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외전 : 그림자 요원 3화<허무>
Heleneker 2024-02-12 2
그림자 요원으로 가는 길, 그 세번째.
자온의 TMI.3 : 자온은 처음에 은하와 투닥거리는 걸 싫어했으나, 요즘엔 조금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시작합니다
"으...으......아아아아......!!"
자온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뜬다.
"자온 형?! 괜찮으세요?"
"정신 차리세요! 괜찮아요! 여긴 현실이니까...!"
"아.... 그래, 그랬지.... 그래도 그 마음은..... 으.....으흐..흑....!!"
자온은 민수현의 말을 듣곤 자신의 가슴을 더듬거리더니, 몸을 심하게 떨며 눈물을 떨군다.
"무서운 경험을 하고 오셨나 보군요. 그래도 그건 환상에 불과해요. 형은 돌아오신 거예요."
"그래..... 이곳이.... 현실이였지."
자온은 지독한 외로움을 겪은 사람처럼 지독하게 떨다가, 자신을 다독이는 민수현의 말에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솔로몬의 시련으로 향하는 차원문이 아직 남아있어. 그건 네가 시련을 클리어하지 못 했다는 뜻이다."
"그렇겠지. 아주.... 비참하게 졌거든."
"어떤 시련인지 안다면 널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는 네가 겪은 시련의 내용을 모니터링할 수단이 없지. 그러니까 직접 말해줬으면 한다. 어떤 시련을 그 안에서 경험하고 온 거지?"
그 말을 듣자 자온의 몸이 악몽을 꾼 아이처럼 눈에 띄게 다시 파르르 떨더니, 깊게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괜찮으시겠어요? 정 말하기 어려우시면...."
"아니야. 혼자서 끙끙거리는 것보다 나을...지도."
**********
콰쾅!!!!!
드드드.....!!
"크윽......
쐐애애애**----!!!!!
투콰과과과과과가가각!!!!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검은 빛의 화살들이 파멸적인 위력을 선보이며 산과 들판을 깎아내리고 있다.
"우왓!!!"
검은 빛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섬광처럼 질주하는 자온이 중얼거렸다.
"지나 씨에게 배운 가속이 아니였다면....!"
솔로몬의 시련, 자온의 상대로 나타난 비운. 살수로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검게 물들은 실의 화살을 응집 시켜 쏘며 자온을 몰아세웠다.
처음엔 대응할 의지조차 없었던 자온이였지만, 그를 압도적인 공포와 공세로 몰아세우는 비운의 공격에 간신히 공격들을 피하면서 주변을 뛰다니고 있었다.
"저 검은 실은 뭐야? 영감의 갑주랑 염라의 갑주를 무슨 두부마냥 뚫는데다 재생력도 떨어트리다니..."
팔에 난 관통흔을 보며 중얼거린다. 본디 강인한 방어력과 초월적인 재생력을 자랑하는 침식-뷜란트 모드였으나, 비운이 다루는 검은 실로 만들어진 화살에 무력하게 관통당했다. 하물며 재생력도 검은 실에 침식당하는 것처럼 약화되어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뷜란트의 갑주와 자온의 염라의 갑주. 그 두가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그를 꿰뚫은 화살은 그의 재생력 또한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더 문제는....."
**이이이!!!
"크읏...!"
탄환보다도 더 빠르게 가속하고 있는 자온에 근접한 속도의 화살, 오차범위가 거의 나지않는 정밀함, 다음 화살의 텀이 거의 없는 연사력.
세가지 요소를 두루갖춘 비운의 연격에 자온의 회피가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한다.
쐐애애애애**-----!!!!
"늦었다....! 염라의 갑주, 포용!!"
회피가 늦은 자온을 정확하게 노린 화살이 닿기 직전, 자온은 상대의 힘을 감싸 무력화시키는 포용의 갑주를 펼쳐 화살을 감싸며 무력화 시킨다.
.....**이이이이이익!!!!!
그러나 무력화되지 않은 화살은 포용의 갑주를 뚫고 나와 자온의 어깨죽지를 살짝 스쳐 지나간다.
"크윽!! 이것도 안 통하잖아...! 와라, 칼날...!!"
차킹!! 차킹!!!
슈위이이이이잉---!!!
촤르르르르------
파삭..... 파스스스슥....
