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별밤하늘의은하 2024-11-28 1
본격 얘들은 가라 단편.....이려다 상 중 하로 나눈 단편 아닌 단편
중편과 하편은 수위 상 여기서 개제 자체가 불가능 하므로.... 번거로우시겠지만 성인 인증 가능하신 분은 노벨피아에서 침식의 계승자 or 비해랑으로 검색해서
찾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마 넥슨 클로저스 공홈에 올리는 마지막 소설이겠네요.
여기서 개제 했던 (구) 침식의 계승자 외전이나 단편 등은 노벨피아나 다음 공홈 게시판이 있다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을 올릴 게시판과 기회가 있다면, 다음 특별편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공홈 마지막이자 특별편, 시작합니다
쏴아아아아-------
열려 있는 창문 너머로 살짝 싸늘한 듯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고, 어렴풋한 달빛과 함께 방 안을 옅게 밝히고 있는 촛불을 일렁거렸다.
찌륵..... 찌륵.....
끼이익...... 끼이익......
작은 풀벌레 소리가 바람결에 같이 흘러들어왔고, 오래된 곳이라는 걸 주장이라도 하듯이 방 안에선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츄릅.... 츕, 쮸르릅.....!
비단 삐걱거리는 소리는 건물이 오래돼서만은 아니었다. 창가 바로 옆 침대에 한데 뒤엉킨 두 남녀가 서로에게 시선을 숨결과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으으읖.....! 잠깐 은.....하읍.....!"
맞닿아 있던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남성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여성은 일말의 틈조차 주지 않고 다시 남성과 입술을 맞추어 입을 틀어막곤 다시금 혀를 섞으며 타액을 공유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눈앞의 그녀와 끈적한 키스를 나누면서도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하루를 마무리하던 중 방이 나름 아늑해 보이길래 방을 꾸며보고, 창가 테라스도 열어보고, 불을 끈 다음에 촛불을 켜보면서 나름 간만의 자유시간을 구가하고 있었는데.....
"하아아......"
영겁같던, 그러나 너무나도 달콤하던 키스가 또 한번 끝났다. 키스뿐이였는데. 그저 키스 뿐이였는데도 창문 열린 방을 뜨겁게 달구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 중독될 것만 같은 향기를 내는 땀과 체취. 녹아내릴 정도로 정렬적인 시선이 서로 다시 엉키면서 또다시 서로의 입술이 겹쳐졌다.
입술의 상대인 그녀, 은하의 눈을 마주하자 이 순간의 발단이었던 그날이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며칠 전,
"수현, 이거 뭐야?"
"뭐 말씀이세.... 아....."
이른 아침, 고향 동생이자 우리팀, 클로저팀 시궁쥐 팀의 관리요원을 맡아주고 있는 민수현을 찾아간 나는 태블릿을 들이밀며 물었다.
내용을 빙글빙글 돌려서 하달했지만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고지]
[시민들에게 친숙한 클로저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시민들에게 보고 싶은 클로저의 이미지 투표 결과, 하단의 주제로 의복 착의 후 촬영을 요청합니다]
[요청 클로저 팀 : 검은양/늑대개/사냥터지기/시궁쥐]
"하....하하..... 오늘만 여섯 번째 양해 설명하네요..."
내용을 읽은 수현은 눈이 죽은 채로 웃기만 하고 있었다. 왜 그런 눈인데!? 무섭게!? 근데 여섯 번째라고? 이미 다 물어보고 간 거야?
수현은 모든 걸 포기하고 달관한 표정으로 여섯 번째 설명을 시작했다.
"별건 아니고.... 유니온에서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친근한 클로저.....라는 슬로건으로 보고 싶은 클로저의 모습을 투표해달라고 했더라고요..."
"시민에게 친근함을 주장하면서 보고 싶은 클로저 모습을 투표했다고...?"
이게 무슨 멍뭉이 같은 소린가 싶어 되물었지만 이미 수현의 눈은 모든 걸 다 내려놓은 눈이길래 그냥 다시 물었다.
