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소녀 [신서울 - 3.]
fithr 2024-02-28 1
“하아… 이 정도면 값을 치를 수 있으려나?”
돌아온 가연이 자신이 모아온 잔해와 반금련에게 알린 잔해를 떠올리며 중얼거리다 무언가를 보게 된다.
“응? 비둘기잖아. 애들이 가지고 온 건가?”
<CONNECTING…… COMPLETE>
“……아, 거기 계신 건 가연 씨, 맞죠?”
“어. 희망 씨, 드디어 다시 만나네요. …직접 얼굴을 맞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네요.”
“네, 저도 기뻐요. 당신을 다시 만나서….”
“네? 이거… 여전히 음질이 안 좋네요-. 죄송한데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다시 만나서 기쁘다고요. 직접 만나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의사 선생님이 격리된 병실에 있어야 한 대요. 아라와 달리… 저는 밖에 나갈 수 없는 처지라서요.”
아라와 달리 격리 병동에 격리돼있다는 희망.
“아라가 일부러 가져와 준 비둘기로, 이렇게 가끔 바깥세상을 보고 있어요.”
하지만, 섬에 있을 때와는 달리 그의 눈엔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나마… 다시 섬 바깥을 보게 됐네요. 고마워요, 가연 씨. 당신 덕분이에요.”
“감사 인사는 나중에 은하 씨랑 루시와 같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해도 안 늦어요. 그런데 몸은 좀 어떠세요? 희망 씨랑 다른 아이들은… 괜찮은 건가요?”
이전에 아라의 부탁으로 아이들과 만나기로 한 가연은 아이들이 괜찮은지에 관해 묻자.
“좋다… 고 말씀 드리고 싶지만…… 상태가 안 좋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더군요.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도 많다고 하고요…….”
“그럴 수가…….”
“그래도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주시겠다고 했어요. 아이들도 섬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면서 좋아하고 있어요. 그러니…… 이걸로 잘 된 거예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본 희망은 그래도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듯이 말하였다.
“……희망 씨는요? 희망 씨의 상태도 괜찮은 건가요.”
“아…… 하하…. 저도 몸 상태가 좋다고 할 순 없더라고요. 아니, 오히려 최악이죠. 의사 선생님께서 절망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방법이 정말로 없는 건가요?”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는 하셨지만… 아직 뾰족한 수가 없으시다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이렇게 잠깐이라도 섬 밖에 나올 수 있어서…… 콜록! 콜록!”
“희망 씨! 괜찮으세요? 네, 희망 씨!”
화면 너머로 연신 기침을 하며 괴로워하는 희망의 모습에 가연이 괜찮은 거냐 소리치자.
“죄송해요. 좀… 누워있어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꼭 또 이야기… 나눠요.”
급격히 악화된 상태에서도 간신히 의식을 유지해 급히 통신을 종료했다.
“희망 오빠…”
“!? 아, 아라야.”
희망에게 감각이 집중돼있어 어느새 옆에 온 아라가 눈물을 보였다.
“의사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 희망 오빠를 고칠거라고 그랬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들, 다들 나랑 눈을 안 마주쳤어.”
분명 슬픔을 머금은 목소리였지만, 표정은 어떻게든 현실을 이해하려는 듯 남한테 슬픔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어른의 표정이었다.
“오빠가…… 우리 곁을 떠나가려는 건가 봐.”
그런 표정을 저 아이가 짖지 않았으면 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만큼 행복한 표정만을 짓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라야,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응?”
“억지로 참지 않아도 돼. 아라는 아직 어린아이인 걸, 울고 싶으면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울어도 돼. 아라의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언니가 옆에 있을 테니까.”
지금만큼은 그 나이에 맞는 아이처럼 가까운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슬픔을 억누르거나 달래는 게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 표출해 조금이라도 이 아이의 마음이 가벼워지기를 이 아이가 억지로 어른스러워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으- 흐윽- 흐… 으아아아-!
잠깐은 망설였지만, 이내 가연의 품 안에 안겨 마음속에 담아둔 슬픔을 쏟아내는 아라의 등을 조심히 토닥여주며 괜찮다고 말해주며 아라의 안에 쌓여있는 슬픔이 사라질 때까지 그 곁에 남아 다독여주었다.
“우리 아라 이제 조금은 괜찮아졌어?”
“……응….”
“그래, 다행이다. 희망 오빠 일은 언니들이랑 한 기남 아저씨가 어떻게든 해볼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눈물로 엉망이 된 아라의 얼굴을 소매로 닦아주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응, 우리 아라는 역시 우는 얼굴보단 웃는 얼굴이 더 예쁘다니까.”
