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5 부산 6화 악연에 맞서다(1)

Heleneker 2023-09-1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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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합니다









"...저수지, 왜 그래?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어? 어어, 그냥.... 좀 짜증이 나서."

"그 섬의 주인이라는 놈 때문에 그래?"

"녀석과의 재회 때문에 많이 심란한 모양이군."

"어? 언제들 왔어?"

"방금. 그나저나 언니, 그 섬의 주인이라는 차원종 때문에 그래요?"

"뭐, 그렇지. 기껏 그 쓰레기섬을 빠져나왔는데.... 그 바보 같은 전갈거미와 또 만나다니."

"옛날부터 어른들이 그런 식으로 우리를 통제했거든. 말을 안 들으면 섬의 주인이 잡아먹는다고."

"계속 상자 안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었어. 물론 어렸을 때는 달랐지. 기껏해야... 음, 여기는 조금 좁네. 하는 수준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거야. 내 주변에 있는 세상이 조금 좁은 것 같다고."

"내 몸은 커지는데, 상자의 크기는 변하지 않아. 좀 더 편하게 있어보려고 자세도 바꾸고, 투덜거리면서 상자의 벽면을 두들겨도 보는데.... 그래봤자 바뀌는 건 없지. 상자느 여전히 좁고, 나는 여전히 답답해."

"그런데 있잖아, 그 섬을 나오면서.... 미래와 철수 아저씨가 녀석을 한 번 쓰러트렸을 때, 어쩐지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더라고. 답답한 느낌이 싹 사라지는 거 있지.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 엄청나게 넓은 세상이 놓여있었어."

"그 세상에서 나와, 고작해야 몇 발자국 떼었을 뿐인데.... 저놈이 다시 나타나서 내 앞을 막네."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거예요. 역경을 극복했다고 생각하면 다른 역경이 또 나오는 거지."

"하지만 이제 저 마물은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당신의 인생은, 이제 당신이 선택하기에 달려있으니까요."

"그래. 지금의 너는 그때 그 쓰레기섬의 아이가 아니잖아.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저수지]지."

"신경 쓰인다면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너는 신서울에서 제법 잘 지내고 있었지. 주민들과의 관계도 굉장히 원활해 보였고."

"지금이라면 밀수업자한테 부탁해서.... 다른 먼 곳으로 도망칠 수도 있을 거야. 너는...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되잖아. 네가 도망쳐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거야."

"흥.... 농담하지마. 미래야, 아저씨, 나는 녀석과 싸우는 걸 택할거야."

"녀석은.... 저 바보 같은 전갈거미는, 나를 가뒀던 상자야. 되도 않는 겁을 주며, 우리 모두를 가두려 들었던 상자."

"그 변 태가 데려왔을 수도 있고, 자기가 헤엄치다보니 기어올라왔을 수도 있어. 아니면 뭐, 못 다 먹은 핑키인 내가 생각나서 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런 녀석 사정 따위는 내 알 바 아냐. 또 다시 그 좁아터진 세계에는 갇히지 않을 거라고."

"섬에 주인에게 잡아먹힐까봐, 벌벌 떨면서 비굴하게 웃지 않을 거라고."

"여긴 밖이야! 그 개떡 같은 섬이 아니라!"

"설령 나한테 아무 힘이 없더라도.... 저 바보 같은 전갈거미를 두려워하진 않겠어!"


당차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저수지의 모습에 모두 잠시 침묵하더니, 자온이 먼저 털 웃음을 내며 말한다.

"이렇게까지 깡을 보여주는데 더 이상 말리는 건 의미 없지 않겠어?"

"그러니까.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언니... 깡이 좀 있네요. 마음에 들어요."

"그러게요, 후후. 대단한 기세예요."

"그래도 네가 나서는 건 안 된다?"

"당연하지. 나도 바보같이 굴다 죽기는 싫어.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지, 같이 생각해보자."

"네, 부디 저희도 여러분을 돕게 해주세요."

"우왓, 감찰관? 언제부터 듣고 있었어요?"