"그래서 투표한 게.... 이거고....?"
지급받았던 태블릿 화면에서 문제의 문구를 확대하며 물었다.
[주제 : 하우스키퍼]
하우스키퍼. 가사일을 맡아하는 직종을 얘기하는 거지만 보통 세간의 인식은....
"우리보고 집사 아니면 메이드 복장하라는 거지...?"
"그렇.....죠...."
"그냥 코스프레한 거 보고 싶단 거잖아!!!?"
어이가 없어서 버럭 성질내 버렸다. 아니 근데 어이없는 건 쓸데없이 투표율 높아! 심지어 이게 압도적 1위야!! 왜!!!?
"안 그래도 문의를 해봤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클로저들이 하는 편이 시민들에게 인기도 있고 더 친근하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예시 샘플도 보내.... 셨고요...."
수현이 태블릿을 조작해 무언가를 보여 주었다. 메이드 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춤추는 영상이였는데 어째 익숙한..... 얼굴....이..였..... 이, 이 사람....!
내가 입만 뻐끔뻐끔거리고 있자니 수현이 달관한 얼굴로 웃으며 무언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네.... 감찰관 님이세요. 참고로 오세린 요원님으로 만든 상품은 증판했는데도 모두 완판. 더 만들려던 걸 감찰관님이 거부하셔서... 마니아들 사이에서 웃돈 주고도 못 살 정도로 전설의 굿즈로 소문까지 났다네요..... "
메이드 감찰관으로 벌어들인 수익까지 보고나니 나는 그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대체 사람들에게 있어서 메이드란 무엇인걸까.....?
"취지는 그렇지만.... 저희 팀 입장으로 생각하면 나쁜 제안은 아니예요."
"뭐, 그렇긴 하지...."
우리 시궁쥐 팀은 신설된 지 얼마 안 된 팀이라 지지 기반이 약한 편이었다. 그러니 이런 촬영 등으로 시민들의 힘이라도 받으면 좋긴 하지만야.... 이게 맞는 걸까?
"대신이라긴 그렇지만 촬영 스태프는 최소로 하기로 했고, 익숙한 곳에서 촬영하기로 했어요."
"익숙한 곳? 어디?"
"어디냐면요....."
그러곤 며칠 뒤,
"...이렇게 입는 거 맞나?"
배정받은 방 안, 환복을 마친 나는 방에 비치된 거울에 다가가 제자리를 한 바퀴 빙글 돌아보았다.
깔끔하게 각 잡힌 와이셔츠에 깔끔한 라인을 그리는 정장 바지, 안쪽이 붉은색으로 딱 포인트를 잡은 검은 베스트는 자온의 몸매를 두드러지게 잡아주었다.
"세세한 건 하이드 씨가 잡아주기로 했으니.... 일단 나갈까."
방을 나선 나는 1차 촬영을 하기로 한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하필 배정된 방이 제일 외진 곳이라 한참을 헤매며 걷다보니, 복도 창문으로 얼핏 보인 바깥 풍경이 눈에 띄였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밖을 보았다.
"...뭐, 광경은 익숙하긴 하네."
한때 용의 책략가, 불꽃의 수집품이였던 쿠르마와 대적했던 이곳, 사냥터지기 팀의 거점인 독일 사냥터기지 성의 풍경을 조금 더 보다가 다시 서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 똑
겨우 서재를 찾아 방문을 노크하자,
"오, 들어오시라는!"
뭔가.... 요상한 말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와 신경 쓰였지만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몇몇 여성진과 남성진 전원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늑대개 팀 소속 바이올렛 씨의 비서, 하이드 씨가 전원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동시에 순식간에 세팅해주고 있으셨다. 뭐야 저거, 무서워.....
"오셨나요, 자온 씨?"
금발의 어린아이-같은 팀 소속인 루시가 총총 달려왔다. 하늘하늘한 프릴 메이드복을 입고 끝에 살짝 웨이브를 넣은 긴 머리칼은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성숙한 느낌을 동시에 주었다.