“응… 고마워, 언니. 언니도 웃는 얼굴이 예뻐, 병원에 있는 텔레비전이라는 거에서 본 예쁜 언니들처럼 말이야.”
“그, 그래…?”
“응! 거기서 예쁜 언니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봤어! 나도 크면 그렇게 되고 싶어! 아까 루시랑 은하 언니한테도 같이 하자고 했어! 연이 언니도 같이하자! 전에 들려준 노래도 잘 불렀잖아.”
“어…… 그, 그게…… 어, 언니가 남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건… 좀…”
아라가 기운을 차린 건 기쁘지만, 아라가 한 제안을 상상한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지고.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난 분명 안 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은하가 뒤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 은하 씨. 무슨 일이에요?”
“한 기남 아저씨가 언니를 불러서요. 가서 이야기나 들어봐요.”
할 말을 마친 은하는 볼일 끝났다며 자리를 떴고, 가연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아라와 인사를 나누곤 기다리고 있을 한 기남에게 향했다.
“아… 오셨군요.”
“한 기남 씨,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아, 예. 은하 씨 덕분에 돈을 빌린 사장님들과 잘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칼침 안 맞아서 다행인 수준이기는 했지만… 그게 어딘가요.”
뭔가 뒤에 무서운 말이 썩인 것 같기는 하지만 다행히 문제가 완만히 잘 해결된 것 같았다.
하지만, 뒤이어 말을 내뱉는 한 기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건강검진도 잘 받고 왔고요. 병원에 갔을 때, 희망이랑 이야기를 좀 해봤습니다.”
“역시 많이… 안 좋은 건가요?”
그 표정의 의미를 알고 있는 가연은 정말로 가망이 없는 건지 알고 싶었다.
“캐롤리엘이란 분이 봐주신 것 같은데, 그분에 대해선 저도 압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 중 한 분이시죠. 그분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신 이상……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의료진이 계속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니… 일단은 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
“우울해하고 있기보단 우리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합시다. 핸드폰은 반금련 씨한테 받으셨죠?”
“네, 안 그래도 잔해를 모아가니 아직 턱도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대금 마련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예전의 저라면 금방 준비해드렸을 텐데 말이죠……. 루시 양과 가연 씨가 대금을 마련하시는 동안 저와 은하 씨는 일차로 예배시설의 조사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조사를 나선 역삼동 예배시설.
“하지만 이미 꼬리를 잘랐더군요. 증거를 인멸하려고 불을 질렀는지 전부 불에 탄 뒤였습니다.”
“우울해지는 이야기네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그래, 예배시설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닐 거야. 분명 근처에 몇 군데가 더 있겠지.”
“맞습니다. 제가 들은 예배시설의 위치는 가연 씨 말대로 몇 군데가 더 있습니다.”
다행히 처음으로 확인한 역삼동 말고도 아직 더 있다는 말에 옆에있던 은하가 애용하는 연장을 챙기곤.
“그럼 또 불 지르고 튀기 전에 얼른 가봐야겠네요. 다음 예배시설은 어디 있어요?”
“네, 다음 장소는 차원전쟁 시절 방치된 쇼핑물입니다. 특경대나 클로저들이 가끔씩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걸 제외하면 완벽하게 출입이 통제된 지역이지만, 비밀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어 훈련 중인 클로저나 특경대 대원들도 눈치를 못 챈 모양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유니온과 특경대 내부에도 내통자가 있을 것 같군요.”
“…아니면 처음부터 같은 소속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 부분은… 아무래도 조사를 좀 더 해보면 알게 되겠죠.”
왠지 석연치 않은 기분을 느끼며, 유니온이나 특경대 내부가 어린 시절 생각했던 것처럼 정의의 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예배당은 제가 들어갈 테니 차원종 유인,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직접 들어가시겠다고요? 안 돼요. 너무 위험하다고요!”
“핫핫,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몰래 들어간 적이 있던 곳이거든요. 그때는 참 좋았는데… 에휴…”
“…과거가 후회되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행복한 추억이 많을수록 괴로운 현재가 아닌 행복했던 과거에 얽매이게 되죠. 하지만, 과거에 얽매일수록 앞을 바라볼 수 없게 돼요. 그리고 혹시 모르잖아요, 지금보다 더… 아니, 예전보다 더 행복한 내일이 한 기남 씨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하핫. 그렇군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저도 행복한 내일을 맞이하고 싶으니까요.”
*
“간단히 브리핑을 해드리겠습니다. 나오는 차원종의 종류는 스케빈저와 트룹, 보이드 세 종류로 교전 시 주의해야 할 건 내부에 있는 위상력 억제기를 주의해서 움직여 주세요.”