"중간부터요. 그리고 장미숙 요원님도 섬의 주인과 함께 싸워주시기로 하셨어요."

"뭐, 니그 부탁이 아니더라도 그깟 독벌레가 부산에 설치게 둘 수 없으니까."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시민들의 대피부터 생각해야 해요."

"하긴. 섬의 주인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도 위험할 테니까."

"네. 여차할 때 시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근방의 차원종들을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아요. 여러분은 지정해드린 구역으로 출동해서, 시민들을 위협하는 차원종들을 섬멸해주세요."

"나는 거리의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좀 얻어볼게. 겸사겸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여러분은 잠시 와주시겠어요? 브리핑을 해드릴게요."

모두가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저수지는 시민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고개를 돌려 뛰어가는 저수지를 보는 은하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괜찮으려나, 저 언니..."




******




"섬의 주인은 계속 땅 속에 숨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어요. 그가 내뿜은 독기는 조용히 우리 발 아래에 흐르고 있겠죠."
"독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고, 섬의 주인만 끌어올려 토벌해야 할 텐데...."

"하... 그게 말이 쉽죠. 이러다 독이라도 터져 나오면 말짱 꽝인데...."

"그러니까. 쉽지 않은 문제야. 따로 끌어올리는 것도, 끌어올린다 해도 땅 속에 남거나 한꺼번에 분출할 위험이 있는 독기도 말이지."

"물론 지하로 돌입해 싸운다는 발상도 할 수 없어요. 쌓인 독기의 농도가 짙은 것도 있지만.... 지하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면, 지반이 무너질 수 있죠. 그러면 마찬가지로 지하의 독기가 지상으로 퍼져나가요."

"그 놈의 독기가 문제이긴 한데.... 반대로 독기만 해결되면 어디서든 문제 없겠네?"

"맞아요. 독기를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만 있다면, 지하에서든 지상에서든 마음 편히 싸울 수 있겠죠."

"문제를 너무 정면으로 돌파하려 들지 말죠. 독기가 걱정되는 것은 여러분의 중독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일반 시민들이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잖아요?"

"그렇지.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섬의 주인을 감만 부두로 유인해서, 지하에 쌓인 가스 바다 쪽으로 흘려보내는 거예요. 인근 해안의 선박이나 시민들을 대피시키면, 공기 중으로 흩어진 독기가 자연스럽게 분해될 거예요. 놈의 독이 두려운 것은 농도지, 성분이 아니니까요."

"녀석의 대략적인 위치는 대충 파악됐어요. 끄집어 낼 수만 있다면 이쪽 감만부두로 유도해서 처치하면 될 것 같은데...."

"그 방법이 문제지. 무력으로 함부로 끄집어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면.... 제가 한 번 시도해 볼게요."

"감찰관이요?"

"네. 예전에도 차원종에게 정신감응을 시도해서, 움직임을 통제해봤거든요."
"다만.... 위험부담이 큰 일이기는 해요. 고위급 차원종이 시도할 경우, 제 정신이 역으로 먹힐 위험이 있으니까요."

"오세린 씨.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감찰관. 상대는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차원종이라고요."

"아뇨. 여러분은 목숨을 걸고 차원종과 싸우고 계세요. 저는 그런 여러분의 감찰관을 맡았죠. 그런데도 저 혼자 안전한 곳에서 명령만 내릴 수는 없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저도 어엿한 클로저인걸요."

"...알았어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도와주기에요."

"네. 오래 제어할 수는 없을 테니, 출동하시는 타이밍에 맞춰 장악을 시도해 볼게요."




*******




"지금부터 섬의 주인에게 감응을 시도해서, 그의 정신을 장악할 거예요. 타이밍이 요구되는 작전이니, 통신을 항상 열어주세요."
"목표지점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섬의 주인을 지상으로 끌어올리겠어요."

"섬의 주인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녀석이 지나가는 즉시 지하의 격벽을 내릴게요. 이렇게 해두면 독이 새어나오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거예요."


감만부둣가, 오세린의 지시에 따라 그곳에 대기하던 임시클로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 여러분! 어서 가죠!!"