자온은 칼날을 흩뿌려 대응하지만, 검은 실에 닿은 칼날들은 허망할 정도로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그의 반격을 가볍게 소멸시킨 비운은 실을 다시 응집시키며 더 정밀하게, 더 빠르게 저격하기 시작한다.
뭐라 불평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심장을 노려오는 화살에 자온은 가속을 유지하면서 생각한다.
"형님을 상대로 너무 거리를 뒀어. 이대로라면 내가 먼저 힘이 다 하겠지. 그렇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수 밖에..!"
"가속....!!"
다리에 얽혀있던 실들을 한층 더 강화시킨 자온은 더욱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한다.
쐐애애**---!!!
쾅!!! 콰아아앙!!!!
비운의 위협적인 저격이 더욱 정밀하게 자온을 노렸으나, 그는 유연하게 몸을 틀면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회피한다.
본디 직진뿐인, 단거리 가속 밖에 못했던 자온이였으나, 센텀시티에서 만난 지나 그레이스가 알려준 번개의 궤적처럼 짧게 짧게 궤도를 꺾는 보법을 운용하면서 곡선이 아님에도 곡선과 유사 가속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화륵...!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며 파고들은 자온의 다리에 불꽃과 빛이 일며 경화와 염화의 힘이 실리더니 그대로 가속도를 실어 발차기를 날린다.
"극각-염라!!!"
카앙---!!
A급 차원종도 날려버린 전적이 있던 괴멸적인 일격을 비운은 활로 여유롭게 막아내더니, 오히려 자온을 튕겨낸 후 순식간에 반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타점이 터지기 전에 막으시다니 무슨 반응 속도가....! 어떻게 되먹은 몸이신거야....! 그래도 충격이 아예 없진 않을 터, 몰아친다...!"
슈우우우우우!!!
비운의 화살 포화에도 고속의 회피를 유지하며 창을 구현한 자온은 계속해서 파고들어 비운과 백병전에 돌입한다.
챙! 채챙!!
카앙!! 캉, 카캉!!
키이이이이잉----!
지나에게 배우고 맞부딪히고, 반복된 훈련과 실전으로 다져진 창술과 가속이 섬광처럼 번뜩이며 쉴새없이 연격을 가한다.
그러나 그 초가속에 가까운 속도의 연격을 비운은 초월적인 반사신경을 보이며 모두 받아내면서 부식시키듯 모든 걸 소멸시키던 검은 실을 펼쳐 방어하며 무기들을 소멸시켰다. 그 때마다 자온은 창을 새로히 구현시키면서 다리의 실을 한층 더 압축하여 더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한다.
무리한 신체의 압축에 근육과 뼈, 신경이 파열되며 압축시킨 실 사이로 피가 흘러 나오기 시작한다. 다리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자온은 이를 악물며 더욱 더 빠르게 가속했고 잠시 뒤, 파열된 신체가 빠르게 재생되어 회복되자, 자온은 한층 더 기어를 올려 가속했다.
무리한 가속에 몸이 파열되고, 재생 능력으로 회복되기를 반복하면서도 점점 속도를 올리자, 공격을 여유있게 받아치던 비운이 점차 조금씩 방어에만 몰두하기 시작했고, 자온은 그 기세를 몰아 더욱 더 빠르게 몰아친다.
지나에게 받은 아주 짧은 가르침. 그러나 그 어느 것보다도 자온 안에 깊게 새겨진 그 가르침은 무기 구현 능력과 하나되어 점점 더 빠른 난무가 펼쳐졌고, 그 난무는 가속되고 가속되어 더욱 더 빨라지더니 지나에 가까운 섬광에 이른 순간,
츠팟...!
그 섬광의 창 끝이 비운의 탈을 조금 베어내며 그 뺨에 생채기를 입혔다.
"....."
비운은 계속 방어하면서 베어진 탈 끝을 살짝 메만지더니,
......투콰아아아아아앙!!!!!!
자신의 위상력을 폭발시키듯 흩뿌리며 주위를 소멸시켜 자온을 떨쳐내었다. 잠시 물러난 자온은 다시 돌입하려 하나, 이미 주변을 검은 실로 감싸 자신을 보호한 비운은 그 안에서 다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무기로는 저 실은 못 뚫어.... 이렇게 된 거 차라리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비운의 반격을 피해 뒷편의 숲 속 안으로 빠르게 가속해 숨으며 그와 거리를 벌린 후, 활을 구현하며 실을 재빠르게 응집하기 시작한다.
