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소녀 [갯 바위 마을 - 22.]
fithr 2023-11-19 2
세 사람이 갯 바위 마을에 도착하자.
“연이 언니! 연이 언니!”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다가온 아라를 능숙하게 받아냈다.
“심부름꾼 언니랑 아저씨가 섬의 주인을 쓰러트렸데! 정말 굉장하지? 두 사람 다 아주아주 강한가 봐!”
“그래, 정말 다행이다. 우리랑 달리 저쪽은 성공한 모양이에요.”
“그러게요.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고생하긴 했는데….”
“…그래도. 다행…… 이네요.”
아라의 말에 세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지만, 그중 루시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자.
“……응? 왜 그렇게 우울한 얼굴이야? 또 나쁜 생각이 루시를 괴롭히는 거야? 그럼 내가 또 머리 쓰다듬어 줄게!”
“저, 저한테 가까이 오지 마세요!”
밝은 미소로 표정이 좋지 않은 루시에게 다가가자 기겁을 하며 피하는 루시의 모습에-
“왜? 왜 가까이 가면 안 되는데?”
“그건……”
“그럼 내가 대신 쓰다듬어주지, 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라가 이유를 묻자, 루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는 표정으로 말을 잊지 못하자. 갑자기 뒤에서 다가온 은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은하 씨? 몸은 이제 괜찮아지신 건가요? 아얏! 그, 그렇게 난폭하게 쓰다듬지 마세요! 머리가 헝클어지잖아요!”
“모처럼 신난 애 불안하게 한 벌. 그리고 저 언니한테 혼나는 것보다는 나한테 혼나는 게 너한테도 낮지 않아?”
“네? ……아. 화,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은하가 한 말에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쳐다보다가 은하가 눈짓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웃는 표정으로도 사람이 무서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가연을 보고 수긍한다.
“미안해요, 아라 언니. 싸우느라 옷이 좀 더러워져서요. 더러운 게 언니의 몸에 묻을까 염려돼서 그랬어요.”
“아, 그런 거였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루시의 설명에 아라는 그런 거였냐며 다시금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꼬맹이 둘은 어떻게든 잘됐네요.”
“그러게요. 그런데 애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신 서울 쪽으로 갈 겁니다. 희망이와 다른 주민들. 그리고 심부름꾼이라는 사람들도요.”
루시가 아라와 대화하는 중 둘만 남은 은하와 가연이 나누던 대화에 다가오던 한 기남이 들었는지 가연의 질문에 답해주며 나타났다.
“저도 일단은 그곳으로 향하려고 합니다. 믿을 만한 정보가 있거든요. 그 종교단체에 관한…”
“그럼 나도 일단은 그쪽으로 가야겠네요. 그 빚쟁이 녀석의 꼬리를 밟아야 하니까.”
은하는 의뢰를 완수해야 하기도 한다면서도 개인적인 응어리 진 것도 있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아라와 인사를 마친 루시가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자 한 기남은 루시와 가연에게 같이 가겠냐 묻자.
“아직 아이들을 도와줘야 할 일도 있고, 게다가… 신 서울에는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으니. 네, 같이 가요.”
“본체에 대한 단서는 그 종교단체에 있을 테고, 김철수라는 남자와도 다시 만나봐야 하니… 네, 같이 갈게요. 어떻게든…… 저 자신을 제어하면서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가연이 루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제어를 못 하게 돼도 자신이 루시를 지켜줄 거라며, 혼자 모든 걸 끌어안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루시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게 해주었다.
“역시 루시는 웃는 얼굴이 잘 어울리네.”
“히힛. 가연 언니도 웃는 얼굴이 어울려요.”
“둘이서만 하하 호호- 지금 나 혼자 왕따시키는 거에요?”
“으, 은하 씨?”
루시와 대화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있던 은하의 말에 가연이 어떡하지. 하며 허둥대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조금 더 심술을 부려 볼까 하며 입을 열었다.
“뭐, 됐어. 어차피 나는 웃는 얼굴도 안 어울리고. 빨리빨리 가자고 루시, 연아.”
“어…… 은하 씨. 지금 제 이름 불러주신 거죠!”
순간 실수했다는 듯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네, 맞아요. 저는 루시예요. 루시 플라티니예요.”
“하… 알았으니까. 얼른 가기나 하자고.”