"아, 응. 이제 머리 세팅 받으려고. 옷, 잘 어울리네?"
"히히. 고마워요. 자온 씨도 잘 어울리네요!"
"고마워. 이렇게 빼입은 건 거의 처음이라 좀 어색하긴 하지만."
"근데 평소 옷도 겉옷 빼면 지금이랑 거의 비슷하지 않나요?"
"....그러네?"
평소 의상을 생각하니 겉옷인 두루마기를 빼고 베스트를 추가한 것 빼면 평소랑 별다를바가 없다는 게 느낀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앉아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옆에선 검은양 팀의 이세하와 제이 님, 늑대개 팀의 나타 씨가 거의 전문 집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세련된 집사복을 입은 채 헤어 세팅을 기다리고 있었다.
"푸하하! 볼프 쌤 그게 뭐예요!?"
저 한편에서 사냥터지기 팀 아이들과 볼프 씨가 떠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깔끔한 집사복을 차려입고 헤어 세팅까지 마무리 된 볼프 씨는 정말 전문 집사같아 보였다.
"내 모습이 뭐 어쨌다는 거냐, 말썽쟁이 2호?"
"그야 평소 행동을 생각하면.... 너무 말끔한 게 성실해 보여서요."
"땅딸이 말이 맞다, 선생님 녀석아. 뭔가 평소랑 안 어울린다."
나이에 맞게 귀엽게 메이드복을 차려입은 사냥터지기 팀 아이들은 볼프 씨를 놀리기에 여념 없었다.
"이 말썽쟁이들이....! 뭐라고 좀 한마디 해주십시오, 선배님!"
볼프 씨가 살짝 울먹이며 아이들처럼 프릴 가득한 긴 메이드복을 입은 늑대개 팀의 티나 씨에게 하소연 했지만,
"평소 행실에 대한 업보라 생각해라."
"크흑....! 선배님까지....!"
되려 티나 씨에게 말로 후들겨 맞고서 구석에 가서 울먹이셨다. 대체 평소에 어떤 모습만 보이셨길래 호박씨 마냥 까이시는 걸까....
"쳇, 그래서 언제 촬영하는 건데?"
"좀 기다리세요, 나타 씨. 여성이란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답니다."
"그러니까 있는 놈 먼저 촬영하면 되는 거잖아!? 왜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평소에도 성미 급한 나타 씨가 바이올렛 씨와 또 부딪이기 시작하셨다. 바이올렛 씨는 원래 아가씨다 보니 저렇게 입어도 기품 있어 보이네.
"지, 진정하라는. 나타 씨는 좀 더 어울리는 컷이 있어요!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감사하다는!"
"칫...."
아까 문 너머로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이 나타 씨를 설득했고, 그는 혀를 차면서 얌전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 나타 씨를 한 번에 설득하다니.... 누구시지?"
"아, 제 소개가 늦어다는! 저는 유니온 공보국 소속 박심현이라고 해요! 오늘 여러분들의 프로듀스를 맡기 위해 자원했다는!"
"잘 부탁드립니다. 시궁쥐 팀 소속, 자온이라고 합니다."
토실토실한 몸매에 얼굴만 한 안경을 쓴 남성-박심현 씨가 건넨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호오! 자온 씨였군요! 저기 김철수 씨랑 같은 팀원이라고 들었어요! 두 분을 같이 찍어봐도 괜찮겠는데요? 차가워 보이지만 헌신적일 것 같은 쿨계 미남 집사와 유하면서 충성스러울 것 같은 강아지계 집사라.... 홍보가 잘 될 것 같다는!"
거의 비슷한 의상을 입은 김철수와 나를 번갈아 보던 박심현 씨가 뭔가 이해하기 난해한 말을 속사포로 내뱉으셨다. 눈빛이 뭔가 무서운데....