“알았어요, 그럼 내가 안쪽으로 금발이랑 언니는 각자 다른 곳에서 놈들 시선을 좀 끄는 걸로 하죠.”
쇼핑물의 안은 생각보다 넓었지만, 한 기남이 정보를 빼낼 때까지만 주변 차원종을 상대하면 됐기에 셋이서 같이 움직이기보다 따로 움직여 차원종을 상대하고 강남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끼아아아-!
괴성과 함께 쏘아진 궁시(弓矢)가 쇼핑물 안을 울렸고, 누군가의 곡소리와도 같은 소리에 반응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몰려드는 차원종 무리는 인간을 죽일 생각에 기대하며 도착하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한 소녀를 보고 망설임 따위는 전혀 없이 무기를 휘두르려는 순간.
크륵-!?
무언가가 몸을 구속한 듯 아무리 기를 쓰고 움직이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스르르-
움직임이 봉쇄된 놈들의 앞에 허리춤에 찬 두 자리의 환도가 칼집에서 미끄러지듯 나와 놈들의 목을 수거하였다.
“후우- 이미지라는 게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이전까진 거의 무의식으로 구현한 염력과 같이 대상을 구속하던 힘을 이젠 의식한대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에 뿌듯한 한편 자신의 기술 이름을 지어준 두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였다.
“가위눌림이라- 못 움직임이게 한다는 게 딱 맞는 이름이야.”
그런 말을 남기며 검에 붙은 차원종 피를 털어내곤 챙길만한 잔해를 수집하자.
따각-
“응?”
가연의 귓가에 감지된 의문의 소리.
그냥 듣기엔 뭔가가 맞물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에 왠지 모를 호기심이 동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 가면 안 된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기에 호기심을 접고 다른 곳으로 움직이려 하자.
촤악-
“!?”
가연을 향해 날아든 칼날에 황급히 몸을 틀어 회피하면서 본 습격자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뭐야- 인형… 아니, 마네킹?”
가열을 기습한 습격자는 바로 인형과 마네킹.
전부 여기 쇼핑물에 있던 것들로 전부 오래되고 노화돼 여기저기 해지고 부서진 것들이었다.
그런 마네킹의 손엔 저마다 식칼이나 톱과 망치 같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만한 무기가 들려있었다.
‘신종 차원종? 아니면 차원종의 능력인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저런 녀석들이 자신한테만 온 것인지였다.
‘은하 씨나 루시한테도 이 녀석들이 갔을까? 만약 갔다면 어떡하지…….’
만약 두 사람도 같은 상황이면 작전이고 자시고 간에 서둘러 한기남을 대리고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
‘일단 머릿수라도 조금 줄여보자.’
손안에서 즉시 나타난 궁을 쥐고 빠르게 쏘아내는 화살이 박힌 놈들마다 격렬한 진동과 함께 산산히 부서졌지만-
달칵- 달칵-
부서진 상태로도 움직이는 그 모습은 흡사 좀비를 떠올리게 하였다.
‘물건이라서 그런가? 일반적인 방법으론 쓰러뜨릴 수 없어.’
그렇다면-
특수기: 가위눌림.
가연의 시야에 들어온 모든 개체의 움직임이 봉쇄되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빛을 띠는 녹색의 불꽃이 또 한 번 피어올랐다.
꺼지지 않는 원념
순식간에 퍼진 녹색의 불꽃은 오래 굶주린 것처럼 순식간에 자신의 배를 불려줄 장작을 집어삼켰고, 맹렬한 독성을 지닌 불꽃에 닿은 물체는 그 강한 독성과 열기에 차례차례 타올라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후-”
역시 부숴 버리는 것보다 태워서 없애는 게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고, 생각대로 풀려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괜찮을까? 한 기남 씨는 무사히 빠져나가셨을까?’
다른 두 사람은 자기가 했던 것처럼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민간인인 한기남이 저런 녀석들을 상대로 제대로 피할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에 주변에서 느껴지는 차원종의 수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한기남이 있을 예배시설로 향했다.
“이게 그 비밀 문인가?”
문의 앞에 도착한 가연은 의도적으로 멀리했던 감각을 집중하자.
“욱-!”
금세 밀려오는 정보의 파도에 흔들리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은 채 문에 남아있는 한 기남의 흔적을 따라 문을 열자.
“컥- 크헉-!?”
과도하게 민감해진 후각에 들어온 오래된 먼지와 그들이 예배 중 헌금이란 이름의 제물을 바치고 남은 악취가 섞여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최악의 냄새에 서둘러 감각을 멀리하며 조금씩 괜찮아졌다.