"정밀도는 부족하지만.... 위력과 범위만큼은 내가 형님보단 위야...!!"
위상능력자도 바로 도달하지는 못하는 거리에 숨어 자리한 후 화살의 장전을 끝마친다.
저 하늘에 있는 별에 닿을 만큼, 간절한 일격, 별 하나에, 작은 소망을."
퍽!!!
"읔...커억!!?"
차바바바바박------
화살을 쏘려던 찰나, 갑자기 머리에 가해진 둔탁한 충격에 의해 자온의 몸이 맥없이 날아가며 바닥에 처박힌다.
흔들리는 자온의 시야 너머로, 어느새 다가온 비운이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 거리를 벌써....? 몇 초는 더 걸릴 거리인데....?"
숨었던 공간은 수풀과 나무가 엉켜져 단숨에 들어오기 어려웠고 흔적도 조작해 한눈에 알 수 없게 만든 장소였지만, 순식간에 돌파당하자 자온은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이내 곧 답을 알 수 있었다.
"저 짧게 짧게 꺾인 흔적은.... 내 가속법이잖아..! 그걸 보기만 하고 바로 따라하셨다고...!?"
자온이 사용하는 실을 이용한 신체 강화. 이를 만들었던 그 남자는 자온의 강화한 다리의 보법을 보기만 하고 바로 따라한 그 남자는 순식간에 숲을 누벼 자온을 찾아 간극을 단숨에 좁힌 후, 그대로 강화시킨 발차기 기술 [극각]을 가한 것이였다.
"으긋... 몸이....!"
어지간한 타격은 버틸 수 있는 자온이였지만, 가속도가 실린 강화된 발차기를 머리에 정통으로 맞은지라 쉽사리 몸을 제대로 일으킬 수 없었다.
그런 자온을 잠시 천천히 훑어보던 비운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그힘, 역시 그분의 힘이 맞군."
오랜만에 듣는 그리운 형의 목소리는 그 어느 혹한보다 차가웠고, 심해보다도 깊은 어둠이 느껴졌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대는 이 시간의 존재는 아니군. 이 권능은, 침식의 권능은 같은 시간대에서 단 한명에게만 허락된 것이니까."
"....!!"
"하나 묻지. 그대의 권능은 무엇으로 깨어났지?"
"그 무슨...."
"무엇으로 깨어났냐 물었다."
쿠우우우우-------
"....인연. 인연입니다."
시간을 넘어 왔다는 걸 간파당한 자온은 당황하며 되물어 보았지만, 비운의 싸늘하기 짝이 없는 살기에 그의 질문에 순순히 답했다.
"하, 인연이라. 한때의 나나 그분의 기대만큼 무의미한걸로 각성했군."
"무의미....하다고요?"
"그래. 나는 한때마나, 희망이라는 것으로 그분의 권능을 각성시켰지. 그리곤 내가 품은 희망을 위해 내 모든 것을 걸고 운명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운명의 시류는 자신을 뒤집으려는 나를 크게 거부하더군."
"처음엔 조금씩 몸이 상했다. 버텼더니 다음엔 내 힘이 어긋나는 현상이 일어났다. 또 견디고 이겨내니, 내 곁의 이들을 상하게 만들었지."
"운명에 저항하는 나는, 불운한 미래를 바꾸고자 품은 이 희망은, 내게 점차 미소지어주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내면 뭐하지? 정작 나는, 내 곁에 이들은 모두 불행해지거나 불행해졌는데."
"그렇기에 희망으로 각성한 이 권능을 원망했다. 희망을 갖지 않으면 제대로 운용조차 안 되는 이 권능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자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이 가진 능력 중 하나인 계승의 능력, 그 능력으로 이어받은 비운의 기억엔 지금 말하는 끝모를 원망과 절망의 기억들따윈 전혀 없었으니까.
마치, 일부러 기억을 도려낸 것처럼.
"그러던 그 희망조차 집어삼키는 허무감을 느낀 날이였다. 새로 소원이나 빌고 싶었던 것이기라도 했는지 중얼거렸었지."
"모두 허무했으면."