"어, 어찌 됐든 이번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후훗, 저만 믿으라는! 지난번 히트친 오세린 요원님의 영상도 제가 프로듀스 했거든요!"
그게 당신이였냐?! 순간 속으로 소리를 버럭 지르려다가 하이드 씨가 내 차례라며 부르시길래 그만두고 의자에 앉았다.
"그나저나 박심현 씨가 프로듀스면.... 촬영은 누가 하시죠?"
"그건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하이드 씨가요?"
"네. 이 장소가 최소한의 인원만 알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자원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평소 아무리 격한 전투에서도 아가씨의 품위 있는 모습을 찍던 실력을 인정 받아 이렇게....."
"시끄러워요, 하이드!"
"쿠허억!!"
옆에서 듣고있던 바이올렛 씨가 내 헤어 세팅을 시작하시던 하이드 씨의 명치에 주먹을 내질렀다. 클린 히트가 들어가는 순간을 눈 앞에서(진짜 눈앞)에서 직관하면서 사람 하나가 물수제비의 돌처럼 튕겨나갈 수 있구나....를 풍압과 함께 인식했다.
"이, 이렇듯 부끄러워하시면서 품위 있게 주먹을 내지르시는 모습도.... 찍었기에 인정 받았.... 쿨럭....!"
언제 찍었는지 하이드 씨의 손에는 방금의 바이올렛 씨가 찍힌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피를 쿨럭거리면서 기어코 사진을 찍어낸 저걸 프로 정신이라고 감탄해야 할지 집착 같아서 무섭다고 해야 할지....
"흠.... 그나저나 다른 분들이 늦으시군요. 일단 이곳에서 촬영할 분만 먼저 촬영하도록 할까요?"
언제 피 흘렸다는 듯 하이드 씨는 멀쩡해 보이는 얼굴로 내 머리를 순식간에 정리하셨다! 어떻게 멀쩡한 건데!? 마술이야?
일단 도착한 몇몇만 서재에서 촬영을 시작하며, 장소를 두어곳 옮기며 촬영을 이어갔다.
"후후, 좋아요! 그대로 앞머리를 살짝 들어내주세요!"
찰칵! 차롸라라라라!!
김철수가 박심현 씨의 지시에 따라 포즈를 잡자, 하이드 씨가 조명, 반사판, 촬영, 포즈 조정을 혼자..... 다 해내셨다. 아니 저분, 능력이 분신술 같은 거야!? 뭔데!?
"....그나저나 보통 하우스키퍼가 장작도 패고 다니나?"
"몇십년 전이면 그랬겠지만.... 지금은 안 그렇....죠...?"
김철수 촬영 컷을 보다가 문뜩 현타처럼 뭔가 와서 중얼거렸지만, 루시는 약간 건성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바로 이전 촬영이 루시였던 탓에 루시의 얼굴은 지침과 포기, 그 어딘가에서 묘하게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었다. 그러지 마! 현실로 돌아와!
"자, 수고했다는! 다음은 자온 씨! 저기 자리 잡으세요!"
"예, 예? 어, 어디요?"
"자, 이쪽으로."
하이드 씨가 나를 정원 한가운데로 이끄시더니, 어느새 나는 한 정원수 사다리에 걸터앉아.... 식물 손질 가위를.... 손에 쥐고 있었다.
"처음엔 식물에만 집중해 주시라는!"
정원 관리 컨셉으로 얌전한 모습을 찍더니,
"소매 한 번 걷고 가실게요!"
"넥타이 좀 풀어 볼까요?"
"목 주변 단추 좀 풀고 웃어 볼게요! 더 환하게요!"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소매는 걷어져 있었고, 넥타이는 풀어 헤쳐졌으며... 셔츠 단추 두어개 풀린 채로 촬영 당하고 있었다....
"흠...... 좋아요! 수고했다는!"
"수, 수고하셨습니다...."
엄격한 검수 끝에 길었던 내 촬영도 끝이 났다. 저것이 프로의 세계.....?
"후.... 좀 덥네."
