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가 찾아왔다!!
Frieren 2024-07-25 1
※ 리아 강남 GGV, 국제공항 스토리 위주의 날조글
※ 국제공항과 센텀시티 시간 사이쯤에 스컬 파이터즈 병문안 간 리아
신서울 국제공항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어느 병원. 해당 병원은 일반 병원이었으나 위상능력자 전용의 병실이 마련되어 있는 다소 특이한 병원이었다. 보통 유니온 소속 클로저들은 부상을 입으면 유니온 지부마다 마련된 의무실로 가는 것이 관례였으나, 찰과상이나 골절 같은 – 위상능력자에 한해서만 가벼운 부상이었다 – 가벼운 부상을 입은 위상능력자…… 아니, 클로저의 경우에는 간혹 이런 병동에 입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런 병원의 경우에는 면회가 아주 쉬운 편이었다.
“선배들! 나 왔어!”
조용한 병동에서 누군가가 문을 세게 여는 소리와 동시에 이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필시 문을 저렇게 열고 재낀 사람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병원인데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재 이 병실에 머물고 있는 환자는 딱 두 명뿐이었다. 그리고 그 두 명 모두 지금 문을 박차고 온 사람과 구면이었다.
어째서인지 실내에서까지 – 그것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명목상 환자임에도 – 수상한 해골 마스크를 쓰고 있던 두 사람 중 하나가 – 분명 자신을 <스컬 파이터즈> 팀의 스컬 1호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 먼저 자신의 병실에 갑작스럽게 난입한 사람의 정체를 꿰뚫었다.
“아, 너로구나! 여기는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긴! 설마 후배가 두 번이나 같이 임무 수행한 선배 병문안도 못 오겠어?”
간단히 설명하자면, 리아가 병문안을 왔다. 그것도 한 손에는 병원 근처에 있는 편의점 봉투를 들고서.
자신의 손에 들린 편의점 봉투에 대해 리아는 물어**도 않았는데 즉각 설명해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병문안인데, 빈손으로 오기는 좀 그래서! 공항 근처에는 열은 가게가 없었는데, 병원에 오니까 다행히 영업 중인 편의점이 있더라고. 그래서 선배들 병문안 선물도 같이 사왔다 이 말씀!”
“괜히 후배 손을 빌렸네. 그냥 이렇게 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말이야.”
“아니, 아니야! 내가 사오고 싶어서 사온 거니까!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그리고 그렇게 막 거창한 것도 아니야.”
리아가 주섬주섬 봉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칼로리가 낮다고 광고하는 컵라면 세 개, 황도 복숭아 통조림 하나, 유명 브랜드의 녹차 음료 세 병. 그리고 새우 과자와 감자칩이 저마다 한 봉지씩 있었다. 그 중에서 리아가 가장 중요하다며 꺼낸 것은 캔따개였다.
“짜잔! 보다시피 캔따개도 사 왔으니 통조림을 못 여는 불상사는 없을 거란 이 말씀!”
마치 캔따개가 없어서 불상사를 겪었던 것과 같은 뉘앙스였다.
“그보다 괜찮은 건가? 듣자하니, 다음 작전이 있다고 했는데.”
아까부터 유독 조용하던 스컬 2호가 리아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리아는 예쁘게 종알댔다.
“아, 센텀시티까지 가는 차량 수배를 아직 못 해가지고,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나? 그 정도 여유가 있으니 그동안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선배들 병문안을 온 건데……. 이렇게 보니 병문안이라고 하기도 뭣하네, 그렇게 오래 있지도 못 해주고.”
“그렇지 않아! 리아 후배가 와준 것만으로도 벌써 다 나은 기분인 걸?!”
저렇게도 열과 성을 다해 칭찬 같은 걸 해주니, 도리어 리아 쪽이 쑥스러워졌다. 그래서 리아는 괜히 들고 있는 애꿎은 컵라면 비닐만 손톱으로 찍어 눌렀다.
아무래도 화제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았다. 마침 저녁과 가까운 시간이었고,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은 컵라면이었던지라 리아는 재빠르게 화제를 그쪽으로 변경했다.
“아하하……. 선배들, 나랑 같이 컵라면 먹을래? 아, 병원이라서 안 될까?”
“그 정도는 괜찮을 거야, 그렇지, 2호?”
“……그래, 그 정도는 문제없을 거다.”
이런 분위기에서 거절한다면 그것도 선배의 도리가 아닐 터. 2호는 그렇게 혼자 생각했다. 정작 1호는 병원식이 아닌 것을 먹는다며, 오랜만의 작은 일탈이라며 잔뜩 신나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리아마저도 약간 들떠 있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스컬 2호가 봤던 어쩐지 들떠 보였던 리아의 모습이 마냥 착각이 아니었음은 다 익어 가는 컵라면을 앞에 둔 리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컵라면 진짜 오랜만에 먹어 본다~”
단순히 감상만을 남기는 게 아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 그녀가 속했던 유러버즈의 데뷔곡 멜로디인 것 같았다 – 것으로 보아 스컬 2호는 자신이 봤던 1호와 같이 들떠있던 모습을 허투루 본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런 2호와 달리 1호는 남다른 감상을 할 뿐이었다.