기운 빠진다는 표정을 한 채 성큼 반금련이 있는 차로 가는 은하의 뒤를 바짝 따라붙는 루시.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가는 가연.
“아, 왔구나. 먼저 탄 둘한테 들었는데 당분간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며.”
“네, 다행히 그렇게 됐어요.”
“……앞선 두 명도 만만치 않지만, 너도 참 별난 애야. 보통 그런 위험한 일에 참여하는 걸 다행이라고 하다니.”
남들이 보면 호구라고 할 정도로 착한 애.
자기 일도 아니고 몇 번이나 빠져나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거절하고 괴롭지만, 타인을 위해 싸우는 어쩌면 그렇기에 미워할 수 없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신 서울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릴게.”
“네, 잘 부탁드릴게요. 반금련 씨.”
가연이 타자 곧바로 차가 출발하고, 짧은 기간 동안 나름 정이 들었던 쓰레기 섬과 이별하였다.
*
“지금 가는 신 서울은 과연 어떤 곳일까요? 듣기로는 굉장히 멋진 곳이라던데. 은하 씨, 은하 씨는 신 서울에 가보신 적 있으세요?”
“응? 신 서울이라면… 예전에는 나름 자주 갔었지.”
신 서울로 향하는 도중 무료함을 달랠 겸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대화를 시작한 루시의 목표물은 섬에 들어가기 전 최근까지 신 서울에 가본 적이 있을 은하였다.
“뭐, 주로 도망간 빚쟁이한테서 돈 받으러 간 것들 뿐이지만-”
“으으…… 그 말을 들으니 제 가슴 속 신 서울에 대한 동경에 흠이 가는 것 같아요….”
은하가 태연하게 내뱉은 말에 루시는 뭔가 그럴 것 같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어린아이의 동경을 부숴버릴 줄은 몰랐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뭐 어때서. 애초에 사람 사는 데가 다 거기서 거긴데, 이 정도는 너희 고향에서도 있을 법한 일 아니야?”
“으으… 은하 씨는 어린애의 마음을 몰라요.”
“사천살이나 먹었다면서 어린애라는 말은 좀 아니지 않나?”
“아니에요! 제 마음은 언제나 어린 소녀라고요!”
“네, 네~ 사천 살 언니.”
“으으-!!”
서로 티격태격대는 두 사람은 문뜩 이상함을 감지했다.
‘뭐지, 보통 우리가 이러고 있으면 그 언니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을 했는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렇다고 뭔가 싸한 분위기도 안 느껴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만으로 뭔가 이상하다며 혹시 모르니 가연을 살펴보자며 시선을 돌리자.
가을에 수확해 볕에 잘 말려놓은 작물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가연의 모습에 처음에는 그저 피곤해서 잠들었다 생각했지만, 차 소리에 가려져 몰랐지만 차가 흔들릴 때마다 짧게 들려오는 속을 게우는 듯한 소리에 은하와 루시는 기겁하며 가연을 깨운다.
“이봐요, 언니. 일어나봐요, 언니!”
“연이 언니! 일어나보세요! 연이 언니!”
두 사람의 말에 비틀거리며 힘겹게 땅을 짚고 상체를 일으킨 가연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이 더 하얗게 질린 채로 나 곧 죽겠어요. 라는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왜…… 왜 그러세요….”
“언니… 혹시 토했어요?”
“……아, 아직은… 안… 했어요….”
그 말이 거짓은 아닌지 아직 바닥은 깨끗했다.
“혹시…… 연이 언니. 멀미… 하세요?”
“…….”
루시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에 은하는 설마 위상능력자 중에 멀미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라며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으…… 출발하고… 한동안… 괜찮았는데……. 갑자기… 시야가… 핑핑 돌더니… 그때부터 속이…… 우욱-!”
“자, 잠깐만요! 잠깐만 참으세요, 연이 언니!”
“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여기서 토하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에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얼굴을 보자 루시는 급히 반금련한테 멀미약이나 아니면, 구토 봉지 같은 거 없냐며 물었고. 은하는 바람이라도 조금 쐬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더 이상 움직이면 진짜 나올 것 같다는 가연의 말에 돌겠다고 말한다.
“끄으… 으어어……”
갯 바위 마을 에피소드 완료.
다음 주에 에필로그 한편 짧게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