햇빛 아래에서 촬영하자니 어느새 땀이 나 있었다. 잠시 땀을 닦아내며 한숨 돌리는데,
"후후, 고생이 많아 보이네요. 차라도 한 잔 마실래요?"
"네, 고맙습니다."
이제야 환복을 다 하고 오셨는지 어느새 합류한 늑대개 팀의 하피 씨가 시원한 차를 건네주셨고,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원샷하고서 컵을 돌려... 푸우웁---!!
"뭐, 뭡니까. 그 의상은....?"
하피 씨의 의상을 본 나는 입에 조금 남았던 차름 무심코 뿜고서 쿨럭거리며 물어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리가 훤히 드러나다 못해 아슬아슬하기까지한 기장의 치마에 가슴골까지 드러나는, 그냥 민소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살이 확 드러난 메이드복이였...... 아니, 이게 무슨 메이드복이야! 거의 치녀잖아!
"좀 팔랑거리긴 하지만.... 나름 괜찮지 않나요? 후훗."
하피 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여우처럼 웃으시며 컵을 받아가셨다. 이딴게..... 메이드....!?
"아, 다들 저기 있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의상에 이상이 조금 있어서 조정하느냐 늦어졌어요."
저 너머에서 검은양 팀의 서유리와 이슬비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멀쩡한 의상이지? 응?
저 너머를 보자, 안타깝게도(!) 멀쩡해 보이는 의상 속에서 하피 씨처럼 과격한 의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유리와 레비아는 하피 씨보다 많이 가리긴 했지만 치마 기장이 짧고 가슴골이 드러나는 의상이였고... 이슬비와 미스틸은 그나마 얌전한 클래식 메이드였..... 아니. 잠깐, 잠깐? 미스틸, 얘는 남자애인데 왜 집사복이 아니라 메이드복이야!?
미래와 애리 씨는 기장은 긴데..... 애리 씨는 가슴 부분이 유난히 더 많이 드러나 있었고, 미래는 치마 한쪽이..... 허벅지 안쪽이 보일락말락 할 정도로 깊은 슬릿이 파여 있었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모습을 드러낸 파이 씨는 그냥..... 아니, 저건 그냥 메이드도 아니잖아! 가슴 한가운데가 파인 민소매의... 기장도 하피 씨와 비길 정도로.... 짧은 기장의 차이나 드레스였다..... 메이드 머리띠만 얹는다고 메이드는 아니잖아!
이 환장의 메이드 파티에 이마를 탁 치며 머리를 감쌌다. 옆에선 박심현 씨가 끼요옷 거리시는 것 같지만 그냥 안 들리는 걸로..... 응?
있어야 될 얼굴이 하나 보이지 않자, 나는 미래에게 다가가 물었다.
"미래야, 은하는?"
"은하? 저기."
미래가 정원수 한쪽을 가르키자 저 너머로 뭔가 하얀 리본 같은 것이 삐죽 나와있었다. 설마..... 하피 씨나 파이 씨보다도 더 심한 의상인가!? 그래서 못 나오고 있나?
설마 그 정도로 심한 게 있지는 않겠지 싶어 은하가 있는 곳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은하, 왜 그러고 있어?"
".....시끄러. 저리가."
"어차피 촬영해야 할 거니까 나와야 하잖아. 얼른 나와."
"싫다니....."
나는 풀숲을 뚫고 들어가 은하의 손을 억지로 잡고 끌어 당기자, 억지로 끌려나온 은하는 내 품에 안기다 못해 거의 태클처럼 부딪이며 내 명치를 가격했다.
그 바람에 나와 은하는 서로 엉키면서 넘어져 버렸다.
"아으윽..... 미안. 괜찮아, 은....?"
눈을 떠보니 그제야 메이드복을 입은 은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얇은 어깨끈으로 고정해 어깨가 다 드러나는 민소매 원피스 메이드복이였다.