"전열은 내가 맡을게. 내성도 어느정도 있기도 하고 방어로 쓸만한 것도 있거든."

"어짜피 전열은 너한테 맡길거였는데? 열심히 막아요, 고기방패."

"누구더러 고기방패라는 거야!?"

"은하, 자온 싫어하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제가 지금까지 지켜보니까 두 분은 서로 나쁘게 말하면서 긴장도 풀고, 애정을 저렇게 표현하시는 거세요."

"이게 무슨 애정이야? 괴롭히는 거지!"

"꼬마 언니, 이상한 소리 막하네? 잠깐 저기 으슥한데 좀 같이 갈까요?"

"....저런 것도 애정이 한 부분인 건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싸우는 건 아닌 거 같아."

"여, 여러분? 이제 조금만 서둘러주시겠어요?"

"이따 보자고요, 꼬마 언니."

"서두르자고요."

임시클로저들이 목표한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가는 길목에 차원종들이 즐비했지만, 임시클로저들은 차분히 하나하나 처리하며 나아가고, 이내 목표지점에 도착한다.



샤아아아.....!!



얼마 지나지 않아, 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와... 진짜로 녀석을 끌어올린 거야? 대단하시네요, 보스."

"대단하지만.... 감찰관은 괜찮은거야?"

"으..... 으으으으으윽...."

"들리세요? 감찰관님이 잡아두시는 동안, 섬의 주인은 땅 속으로 숨으려 들지 않을 거예요. 그 안에, 최대한 결판을 내보죠."

"응. 감찰관을 위해서라도....."

"네, 저 단단한 갑옷을 깨트려 보겠어요!"

임시 클로저들이 섬의 주인을 향해 돌격한다. 이에 섬의 주인도 독기를 방출하며 그들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



씨이이이이이익!!!!

"와라, 염라의 갑주!"

카강!!!

"지금!!"

"하아아아....!!"        "하앗!!"

서걱!        쿵!!!!

자온이 방벽으로 섬의 주인의 공격이 막아내고, 루시와 미래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섬의 주인에게 일격을 가한다.

"허점이군....!!!"

콰앙!!!!

슈슉!!      푹!!    푸북!!!

그 틈을 파고 든 김철수 또한 그레네이드를 빠르게 설치하고 폭발시키고, 은하의 칼날들이 그 틈을 파고든다.

키이이이이이?!!!!!

"지금 괜찮았나 본데요?"

"좋아, 지금 이대로만....!!"

"죄, 죄송해요. 이제는 더 이상.....!"

"감찰관?"

"오세린 씨!?"

"으윽, 으으으윽....!!"

"감찰관님! ....틀렸어, 작전은 실패예요! 섬의 주인이 물러나는 것만 확인하고, 후퇴해주세요!"

"큭,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나쁘지 않아. 조금만 더....!!"

"무슨 기분인지 알아요. 기회를 잡았으니, 녀석을 쓰러트리고 싶겠죠. 그래도, 아무런 방책이 없는 상태에서 녀석을 자극하는 건 좋지 않아요. 불필요하게 자극하면, 시가지로 진입해 마구잡이로 날뛰어 댈 수도 있고요."
"물러나서 대열을 정비하고, 새로운 작전을 수립해서 다시 싸워요."

"칫..... 알았어. 다들, 뒤로 물러나요...!!"

검을 구현한 자온이 부두 옆 바다에 검을 살짝 담그곤 가속하며 휘두른다.

"극섬, 너울!!!"

해일처럼 크게 일어난 파도가 순식간에 섬의 주인을 덮치며 시야를 가린다.

샤아아.....?


샤아아아아......

파도가 가라앉자 임시클로저들을 찾는 듯 두리번 거리는 섬의 주인. 임시클로저들이 보이질 않자 섬의 주인은 이내 곧 자신이 나왔던 지하를 향해 다시 몸을 던진다. 섬의 주인이 사라진 걸 확인한 임시클로저들은 거점으로 돌아간다.



TO BE CONTINUE

2024-10-24 23:37:2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