“하아-. 하-.”
안을 둘러볼수록 코를 뜯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의 심각한 노린내에 점차 힘들어지는 중 어디선가 나는 비릿한 냄새에 설마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돌려 가보자.
“!? 당신 누구야!”
가연의 눈에 들어 온 건-
반쯤 잘린 하회탈을 쓰고, 검푸른 빛의 철선(鐵扇)을 쥔 푸른 빛 감도는 흑발의 남성.
주변에 내려앉은 그림자와 하나되 듯 낮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남성의 시선은 오직 가연만을 비추고 있었다.
“생각보다 감이 좋군요. 제가 있는 곳을 이렇게 바로 찾아내실 줄이야.”
“……여기 있던 사람은 어떻게 했죠.”
무심한 듯 내던지는 그의 말에 가연의 모든 감각이 하나의 말만을 외치고 있었다.
‘저 사람… 강해.’
전우치보다 더….
일전에 상대했던 전우치와 다르게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짙은 살기.
상대방을 짓누르는 듯한 위압적인 살기에 가연의 긴장감은 최고치로 올랐다.
캬앙-!
“-!?”
“…응?”
순간 측면에서 들린 소리에 놀라 시선을 돌리자.
자기 주위로 둘려져 있는 투명한 환도 하나가 날아오는 탄환 같은 것을 맡 받아치는 소리에 가연만이 아니라 철선을 쥔 남자 역시 예상외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손에 쥐고 있던 철선을 펼쳤다.
“호- 자기 몸 하나는 지킬 재주는 있으신가 보군요.”
“!? 그게 무슨…”
“전우치.”
남자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흠칫 놀라는데-
“그자가 쓸데없는 일에 정신이 팔려 실력이 녹슬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컁- 캬컁-!?
“그렇지만은 않았나 보군요.”
연속으로 날아오는 무언가에 계속해서 대응하면서도, 어둠 속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탄환에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환도를 방어 이외의 수단으로 사용할 방법이 없자.
쫘아악-
“호오- 형태가 변화하는 무기라. 꽤나 특이한 무기를 사용하시는군요.”
“…전우치, 그자와는 대체 무슨 관계죠?”
“흠- 같은 교리를 따르는 교인입니다.”
그 말에 저자 역시 이 예배당을 없애러 온 자라고 생각해 팽팽하게 당긴 시위를 놓으려는 순간-.
“그리고 당신의 양부께서도 저희와 같은 곳에 계시지요.”
“-!?”
듣고 싶지 않은- 아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이 언급되자.
쯧.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해 가지고 왔더니….
뭐하는 거지. 무가치한 쓰레기인 너에게 가치를 부여해주려 했더니… 그것조차 완수하지 못하는 건가.
한 번만 더 내 귀에 누군가가 너와 시선을 마주하고 기절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그땐 그 쓸모없는 두 눈을 내 친히 도려내 버릴 줄 알거라.
마지막 기회를 주지, 한 번 더 내 기대에 어긋나면- 저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쓸모없는 쓰레기는 또 처음 보는군. 내 눈이 삐었어. 저런 쓰레기- 아니, 쓰레기도 아깝군. 너 같은 찌꺼기 따위가 원석이 될 수 있을 거라 착각하다니.
“으…. 으으……. 으….”
다시 한번 되살아나는 격렬한 두려움에, 쥐고 있던 무기마저 떨어뜨린 채 양손으로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리는 가연을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죄, 죄송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제가… 아무 가치도 없는 쓰레기라서….”
“이거 생각보다 완성되긴 쉽지 않겠군.”
물건을 품평하는 듯한 차가운 말투.
하지만 가연에게 있어선 수년간 지겹도록 들어왔던 말.
“죄, 죄송합니다. 아무 가치도 못하는 쓰레기라…. 아… 아무것도 못 하는 구제 불능 쓰레기라서 죄송합니다…. 간단한 도움조차 안 되는… 쓰레기라서 죄송합니다….”
“흠- 인간의 인격이 남아있는 게 문제인가?”
뭐, 완성되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면 그걸로 됐어. 그럼 이걸…
“다음에 다시 만날 땐 저희의 교주께서 바라시는 모습으로 뵙도록 하죠.”
그 말만을 남긴 채 홀연히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남자.
그리고 매캐한 먼지와 지독한 악취가 가득한 곳에서 홀로 과거의 아픈 기억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가연만이 그곳에 남아있었다.
생존신고 합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써야하는 데 떠오르지가 않아 너무 늦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