작지만 봉긋하게 나와 존재감을 주장하는 가슴엔 하늘하늘한 프릴이 덮고 있었고, 짧은 치마 밑에 신은 하얀 오버 니삭스는 가려지지 않은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를 돋보이고 있었다.
얼굴이 화악 달아올라 다른 곳을 보려다 얼굴을 마주쳐 버렸다.
머리는 평소처럼 다 풀거나 경단머리가 아닌 사이드로 포니테일을 묶었고, 옅게 한 자연스런 화장은 그녀의 외모를 더욱 싱그럽게 돋보였다.
하피 씨나 파이 씨에 비하면.... 아니, 그 두분이랑 비교하면 다 가린 의상이지만야 나름 노출있는 그녀의 모습에 왜인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좀 놓지?"
은하의 말에 번뜩 정신이 들어서 보니까, 끌어당기다가 아예 넘어진 탓에 내 꼴은 은하를 꽉 껴안고 있는 모양새였었다.
"아, 아아! 미, 미안!"
그제야 서둘러 은하를 놓아주자, 은하는 옷에 묻은 먼지와 풀들을 털어내며 일어섰다.
"촬영 끝났어? 왜 다 풀어 헤치고 있어?"
"아, 응?"
그제야 내 꼴을 보니 생각보다 더 가관이였다. 베스트 단추는 몇 개 뜯겨 있었고, 두어개 풀려있던 와이셔츠 단추는 반 넘게 뜯겨나가 가슴팍이 훤히 드러나 있는 데다 눈앞에 머리칼이 왔다갔다 하는 걸 보니 세팅한 머리가 다 풀어진 모양이다.
"아.... 나는 촬영 다 끝나서 괜찮아."
"너만 괜찮으면 다야, 앙?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습니다..... 이 빚은 따로 갚겠습니다....."
할 말이 없으니 얌전히 찌그러지며 사과하자,
"호오..... 진짜?"
뭔가 은하의 눈빛이 먹이를 찾은 육식동물의 눈빛으로 바뀌였다. 나, 단어 선택을 잘못한 거 같은데..... 목울대가 위아래로 크게 진동했다.
"....그럼 이따 밤에 차 한잔 준비해 놓고 있어. 너 마실 거 따로 챙겨왔지?"
"어? 으, 으응...."
얼타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나 지금이나 단 걸 별로 안 좋아하던 나는 이것저것 취향을 찾아보다가 허브티에 빠졌고, 가끔 시간날 때마다 바이올렛 씨나 하이드 씨를 통해 독특한 차를 모으고 마시는 취미가 생겼었다. 여기서도 마실려고 챙겨 오긴 했지만..... 굳이 내 거를? 바이올렛 씨 차가 더 훌륭할 텐데?
"좋아. 디저트까지 잘 준비해 놔라. 그거 보고 뭘로 갚을지 결정할 거니까."
은하는 그렇게 말하곤 촬영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일단 급한대로 내 실 능력으로 단추를 꿰메며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중, 옷 안쪽 내 가슴에 무언가 묻은 걸 보곤 확인해보았다.
껴안았던 순간 찍힌, 은하의 루주 자국이였다.
황급히 루주를 지우고서 옷 정리를 끝내고, 촬영 현장으로 다급히 돌아갔다.
(中)으로 계속....
(中)
"휴..... 피곤해...."
늦게까지 이어진 촬영을 마친 우리는 저녁은 간단하게 먹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도 이런 현장은 익숙지 않아 그런지 피로가 몰려와 옷도 안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버렸다.
각종 포즈들을 다 시키긴 했지만.... 확실히 박심현 씨가 프로듀스 하고 하이드 씨가 찍은 사진의 결과물은..... 솔직히 말해 감탄이 나오긴 했다. 이게 정말 우리인가 싶긴 했지.
혼자 피식 웃곤 씻으려 옷을 벗으려다가, 낮에 단추가 뜯겨나간 흔적이 눈에 띄였다.
