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6 센텀시티 Part.2 1화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Heleneker 2024-09-06 3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불꽃을 뚫고 떠나가는 그 뒷모습을.... 죽음을 각오한 그 눈을......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한 나는, 나의 부족함을 저주한다.
그분의 등을 지탱해줄수 없었던.... 나의 나약함을 저주한다.
"지나씨의 도움으로 시간을 벌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에요."
하지만, 상황은 나 스스로를 저주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고... 또 지하수로의 다른 통로로 플라이 타입들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거기다 다시 전파 방해가 일어나서... 외부에 지원요청을 할 수조차 없죠. 따라서 여러분은 부상을 치료하신 후에, 다시 통로들을 막으러 나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정말이지 죄송해요... 생환하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위험한 임무를..."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 기꺼이 수행하도록 하지."
응... 어차피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으니까."
최악만을 겨우 피한 상황이였기에 우리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리고 나도....
"....지금은 몸이라도 움직여야 딴 생각이 안 들 거 같네요."
모두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보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였음에도 알 수 있던 유대를 신경 쓰는 거겠지. 아직 다 추스린 건 아니였지만.... 나는 일부러 더 웃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러고 보니 다른 클로저 분들은요? 신서울지부 분들은 아직 깨어나시지 못했나요?"
"네... 응급 처치는 끝냈다고 하는데... 다들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계세요. 오메가 나이트와의 교전에서 입은 육체적, 정신적 충격이 생각보다 큰 모양이에요."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메가 나이트.... 놈의 외형도 정신적인 부담을 주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출력은 무지막지 했으니까.
"슬비는.... 검은양 팀도 마찬가지고요?"
"네.... 아... 은하 씨는 이슬비 요원과 친구라고 하셨죠. 걱정이 되시면 허유미 경감님께 가 보세요. 특경대가 거점의 구호소로 클로저 분들을 모셔 왔을 테니까요."
"가는 김에 여러분들도 부상을 치료 받고 오시고요."
"가자. 치료 받아야 나가든 하지..."
"그래.... 가 보죠."
우리는 서로 부축하면서 구호소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
"아, 시궁쥐....팀 여러분 오셨군요."
구호소에서 치료를 전담하고 있던 허유미 경감님이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팀 이름으로 불리니.... 상당히 어색하군."
"그러게요. 뭔가 낯간지럽달까..."
나도 그렇지만 모두가 이름으로 불리다가 팀명으로 불리니 상당히 어색해 하고 있었다.
"팀명으로 불리는 게 아직은 어색하신가요? 이해해 주세요. 구호소에 다른 팀분들도 계시는지라, 구분짓지 않으면 진료 기록이 섞일 수 있거든요."
"그나저나 여러분... 부상들이 있으시군요. 이리로 와서 한 분씩 치료를 받도록 하세요."
각자 치료를 받는 와중, 치료를 얼추 먼저 끝낸 은하가 허유미에게 살며시 물어보았다.
"...저, 의무병 언니. 치료 끝내고 나서 클로저들 면회 좀 하고 싶은데.... 가능해요?"
"네? 아... 친구 분이 계신다고 하셨죠.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네요. 그럼 상태들이 어떠신지만 살짝 보고 와주세요. 혹시라도 깨우지 않게 조심해주시고요."
각자 치료를 마치고는 다시 모인 우리는 면회갈 사람만 조용히 구출해온 클로저들의 구호소로 면회하러 갔다.
16명의 위상능력자들이 줄지어 누워있었지만 침상에 각 클로저들의 이름이 붙어있어 누가 누구인지 금새 알아보았다.
서지수 누님을 떠올리자마자 순간 처 맞았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림을 치며 얼른 그를 지나쳤다.
"은하... 누구 보고 있어? 검은양.... 이슬비? 쟤가 네가 말한 그 친구구나?"
"친구....였었지. 예전에."
"예전에? 그럼 지금은? 안 친해? 이제는 친구 아냐?"
"....모르겠어. 그 사이에 우여곡절이 좀 많았으니까. 사실,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
"자온은 누구 보고 있어? 검은양.... 제이?"
"제이라면.... 설마.....!"
"응. 이분이 알파 나이트라고 부르는.... 진짜 나이트이시지."
내 안에 있는 형님의 기억과는 상당히 다른 분이셨다. 아마 나이를 먹으신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느껴지는 힘의 크기가 너무나도 약했다. 정말 티클에 가까울 정도로.... 미약한 힘이였다.
키이이잉-----
눈을 통해 그분의 기억 일부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이 망가지고, 힘을 잃어 버려지고, 전쟁의 여파로 밤마다 제대로 잠 못 이루는데다 외상후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수련하는 모습이 보였고, 다시 싸우러 나갈때마다 떨리는 손을 꽉 쥐며, 아이들의 가장 앞에 나서서 싸웠다.
"....역시, 당신은.... 그 시절 그 때의 나이트네요."
형님의 기억처럼 여전한 나이트의 다정한 마음에 무심코 미소가 지어졌다.
싸락-----
천막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조용히 구호소를 빠져나갔다.
"루시...?"
얼핏이였지만 분명 금발 머리칼이였다. 문 앞의 누군가를 보고 간 건가?
