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소녀 [신서울 - 6.]
fithr 2024-04-14 0
“후- 피곤하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해둘까.”
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
태블릿을 켠 후 식사 시간 같은 시간을 제외하곤 공부에만 열중한 가연은 하루 동안 꽤 많은 진도를 나가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며 기지개 켜더니 아직 병원 소등까지 시간이 꽤 남았길래 잠시 병원 안을 돌아다니기로 하고 병실을 나서 조금 걸었다.
‘그러고 보니- 이 병원 희망 씨랑 애들이 입원한 곳이었지.’
그런 생각을 하자. 가연은 애들과 희망을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을 생각하면 애들은 슬슬 잘 시간일 것 같았고, 희망 역시 면회를 허락해줄 것 같지 않았다.
‘역시 그냥 좀 걷다가 병실로 돌아가야-.’
“어-. 가연 언니!”
복도를 걸으며 잠깐의 여유를 느끼던 중 옆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
“? 아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아라가 반갑게 웃으며 가연을 향해 다가왔다.
“와아- 연이 언니, 여긴 무슨 일이야. 나 보러 왔어?”
“어- 그렇지. 우리 아라도 보고, 다른 애들도 보려고 왔지.”
자연스레 아라의 눈높이에 맞추려 몸을 숙인 가연은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며 아라를 맞이했다.
하지만-
“응? 그런데 연이 언니. 왜 그 옷을 입고 있어.”
한창 미소로 가득했던 아라의 눈에 들어온 가연의 복장에 점차 아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니, 혹시 어디 다친 거야… 많이 아파….”
“아, 아니야. 언니, 안 아파. 우리 아라랑 다른 애들처럼 병원에서 잠시 검사받아야 할 게 있어서 그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이던 아라에게 괜찮다며 따스한 목소리로 답해주며 아라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진정시키자 가연을 바라보며 정말…? 이라 묻는 아라를 보곤 살며시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럼 정말이지. 우리 아라, 언니가 다쳤을까 봐 걱정했구나. 착하기도 하지.”
자신을 걱정해준 아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칭찬하였고, 가연의 손길에 아라 또한 기분 좋은지 예쁜 미소를 보여주었다.
“아, 다른 애들 보고 싶다고 했었지. 그럼 언니도 같이 가자.”
애들도 언니 보면 좋아할 거란 말을 하며 가연의 손을 잡고 이끄는 아라.
“애들아, 연이 언니가 우리 보러 왔어!”
뭐, 연이 언니가.
와- 연이 누나다!
연이 언니!
병실에 도착하자. 많은 아이들이 가연을 반겼고, 일제히 가연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로 인해 소란스러워져 가연은 어떻게든 소란을 진정시키려고 식은땀을 흘리는데-.
“애, 애들아. 지금 시간도 늦었고, 병원에서는 조용히 해야-”
“어험.”
뒤에서 들려온 헛기침 소리.
그 소리에 경직된 가연이 고장 난 태엽 장난감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아무리 반가워도 그렇죠. 병원에서는 조용히 해주셔야죠. 여기 다른 분들도 계시는데.”
“네… 죄송합니다.”
간호사분에게 딱 걸려 조용히 해달라며 주의를 하는 간호사에게 이런 일 없게 하겠다며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다시 애들이 있는 병실에 들어가자.
“언니….”
“응? 왜.”
간호사분이 돌아가길 기다렸는지 어느새 가연의 곁으로 다가온 아이들.
자신들 때문에 가연이 혼나게 돼 미안하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괜찮아. 애들이 즐거우면 좀 시끄러울 수도 있지.”
시무룩해진 아이들에게 괜찮다며 한결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해주자, 아이들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대신 이렇게 한번 혼났으니까. 다음엔 안 혼나도록 해야겠지.”
네-.