"몸이 으스러져도, 영혼이 부스러져도, 마음이 너덜해져도 이런 희망이 곁에서 구경따위만 한다면, 절망하며 좌절할테니..."
"허무해지길. 그 어떤 기대도, 희망도 갖지 않고 허무해져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기를."
"그 한때 바란 우연이, 내가 허무의 행복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다."
나"의 허무한 마음이 권능을 삼켜, 스스로 그에 맞는 형태를 이루어 내가 바란 바를 이룰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그 순간,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끝 모를 어둡고 강력한 위상력이 비운에게서 뿜어져 나오며 주변의 나무와 풀 숲들을 모조리 부식시켜 버렸다. 자온이 상대해왔던 군단장들, 강적인 그들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의 한없이 차갑고 날카로운 살기와 위상력에 자온은 순간적으로 모든 무기를 구현하였다.
"보아라, 다른 시간에서 온 계승자여. 이것이 권능조차 침식한 나의 마음, 그 모든 것이니."
"몰아쳐라!!!"
섬뜩한 느낌을 받은 자온은 구현한 무기들을 비운을 향해 쇄도시킨다.
바람을 품은 수많은 칼날들이 공간을 헤집고, 구름을 품은 검들이 하늘과 대지를 뒤덮으며, 비를 머금은 창들이 하늘에서 끝없이 쏟아지면서 비운를 포위하는 순간,
[침식 구현 의지, 검은왕.]
퍼석.....
모든 것이 부질 없다는 것처럼, 비운를 향해 쇄도했던 모든 무기들이 재가 되어 흩어진다.
"이게.... 무슨...."
펑!!! 퍼엉!!!
"커.... 커헉....!!"
모든 무기가 무력화된 모습을 멍하니 보던 자온의 몸 일부가 수많은 폭음을 울리면서 터져나갔다. 터져나간 상처에서 불에 타는 냄새가 아닌, 추억이 흩어지는 듯한 재의 냄새가 그의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도대체.... 뭘 하신 거지? 뭔가 보이지도 않았고.. 실에 감지되는 것도 없었는데?"
"의지조차 막지 못 하나? 하긴. 권능을 힘으로 변환시킨 것 따위론 권능 그 자체를 막아낼 순 없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권능 그 자체....라고?"
"그렇다. 너는 권능을 힘으로 바꿔내는 것 뿐이지만, 지금 이것은 내 허무의 마음이 권능을 집어삼켜 스스로 형태를 이룬 나의 [침식 구현]이다."
"[침식 구현]....?"
자온은 상처를 싸매며 처음 듣는 단어를 되뇌며 물었지만, 비운은 대답없이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이 영역에 닿지 못한 너로선, 내 권능에 저항할 방법 따윈 없겠지. 그러니 포기하고 허무함을 받아들여라. 기대도, 희망도, 인연도 결국은 아무 의미 없어지는 세상에서 허무함만이 가장 큰 행복이 될 마음 그 자체니까."
"....십시오."
"음?"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자온은 비운의 말에 분개하며 소리를 높였다.
그는 침식 구현이 무엇인지 몰랐다. 방금 말했던 허무함만이 가득 찬 그의 기억을 전혀 몰랐었다.
하지만 자온은 자신과 수많은 사람에게 건넨 그의 다정함을,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그의 흔적들을, 마지막까지 자신을 구하고자 했던... 그의 미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비운이 쌓아온 모든 걸 스스로 부정하는 그를 향해 자온은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나 똑바로 직시하며 말한다.
"당신이.... 당신이 품었던 희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보답 받을 것이란 말입니다!!!"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당신이 품었었던 희망이..... 다시 빛나는 순간을!!"
"그 몸으로? 재생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한 몸으로 무얼 할 수 있지?"
"크으..... 아아아아악!!!"
후득!!
투둑... 뚝... 뚝......
자온이 구멍난 상처를 헤집기 시작한다. 상처에 남아있는 잿더미 너머, 피가 흐르기 시작하자 그 부분을 시작으로 신체가 다시 재생되기 시작한다.
"...그렇군. 내 권능으로 막힌 상처를 도려내 그 부분부터 다시 재생시킨건가. 무식하기 짝이 없어도 효율적인 방법이군."