"김철수랑 같이 돌아간 줄 았았는데..."
"우리 꼬마 언니도 이중에 아는 사람이 있었던 건가?"
"그 누구를 찾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이분 아니야? 늑대개 팀의 레비아."
구호소 문 앞 침대에 누워있는 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늑대개 팀의 레비아. 루시가 가끔 찾았던 기억이 있는데.... 차원종이라고는 들었지만 용의 일족인걸까?
의문을 뒤로 한채, 이제는 거점 방어를 하러 서둘러 구호소 밖으로 나섰다.
******
"다들 면회는 잘 갔다 왔나?"
"뭐.... 그냥요."
"부상들은 괜찮은 건가? 부상이 심하다면 무리하지 마라. 작전 수행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니."
"이 아저씨가 또 뭐래... 완전 멀쩡하니 걱정 마시죠."
"김철수 너도 화상 제대로 입었었으면서 멀쩡한 척 하긴... 너야말로 제대로 치료받은 거지?"
"그래.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럼 됐어. 지금 다들 몸상태는 비슷하니까.... 괜히 혼자할 생각 하지마. 팀이잖아, 우린."
"그래요. 따돌릴 생각일랑 하지 마세요!"
"알았다. 그럼 감찰관한테 가도록 하지."
"철수 형! 잠시만요. 브리핑은 제가 하도록 할게요."
"수현? 네가 브리핑 한다고?"
"네. 오세린 감찰관님의 지시예요. 작전의 성격 상, 제가 설명드리는 게 낫다고 하셔서요."
"내용이 뭐길래?"
"다름이 아니라 지하수로의 통로들 위치 때문이에요. 공식 명칭은 센텀시티 지하하수관거라 하는데... 들어가보셨으니 아시겠지만 미로나 다름 없는 곳이에요."
"그랬죠. 자온 씨가 안내해주지 않으셨으면 나오는데도 한참 걸렸을 거예요."
"그런데 이 수로가 지상으로 나오는 통로들이 한 군데가 아닌지라.... 맵 데이터가 없는 상태로는 제대로 된 위치조차 찾기 힘들어요."
"그런데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하신건지.... 저희 형님.... 민수호 시장님이 맵 데이터를 보내주셨더라고요. 전파 방해가 일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통신에서요."
수현은 가방에서 여분 태블릿을 우리에게 나눠주며 맵데이터를 띄웠다.
"하하... 정말이지 당해낼 수가 없다니까요. 괜히 정적들에게 유비무환의 화신이라 불리는 게 아니에요. 어쨌든, 주셨으니 감사하게 써야죠. 4차원 투시도로 되어 있으니 외우시기 편할 거에요."
"그래. 주셨으니 감사하게 외워...... 응?"
뭐지? 내가 잘못 들었나? 깜짝 놀라서 퍼뜩 고개를 들어보니,
"잠시만요, 수현 형씨. 뭘 외운다고요?"
"어... 그야 물론 맵 데이터죠. 전파 방해가 일어나서... 제가 통신으로 안내해드리고 싶어도 불가능하니까요."
나만 잘못 들은 게 아닌 모양이다. 모두가 나와 같은 표정으로 수현을 보는 와중, 막상 수현은 뻘쭘한 얼굴로 말꼬리를 흐리며 말했다.
"다, 다들 힘내주세요! 지상 출입구 다 합쳐도 50개는 안 되니까요!"
"네? 오, 오십개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지하 내부 구조도 외워두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이 형씨가 자긴 안 들어간다고 막 얘기하네?"
실 능력으로 수로 파악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자마자 머리가 아파왔다. 말도 안되는 너비에 복잡한 통로, 거기에 차원종들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하면서 전두엽이 쪼개질 것같던 다양한 상황의 복잡함.... 실시간 파악도 머리 아팠는데 이젠 그걸 외우라고?
"....저기가 차원종 소굴만 아니였으면 저 안에다가 확 떨구고 와버릴텐데."
아주 자아아암깐 빡 쳐서 중얼거려 버렸다.
"네!? 자, 자온 형, 뭔가 무서운 얘기 하시지 않으셨어요?"
"기분 탓이야, 기분 탓."
"기분 탓이 아닌거 같은데요!?"
수현의 절규를 못 들은 채 하곤 우리는 구시렁 거리며 지하 수로 암기를 시작했다.
TO BE CONTINUE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아니, 시간 날때마다 개정 작업하고 있었으니 오랜만은 아닌가요?
어쨌든.... 현생은 여전히 바쁩니다. 개정 작업도 쉬는 날 겨우겨우 카페인 빨며 하고 있어요.....
뭐, 중요한 사실은 드디어 곧 4부까지의 개정 작업이 곧 마무리 됩니다! 약 반년 가까이 했는데.... 오타도 오타지만 설정 오류에 제가 봐도 복잡했던 설정들..... 갈아엎고 다시 쓸 때마다 처음 올렸던 그 당시의 저를 좀 줘패고 싶더라고요....
개정 작업 이제 곧 마무리 되니 시간 나실 때 둘러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부 마지막화 개정 때 일러도 개정이 살짝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