"아... 이것부터 꿰메고 씻을까. "
옷을 손상시켜서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각자에게 맞춤 의상으로 지급된 거라 변상할 필요 없고 가져가면 된다고 했다. 남자 쪽이야 뭐 괜찮지만(미스틸 빼고).... 여성진들은 입기는 할까....? 베스트를 벗고, 와이셔츠도 벗으려다가 가슴팍에 묻은 무언가가 눈에 띄였다.
낮에 묻었던, 은하의 루주였었다.
"하아..... 진짜......"
미처 다 닦아내지 못한 흔적이 보이자 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막 넘어졌을 땐 뭘 느낄 새도 없었지만 눈 뜨고서 그녀를 봤을 때 부턴....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모든 게 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부서질 것만 같이 작고 여린 여자의 몸....
그 얇은 옷 너머로 느껴지던 체온과 부드러움....
화장품과 향수에 섞여 들어온 그녀의 향....
가녀린 듯 아름답게 빛나던 그 눈동자까지.... 쉽사리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에잇.... 그만, 그만.....! 바늘.... 바늘....."
억지로 기억을 묻어버리고 다급히 하이드 씨에게 빌려온 반짓고리를 열어 단추가 뜯겨나간 와이셔츠와 베스트를 꿰메기 시작했다.
".....후흐흐흥~♪"
간만에 실을 전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상 생활에 쓰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흥이 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느질을 끝내고 괜찮은지 시착도 해보고 나니까, 뭔가 흥이 더 솟아났다.
"이 방.... 꾸미면 나름 분위기 있겠는데?"
그렇게 흥이 폭발한 나는 집주인들의 허락도 없이(!) 방을 꾸며보기 시작했다.
진짜 하우스키퍼처럼 방 먼지를 싹 치우고, 침대를 싹 정리하고선 연출용으로 가져 왔다던 장미꽃을 얹어 보았다.
연출용 리본끈으로 방 주위에 장식도 해 보고, 커튼 열고 방 테라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불까지 끄고선 촛불을 딱 켜보자, 환한 달빛과 촛불빛이 어우러지며 방 안을 은은하게 밝혔다.
평범한 고성 손님방(비포)가 작정하고 아늑하게 꾸민 안방(애프터)으로 바뀐 모습으로 만들고 나서야 나는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대로 아드레날린이 빠져나갔고 이성이 머리 속에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남의 집을 이렇게 맘대로 꾸며도 됐.....으려나.....?"
생각치도 못한 예쁜 깽판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왠지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다시 원상 복귀 시키면 괜찮을 거야.... 응......
다시 정리하려다가 시계를 보는데 벌써 새벽 2시였다! 다 끝나고 방에 온 게 10시였는데 4시간동안 나 혼자 뻘짓하고 있던 거야!? 급한 것만 먼저 정리하려고 손을 대려는데,
똑, 똑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난리 치는 걸 누가 들었나!? 설마 사냥터지기 팀원은 아니겠지....?
긴장한 채 천천히 문을 열어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손님이 서 있었다.
"은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허? 밤에 온다고 했잖아. 잊었냐?"
되려 돌아온 까칠한 답변에 그제야 낮의 기억이 떠오르며 아차 싶었다. 그치만 2시면 새벽인데? 이 늦은 시간에 올 필요가 있나?
"어, 일단..... 들어오세요?"
"엎드려 절 받기네."
나는 까칠하게 가시돋은 은하를 방 안에 들였다. 아, 근데 지금 방이....!
"....뭐냐, 이 꼴은?"
의도치 않게 내 흥의 결과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꼴이 되어 버렸다. 은하는 방을 슉 둘러보고는 그대로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안 돼!! 각잡은 침대가!!!
속으로 절규하면서 나는 차 끓일 물을 데우기 시작했다.
"근데 너무 늦게 온 거 아니야? 그냥 새벽인데?"
"그냥. 이 때 오고 싶어서. 뭐, 불만 있어?"
"아니야.... 차 뭐로 할래? 라벤더랑 카모마일, 카카오닙스 챙겨 왔...."