차킹! 키이이잉------
자온이 도신 없는 검을 구현하며 힘을 불어넣는다. 2M에 가까운 은은한 잿빛이 감도는 도신이 드러나며 그 위용을 방출하기 시작한다.
"이 검은 후회와 허상, 그리고 악몽을 베어가르는 구름. 형태를 무수히 바꾸는 구름은 무엇이든 베는 검이 되었으니. 하늘께 바라노니, 그대의 구름이 베지 못 할 것은 없으리."
모든 것을 베며 심지어 [개념]조차 베어낼 수 있는 뷜란트의 검의 원형을 기도를 바치듯 읆은 자온은 검에 힘과 권능을 한껏 응축시킨다.
"허상을 뒤덮는 구름, 검의 오의, 봄꿈 깨우기."
....차킹
힘을 모으는 자온을 가만히 바라보던 비운은 자온이 구현한 검과 비슷한, 그러나 흉흉한 칠흑이 감도는 장검을 구현하며 휘두를 준비를 마친다.
"베어낼 것은 형님이 품은 허무의 마음.....!!"
"모든 게 의미 없음을, 아직 모르는 건가."
"전부, 베어져라!!!!!"
[침식구현 영혼-회자수](劊子手)
채애애애애애애애앵-----!!!!!!!!!
서로의 권능을 담은 잿빛의 칼날과 칠흑의 검날이 서로 맞부딪친다.
맞부딪힌 검날이 조금씩 비틀어질 때마다 충격파가 일며 주변을 베어내고 패어낸다.
-----투컥, 후웅.....
이윽고, 어느 한 쪽의 검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다른 한 쪽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자온의 잿빛의 검날은 부러져 그 빛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반대로 비운의 칠흑의 장검은 조금의 흠집도 없이 그 흉흉한 기운을 흘려대고 있었다.
"....보여주고자 한 것이 겨우 그런 것인가?"
".....당연히 아닙니다."
어느새 부러진 검을 놓고 잿빛을 두른 창이 들은 자온이 이미 찌를 자세를 취했다.
"이 창은 모든 것을 적시는 빗방울, 유언을 기적으로 이끌 필연의 창. 그 창은 노린 것을 반드시 꿰뚫을지니...."
"형님의, 소중한 이들의 간절한 바램과 유언을 담은 창. 이게 진짜입니다...!"
"창의 오의, 윌 오 위시(WILL OF WISH)!!!"
키이이이이이이잉!!!!
폭발적인 가속을 내며 반드시 꿰뚫는 결과를 만드는 창, 윌 오 위시를 내지른 자온은 비운의 검을 꿰뚫으며 나아간다.
서걱
툭, 투툭, 트득....
베어지는 소리와 함께, 자온이 지나간 자리에 무언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비운을 꿰뚫은 줄 알았던 조각나버린 창과, 창을 내질렀던 자온의 팔이였다.
"어.....?"
팔과 창을 잃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자온에게 비운은 조용하게, 나지막히 말한다.
"권능을 삼킨 나의 영혼, 회자수. 내 인식범위에 있는 대상은 어디에 있든,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영감의...."
"그분이 다루는 근원의 창이라고? 물론 그 창 자체는 그분의 침식구현이 맞지. 하지만 착각하는 게 있군. 정말로 네놈이 그분의 침식 구현을 완벽히 다룬다고 생각한건가?"
베인 팔을 감싸며 뒤로 물러난 자온은 아까처럼 상처를 헤집어 재생을 촉진 시키며 창과 검을 구현하며 반격하려 한다.
"....뭐야, 왜 구현이 안 되지?"
자온은 다른 창과 검의 구현을 시도하였으나 창도, 검도 구현에 실패하였다.
욱씬---
통증에 상처를 헤집은 팔에선 여전히 피가 흥건히 떨어지고 있었으나, 재생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소용 없다. 이 검에 베인 것은 존재를 소실한다. 기술이나 무기가 베이면 잊은 것처럼 사용할 수 없으며, 몸이 베이면 재생은 커녕 의수나 의족을 달더라도 기능을 할 수 없지."
비운의 말을 긍정하듯, 여전히 팔은 조금도 재생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와라, 칼날...! 염라.... 모드...!!"
그런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자온은 꺾기지 않은 투지를 발산하며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한다.