“아이돌 때의 체중 관리를 아직까지도 시키는 거야? 그거 가혹하네.”
그러자 리아가 손사래를 쳤다.
“가혹한 거 아니야. 그냥 습관이 된 거야. 왜, 헬스가 습관이 된 사람들이 일정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거나 하는 그런 기분!”
“……그거랑 이거는 좀 다른 것 같다만.”
“그래도 나 아이돌 때보다 잘 먹고 잘 자고 있다고? 다만 컵라면만 가끔씩 먹는 거라고. 컵라면 볼 때마다 자꾸 리더 언니가 떠올라가지고.”
지금도 바로 옆에서 아이돌이면 체중 관리가 필수인데, 이렇게 칼로리 높은 거 먹어도 되는 거야?! 할 것만 같아. 1호는 리아의 자신을 향한 핀잔이 무척 흥미로운 듯 보였다.
“그래서? 만약 리더 언니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후배는 뭐라고 할 것 같아?”
“아이 참! <잔국수> 정도면 괜찮잖아! 칼로리도 다른 제품들보다 낮다던데! 그리고 그만큼 내가 더 운동하면 되지! ……라고 할 것 같아.”
혼신을 다해 유러버즈의 리더를 연기하던 리아가 조금 울적한 표정으로 먼저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런 리아가 듣지 못하게끔 1호와 2호는 바짝 붙어서 서로의 판단을 각자 공유했다.
“추억…… 인건가.”
“추억…… 인거겠지.”
누가 영혼의 파트너가 아니랄까봐, 서로가 내린 결론마저도 똑같았다.
더는 말하지 말자, 라고 암묵적으로 의논을 끝내고 있는데, 리아의 명랑한 목소리가 그들의 양심을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배들은 안 먹어? 혹시 내가 선배들 얼굴을 봐서는 안 되는 거라면, 내가 뒤돌아서 먹을까?”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렇게까지 후배에게 눈치를 주는 선배들도 아니야.”
“응? 그런 거 아니었어? 얼굴을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는 컨셉이라도 있었으면 지켜주려고 했었는데.”
“……왜 우리가 그런 컨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2호의 질문에 리아는 바로 대답했다.
“그야 정의의 히어로니까? 나도 어렸을 때 티브이에서 많이 봤어. 그리고 보통 그런 히어로들은 가면을 쓰고 다니니까? 그리고 나도 아이돌 활동 할 때 소속사에서 정해준 컨셉으로 다녔으니까, 컨셉을 가지고 일한다는 게 나한테 막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고.”
……컨셉을 가지고 아이돌 활동을 했다고? 그런데 지금 리아가 자신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말투며 행동 등은 티브이에서 보던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는 했지만, 이런 건 물어보는 게 아닐 터였다. 리아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컨셉에 대해 딱히 의문을 가지지 않은 채로 이해해주었으니까. 그렇다면 이들도 리아의 티브이에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에 대해서 뭐라고 푸념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이돌과 일부 클로저들의 공통점에 대해서는 참으로 흥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맞아. 그리고 실제로 그런 히어로 컨셉으로 활동하던 클로저분들도 계시기도 했어.”
“우와, 그렇구나? 그럼 그분들은 선배들의 롤모델인 거구나?”
“……롤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지. 그분들은 우리의 우상(Idol)이니까.”
“선배들 멋진 거 같아! 다만 해골 마스크가 좀 깬다고 해야 할까?”
해골 마스크는 어쩐지 정의의 편인 느낌이 안 든다고나 할까. 리아의 감상평에 1호는 엄지손가락을 자신의 얼굴 – 정확히는 해골 마스크 – 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일부러 이 마스크로 선택한 거야.”
“일부러?”
“그래, 차원종들과 싸울 때 우리를 보는 시민분들이 계실 거 아니야. 그분들 눈에 우리가 차원종보다 더 약해보여서는 안 되잖아?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긴급한 상황에서 우리 클로저가 절대 지지는 않겠다는 믿음을 빠른 시간에 보여드려야 하니까.”
“우와……! 나 방금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어.”
리아는 진정으로 진리를 하나 얻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돌고 도는 대화에서 또 하나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선배들, 마스크를 쓴 채로 먹을 거라는 소리지?”
“……입이 어쩔 수 없이 보여지는 건 비밀로 해주기 바란다.”
“알았어~ 선배들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어차피 이 멋진 비밀을 어느 누구에게도 함부로 누설하고 싶지도 아니했다.
수상한 마스크를 쓴 선배들이 걱정한 것과 달리 아이돌 생활이 마냥 가혹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곡 활동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는 항상 유러버즈 멤버들과 함께 근처 일본 라멘 가게로 가 라멘을 먹곤 했다. 내일부터는 운동을 더 하자고 멤버들과 약속을 하면서. 사실 리아가 클로저 선배 둘에게 컵라면을 먹자고 조른 것도 그때가 문득 떠올라서 했던 어리광이었다. 그리고 실로 그때로 살짝 돌아간 기분에 리아는 기쁘면서도 살짝 슬퍼졌다.