차들을 꺼내다 은하를 본 내 손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불법 방 개조(?) 때문에 그것만 신경 쓰느냐 은하의 모습을 제대로 못 봤었는데..... 은하는 낮에 보았던 그 짧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그,저.... 은하....? 왜 아직도 그거 입고 있어....?"
솔직히 저 모습, 심장에 좋지 않아서 다급히 시선을 돌리곤 물어보았다.
다른 여성진(얘들 제외) 의상을 봤을 땐 당황스러운.... 어이 없는 것 말곤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상하게 은하의 저 모습은 묘하게 매력적이랄까, 심장이 마구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물을 시간에 일단 차 먼저 주지? 카카오로. 디저트도 있으면 내 놓고."
"맡겨놨냐!?"
은하의 재촉에 꽥 소리를 지르곤 일단 침대 앞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차와 입맛에 맞아 챙겨온 디저트를 꺼내 세팅했다.
"약과 러버가 웬일로 초콜릿이래?"
초콜릿을 집어 든 은하가 한 입 먹더니, 눈가가 찌푸려졌다.
"이거.... 그냥 설탕 없는 거 아니야?"
"아니, 그냥 카카오 90% 함량인데?"
"좀 더 단 걸로 챙겨 오지..."
은하는 불평하면서도 초콜릿 하나를 깔끔하게 먹더니, 손가락에 남은 걸 할짝 핥아먹었다.
미치겠네, 진짜.....!
은하의 모습을 보자니 어색할 정도로 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은은한 분위기로 만든 방에 저렇게 메이드복을 입은 채로 묘한 **로 손가락을 핥는 모습은.... 유혹하러 온 불량 메이드 같아서 이성이 아슬아슬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하우스키퍼를 1위로 선정한 건가!?
진정, 진정.....
속으로 진정을 외치면서 의자에 앉으려니,
"거기 말고, 여기 앉아."
은하는 자기 옆 침대 빈 공간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 왜요....?"
"앉아."
"넵."
당장에라도 칼로 찌를 것 같은 눈빛에 나는 반항 없이 그대로 얌전히 앉았다.
"......"
"......"
어색해 죽겠네, 진짜....!
서로 말도 없이 있으려니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아니, 어색한 것보다는.... 내가 꾸며버린 방 분위기와 지금 상황 때문에 묘한 기분이 들어서..... 그것 때문에 심장 떨려 죽을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알는지 모르는지 은하는 다리 한쪽을 딱 꼬곤 차만 마시고 있다가,
"....좀 생각을 해 봤는데,"
"네!? 뭘요!?"
잔뜩 긴장한 채 되물어보며 시선을 돌리니,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은하의 눈과 시선이 마주했다.
"빚, 뭘로 받을까 했는데..... 이걸로 하려고."
은하가 뭔가 무서운 눈빛으로 천천히 다가오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다가 침대 헤드보드에 등이 딱 맞닿았다.
"양손, 잠깐 머리 위로 올려 봐."
거부권이 없을 것 같단 느낌에 나는 순순히 팔을 올렸고.... 은하는 침대에 장식했던 리본을 순식간에 내 팔에 뒤엉켜 놓고서 한 손으로 내 양팔을 붙잡았다.
"으, 은하야....?"
"지금 뭘 해도 반항하지 않기. 그걸로 빚, 청산하기야."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탄 은하의 두 눈은, 포식자와 같은 눈빛이었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은하의 눈과 당혹감으로 촉촉이 젖은 내 눈이 서로의 시선을 얽는 와중, 은하는 옆에 나뒹굴고 있던 초콜릿을 집어 들어 입에 살짝 물고선.....
"우욻!?"
그대로 입을 겹치며 혀를 얽기 시작했다.
(이 뒤부터는 수위상 진짜 불가, 찐 금지입니다)
Illustrator : 모미미 작가님 𝕄𝕆𝕄𝕀𝕄𝕀 (@mo_mi_mi_) / X (twit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