구현되지 않는 창과 검을 포기하고 칼날들을 구현해 비운을 포위하고, 염화를 몸에 두르며 뛰어들었으나,
서걱
그러나 무심하게 휘두른 비운의 검격에 칼날도, 염화도 모두 베어져 재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자온의 표정에 절망이 드리우기 시작하자, 이를 본 비운은 자신의 검은 실을 하늘을 향해 뻗어 주위에 펼치기 시작한다.
"그대가 말하던 인연, 결국은 아무 의미 없음이 증명되었구나."
뻗어나간 검은 실은 하늘을 집어삼키고 산을, 들판을,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을 침식하여 쥐위를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다.
"그렇다고 너무 절망하지는 말거라. 내가 너를 허무로 이끌어, 진정한 행복을 알려줄테니."
비운은 그 칠흑에 몸을 맡기며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딛고 있는 감각도, 떠있는 감각도 들지않아 기묘하지만 한 줄기의 빛조차 느껴지지 않아 너무나도 차갑고 쓸쓸한 공간. 반격할 모든 수단을 잃고 갇혀버린 자온은 불안함을 표출하며 주변을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몸에 아주 흐릿하게 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 희망을 갖고, 기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여리게 빛나는 실들이,
팅--------!
팽팽한 실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실이 한 가닥 끊겼다.
팅---!!! 팅---!!! 티팅!!!
한 가닥, 열 가닥, 눈에 보이던 수많던 실들이 끊어져간다. 실들이 끊어져 갈수록, 자온의 얼굴에 불안함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무엇인지 몰라도 더이상은 끊기면 안 돼....!! 그녀석들을 지키고 싶다는 이 인연의 마음을 다시 발한다....!!"
어떻게든 다시 싸우기 위해 자신이 권능을 발현한 개념, [인연]을 힘으로 다시 발하려던 순간, 갑자기 자온의 손이 덜컥 멈춘다.
".......누구였지, 그 녀석들이?"
"기억이.... 나지 않아. 뭐야, 기억이.... 사라지고 있어?"
"기억만이 아니라 무언가 더 중요한.... 그 녀석들과의, 형님과의, 영감과의, 인연을 이었던 모두와의 추억이.... 사라지고 있어....!!!"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웃었던 루시와의 추억이 사라져간다.
저수지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던 미래와의 추억이 사라져간다.
등 뒤를 맡기며 안심하던 김철수와의 추억이 사라져간다.
늘상 투닥거리면서도 웃었던 은하와의 추억이 사라져간다.
존경하는 제이의 앞에서 함께 긴장했던 민수현과의 추억이 사라져간다.
힘든 순간 자신을 다독이고 위로해주었던, 오세린의 추억이 사라져간다.
언제나 따뜻하게, 다정한 미소를 보내주었던 형님의 추억이 사라져간다.
투닥거려도 항상 곁에서 함께 울고, 웃고, 미소지었던 영감, 뷜란트와의 추억이 사라져간다.
"그만해.... 그만해...."
"내 추억을..... 빼앗아 가지마!!!!!!"
발버둥치며 발악해 **만, 실이 끊기며 추억과 인연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아아..... 아아아아아!!!!!"
[침식 구현 마음-허무]
지독한 공허함 속에 인연과 추억을 모두 잃고 광란하는 자온의 마음을 대변하듯, 왼편 가슴에 구멍이 작게 생겨나더니 순식간에 커져 심장을 앗아갔다.
심장을 잃고 천천히 죽어가는 그의 귓가에 비운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희망은, 역시 없었어."
********
"....여기까지가 내가 겪었던 시련의 상황이야."
"그러니 영감, 설명 좀 해줘야겠어. 내가 모르는 형님의 일을, 그리고 침식 구현이 무엇인지."
"....그래. 내가 아는 것만이라도, 이제는 알려줘도 괜찮겠지."
어느새 자온의 곁으로 온 뷜란트는 그가 시련에서 겪은 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비운의 침식 구현(Undefined skill)
허무의 의지 - 검은 왕 : 물질을 소멸시키는 검은 실이 구현되었다.(Undefined skill)
허무의 영혼 - 회자수 : 모든 것을 절단하는 장검이 구현되었다. 베인 정보를 망각시키거나 물체의 기능을 제거하는 것으로 보임(Undefined skill)
허무의 마음 - 허무 : 인연을 끊어버 공간이 생성되었다.(Undefined sk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