야, 너도 와서 봐봐!"

 

"이런 곳에 햄스터같이 작은 동물이 있을리가 없는데..."

 

 

이슬비의 예리한 눈빛이 내 작은 몸에 쿡쿡 박혔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보통의 햄스터들과 똑같이 그저그런 표정을 지으며 마음 속에 가득 맺힌 식은땀을 닦아냈다.

 

 

"어, 이거 세하 게임기다."

 

 

이런; 오늘따라 서유리의 눈이 매 보다 날카롭다;

 

보통 때는 내 게임기에 별로 신경도 안쓰던 애가 오늘따라 내 게임기를 너무 잘 알아본다.

 

나는 갑자기 더워진 몸을 움찔움찔 거리며 조금씩 두 명의 곁에서 떨어졌다.

 

 

"그러게? 그 게임 중독자가 웬 일로 자신과 일심동체라고 말하던 게임기를 이런 곳에 둔 거지?"

 

"혹시 세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정말 오늘 무슨 날인 것 같다.

 

그렇게 둔하던 유리가 마치 '명탐정 코x'에 빙의 된 것처럼 나에대해 추리를 하고 있다.

 

 

"설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왜 갑자기 또 이슬비의 눈이 저렇게 초조해 지는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을 때, 갑자기 뒷발이 쑥 하고 아래로 빠졌다.

 

 

"찍-?!"

 

 

그 순간, 나는 몸의 중심을 잃음과 동시에 책상 밑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어?'

 

 

"스, 슬비야!! 햄스터가 떨어져!!"

 

 

유리의 외침에 의해 슬비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나를 확인 했지만,

 

이미 그 두 사람이 빠르게 떨어지는 나를 향해 손을 뻗기엔 늦었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머릿속에서는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고,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정말 이걸로 끝?!'

 

 

나의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눈물이 아련하게 공중 위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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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찌저찌 쓰게 되어버린 세하 햄스터 모험기.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번에 그렇게 흥분하며 저의 햄스터에 대해 울분을 토했는데,

 

..... 그렇게 빌고 또 빌어도 제 손은 그저 햄스터에게 소세지로밖에 안보이는 것 같습니다.

 

맨날 무네, 하하.

 

곧 개학이군요. 저는 자러 가야겠습니다.

 

개학 아디오스.

 

 

 

 

2024-10-24 22:23:5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