그렇게 그 기름진 한 끼 식사가 끝나고 나면 유러버즈 멤버들은 곧장 노래방으로 향했다.
명색이 아이돌이 노래방에 갔는데 노래만 하고 끝날 리가 없었다. 곧장 노래방에서의 점수로 그 주의 숙소 청소 담당을 정하는 것마저도 아이돌 그룹 같았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을 것이다. 아이돌 그룹 유러버즈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윤리아. 그러니 리아가 해당 노래방 내기에서 졌을 리는 없을 거라고.
하지만 노래방 기계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 의외로 그런 부분에서는 유러버즈 멤버들은 나름(?) 공정한 내기를 하였다.
그 시절에 대해서, 그저 리아는 그것만을 생각했다.
자신은 참으로 운이 좋았다, 라고.
연습생들 중에서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는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나이순도 아니었고, 실력순도 아니었다.
그저 눈에 띄기만 한다면.
그때부터 아이돌이었다.
사실 리아가 아이돌이 되고자 한 것도 어찌 보면 우연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클로저로 활동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정확히는 ‘그 사람’에게서 버림을 받은 후에 더욱 성장할 의욕도 나지 않아 결국 자신이 나고 자란 보육 시설로 돌아왔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더 잘할 수 있었다면서 자신을 버리고 간 이를 원망하면서 울고 있던 그 시기 즈음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을 때.
그 때 보육원장 언니의 그 말 한 마디가 없었더라면 아마 리아도 그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보육원장 언니는 리아에게 어느 날 넌지시 말했다.
-리아야, 애들이 네 노래를 정말 좋아해.
-그래?
심드렁하게 이불을 널고 있던 리아에게 언니는 이와 같이 말했다.
-나도 네 노래가 너무 좋아.
-그래? 그럼 이불 너는 것도 심심한데, 한 소절 불러줄까?
그렇게 언니가 즐겨 듣는 가요 소절을 한 번 제창하니, 어느 사이 낮잠에서 일어난 아이들이 리아의 주변을 둘러싸고 저마다 신청곡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노래를 부르다 보니 한결 가벼워진 기분에 리아는 보육원장 언니에게 넌지시 말했다.
-언니.
-응?
-나, 하고 싶은 거 생겼어.
그리고 그 길로 바로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더랬지.
리아는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 자신이 아무리 운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아예 안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것이 서글펐다.
아직 들려주고 싶은 노래며, 보여주고 싶은 춤이며 많았는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던 게, 솔로곡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솔로 파트가 있는 그룹곡을 그런대로 음악 시장에 내놓았다는 거? 적어도 그 데이터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은 아이돌 리아의 목소리는 언제까지고 들을 수 있다는 거?
춤도 뭐……. 비슷한 연장선상이다. 요즘 카메라 화질이 좋으니까…….
그래도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노력, 그래도 많이 했었으니까.
그리고 우연찮게 찾은 거긴 했지만 리아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이제는 순도 100%의 기쁜 마음으로 온전히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그저 서글펐다.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서도.”
짧은 선배들의 병문안을 끝낸 리아는 병원 밖으로 나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의외로 홀가분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실패했던 경험이 떠오르면 흑역사라면서 막 자신의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애썼는데. 아니, 지금도 신출내기 클로저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이 하는 부끄러운 행동들은 흑역사라면서 완강히 전력으로 거부를 하고는 있다만.
신기하게도 최근에 가장 크게 좌절했던 ‘아이돌이 아닌 윤리아’를 떠올려도, ‘아이돌이었던 윤리아’를 떠올려도 그저 살짝 가슴이 아린 정도이지, 그렇게 커다란 울분까지는 느껴지지 않아 그것에 대해 리아 본인도 놀라워하고 있었다.
이 정도 좌절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 성장한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좌절을 아예 안 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아직 나는 ‘그것’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는 걸까? 사실은 왕 큰 겁쟁이라던가?
저 둘 중에 하나라면 리아는 속이 좀 썩을 것 같았다. 아이돌이라고 하던 윤리아의 꿈은 그렇게 하찮은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진실을 대면하기에는 또 두려웠다.
리아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럴 때마다 아직도 자신은 완연한 클로저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윤리아, 클로저 관두겠습니다! 라고 하기에도 조금 멀리 온 것 같달까.
클로저가 싫은 게 아니다.
그저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요원복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아이돌 연습생 초기에도 그러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전혀 달랐다.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춤을 잘 추는 것 또한 다른 분야였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어쨌든 아이돌을 했었잖아? 물론 커다란 성과, 라고 할만한 것은 리아 기준에서는 없었던 것 같았지만.
그러니 지금 입고 있는 요원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때가 된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비로소 자신은 클로저다, 라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안 하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대해 리아는 자신을 이렇게 간추렸다.
“어? 나 의외로 적응력 대단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