애들은 가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전 섬의 밖으로 나오게 되면 다 같이 놀러 가자고 약속한 대로 놀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도 늦고 아이들을 데리고 쉬이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병실에서 너무 시끄럽지 않게 놀았다.
한 아이들은 가연에게 머리를 땋아달라 하였고, 어떤 아이는 가연의 머리를 땋으며 놀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즐거운 듯 가연에게 말해주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책이나 역할 놀이를 해달라는 등 아이들이 바라는 대로 놀아주자.
“언니.”
다른 애들보다 키도 덩치도 작은 여자아이 한 명이 가연의 옷자락을 붙잡아 당기면서 자기 손에 들린 태블릿을 가연에게 내밀었다.
“응? 이걸 키고 싶은 거야?”
아이가 내민 태블릿을 켜자.
“응?”
화면이 꺼지기 전까지 아이가 보고 있던 건지 영상이 보였고, 아이는 영상을 재생시켜달라 하자.
재생된 영상은 한 젊은 피아니스트가 그랜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담겨있었고, 그 영상을 보고 있자 자신도 모르게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피아노의 음색에 정신이 매료되자.
“언니. 언니도 이거 할 수 있어?”
“어…… 엉? 뭐, 뭐라고?”
“언니, 나 언니가 피아노 치는 거 보고 싶어.”
아이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가연은 순간 당황했고, 병원의 안에서는 아무래도 안되고.
무엇보다 병원 안에 피아노가 있을 리가 없을 것 같아 안 될 것 같다며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려 하자.
“싫어. 싫어! 나 언니 피아노 치는 거 보고 싶어!”
예상치 못한 아이의 생떼에 가연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순간.
“우리 꼬마 친구들, 이젠 그만 코 자야 하는 시간이에요.”
소등을 알리러 들어 온 간호사분이 우연이 아이의 생떼를 듣게 되었고.
“우리 꼬마 친구가 더 놀고 싶었구나. 하지만 이제는 그만 코하고 자야 할 시간이에요.”
“그렇지만… 나 연이 언니가 피아노 치는 거 보고 싶은데… 병원에서는 안 된다고….”
“음… 그럼 이렇게 할까. 우리 친구가 코 자면 내일 간호사 선생님이 언니, 오빠들이랑 같이 연이 언니가 피아노 치는 거 볼 수 있게 해줄게.”
- !?
아이를 재우기 위해 간호사가 한 말에 가연은 심히 당황하면서 저, 저기요…. 라고 간호사를 부르지만-.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 말고.”
그 말에 너무나도 환해진 아이의 표정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졌다.
“그러면 이제 코 자러 갈까?”
“네! 간호사 언니, 안녕히 주세요.”
해맑은 미소를 보이곤 쪼르르 침대에 누운 아이를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이불을 덮어주곤 가연을 대리고 병실을 나온 간호사.
“후우- 오늘은 애들이 기운이 넘치네요.”
“어… 저… 그 죄송-”
“아휴, 죄송하단 말은 하지 마세요. 저흰 오히려 애들이 저렇게 기운찬 모습을 봐서 좋은걸요.”
편안히 풀린 표정으로 시작된 대화에선 아이들이 오늘처럼 활기찬 적이 별로 없었다며, 몸이 안 좋은 것도 있겠지만 지금껏 애들이 전반적으로 생기가 없었는데. 가연이 온 오늘은 다른 또래 아이들과 같이 기운찬 아이의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 말하였다.
“물론 시끄럽게 하시는 건 좀 곤란하지만요.”
“아- 아하하….”
어색한 웃음소리를 내던 가연은 그런데 아까 아이와 한 약속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냐 묻자.
“아- 그거라면 생각해둔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요. …그런데 제가 피아노를 한 번도 쳐본 적이 없어서….”
“음- 그건 어떻게든 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쪽으론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른 거냐며 책망하는 눈으로 간호사를 바라본 가연은-
하아-.
‘오늘 자기는 글렀네.’
한숨을 쉬며 자기 병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